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100)
사쓰에이 전쟁(2)
신정부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강화 도령을 데려와 조선 국왕으로써의 즉위식을 치렀다. 그러나 이는 아우렐리아의 군주가 아닌, 타국 군주로써의 즉위식이었으며 어떠한 실권도 없었다.
현재 국가의 경제나 인구 규모로는 과도한 수준이나 다름없는 40개 연대 병력을 추가로 징집해 훈련시키고, 군비를 벌어다 줄 공예품들의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비용을 투자하고, 토지개혁과 신분제 폐지를 추진하고.
밀려 있던 개혁안들이 한번에 터져나오면서 혼란이 극심했지만, 아무튼 전주 이씨가 왕위에 오르자 순식간에 상당한 수의 명분이 사라졌다. 그게 설령 정부의 꼭두각시라고 해도, 조선 왕정 복고를 주장하던 지역 향반들은 이거 하나만으로도 명분을 완전히 상실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토지개혁, 그리고 신분제 폐지를 약속하자 노비 계층과 소작농들, 유랑민과 빈민은 즉각 정권의 친위세력으로 자리잡아갔다.
지주 계층을 반쯤 적으로 돌려놓기는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게다가 영국군이 등 뒤에 있는데 지주 계층이 들고일어나 봐야 깨질 수밖에 없었다.
복잡한 정치적 셈법 따위는 필요 없었다.
오로지 힘, 도저히 대항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힘으로 밀어붙이면 잡음이 일어날지언정 문자 그대로 속전속결로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신정부는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토지개혁이나 노비해방, 신분제 폐지가 실행되기까지는 몇 년은 더 기다려야겠지만, 아무튼 간에 첫 삽을 떴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4만 명, 극동에서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쥐어짜면 1만 명.”
총 5만 명으로 사쓰마를 정벌하고 에도까지 진격해야 한다.
물론……
‘전술은 내 알 바 아니지.’
여기저기서 병력을 쥐어짜서 모아줬으면 그 다음 정도는 니들이 알아서 해야 하지 않겠냐.
그러나, 문제가 더 생겼다.
“뭐라고 했나?”
“죄송합니다. 세포이들을 지원해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유가 뭐지?”
“…………”
“이유가 뭐냐고 물었네.”
“동인도 회사령 인도에서 세포이들이 대대적인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
세포이 항쟁? 그게 벌써 일어날 일인가?
“그래서 지상병력 대부분을 인도로 돌려야 할 상황입니다. 회장님이 진심으로 사과를……”
“제기랄.”
나는 혀를 찼다.
이래서야 조선군 4만만 가지고 일본을 침공해야 할 판인데……
“없는 건 어쩔 수 없지.”
조선군까지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 게 다행인가.
“대신 보급은 잘 부탁하겠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야.”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금 막부 놈들도 나만큼이나 고생하고 있을 거라는 거다.
***
나가사키, 일본.
“덴노 헤이카 반자이이이!”
몇십 년 뒤에 울려야 할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연합군의 일제사격이 쏟아졌다.
사실 덴노 헤이카 반자이는 직역하자면 천황 폐하 만세라는 의미.
그리고 모든 외국인을 쳐죽이라는 명령은 천황에 의해 포고된 바였다.
따라서 천황 폐하 만세라고 외치면서 사무라이들이 일본도를 들고 달려드는 것 자체는 이상할 건 없었다.
물론, 그들의 운명도 수십 년 뒤와 그리 다르지는 않았다.
“크악!”
“뒈져! 이 원숭이 자식들!”
사무라이 하나가 프랑스 군인에게 칼을 휘둘렀지만, 그 군인은 총몸으로 상대의 일격을 막아냈다.
