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139)
이탈리아 원정(2)
강제수용소 하면 뭐가 생각나는가?
나치의 아우슈비츠, 굴라그, 윗동네 정치범수용소. 대륙의 절멸수용소, 많고도 다양하다.
그래, 난 그 강제수용소를 만드는 걸 고려 중이다.
물론 우리가 제풀에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건 가능성이 없다. 이탈리아의 장악은 지중해 패권에 절대 빼놓아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부분이니, 거기에서 반영 정권이 탄생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야 하는 일, 반전 여론 따위로 떨어져나갈 가능성은 없다.
그래서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외부지원을 차단하고 게릴라 본거지를 화력을 앞세워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이젠 아니다.
프로이센이 이탈리아 통일운동을 지원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게릴라가 발붙일 곳 자체를 없애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집과 농장을 불태우고, 사람들은 집결캠프에 수용한다. 원 역사에서 보어 전쟁 당시 영국이 한 것처럼.
그렇게 하나하나 지워간 끝에 게릴라 수뇌부가 전멸하거나 해외로 탈출하면 승리다.
“물론 비판의 여지가 많습니다. 우선 우리가 학살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막기 위해서는 저들에게 최소한의 식량공급과 의료지원을 해야 하며, 병력 소요도 만만찮을 테니까요.”
원래 영국군은 정당한 거래를 함으로써 현지인들의 경계를 풀게 하는 걸 선호하지만 이탈리아 전역이 민족주의에 미쳐버린 상황에서는 협력자가 나올 리가 없다.
적대감은 이미 쌓을 대로 쌓았으니 방법은 단 하나. 게릴라가 물고기, 민중이 물이라면 그 물을 전부 퍼내서 물고기가 살 곳을 없애버리는 것 뿐이다.
“물고기만 찍어내려고 하는데 물고기를 물이 숨기는 걸 넘어 타국까지 개입해서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숨겨준다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족치면 힘이 약해져야 하는데 게릴라는 지원국에서 재보급받고 다시 쌩쌩해지는 상황의 예시를 들어보자면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이 있다.
“하지만 즉시 시행하기보다는 프로이센이 이를 시행한다는 물증을 잡은 뒤에 행동해야 할 겁니다.”
“이유가 뭡니까?”
“그야……”
나는 베를린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제가 아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이런 미친 짓거리를 할 사람은 아니니 말입니다. 궁극적으로 우리와 한 판 붙어보겠다는 뜻밖에 안 되는데…….”
물론 일본공산당 제1서기 이토 히로부미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비스마르크의 외교적 지능이 융커 수준으로 퇴화했다고 해도 이상한 건 아니지만.
“어쩌면 독일 내 귀족 세력 일부, 특히 현 내각의 대외정책에 반발하는 쪽에서 독자행동을 벌인 것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장 프랑크푸르트 의회 내에도 그런 인간들 수두룩하니까. 자유주의자들은 권위주의적이라고 싫어하고, 권위주의자인 융커들은 너무 소극적이라고 싫어하고, 관료들은 비스마르크 비위맞추기 힘들다고 싫어하고, 국민들도 싫어하고, 종교계도 싫어하고, 아군이 없다.
그러니 일단 비선을 통해 비스마르크에게 ‘니들 이탈리아 게릴라 지원한단 정황이 있던데’라고 비공식적으로 쑤셔보면 비스마르크가 화들짝 놀라서 일단 부정부터 하고 내부 감찰 돌려서 무기 넘기는 새끼들을 알아서 잡아조질 가능성이 크다.
엠스 전보 사건도 승산이 다 선 뒤에 한 짓이지 영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비스마르크가 미치광이겠는가? 애초에 오스트리아랑 전쟁할 때만 해도 프랑스와 협상을 지속하면서 프랑스 제국이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영토를 넓힌다는 단꿈에 젖게 만들어 양면전선을 막은 게 비스마르크다. 만에 하나라도 비스마르크가 미친 거라면 차라리 이 시점에 전쟁을 하는 게 나을 거고.
물론 당시 나폴레옹 3세가 친이탈리아적인 인물이라 가만히만 있었어도 애초에 오스트리아 편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기는 했다만.
