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55
655화. 말레이 스캔들 (16)
밍 리우는 일전에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목소리를 듣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너지!? 이거 다 니가 그런 거지?”
[맞아요.]“……뭐?”
너무 순순히 인정을 하니, 순간 말문이 막혔다.
[레온의 생일파티에서 처음 만난 순간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알아봤는데, 이렇게 엄청난 것들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단지 이상하다는 이유만으로 내 뒤를 캤다고?”
밍 리우는 한미루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이 모든 게 생일파티에서 우연히 만났기 때문이라고? 그럼 그날 만나지만 않았어도…….’
“어, 어째서야!?”
[아! 제가 사기꾼을 보면 못 참는 병이 있어서요.]“너 이 자식…….”
화를 내는 그에게 상대는 차분하게 말했다.
[그보다 지금 저랑 통화할 때가 아니지 않나요? 저라면 그곳에 있지 않을 것 같은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할 말을 다 했는지 상대는 전화를 끊었다.
“여, 여기 있으면 안 돼.”
일단 몸을 피하는 게 우선이다.
그는 금고를 열어 안에 있는 달러 뭉치, 금괴, 귀금속, 명품 시계 등을 챙겨 닥치는 대로 캐리어에 쑤셔 넣었다.
현금과 귀중품만 챙겼는데도 캐리어 세 개가 꽉 들어찼다.
밍 리우는 그 캐리어를 질질 끌고 차고로 향했다. 차고에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가 나란히 주차되어 있었다.
스포츠카에는 짐이 많이 안 실리는 관계로 그가 택한 것은 벤틀리였다.
캐리어를 트렁크에 집어넣고 운전을 해서 저택을 빠져나오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검정색 SUV가 그의 차 앞을 가로막았다.
차에서 정장을 입은 두 명의 남녀가 내려 그를 향해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밍 리우 씨 맞으시죠?”
놀란 밍 리우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당신들 뭐야!?”
정장을 입은 여성은 신분증을 내밀었다.
“FBI입니다. 잠시 저희와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FBI?”
밍 리우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찾아오시죠.”
그러자 FBI 수사관은 웃으며 말했다.
“서둘러 공항으로 가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밍 리우 씨는 조금 전 출국 금지되었으니까요.”
“…….”
“그리고 지금 제가 부탁하는 것 같습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내리시죠.”
FBI 수사관은 가지고 온 영장을 들이밀었다.
밍 리우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어딘가에 숨어있던 기자들이 일제히 나타나 그에게 카메라를 들이밀고 셔터와 플래시를 터트렸다.
일부 사람들은 그의 차 안을 뒤졌다.
원래 그는 언론에 나서는 것을 즐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밍 리우는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다.
“찌, 찍지 마! 개새끼들아, 찍지 말라고!”
* * *
[(속보) 1IDB의 키맨, 밍 리우 자택에서 도주 중 체포!] [밍 리우 긴급체포! 1IDB 진실 밝혀지나?] [밍 리우 측 변호인, 보석 신청할 것…….]데이비드는 기사를 보며 말했다.
“밍 리우가 체포되었군요.”
“미국에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아직 인터폴 수배 전인 만큼, 다른 나라로 도망갔다면 체포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홍콩이나 중국으로 갔으면 영원히 체포하지 못했을 테고.
누군가(?) 그의 위치를 언론과 타블로이드 등에 제보한 바람에 저택 주변에는 기자와 파파라치들이 잠복 중이었다.
그리고 이들에 의해 그의 체포 장면은 실시간으로 중개되었다.
그나마 기자들이야 취재 원칙을 지켰지만, 파파라치들은 그딴 거 없었다.
멋대로 카메라를 들이밀고 질문을 던지고, 차 안까지 멋대로 뒤졌다.
이를 막는 과정에서 캐리어가 열렸는데, 그 안에서 달러 뭉치와 금괴가 쏟아져 나왔다.
“옛날 생각이 나네요. 비슷하게 도주하다가 체포된 사람이 있었는데.”
“누굽니까?”
“박태일이라고 있어요.”
프리머스 펀드 사태를 일으킨 사기꾼이자, 내가 처음으로 참교육한 사기꾼이다.
그때부터 나는 사기꾼의 적대자가 된 게 아닐까?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드디어 일을 시작했네요.”
“법무부(DOJ), 금융감독청(DFS), 연방준비제도(FRB)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 그뿐인가?
여기에 더해 홍콩의 증권선물위원회(SFC)와 싱가포르 상무부(CAD)와 법무부(AGC), 영국 금융감독청(FCA) 등도 수사에 나섰다.
무슨 은행 파산 같은 사건도 아니고, 한 개인 때문에 각국 금융당국이 일제히 수사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정도는 돼야 ‘세기의 사기꾼’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옆에서 얘기를 듣던 트리시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나중에 책으로 내도 되겠는데요.”
“그럼요. 다른 사람이 쓰기 전에 꼭 써요.”
실제 1회차 때도 이 이야기는 책으로 나왔다.
대체 이 세상에는 왜 이렇게 황당한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이것들만 잘 엮어도 책 수십 권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데이비드가 말했다.
“말레이시아 선거는 역전될 분위기입니다.”
1IDB 투자금 70억 달러를 개인이 빼돌린 이 사건으로 인해 선거를 앞둔 말레이시아는 발칵 뒤집혔다.
갑작스레 터진 악재에 빈티 라임 총리와 통일말레이당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빈티 라임 총리는 TV토론에서 철저히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정했지만, 그 말을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적당히 뭉개고 넘어갔던 부패 스캔들과 부인의 사치 행각들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당장 여론조사에서 통일말레이당 지지율은 20퍼센트 폭락했고, 베팅사이트에서는 정권교체 확률이 대폭 상승했다.
