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101)
사쓰에이 전쟁(3)
-콰앙!
야포들의 일제사격이 언덕과 그 인근에 떨어져 초토화시켰다.
“몇몇은 알렉산더를, 또 몇몇은 헤라클레스를 들먹이네.”
“또는 헥토르나 리산드로스를, 아니면 다른 위대한 이름들을 말하겠지.”
“하지만 세상의 그 어떤 용감한 영웅들도 비교할 수 없다네. 열, 열, 열, 열 맞춰 행진하는 영국 척탄병들과.”
척탄병 행진곡을 부르면서 병사들이 전진한다.
-타타타타탕!
열을 맞춘 병사들이 일제히 총격을 가했다.
곧장 반격을 위해 총격을 가해오는 이들이 있었으나, 그 탄환의 수는 너무 적었고 태반이 사거리 부족으로 병사들에게 닿지도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공사님, 무난하게 이길 것 같습니다만……..”
“저놈들이 끼에엑거리는 게 병신같아도 총에 맞거나 칼에 찔리면 죽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쪽에서 포성이 울렸다.
크기가 작은……. 어께에 짊어지고 다니면 될 법한 물건이 서양식 포가에 걸쳐진 채 포탄을 쏘아대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구닥다리 총통-임진왜란 때 노획해 온 건가 진지하게 의심되는-까지 몇 문 보였다.
물론 그게 포병대가 위치한 데까지 날아올 리가 없고, 극소수 있는 유럽제 화포와 유럽제 총기가 진짜 위협이었다.
문제는 그 수가 극히 적고, 나머지는 다 칼 들고 덤비는 수준인데….
“그래도 평민들도 와키자시 정도는 갖고 다녀서 죽창 들고 나오는 수준은 아닌 게 다행인가.”
솔직히 죽창 들고 나오면…… 그건 너무 비참하잖아.
물론 전쟁 전술 같은 건 다 잊어먹었는지 닥돌 외에는 전술이 없는 수준이었지만 어쩌겠는가. 평화가 너무 오래 된 탓인데.
“막부가 조슈 번 토벌전 당시 교훈을 아무것도 못 얻은 모양이군.”
“한심스러운 일입니다.”
“우리에게는 좋은 일이지, 병력을 추가로 투입해, 적 병력을 아예 여기서 섬멸해버리면 큐슈 내에서의 군사적 행동의 자유를 부여할 수 있겠지.”
막말로 적이 많은 것과 적은 것, 둘 중 어느 게 더 전략전술의 자유도가 높냐고 하면 당연히 후자다.
“다만 여기 있는 게 적들의 전체 병력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쉽군, 정찰 정보라도 좀 있으면 좋을 텐데.”
내 말이 끝나기도 천에 연속적인 총성이 울려퍼졌다.
볼리 건들이 한 군데 몰려 있는 적들을 향해 일제히 불을 뿜어 댔고, 무자비하게 달려들던 사무라이들이 도륙되었다.
나는 안쓰러운 시선으로 그들을 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격 중지 명령을 내린다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동정은 할 수 있었다.
‘차라리 빡세게 개혁을 했다면.’
시간은 많았다. 이미 유럽 혁명과 아편전쟁 등으로 유럽 국가들은 동아시아에 신경 쓸 여력이 많지 않았고, 이번 원정도 상인들이 분노에 미쳐날뛰고 영사가 그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일만 아니었더라면, 내가 현지에 있기라도 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러나 조슈 번의 반란을 진압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막부는 개혁을 하기보다는 그저 안주를 택했다.
물론 이곳의 병사들은 막부 직속군은 아닐 거다. 각 번들의 군대겠지. 당장 막부 직속군이라면 적어도 저 정도로 지리멸렬할 수는 없다.
“……. 저건 뭐냐? 당세구족?”
망원경으로 적진을 쓱 훑어보던 나는 지휘관급 사무라이로 보이는 인물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복장을 하고 나온 것이다.
“뭔 임진왜란이여?”
