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144)
마교 운동(2)
“옌티안 소령님.”
“뭔가?”
“연대장님이 찾으십니다!”
“알았다.”
피터 옌티안 기병소령은 하품을 쩍 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피곤하구만……..”
며칠 전부터 벌어진 야간 포격 탓이다. 피해 자체는 미미했지만 포성 탓에 잠을 설쳐버린 게 무엇보다 큰 문제였다.
지금 그만 피곤한가? 아니다, 다들 잠을 설쳤다.
아마 이것도 저들이 의도한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잠 설치게 해서 기습공격 등에 대응 못 하게 하는 것.
하지만 조금 피곤한 것쯤은 빼곡하게 깔린 윤형철조망만으로도 제법 보완될 수 있다.
윤형철조망이 깔린 것만으로도 저들의 야습의 성공 가능성은 수직이 아니라 지하로 쳐박혔으니까.
물론 졸음 탓에 전장지휘를 못할 지경까지 가서는 안 되겠지만……..
천막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장교들 여럿이 모여 있었다.
“오, 제가 늦은 겁니까?”
“아니, 이제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네, 앉게.”
물론 실제로 늦었더라도 소령을 대놓고 갈굴 인물은 없었다. 보수당의 2인자이자 현직 장관이자 공작의 아들과 굳이 척을 져서 좋을 리가 없으니까.
사생아라고 해도 거물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사생아다.
문자 그대로 엮여서 좋을 거 하나 없는 폭탄처럼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리라. 애초에 그가 영국군에 합류한 것도 딱히 예정된 바가 아니었으니까.
아버지가 사주신 계급을 들고 극동에서 편히 산다. 어차피 영관급 장교면 사교계에서도 딱히 빠질 구석은 없으며 아버지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극동이라면 더더욱 어께에 힘 주고 살 수 있으니까.
애초에 야망이랄 것도 없고, 그저 적당히 살다가 좋은 사람 만나서 조용히 사는 게 꿈이라고 할 정도로 소박한 성격인 피터로써는 극동의 급변사태랍시고 자기가 끌려나온 것도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인도 총독부와 극동 총독부가 뒤집어져서 가용인원 전원을 소집하는데 안 가기도 그랬다.
그리고 소집에 응하고 나니 자대배치를 받았다.
‘내 팔자야……..’
농담이 아니라 내 팔자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물고 태어난 수저가 삐까번쩍했다.
거기에 부친이 인지해준 사생아라는 꼬리표는 가문의 후계자로써의 길은 막아버렸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도리어 제약이 더 적었다.
가문의 이름을 이어받고 작위를 계승받는다? 계승받았다 치자, 그런데 그가 그걸 잘 건사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창살 없는 감옥이라는 말 외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아버지처럼 놀라운 수완을 발휘할 자신이 없던 피터는 어머니의 고향인 동양에서 떵떵대며 살고 싶었다. 계급은 그냥 유럽인들의 공동체에서 무시당하기 싫어서 아버지가 오래전에 사준 것을 내세우고 다녔을 뿐이다.
그런데 전쟁이 터져버리고, 전장에 와버렸다.
“아우렐리아군이 대규모로 북상을 시작했네, 아우렐리아군이 주력을 맡고, 우리는 언제까지나 보조부대일세.”
보조부대라고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탄이 날아들 수도 있고, 그보다 더 전에는 투창을 맞아 죽은 영국의 군사고문단 장교도 있었다. 적 기병대가 보병들의 방진을 시체의 산을 쌓아 가면서 기어이 돌파한 뒤 지휘부로 육박하던 상황에서 난전 중 날아든 창에 즉사한 고문관이 있었다.
하지만 전선에서 싸우는 것에 비해 희생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일, 게다가 기병인 피터로써는 적의 총구 앞으로 돌격해야 할지 모를 주력보다는 구경이나 할 가능성이 높은 임무를 맞는 게 훨씬 나았다.
그가 영광과 명예보다는 이런 실리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된 건 사생아라는 문제보다는…..
‘아버지 보고 배운 거지 뭐.’
