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as a New Employee RAW novel - Chapter (75)
전생했더니 신입사원-75화(75/270)
75. 드디어 기다리던 일이
그때 성대산이 나섰다.
“그건 나도 좀 궁금하군. 지영호 팀장, 자네의 성과에 대해서 말해 보게.”
“네, 저 녀석이 얘기한 것처럼 저는 최연소 부장이 됐다는 것만 봐도 되겠지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죠. 제약사업부가 처음 생겼을 때 약국 영업을 전담할 부서를 만들고 전국 1,000개 약국에 대한 총판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제약사업부의 유통 네트워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랬던가?”
“네, 맞습니다.”
지영호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오창석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회장님의 언론 인터뷰만 보아도 반박이 가능합니다. 회장님은 인터뷰에서 제약사업부 유통과 관련해 언급한 인물이 단 한 명뿐입니다. 최봉식 상무님이죠. 지금 지영호 팀장님이 말씀하신 성과는 모두 최봉식 상무님 주도하에 이루어진 겁니다.”
“…….”
성대산은 소리 죽여 웃고는 입을 열었다.
“그랬지. 최봉식 상무가 대단한 게 업계에 대해 알지도 못했지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여서 성공시켰잖아.”
“저도 노력했습니다!”
지영호는 발끈했지만, 성대산은 고개를 저었다. 지영호는 씩씩대더니 계속했다.
“저는 제약사업부의 기술 개발에서도 공헌했습니다. 인재들을 영입했습니다.”
“그건 회장님의 처가에서 해결한 것으로 압니다.”
오창석이 끼어들었다. 처가의 핵심인물인 성대산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래도 자네는 신입사원보다 지식이 부족하군. 자네의 성과가 무엇이 있었는지는 자네에게 물어볼 것이 아니라 저 오창석 사원에게 물어봐야겠어. 오창석 사원, 여기 있는 지영호 팀장의 성과는 무엇인가?”
“…….”
오창석은 잠시 망설였다. 자신의 후배 지영호를 지켜보았다. 지영호는 복잡한 감정이 뒤엉킨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억울함, 분노, 질투가 뒤섞인 표정.
오창석은 기억을 더듬었다.
‘성실했어.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는 능력은 없지만, 시키는 일은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만족할 줄을 몰랐다. 감사할 줄도 몰랐다. 분명 능력에 비해 대우해 주었지만, 횡령을 저지르다니. 그것도 두 번이나 시도했다.
어설프게 용서해 주었다가 벌어진 잘못. 오창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장님 인터뷰에 따르면 지영호 팀장님은 언급됩니다. 예뻐했던 후배라고 여러 번 나옵니다.”
“예뻐했던 후배……? 예뻐했던?”
지영호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다. 성대산은 지영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최연소 부장이 되려면 예뻐했던 후배겠지. 왜 은혜를 배신으로 갚았나.”
지영호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합니다…….”
지영호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오창석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음은 안타까웠지만, 이미 너무나 늦어 버렸다. 예뻐하는 마음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성대산은 지영호와 오창석을 상반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제 가지.”
* * *
김병호는 일하던 도중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러고는 침묵이 이어졌다. 오창석은 바로 옆에 앉은 동기의 침묵을 느끼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김병호는 “여보세요?” 하는 표정 그대로 굳어 있었다. 못된 마법사에 의해 돌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한참 만에 김병호는 말을 이어 갔다.
“정말이죠?”
그러고는 표정이 밝아졌다. 전화를 끊더니 벌떡 일어섰다. 오창석도 따라 일어서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설마?”
“네, 드디어!”
김병호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장수영과 하민수가 목을 빼면서 김병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지?’
의문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김병호는 평소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밝아진 목소리로 “드디어!”라고 외친다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다는 신호. 좋은 일이라고 한다면 하나뿐이지 않은가.
“뭐야, 세금 환급된 거예요?”
장수영이 김병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김병호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외쳤다.
“네! 방금 아버지한테 전화 왔는데, 됐으니까 제가 직접 팀에 알리라고 합니다.”
“하하항! 드디어 됐네!”
“오오오!”