졸병들이 조총에다 창, 칼까지 쓰니까 저놈들이 진가사만 쓰고 있으면 딱 임진왜란 스타일이겠는데 말이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장교 한 명을 불렀다.
“저기다가 포 몇 방만 쏘도록, 적 지휘관이 저 지점에 있다.”
“예, 알겠습니다!”
저들은 조선군을 상대해야 하지만, 선조 시기의 평화에 찌들어 있던 조선군이 아니다.
아우렐리아 의회 직속군이라는 이름을 받기도 전부터 러시아, 영국, 프로이센의 군사고문단에 의해 양성되고, 동시대의 어떤 유럽 군대와 비교해도 무장 면에서 부족하지 않으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럽식 편제를 갖줬을 뿐 아니라 청에서, 그리고 조선 내 반군을 제압하면서 숱하게 실전을 겪은 정예군이다.
물론 이들도 무기를 사들일 기회 자체는 있었다.
다만 그들의 손으로 들어온 무기가 많지 않았을 뿐이다.
원래 그들에게 무기를 팔아줬을 상인들은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조선으로 갔다. 게다가 유럽에서 이어진 전쟁 역시 막대한 무기의 수요를 촉진했다.
상인들이 굳이 일본까지 와서 무기를 팔 동기가 줄어들었고, 무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막부와 각 번이 손에 넣은 유럽식 무기의 수는 원 역사에 비해서는 문자 그대로 한 줌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 무기가 여기 다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병력 전체가 유럽식으로 중무장한 이들과의 전투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타타타타타탕!
영국제 엔필드 라이플의 일제사격에 또 다시 피보라가 몰아쳤다.
페이퍼 카트리지를 꺼내 종이 부분을 총알과 함께 뜯어내고, 화약을 총에 붓고, 총알을 장전하고, 꼬질대로 쑤신 뒤 퍼거션 캡으로 발포한다.
“기병대가 돌격하는군.”
레버액션 소총으로 무장한 조선군이 달려나간다.
미국제 헌트 레버액션 소총-덤으로 세계 최초의 레버액션 소총이기도 하다-을 세계 최초로 구입해 세계 최초로 레버액션 소총을 채용한 국가가 된 아우렐리아군의 기병대는 여기에서 그 첫 실전경험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 형태는 탄피도 없이 일종의 로켓에 가까운 탄환을 쏘는 등 미래인 기준으로는 심히 괴상하기는 했지만, 12발이나 장전되는 소총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병대가 운용할 가치는 차고 넘쳤다.
물론 단발 화력이 영 아닌 탓에 보병들의 주무장으로 채용될 수는 없었지만, 레버액션 소총으로 무장한 기병들은 이미 전열이 무너진 적들을 향해 마상사격을 가하면서 압박하고 있었다.
“이겼군.”
“화약과 탄환만 엄청나게 썼지 별로 이긴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전투 내내 일방적으로 싸웠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일개 지방정부의 군대, 사쓰마 번의 군대라는 걸 잊지 말게, 막부의 주력군은 전혀 다를 거야.”
적어도 이놈들보다는 서양식 무기를 더 많이 가졌을 거고, 갑옷은 입고 오려나 벗고 오려나? 아무튼 간에 규율도 저들보다는 철저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간에 조슈 번을 상대로 승리한 놈들이니 뭐라도 주워먹었겠지.
설마 아무것도 없으려고.
***
에도, 막부.
“이에사다 님은…….?”
“글렀소.”
“………”
감히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이에모치 님께 양위라도 하시지.’
이런 국난의 위기에 정신병자가 건강하기까지 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물론 이에모치는 어리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신병에 걸린 인간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상황부터 알려주시오.”
“사쓰마 번의 군대가 궤멸했소, 그 멍청이들은 자기 번의 해안만 지키고 있다가 나가사키 주변의 군대가 허무하게 무너져버리자 꼬랑지에 불이 붙었지.”
100여 문에 달하는 해안포, 심지어 증기선까지 여러 척 구매해두었던 사쓰만 번이지만 적이 바다가 아니라 육지로 온다면 이 무기들은 전부 고철이다.