“지금이야 권력의 힘으로 막고 있지만, 총선에서 패하고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벌어지게 될 거예요.”
난 1회차 때를 떠올렸다.
빈티 라임 총리는 밍 리우에게서 10억 달러를 넘게 받았다는 게 들통났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구속을 피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되려나?
역시나 스캔들은 규모만큼이나 시기가 중요하다.
똑같은 스캔들이라도 시기에 따라 영향은 천차만별인 법이지.
난 다른 선거에도 주목했다.
과연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끼치려나?
* * *
[(WST 단독)밍 리우, 월레스 대통령 선거캠프에 3000만 달러 불법 후원!] [밍 리우, 정부 정책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로비 펼쳐!] [리치먼삭스 재무부와 유착관계 드러나…….] [‘말레이 스캔들’이 미국 대선에 끼칠 영향은?]밍 리우가 공화당과 민주당 1위 후보에게 각각 차명으로 3000만 달러를 후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태의 파장은 이제 미국 대선으로까지 번졌다.
필립스 선거캠프 대변인은 즉각 입장을 발표했다.
“외국인이 미국 대선후보를 후원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저희 캠프는 불법 후원에 대한 제보를 받자마자, 후원금을 전수조사해 이를 적발해냈습니다. 따라서 필립스 후보는 밍 리우에게 단 한 푼도 후원도 받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그러나 월레스 선거캠프 측은 입장 발표를 유보했다.
그 이유는 당연히 3000만 달러를 받았기 때문.
월레스 대통령은 충격에 휩싸였다.
“아니, 대체 불똥이 왜 여기로 튀어!?”
이번 사태는 컨티뉴 캐피탈이 리치먼삭스의 1IDB 채권 발행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를 저격하며 시작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1IDB 채권 부실 문제로 번지더니, 밍 리우라는 놈이 튀어나오고, 말레이시아 총선 결과마저 뒤집힐 분위기였다.
그러더니 그 불길이 이번에는 미국 대선으로 옮겨붙은 것이다!
필립스 선거캠프는 미리 불법 후원금 문제를 정리한 덕분에 불길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월레스 선거캠프는 그렇지 못했다.
‘한미루 그놈이 정보를 준 건가?’
실제로 불법 후원금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둘의 만남 직후였다.
이번 일을 일으킨 게 컨티뉴 캐피탈인 만큼, 당연히 사전에 정보가 오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말도 듣지 못했다.
‘왜 나한테는 말 안 해줬어!?’
필립스 선거캠프에서 불법 후원금을 전수조사할 때만 해도 멍청하다고 비웃었는데…….
그깟 3000만 달러 후원금 때문에 세기의 사기꾼 놈과 엮이게 생겼다.
민주당 측에서는 바로 윌레스의 도덕성을 공격했고, 여기에는 공화당 경쟁자들까지 가세했다.
대책 회의에서 선거 참모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이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대선에서 불리합니다.”
“사과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선거 기간 내내 발목이 잡힐 겁니다.”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리치먼삭스와 이번 사태 관련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월레스 대통령은 헛웃음을 흘렸다.
‘설마 처음부터 이걸 노린 건가?’
상황을 볼 때 컨티뉴 캐피탈은 처음부터 이번 일이 정치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설계한 게 분명했다.
정부를 끌어들여 리치먼삭스를 치다니!
이쯤 되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문제는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가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월레스 대통령은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일은 거대 금융사의 모럴헤저드로 인해 벌어진 최악의 사건입니다. 정부는 리치먼삭스와 관련자들의 불법행위를 조사해 강력하게 처벌하겠습니다!”
* * *
컨티뉴 캐피탈과 리치먼삭스의 대결은 월스트리트 최대의 이슈였다.
모두가 세계 최대 사모펀드와 세계 최대 투자은행 중 누가 이길지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컨티뉴 캐피탈이라 해도 리치먼삭스에 대한 공매도가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15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거대 투자은행이 설립된 지 몇 년 안 된 사모펀드의 공격에 쉽게 무너질 리 있겠는가?
게다가 리치먼삭스는 가버먼삭스라 불릴 정도로 정부와 끈끈한 커넥션이 있다.
실제로 초기에 리치먼삭스의 주가는 오히려 소폭 상승하며, 컨티뉴 캐피탈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밍 리우가 체포되고, 1IDB의 실체가 드러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싱가포르 법무부, 리치먼삭스 아시아본부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 확인! 채권 판매 대금 유용 사실 알고도 묵인!] [홍콩 증권거래위원회 ‘리치먼삭스는 금융 중개인의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행위에 대하 엄단할 것!’]리치먼삭스 불법행위에 대해 국제공조 수사가 시작됐고,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발표했다.
판매 수수료 환수는 물론이고, 1IDB 채권 발행과 관련해 각국에 물어줘야 할 예상 합의금은 최소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판매에 대한 합의금보다 몇 배는 더 큰 액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리치먼삭스 주가는 하루 만에 30퍼센트가 폭락했다.
-리치먼삭스 이렇게 폭락하는 거 태어나서 처음 보는데.
-ㅎㄷㄷ 금융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
-이야! 시총 5천억 달러가 한 방에 날아갔네.
-결국 또 컨티뉴 캐피탈이 맞았네.
-개새끼들! 금융위기 때 사고 쳐놓고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돈 받아먹은 리치먼삭스 출신 재무부 관료들도 전부 처벌해야 한다!
-일단 불법 후원금 받은 월레스 대통령부터 처벌해야 할 듯???
-재빨리 꼬리 자르기에 나섬.
-정부가 나서서 리치먼삭스 자근자근 밟는 중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