회계팀은 한데 모여 어깨동무를 하고 소리 질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만들어 낸 자금이 3억 3천만 원. 김지령에게 지급될 수수료 3천 300만 원을 제외하더라도 2억 9,700만 원이었다.
회계팀의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래?”
“뭐야?”
주변 부서의 사람들은 이쪽을 바라보았다. 다른 부서의 팀장들은 장수영에게 다가왔다. 장수영은 전입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여러 팀장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하항. 우리 직원들이 열심히 해서 세금 환급을 3억이나 받았습니다.”
“아, 진짜?!”
회계와 세무에 대한 지식이 있는 팀장들은 눈을 크게 떴다. 세금을 돌려받는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아는 축은 진심으로 장수영을 축하했다.
‘부럽네. 이건 대박이잖아.’
속으로는 질투 어린 생각을 품었지만 말이다. 질투할 수밖에 없었다. 5대 성인이 와도 부러워할 팀장이 바로 장수영. 일에 미쳐 버린 팀원들을 응원하기만 하면 되지 않는가.
‘젠장, 나는 왜 저런 팀원들이 없지.’
팀장들은 장수영에게서 시선을 돌려 오창석을 비롯한 팀원들을 돌아보았다. 당연한 소리지만, 부러움 섞인 시선을 던지는 것은 팀장급들만이 아니었다. 일반 직원들도 마찬가지.
‘저 팀은 분위기가 좋아.’
‘부럽네.’
일은 많아도 분위기만큼은 화목한 회계팀 아닌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팀장. 팀원들을 끊임없이 응원하는 팀장 장수영이 좋았다. 할 일만 똑바로 해 주면 오전에 회사를 떠나 볼일을 봐도 괜찮으니 얼마나 부러운가.
“아, 내 정신 좀 봐. 대표님께 보고 좀 빨리하고 올게요. 하항.”
장수영은 기쁜 마음에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다가 말했다. 하민수가 말을 받았다.
“어서 다녀오십시오.”
그러면서 양손을 마주 대고 비볐다. 한국인이라면 대강 아는 손짓. 뭔가를 구걸하거나 혜택을 바랄 때 사용하는 것이었다.
장수영은 그런 하민수를 보더니 계속했다.
“그래요. 제가 회식비라도 거하게 받아오겠습니다. 기대하시길!”
“오오!”
오창석과 김병호가 격하게 반응했다. 장수영은 서커스의 진행자처럼 두 팔을 펼치며 인사한 다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김병호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 느낌은…….’
한 조직에 속해서 성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 그간 의견서를 받아오고, 결산에 참여해서 업무를 수행하긴 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온 것은 최초였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이 이런 때에 사용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고개를 들자 오창석과 하민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과 말없이 눈만 마주쳤지만,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다들 잘했어. 특히 너희 둘이 공이 커.”
하민수는 고마움을 표했다. 오창석과 김병호는 멋쩍게 웃었다. 그러고는 다들 환희의 여운을 느꼈다. 모두 자리에 앉았지만, 마우스를 손에 쥐지 않았다. 요리를 마친 팬에 잔열이 남는 것처럼 잠시 남겨진 기분을 즐기는 것이었다.
잠시 후, 하민수가 어떤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오창석에게 다가왔다.
“혹시 이 멜로디 뭔지 알아? 머릿속에서 나가질 않네.”
익숙하면서도 낯선 멜로디. 오창석은 귀를 기울이다가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그거 팀장님이 계속 흥얼거리는 거잖아요.”
“아, 그렇구나. 이게 무슨 노래야?”
하민수의 질문. 김병호도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창석이 대답했다.
“악어 떼예요. 팀장님이 애를 혼자 보시니까 동요를 오죽 많이 듣겠어요.”
“아…….”
하민수는 탄성을 뱉더니 웃었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감정으로 말했다.
“팀장님께 잘해 드리자. 오죽하면 이 기쁜 순간에 악어 떼를 흥얼거리시겠냐.”
“당연히 잘해야죠.”
오창석도 따라 웃으며 대답했다.
“보고 마치고 왔어요.”