해안포를 방향을 돌려서 지상으로 쏠 수는 있겠지만 증기선은 문자 그대로 잉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해안포를 어거지로 내륙으로 돌려서 쏘더라도 딱히 지상전에서 도움이 되는 무기체계는 아니다. 크기 탓에 야포처럼 야전에서 용이하게 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병력은 어느 정도 집결했소?”
“20만 정도는 당장이라도 투입할 수 있지만, 그놈들이 큐슈에 도착하는 게 먼저일지 사쓰마가 흔적도 없이 박살나는 게 먼저일지 모르겠구려.”
일본 전역의 석고는 1850만 석. 물론 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절의 석고지만 그 뒤로 그 기준이 업데이트 된 적이 없었다. 이를 재측정하는 건 메이지 시대에나 일어날 일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평시에는 100석당 병사 한 명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으로 여겨졌다. 물론 작정하고 끌어모으면 30~40석에 병사 한 명 정도를 낼 수 있기는 했다.
즉 이론상 일본 전역의 모든 상비부대를 끌어모으면 18만 5천 명이라는 거다.
아무리 실질 석고가 100만에 달하는 조슈 번을 개역시켜 모든 영지를 몰수했다고 한들 막부 혼자서 20만에 달하는 병력은 막부가 전근대적인 체계로도 병력을 작정하고 쥐어짰다는 의미였다.
“후자겠지 않겠습니까.”
20만 대군을 단숨에 딱딱 배치할 수는 없다.
보급 계획도 짜야 하고, 부대 자체가 차지하는 부피가 있으니 모든 병력을 한 번에 출격시킬 수는 없는 관계로 병력을 이리저리 분산시켜 보내야 하는데 그 경로도 일일이 체크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들은 나폴레옹도, 프로이센 참모본부도, 조지 C. 마셜도 없었다.
아니, 아예 대규모 병력을 운용한 경험 자체가 전무했다.
에도 막부가 세워진 뒤 사무라이들이 대규모 전쟁을 치르지 않게 되고 붓을 든 지가 몇 세기던가. 이들은 더 이상 전국시대의 무사가 아니라 정치인들이었다.
“옛 전례에서는 상인들을 통해서 보급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상인들 중 누가 배신했을지 모른다.
본래 상인들은 이익을 쫓는 비열한 족속, 양이가 비밀스럽게 어떤 이문을 제시했다면 배신하고도 남는다.
“천황 폐하께 칙서를 받아내지요. 군이 지나는 길목에 있는 모든 다이묘들은 그 병력에게 보급을 해주라고 말입니다.”
“불만이 적지 않을 텐데……”
“지금 배부른 소리 할 때가 아닙니다. 끌어모을 수 있는 건 다 끌어모아야 합니다.”
“청의 전례도 있는데, 과연 구닥다리 텟포와 창칼이나 가진 놈들이 수가 많다고 한들 도움이 되겠소?”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를 전부 적으로 돌렸다. 미국 정도를 빼면 모든 무기 수입선이 끊긴 셈이었다. 근대식 공장은 아직 일본 내에 없어서 유럽식 무기는 자체적인 정비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서양식 무기를 가지지 못한 이들과 가진 이들의 격차는 모두가 똑똑히 본 바 있다.
막부는 정체되었을지언정 바보가 아니다. 기술이 부족할지언정 어리석은 이들이 아니다.
“화약을 일단 최대한 모아봐야……”
“어디서 그렇게 많은 양을 갑자기 구한단 말이오?”
“상인들에게서……..”
“상인들도 땅바닥에서 화약을 퍼내는 게 아니라 외국에서 사오는 거요. 그리고 지금은 그 길이 끊겼고.”
“미국인들에게 어떻게 접촉을 해 봐야겠습니다. 양이들도 한둘이 아닐진대 무기와 탄환을 판매하겠다는 이가 한둘 정도는 있겠지요.”
적국에게 무기든 식량이든 몰래몰래 팔아먹는 이가 나오는 이가 나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없을 때가 더 적었다.
그런 이들을 찾아보는 게 그들에게 있어서 몇 안 되는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