물론 명예를 과도하게 천시하지는 않고 자신의 명예는 어느 정도 보호하되 무모한 짓은 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배운 사고방식이고, 그 사고방식을 갖춘 아버지는 저 높으신 분이 되어서 전쟁을 지휘하고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중국 남부에 존재하는 대규모 반정부세력을 소탕하는 것이네, 그리고 화북 지역도 깨끗하게 청소해야지.”
“청소라고 하시면…..”
“문자 그대로네, 저들의 야만적인 이교 조직을 철저히 파괴해야지.”
샤를마뉴는 니케아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선언되어 파문된 아리우스파를 뿌리뽑았다.
당시 삼위일체를 부정하던 아리우스파는 이단으로 선언되었음에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중재 등으로 인해 세를 떨쳤고 서기 378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시기까지도 로마 내에서 흥성했으나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의 결과로 쇠락했고, 게르만 왕국들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게르만 왕국에서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는 교리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던 아리우스는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 게르만족이 로마가톨릭을 거부할 정치적 필요성이 사라진 데다 샤를마뉴가 여러 게르만 왕국들을 박살내고, 아리우스파를 믿는 부족들이 개종을 거부하면 대량학살하는 등의 초강경책을 편 끝에 아리우스파를 완전히 근절시키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아리우스파는 씨가 말랐고, 그 이후에 아리우스파의 종교관을 계승한 종파는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사실 아리우스파의 신에 대한 관념과 가장 비슷한 것은 되려 이슬람이긴 하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기보다는 수렴진화였으니.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어차피 적개심은 서로 최고의 상태. 애초에 교리 자체가 서양인들에게 적대적이고 서양인들에게 부역하는 놈들도 한패니까 다 죽이라는 교리가 있는 상태에서 뭔 놈의 타협이 가능하겠나.
“군이 진입하는 순간 미친놈들처럼 달려나올 테니 더 이상 저항하지 않을 때까지 화력으로 놈들을 뒤덮어준 뒤에 생존자들을 끌어내면 끝이야.”
다 죽여버릴 수도 있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러시아 쪽으로 넘기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 이유야 당연히 시베리아 지역에서 아직 노예…..가 아니라 쿨리들의 수요가 높으니까.
“저놈들이 철도를 때려부수고 있단 보고도 있으니 대규모 공병대도 동원될 거다.”
진격은 대부분 철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물론 기차를 타고 진격하는 건 아니고, 철로를 따라서 수리도 하면서 진격하되 보급은 장갑열차 등으로 받는 식이다. 장갑열차는 이곳저곳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파르티잔 등에게서 보급물자를 보호하기에 최선이니까.
마차 같은 걸로 수송하는 것보다는 훨씬, 훨씬 낫다.
“아, 그러고 보니 아우렐리아 정부에서 훈정 같은 걸 만든다는 소리가 있더군.”
영국에도 훈장은 있다, 아니, 어지간한 나라들에는 다 훈장이 있다.
프로이센만 해도 이미 철십자 훈장이 만들어진 뒤니까.
문제는 영국의 훈장은 규정상 ‘장교’만 받을 수 있다. 정확히는 장교를 대상으로 한 훈장‘만’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사병과 부사관은 무슨 용맹을 보이든, 전멸당할 위기에 있는 아군을 특출한 지혜와 용기로 구해내었든, 적국 군주를 잡아왔든 간에
원 역사에서는 크림 전쟁기에 이 문제를 인지한 빅토리아 여왕이 앨버트 공의 설득으로 누구든 받을 수 있는 무공훈장인 빅토리아 훈장을 제정하면서 해결되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크림 전쟁이 없다. 그러니 당연히 빅토리아 훈장도 아직 없다.
아우렐리아를 보자면, 그냥 훈장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이 개전하면서 젠티안 공작이 아우렐리아에 편지를 보내면서 추신으로 덧붙인 말 때문에 다급하게 제정이 논의되었다.
물론 실제 수여는 상당히 미뤄져야 할 판인데, 이는 공작이 뒤에 덧붙인 말 때문이었다.
