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or's Successful Investment Method RAW novel - Chapter 656
656화. 말레이 스캔들 (17)
컨티뉴 캐피탈의 리포트로 촉발된 1IDB 사태는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고위 정치인이나 재벌이라면 모를까…… 일개 개인이 국영 투자회사의 자산 70억 달러를 빼돌린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리치먼삭스의 묵인과 협조가 있었기 때문.
리치먼삭스 전현직 임원 12명은 밍 리우의 요트와 저택에서 여러 차례 접대와 로비를 받았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정부 인사들에게 수천만 달러의 뇌물을 건넸고,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정황이 드러났다.
싱가포르 지사에서 일하던 리키 조 전 부지사장이 이를 주선했고, 그는 그 대가로 밍 리우에게 1500만 달러를 챙겼다.
리치먼삭스는 70억 달러의 채권 발행 대행의 대가로 6억 5천만 달러의 수수료를 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 열 배가 넘는 돈을 벌금으로 물게 생겼다!
로이드 디먼 회장은 보고를 받았다.
“유죄가 나오면 라이선스를 잃거나 영업활동이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자회사가 책임을 지더라도 모회사는 처벌을 피해야 합니다.”
“가능한 합의로 마무리해야 합니다.”
도저히 모른 척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각국 정부와 수사기관이 강력 대응에 나섰고, 주주들의 분노가 치솟은 만큼 뭐라도 해야 했다.
리치먼삭스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그동안 전현직 경영진에게 지급한 급여와 보너스 2억 달러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이 된 이들은 이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로이드 디먼 회장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이놈들이…….”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이 사태를 여기까지 키운 것은 바로 컨티뉴 캐피탈.
그는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한미루가 이번 일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미루는 조지아주로 가서 마크 필립스 후보와 만나고, WST 기자에게 자료를 넘겨주었다.
행적을 보면 기가 막힐 정도다.
‘대체 뭐하는 놈이야?’
비록 타격을 입긴 했지만 회사가 망할 정도의 위기는 아닌 만큼, 주가는 30퍼센트 폭락한 것에 그쳤다.
하지만 그동안 쌓은 이미지를 구기고, 세계 최대 투자은행이라는 타이틀을 JK모건에 내줘야 했다.
15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리치먼삭스가 설립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사모펀드에 의해 패하다니!
이는 그 자체로 굴욕이나 다름없었다.
리치먼삭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1IDB 사건은 리치먼삭스의 감시 시스템의 실패입니다.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 * *
밍 리우의 체포로 인해 말레이시아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고, 미국 정치권 역시 난리가 났다.
그리고 또 하나 충격을 받은 곳이 있으니 바로 할리우드다.
밍 리우는 ‘할리우드의 큰손’이라 불린 남자였다.
그는 이상하리만치 유명세와 유명인에 집착했다.
영화사를 인수하고, 음반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영화 제작에 투자하고, 스타들과 파티를 즐기고, 여배우와 모델들과 염문을 뿌렸다.
‘친구가 됐더니 100만 달러짜리 선물을 받았다’, ‘파티에 참석했을 뿐인데 수고비로 10만 달러를 받았다’ 등의 소문이 퍼지며, 스타들 역시 그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개중에는 노골적으로 선물을 요구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체포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그를 알고 지내던 이들은 깜짝 놀랐다.
“뭐야? 이 자식 사기꾼이었어?”
“어쩐지 돈을 펑펑 쓴다 했는데.”
“크크! 횡령한 돈을 쓴 거였네.”
“참 나. 어이가 없네.”
린스타그램 등에서 그와의 친분을 자랑하던 이들은 일제히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모른 척했다.
마리나 키스.
빅토리아 레이크 모델인 그녀는 밍 리우의 연인이었다.
두 사람은 파티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녀는 항상 더 높은 자리로 올라서기를 꿈꿨다. 그리고 밍 리우는 그렇게 해줄 수 있는 남자였다.
그녀가 먼저 유혹하자 밍 리우는 그녀에게 홀딱 빠졌고, 온갖 선물을 해주었다.
덕분에 원하는 집에 살고, 원하는 차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사귄 지 1년쯤 지나자 서로에게 소홀해졌다. 그래도 연락은 꼬박꼬박했는데, 최근에는 먼저 연락은커녕 답장조차 잘 오지 않았다.
‘또 다른 여자랑 놀고 있는 건가?’
밍 리우가 파티에서 여러 여자를 만나 난잡하게 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모른 척했다.
그녀가 키 작고 통통한 동양인을 만나는 이유는 딱 하나.
바로 돈 때문이다.
그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받았으니, 별 불만은 없었다.
‘슬슬 헤어지는 게 좋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뭐, 뭐야? 밍 리우가 사기꾼이라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하던 그는, 어느새 희대의 사기꾼이 돼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인터넷 언론사와 타블로이드 등은 이 일을 가십거리로 다뤘고, 그녀는 밍 리우의 연인이라는 사실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비록 이미지가 조금 망가지긴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와 사귄 덕분에 평생 벌어도 만져보지 못할 엄청난 선물들을 받을 수 있었다.
그중 최고의 선물은 총 16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목걸이, 귀걸이, 팔찌 세트.
헤어졌어도 이 선물들은 남으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그런데…….
며칠 후,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그녀를 찾아왔다.
“밍 리우 씨는 현재 1IDB 자산을 횡령한 죄로 기소되어 있습니다. 알고 계신가요?”
“네. 기사 봤어요.”
그런데 그들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밍 리우 씨는 유죄 인정과는 별개로 법무부의 자산 환수 조치에 합의했습니다. 따라서 그가 선물로 준 것들 역시 전부 환수 대상에 포함됩니다.”