그게 아니라 비스마르크가 진짜 미쳐서 지원한 거라면….. 일단 강제수용소를 운영해서라도 이탈리아를 조용히 시킨 다음에 프랑스랑 동맹을 추진해서 프로이센부터 조지고 봐야지. 이미 강제수용소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대전을 생각해야 할 판이다.
***
“폐하, 즉시……..”
“불가하네.”
“폐하!”
“비스마르크, 내 미리 말해두지만 나라고 해서 오스트리아와 굳이 적대하고 싶은 건 아니네.”
애초에 그는 오스트리아에 제법 우호적인 입장이었다. 당연히 오스트리아를 굳이, 일부러 엿먹이려고 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오스트리아를 딱히 높이 평가하지는 않지만.
아니, 애초에 황제는 민족주의자조차 아니었다. 반드시 독일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딱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이 안건은 너무 강경하네, 귀족들도, 부르주아 계층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걸세. 자네가 런던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는 시선이 이미 있지 않나. 물론 나야 자네 생각이 틀렸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하네만.”
“폐하! 지금 상황에서 이탈리아에 계속 무기를 공급한다면 그건 영국의 면전에 똥물을 뿌리는 겁니다! 다급한 상황이니만큼 국경 봉쇄 조치와 제한 조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니, 대체 무기 조금 팔아먹겠다고…….”
아니, 무기 조금이 아니다.
이건 대놓고 비스마르크의 면전에 중지를 치켜든 행위였고, 동시에 단순히 사업가들의 탐욕으로 이루어진 게 아님을 증명했다.
당장 간단히 파본 것만 해도 고위 귀족가 여럿, 그리고 알프레드 크루프, 크루프 사의 최고경영자의 이름이 나왔다.
이게 단순히 장사질을 하려는 게 아니라….
“자네 짐작이 맞을 걸세. 재상.”
비스마르크의 적들이 뭉쳐서 비스마르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비스마르크는 객관적으로도 큰 공로를 세웠다. 영국과 교섭해 양보를 얻어내었다. 그것도 영국이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논다고 평가되는 극동에서의 양보였다.
그러나 비스마르크는 워낙 아군을 만들지를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산재한 비스마르크의 적들에게 있어 비스마르크의 성과는 존경의 대상이 아닌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볼 대상이었다.
“물론 짐이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결코 아니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자네를 믿고 밀어주는 것이 옳겠지, 그러니 국경을 봉쇄하고 무기 수출을 중단시키는 것은 옳은 일이네.”
“그렇다면…..”
“다만, 의회에서 이 안을 통과시키게.”
“폐하.”
“프랑크푸르트 국민의회는 불경하고 무엄한 놈들이지만, 그놈들이 계속 무시를 당하니 이런 반역적인 행동을 일으키는 거네. 그들을 존중하는 척이라도 하게.”
한숨을 쉰 빌헬름 1세는 이마를 짚었다.
“짐도 그 폭도들의 계승자들 따위가 의회를 칭하는 것이 아니꼽기 그지없네만, 저들은 이미 세력을 형성했네, 그들을 무너트리려면 내전을 벌여야 할 게야. 그리고 짐은 프로이센이 그렇게 불타는 것을 바라지 않네.”
“……. 예, 폐하.”
어전에서 물러나왔을 때, 낮익은 얼굴이 보였다.
“몰트케 총장.”
“재상 각하.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잠시 뒤, 궁전의 후원으로 나온 둘은 차가운 눈으로 어둠이 내린 밖을 바라보았다.
“몰트케 총장, 만일 우리 프로이센이 대영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게 된다면.”
“필패입니다.”
몰트케도 지도를 놓고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어디를 보든 간에 사방에 적만이 가득했다.
덴마크도 아군이라 보기 어렵고, 오스트리아는 적이고, 프랑스는 적이고, 대영제국과 싸운다고 가정하면 러시아도 적이다.
최악의 경우 4개의 방향에서 수백만 대군을 막기만 하다가 멸망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에 대비해 몇 가지 방책을 끙끙대며 세운 것도 몰트케였다.