기왕 훈장을 제정한다면 아예 기념성을 가지도록 이번 원정에서 구정을 뺏어와서 그걸 녹여서 만드는 게 어떻겠습니까?>
물론 그냥 해본 소리다. 애초에 진지하게 꺼낸 이야기도 아니었고.
하지만 아우렐리아 정부 인사들의 입장에서는 ‘해라’ 하고 명령을 내린 것으로 들렸고, 덕분에 ‘반드시 구정을 탈취해오라’는 강력한 압박을 현장 지휘관들이 받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정작 당사자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연방 무공 훈장.”
“그쪽 훈장은 문자 그대로 ‘군인 중 자격을 보인 이 아무나’ 받을 수 있다니까. 귀관들도 기대해볼 법 할 거다.”
사병부터 장성까지, 오로지 전투 행위를 통해 얻은 명예만 인정하며, 그 허들도 매우 높다.
당연하지만 이미 나왔다시피 동맹군에 대한 수여도 가능하다.
장교들은 부대를 지휘해서 아군 피해를 예상치보다 한참 적게 감소시키면서도 적에게 전략적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주는 데 성공했다면 수여받을 수 있고, 부사관과 병사들은 전장에서 자신이 맡은 직무에서 자기희생과 용맹을 보이면 수여된다.
디자인은 별 모양인데 뒷면에는 훈장을 받은 사유가 당시를 묘사한 그림으로 새겨지고, 공훈이 세워진 장소, 수여자의 군번, 계급, 이름, 소속 부대, 수여일 등이 새겨진 뒤에 수여된다. 당연히 하나 만드는 데만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재료도 없으니 미리 만들어놓을 수도 없다.
아무튼 간에 영국 극동원정군 입장에서는 엄연히 외국 훈장이기는 해도 사병과 부사관들이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훈장이다.
물론 이건 애초에 사병들과 부사관들의 공훈에 보답하는 것에는 관심도 없던 영국 정부를 까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게다가 원래 훈장이 제정된 초창기에는 좀 훈장을 이리저리 뿌리는 경향도 있으니 이래저래 기대해볼 법하지 않겠는가?
애초에 수여 기준이라는 게 일부러 애매하게 잡아놓지만 이전 사례들을 참고해 가면서 ‘아 이건 수훈기준은 안 되는 듯?’ ‘이건 이전 사례들을 참고해 봤을 때 충분히 수훈받을 자격이 된다.’ 이런 게 나오는데 막 제정된 뒤에는 그런 게 없으니 좀 수여기준이 널널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훈장에 실질적으로 딸려오는 뭔가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 시대는 문자 그대로 목숨보다도 가오가 우선시되는 시대.
일단 옷에 외국 정부가 그들의 무공에 대한 보답으로 수여한 훈장 하나 차고 돌아다닐 수 있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인정만으로도 신사층이 대부분인 영국군 초급 장교들에게는 충분한 포상이었다.
물론 피터는 아니었지만.
‘원래 훈장은 좀 가성비 좋은 포상 수단 아니었나?’
돈으로 주려면 어마어마한 지출을 감소해야 하는데 그리 비싸지도 않은-극히 일부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훈장 하나 던져주고 포상을 끝낸다면 국가 재정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땅으로 포상을 주면 그놈이 융커가 되어버리고, 돈으로 주면 국가 재정에 악영향이고, 관직으로 주면 그것도 국가의 건전성 면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데 훈장으로 던져주면 명예만 남으니까.
“그런고로 3일 뒤를 기점으로 우리 군은 러시아령으로 들어간다. 러시아의 카자크 기병사단 병력이 합류할 것이고, 이들과 함께 극동 러시아의 불순분자들을 토벌한 다음 그대로 황하를 건너 중국으로 진입한다.”
황하의 물줄기가 홍수로 크게 바뀌기는 했지만, 러시아는 ‘구 황하’라는 이름으로 기존 국경선을 유지했다. 애초에 홍수로 물줄기 좀 바뀌었다고 열강이 영토를 포기해줄 리가 있겠는가?
“아군이라고 확인되지 않은 중국인은 적이라고 생각하도록, 전원 부대로 복귀해서 행군 준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한다. 알겠나?”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