아무리 일본도가 날카롭다고 한들 금속과 단단한 나무로 만들어진 소총을 일도양단할 능력은 없었을 뿐 아니라, 에도 시대의 일본도는 너무 오랜 기간 이어진 평화와 성 내에서 칼을 뽑으면 이유불문 할복이라는 법률이 유지되어 온 점 등으로 인해 실전성은 전부 날려먹은 지 오래였다. 고급 일본도의 필수인 하몬이나 모양새는 오히려 칼날의 강도를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었고, 이름 있는 일본도인 마사무네조차도 실전에 쓰려면 일격에 휘어지고는 하는 판. 되려 멋지게 보이겠다고 혈조를 판 검은 바닥에 떨어트리면 휘어져버려서 칼집에 안 들어갈 정도니 대부분의 일본도의 실전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수십 년 뒤의 태평양 전쟁 중 일본군 내의 평가에서조차 차라리 판스프링을 재활용해 만든 칼이나 공장에서 싸게 찍어낸 군도가 전통 방식 일본도, 무라마사나 마사무네보다 몇 수는 위라면서 명도가 아니라 잡칼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니 에도 시대의 황혼에 접한 이 시대의 일본도 성능은 뻔했다.
일단 총으로 칼을 막은 병사는 그대로 상대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남자라면 모를 리가 없는 충격에 휘청거리는 상대의 가슴에 총검을 찔러버린 병사는 곧장 총검을 휘두르면서 다른 이에게 달려갔다.
일본인들의 덩치는 매우 작다.
근본적으로 영양보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육식 금령은 아직 해제되지 않았고, 설령 개항 직후에 해제되었다고 해도 이미 줄어든 평균신장과 체중을 복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터.
그리고 이중제국과 영국, 네덜란드의 군인들은 아무리 못 먹었다고 해도 일본의 사무라이보다는 단백질을 보충할 기회가 많았고, 평균 신장과 체중 면에서도 압도적이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체중과 신장의 격차는 체력, 근접전 능력 등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한 쪽이 칼을 들고 다른 쪽이 맨손이라면 모를까. 한 쪽은 일본도를 들고 다른 쪽은 총검을 든 싸움이다.
체력이든 근력이든 우위에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적이 너무 많습니다!”
“방독면 써! 가스탄이 낙하한다!”
그리고 정 적이 너무 많다면 독가스를 사용한다는 대안이 있었다.
병사들이 정화통 역할을 하는 부리가 달린 가면을 착용하자마자 염소 가스가 사방에 뿌려지기 시작했다.
독가스에 대한 대응방법이 전혀 없던 사무라이들은 방법이 없었다. 그저 몰살당할 수밖에.
***
“나가사키의 민간인 대피는 상당히 순조롭습니다. 다만……”
소규모 거류지나 아예 거류지 밖에서 살던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었다. 그런 이들은 대피하기도 전에 살해당하고는 했다.
그래도 나가사키에서의 대량학살만큼은 막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상군 투입은 영국군 지휘관들에게 맡기겠네.”
어차피 내가 전술적인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조연은 출산이 임박한 탓에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틀어박혔고, 조이는 영국 본토에 있다.
“알겠습니다.”
“우선 대마도부터 점령하게, 전쟁이 끝나면 대마도는 아우렐리아령이 될 테니 참고하고. 나가사키에 상륙해서 해상과 지상을 통해 사쓰마를 칠 거네.”
사쓰마는 이미 작정을 하고 해안포대를 증축하고 병력을 준비해뒀다.
상대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데에 굳이 들이박아줄 이유가 있겠나?
“사쓰마를 징벌하고, 그대로 에도로 진격한다.”
선이 죽죽 그어졌다.
“진격 거리가 제법 길군요.”
“무리인가? 해군 지원을 받아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만…… 그……..”
“계속 말해보게.”
“아우렐리아군의 숙련도가 우려됩니다.”
“하긴, 레드코트에 비해서는 저들의 숙련도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에도에 해상으로 공격하는 건 막대한 피해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네, 철갑함이라도 동원할 수 있었다면 동의했을지도 모르겠네만, 철갑함은커녕 투폭함도 없는데 에도에 상륙하는 건 너무 위험 부담이 크게 보이는군.”