가령 어떻게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를 먼저 탈락시키고 러시아와 결전을 벌인다거나.
하지만 아무리 계산을 해도, 아무리 현실적인 가정을 하고 머리를 쥐어짜고 부대를 편성해도.
패배는 언제나 목을 움켜쥘 만큼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 이중제국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지. 그러니까.”
이길 수 없는 전쟁은 절대 하면 안 된다.
이건 상식이다.
“그런데 군부에조차도 그런 걸 모르는 멍청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소?”
융커들이 이번 사태에 연관되었음을 꼬집는 발언이었다.
“무지렁이들이 위대한 독일 제국을 외친다고 하지만 천박한 이들의 말에 고귀한 피를 타고난 융커들까지 휘둘리면 뭐가 되겠소, 어떻게 생각하시오, 총장?”
“군 차원에서 한 일은 아니니 제가 답변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
“그렇겠지.”
“……..”
“이번 영국의 항의에 대해서는 ‘일부 상인들이 가리발디와 거래를 한 사실은 있는 것으로 파악되나 프로이센 정부 차원에서는 어떠한 개입도 없었음.’이라는 요지의 답서를 보낼 생각이오. 물론 현 외무장관인 젠티안 공작은 자유무역을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켜놓고서 그 자유무역을 도로 틀어막아버릴 위인이기는 하지만.”
얼굴에 크루프강을 깔았어도 그 인간 정도는 아닐 것이다.
“아무튼 간에 가급적 영러제국을 자극하는 행동은 삼가야 하오.”
독일 민족, 말은 좋다.
항상 프랑스에게 괴롭힘당한 피해자에 저 야만스러운 루스인들을 상대로 연전연승한, 프랑스에 언젠가 복수해야 하며 미개한 루스인들을 지배할 운명을 타고난 정복자 독일 민족.
물론 그걸 반대로 뒤집어서 말하면 항상 북방 십자군과 동방식민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루스인들을 침략해 괴롭혔으며 프랑스에게는 쳐맞고 다녔으니 루스인들에게는 복수당하고 프랑스인들에게는 지배당할 운명이라는 반론도 가능하지만 그런 사소한 점에 신경을 쓰면 민족 우월주의 같은 거 못하는 법이다.
가장 중요한 건 철저한 현실적인 힘.
그리고 그 현실적인 힘을 감안해볼 때, 영국과 러시아가 합쳐진 이중제국은 지금의 프로이센이 민족주의에 취해 함부로 덤빌 상대가 아니다.
당장 오스트리아도 독일에 통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헛꿈을 꾼다는 평가 외에는 줄 수 있는 평가가 없었다.
당장 오스트리아와 라인 연방, 이탈리아, 이베리아 등에서 연전연승했던 나폴레옹마저도 영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하게 되자 끝끝내 몰락했다. 지금 프로이센의 지위가 혁명 당시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던 유럽 내에서의 지위보다 높다고는 빈말로도 할 수 없을 터.
“군 내에서 그런 사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니, 초급 장교들일수록 상당히 도취되어 있죠.”
“전부 때려잡으시오, 사관학교 교관들도 정신교육 다시 시키도록 하시오. 가만히 놔두다가는 폭주해서 이 나라를 말아먹고야 말 테니까 말이오.”
***
이탈리아. 라벤나.
“이탈리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장관님.”
장성들을 본 나는 한숨부터 쉬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몇 시간 전에 항구에 숨어든 이탈리아 놈이 불을 질렀습니다. 겨우 불을 끄긴 했는데 보급품 일부와 항구 시설 일부가 타버렸습니다.”
“경계를 어떻게 했기에…. 아니, 됐소. 이젠 그런 놈들은 발도 붙이지 못할 테니까.”
나는 명령을 내렸다.
“우선 기본적인 것들부터 해놓고, 남은 건 조금 기다렸다 하겠소.”
“뭘 기다리십니까?”
“외교 문서, 그 내용에 따라 내 대응이 달라질 것이오.”
얼마 전부터 기르기 시작한 콧수염이 거슬렸다. 나이먹고도 수염을 안 기르는 게 위엄없다고 해서 기르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 아니다.
몇 주만 더 길러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 밀어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