“네?”
“교제 기간 동안 밍 리우 씨에게 각종 선물을 받았다는 증언과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중 1000만 달러짜리 보석 세트도 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그. 그건 왜 물으시죠?”
“저희가 가져가야 하니까요.”
그 말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뭐라구요? 어째서요!?”
“선물을 산 돈이 1IDB의 자산이니까요. 그 선물은 일종의 장물인 셈이니, 사소한 것 하나까지 환수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일단 집에 있는 것부터 전부 가져오시겠습니까?”
“…….”
이는 밍 리우와 알고 지냈던 다른 스타들 역시 마찬가지.
리안 키리시는 결혼 선물로 받은 35만 달러짜리 페라리를 반납했고, 에셔는 바스키아 그림을 반납해야 했다.
좋은 가십거리인 만큼 인터넷 매거진과 타블로이드지는 밍 리우에게 선물을 받은 사람들의 명단과 함께, 언제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를 자세히 보도했다.
-돈을 물 쓰듯이 쓴다는 게 어떤 건지를 제대로 보여줬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니!
-ㅅㅂ 부럽다ㅜㅜ
-평생 감옥에서 썩어도 후회는 없을 듯.
-마리나 키스는 밍 리우에게 받은 선물 다 뺏김. 집도 차도 몽땅 뺏김. ㅎㅎ
-그렇게 린스타에 자랑해 대더니 꼴좋네~.
-ㅋㅋㅋ 에셔는 처음에 앤디 워홀 그림 선물해주자, 바스키아 그림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는데?
-돈도 많은 인간들이 선물 받아내려고 온갖 아양을 다 떨었네~
-레온 라클레어는 진작 선물 다 돌려줬다는데.
-계속된 선물 공세에 이상함과 부담감을 느꼈다고.
-이야! 역시 레온 라클레어! 다른 놈들과는 완전 다름!
-화이팅, 레온 라클레어! 브라보! 멋지다!
그동안 밍 리우에게 선물을 받았던 이들은 받은 것들을 전부 반납해야 했다.
그걸로 모자라 줄줄이 수사기관에 불려 가서 언제 어떤 선물을 왜 받았는지를 일일이 해명해야 했다.
밍 리우와 가장 친분이 깊고, 그에게서 가장 많은 선물을 받은 사람은 바로 레온 라클레어.
하지만 정작 레온은 이번 일을 피해 갈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선물을 전부 돌려줬기 때문.
밍 리우가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은 만큼, 그 선물은 보안이 철저한 임대창고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레온은 한미루를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사를 받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신세가 됐을 것이다.
‘한미루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 * *
[(WST 단독) 말레이 스캔들이 불러온 60년 만의 정권 교체!](전략)
밍 리우는 자산에 대한 권리 일체를 포기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에 법무부는 그의 재산을 추적하고 환수에 나섰다.
베버리힐즈의 대저택, 뉴욕의 펜트하우스, 플로리다의 별장, 제트기와 요트 등, 환수되는 자산 금액만 해도 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략)
이번 스캔들이 알려지자 그동안 빈부격차, 부정부패, 인플레이션, 실업 등에 시달리던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이는 총선에서 표심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는 60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선거 직후, 말레이시아 검찰은 빈티 라임 전 총리와 그의 친인척, 측근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밍 리우의 증언에 따르면 빈티 전 라임 총리는 차명 계좌를 통해 10억 달러를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그의 저택에서는 고가의 그림, 금괴, 명품 등이 쏟아져나왔다.
이에 대해 빈티 라임 전 총리는 ‘멋대로 보내주는 바람에 돌려줄 방법을 찾지 못했고,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그는 횡령, 배임, 자금세탁, 반부패법 위반 등 수십 건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또한 밍 리우는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월레스 선거캠프와 필립스 선거캠프에서 차명으로 3,000만 달러씩을 후원했다.
외국인이 미국 정치인을 후원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필립스 선거캠프는 이러한 불법 후원을 전수조사해 선관위에 신고했지만, 월레스 선거캠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월레스 선거캠프 측은 급하게 3,000만 달러를 수사당국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 * *
말레이시아 총선은 물론이고, 미국 대선에까지 영향을 끼친 엄청난 사건이다 보니, 한국 언론들 역시 주목하며 보도했다.
이동호는 민아름과 성윤아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말레이 스캔들 파장이 엄청나네.”
민아름이 말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정권 교체로 말레이시아가 혼란스러운 모양이에요.”
기업들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정권 교체는 곧 경제 정책 변화를 의미한다.
게다가 전 정부에 대한 부정부패 조사가 이뤄지는 바람에 몇몇 기업들은 뇌물을 준 사실이 들통났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전략을 새로 짜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투자한 기업 중 하나인 유성그룹은 마치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는 듯이 차분하게 대처했다.
성윤아가 말했다.
“아마 미루 씨가 미리 언질을 줬겠죠.”
이동호는 아까부터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왜 그래요?”
민아름의 물음에 이동호가 입을 열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어서.”
성윤아가 물었다.
“뭔데요?”
“이번 일 있기 직전에 미루가 YAG엔터 주식을 전부 팔라고 했거든.”
단기간에 급하게 파느라 주가가 10퍼센트가량 떨어졌을 정도다.
“그래서요?”
“그게 이번 일과 무슨 상관이 있나 해서.”
“음…….”
대체 한국의 엔터 회사가 이번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이 의문은 식사가 끝날 때쯤 풀렸다.
민아름은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아! 방금 YAG엔터 기사가 떴는데…….”
기사를 본 이동호는 입을 쩍 벌렸다.
“아니,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