나가사키에서 출발, 좀비가 유명한 사가로 진격한 뒤 그대로 남하해서 사쓰마를 밟아버린 다음 간몬 해협으로 북상해서 점령.
간몬 해협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대기하면서 보급이든 병력 충원이든 하면서 공세를 준비한 뒤 해협을 건너서 시모노세키로 진격, 일본 서쪽 해안선을 따라 이와미와 이즈모(=시마네현)으로 진격한 뒤 교토에 도달. 오사카로 이동한 뒤 오사카에서 나고야로, 나고야에서 이번엔 동쪽 해안선을 따라서 에도까지 진격한다.
물론 반드시 일어날 일은 아니다. 만약 에도의 방위태세가 약화되거나 하면 그대로 찔려넣을 생각이다.
장기간 행군과 잦은 전투가 예상됨에도 이런 식으로 진격하기로 결정한 것은 해안포 때문이었다.
“에도 막부는 물론이고 각 번들이 보유한 해안포도 무시할 수준은 못 된다. 해안포 1문은 동급의 함포 3문으로 간주해야 하는 법이니까. 우리가 무기를 너무 많이 팔아먹었어.”
즉 승리를 확신하지 않는 한 상륙작전을 펴기가 어려운 환경, 이미 보유한 나가사키라는 교두보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철갑함만 있어도 눈 딱 감고 속전속결을 시도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철갑함들은 전부 유럽 대륙에 있고, 달라고 해서 내줄 가능성도 낮다.
막말로 아직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주요 전략자산을 본국 방위는 내팽개치고 해외로 내보냈다가 전쟁이라도 나면 어쩌라고?
“그러니까 상륙 작전은 어렵다. 저놈들도 눈이 없는 게 아니니까 가지고 있는 대포는 전부 상륙이 용이한 지역 인근에 배치했을 거야. 나가사키 교두보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보급선이 늘어지는 문제는 지상전을 통해 항구를 점령하는 수밖에 없다.”
독가스의 가호가 함께하는 한 우리가 육상전에서 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령 비나 바람 등 기상 문제로 인해 독가스를 사용하기 어렵다고 해도 기본적인 화력 자체가 심각하게 차이나고.
“시민들은 일본에 대한 징벌을 원한다. 그리고 내각 역시 마찬가지, 내각은 시민들이 만족할 만큼의 대가를 일본에서 우려내기를 원한다.”
물론 사건에 부채질을 한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도 군대를 파견하기로 했지만, 그다지 신뢰하기는 어렵다. 수만 대군을 파견할 여력 따위 없다는 거 뻔히 아는데 뭐. 끽해야 수백, 많다면 수천 정도에 불과할 거다.
‘한두 개 연대나 보내면 다행이겠지……’
프랑스는 여전히 경제 상태가 영 좋지 않고 네덜란드는 소국이다.
거기에 유럽 국가들이 죄다 메인 디쉬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 신경을 쓰면 쓰지 한국이나 일본은 완전히 안중에 없으니 더욱 그렇다. 그나마 신경을 쓰는 나라가 있다면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교류가 길었던 네덜란드 정도일까.
그나마도 영국은 이번 사건 한정으로-살해당한 사람이 영국 상인과 그 가족들이니까-신경쓰는 수준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만한 나라라면 프랑스와 네덜란드밖에 없다.
네덜란드는 일본을 통으로 식민지할 능력이 없으니 일본은 프랑스의 손에 떨어질 터.
‘그렇다고 남 좋은 일을 해줄 수는 없지.’
나는 편지를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아무리 프로이센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프랑스에 가급적 협조해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들, 견제구 한 방 정도는 남겨놓는 게 확실하니까.
있는 수단을 안 써먹기도 서운하잖나?
런던에 있을 벤자민 디즈레일리 장관에게>
내 손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다양한 구상들을 빠르게 적어내리고 있었다.
일본 제국이 일어날 가능성은 내 손으로 완전히 거세된다.
그리고, 그 배신자들이 우리의 등에 칼을 찌를 운명 역시 봉쇄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