그때 장수영이 다시 사무실에 등장했다. 그는 말없이 무언가를 보여 주었다. 법인카드였다. 그러고는 짧게 한마디를 꺼냈다.
“무제한.”
“오오오!”
회계팀은 다시 모여서 환호성을 질렀다.
* * *
5시 30분. 장수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다들 이제 일어납시다.”
“아직 6시가…….”
하민수가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망설였다. 오창석과 김병호도 하민수의 반응을 보고 일어서다 말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장수영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대표님께서 좀 일찍 나가서 먹으라고 하셨어요. 제가 애 보러 가야 되는 걸 아셔서 그러신 거죠. 내 마음 알아주는 건 역시 대표님뿐이네요. 팀원들은 역시 팀장 마음을 몰라 줘서…….”
“저는 벌써 코트 입었습니다.”
오창석이 코트를 펄럭이며 대답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하민수도 나섰다.
“사실 저는 컴퓨터 끄는 중이었습니다.”
“하하항. 좋습니다. 가시죠. 내가 예약도 다 해 놨으니까.”
장수영이 앞장서고 팀원들은 뒤를 따랐다. 네 사람이 우르르 사무실을 나서자 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모두의 눈에 부러움이 차 있었다.
* * *
장수영은 소고기를 씹어 삼킨 다음 말했다.
“아무튼 하던 얘기를 마저 하자면…… 우리 애는 유튜브 영상 보고 싶으면 나한테 ‘아구’라고 한단 말이에요.”
“아구가 뭐예요?”
오창석이 물었다. 진심으로 궁금했다.
“아구가 이게 악어를 뜻하는 거죠. 여러분은 애를 키운 적이 없을 테니…… 애기니까 발음이 잘 안 되거든요.”
“하하. 그렇죠.”
일동은 웃었다. 오창석의 웃음은 조금 달랐다. 아기를 이미 키워서 성인까지 만든 입장이니 다른 의미의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애가 악어 떼 그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내가 악어 떼 영상을 유튜브로 보여 줬거든요. 그때마다 악어 떼라고 설명해 줬더니 유튜브에서 나오는 영상을 악어 떼라고 알게 됐나 봐요. 그래서 요즘은 다른 동요 영상을 보고 싶을 때도 아구라고 하는 거죠.”
오창석은 큰 소리로 웃었다. 아기를 키워 본 입장에서 너무나 공감되었다. 저런 모습이 귀여워서 키울 때 맛이 나는 것이었다.
하민수가 중얼거렸다.
“하, 저도 이런 얘기 들으면 빨리 결혼해서 애기 갖고 싶은데.”
“빨리하세요.”
장수영이 거들었다. 그러자 직원들은 일순 조용해졌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장수영의 처지를 번뜩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항. 물론 제 처지가 안 좋게 됐죠.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전 다시 태어나도 같은 사람과 결혼해서 지금의 딸아이를 만날 겁니다.”
“…….”
“사실 이번 세금 환급 건…… 처음에 반대해서 미안합니다만, 그 이유는 다들 아시죠? 아기를 안정적으로 키우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제가 변명했잖아요. 그만큼 제 인생을 아이를 위해 다 바친 거예요.”
“그 기분은 어떤 겁니까?”
하민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주 좋아요. 기꺼이 하게 됩니다. 아기를 구하고 대신 죽은 부모의 이야기를 가끔 듣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아이를 가져 보면 알 겁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일을 계기로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겁니까?”
이번엔 오창석이 물었다.
“이제 제 아이를 변명 거리로 만들지 않겠다는 겁니다. 부끄러웠어요. 열심히 일하는 여러분에게 부끄러웠고, 책임을 피하는 데에 급급했던 제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여러분 같은 팀원이 있다면 책임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모두가 동시에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오창석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좋은 사람이네.’
장수영의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아, 물론.”
장수영은 한마디 덧붙였다.
“여러분이 팀원일 때 얘기지. 다른 팀 가면 또 마음이 바뀔지도 몰라요. 하항.”
특유의 콧소리가 섞인 웃음소리가 불판 위로 떨어졌다. 모두가 따라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