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145)
마교 운동(3)
“천마를 뵙습니다.”
천마신교는 안 그런 것 같으면서도 기독교의 영향을 짙게 밭았다.
사실 당연한 거다.
애초에 수나라나 사마씨의 서진 급의 단명 왕조가 되기는 했어도 천하통일에 성공하고 태산에 오르기까지 했던 천국(天國), 혹은 천나라가 있었고, 그들은 기존 교단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았지만 기독교를 국교로 내세웠다.
홍수전식 기독교를 내세워서 한 손엔 칼, 한 손에는 경전을 들고 개종과 세례를 거부하면 남자, 여자, 아이, 어른을 막론하고 다 죽였었다.
그나마 그 광기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으나 홍수전은 성경 내용으로 과거를 치르게 하는 등 철저한 신정정치를 폈었고, 당연히 천나라의 홍씨 왕조에서 출세하려는 야망을 가지려 했떤 이들 중 성경을 읽지 않은 이 없었다.
그리고 반기독교를 내세워 만들어진 민간신앙 기반 종교인 천마신교는 모태가 된 백련교나 배화교(조로아스터교), 심지어 이슬람교 등의 영향을 짙게 받았지만 그만큼이나 기독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심이마인도 그 중 하나였다.
예수의 열두제자에서 따왔는지 아닌지는 자기들밖에 모를 일이지만, 십이마인은 굳이 비유하자면 천마가 황제라고 하면 상서 정도의 지위이자 천마를 바로 아래에서 보좌하는 이들.
“명성(明星).”
“예, 천마시여.”
물론 명성은 진짜 이름이 아니다. 단지 십이마인 중 하나가 사용하는 ‘법명’일 뿐.
“양이들의 군세는 어디까지 왔더냐?”
“북경에 도달했나이다.”
북경.
황하 이북의 영토를 모조리 잃어버렸다지만 그들에게 있어 그것은 상실이 아니다.
어차피 남조와 북조로 천하가 나뉜 일이 한두 번도 아니다.
그리고 언젠가 천하는 다시 일통되리라.
물론 중원은 진짜 천하의 한 조각에 불과했지만……..
“적마가 녹림을 규합했습니다. 이들을 녹림병으로 재편해 보조부대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녹림은 중국 양한교체기 이후로 산적의 일반적인 명칭이었다. 절대 특정 조직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 명칭의 근본이 되었던 녹림은 정규군이 된 뒤에 후한이 세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소멸했지만 그 이후로도 보통명사처럼 계승된 것에 가까웠다.
“장강의 수적들도 본교에 입교하였습니다.”
장강에는 본래 수적이 활동할 수 없다. 장강이 막히면 장강의 물류의 단절만이 문제가 아니라 장강 이남 지역의 사실상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장강의 수적들은 정부가 제대로 기능을 한다면 최우선 토벌대상이다.
그러나 저들이 수채를 세울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은 곧 중화제국이 문자 그대로 허울만 남았다는 의미. 애초에 수도부터가 난징, 즉 남경인데도 수적들을 토벌하지 못할 정도의 허수아비가 된 것이었다.
“각 지역의 단두들은 순순히 본교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양이들의 정보를 계속해서 전해주기로 했습니다.”
“세도가들은 어떤가.”
고금을 통틀어 난세가 오면 세도가들은 가장 먼저 군벌로 변한다.
즉 세도가들의 움직임은 마교에서도 신경을 써야 할 상황.
“하북 쪽은 어렵습니다. 하북의 세가와 혈교, 거기에 아라사인들까지 충돌해 시끄럽습니다.”
영길리, 아라사, 조선군의 진군로이기까지 하니 그쪽을 끌어들이기에는 시간도 없고 들인 시간 대비 효용도 부족하다. 그저 총알받이나 해주기를 바라야 할 뿐.
“사천 쪽도 남쪽 오랑캐들이 침범해 혼란스럽습니다.”
베트남군은 겸사겸사 영토도 더 넓혀보려는 요량인지 남부 지역을 침공했고, 중무장한 베트남군에 도적떼 수준으로 전락한 중화제국군이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하다못해 남경군벌이었다면 그나마 잘 싸웠겠지만 중화제국의 최정예부대는 이미 내전으로 대부분 소모된 상황, 국내는 몰라도 최소한 군은 근대화되어 유럽 중견국 수준은 되는 군대를 가진 아시아에서 유이한 국가인 베트남 제국을 상대할 여력 자체가 남지 않았다.
“혈교주가 구원군을 요청했습니다, 천마시여. 어떻게 답할까요?”
당연하지만 마교는 혈교를 지원해줄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혈교가 마교에서 분파되었다지만 모든 종교가 그렇듯이 이교도보다는 이단이 더 미운 법.
이들을 단순히 이단 관계로 보기는 어렵긴 하지만 은근한 기싸움을 하고 다니는 판인데 곱게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리가 없었다.
“무시하시지요. 정 위급하면 회수 이남으로 물러나라 하는 것이 낫습니다.”
“지금 저들이 국경을 넘어와 사기가 높지만 무거운 쇠뇌가 쏜 화살이라도 끝에 가서는 비단 하나를 뚫지 못하는 이치가 있으니 남경까지 오려면 저들도 수천 리를 행군해야 하는데 그리되면 양이의 군대가 아무리 사이한 요술로 인해 강하더라도 승리를 거둘 수 있습니다.”
“좋다. 혈교에게 사람을 보내라, 버티기 어려우면 그냥 후퇴해서 교에 합류하라고.”
***
“으허, 더워라.”
세수를 해서 얼굴의 기름기를 씻어낸 소령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들었다.
“에휴, 비누도 슬슬 다 떨어져 가는데 말이지.”
톈진항을 점령해야 보급도 쉽사리 받을 텐데 톈진으로 후퇴한 군벌들이 저항하고 있었다.
“도대체 루스 놈들은 극동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불평할 만도 했다. 황하 이북은 명백히 러시아 영토인데 군벌들이 활동하고 있다니.
“너무 뭐라 하지 마쇼.”
그 말을 들었는지 고기를 뜯던 코사크 기병 장교 하나가 특유의 콧수염을 씰룩거리며 낄낄거렸다.
“극동 총독부는 연해주와 만주 통제하기도 행정력의 한계에 가까웠소, 우리들을 보내서 사람 사냥을 드문드문 하는 것 말고는 거의 내버려뒀소, 내버려두고 싶어서 내버려둔 게 아니라 그럴 병력도, 행정력도 없었던 거지.”
그 모양이니 사실상 세금을 걷는 게 아니라 약탈을 하는 수준. 당연히 중국인들도 자경단을 조직해서 저항하는 등 문자 그대로 개판이 따로 없었다.
“그러니까 소령님, 극동이랑 유럽은 그냥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면 편했소, 총독은 이 동네에선 거의 왕이었다고. 물론 차르께 충성을 바치긴 했지만 그것도 연해주까지였지. 나머지는 그냥 피의 법칙으로만 살았소.”
코사크 기병 장교는 마유주를 벌컥 들이켰다.
“그러니 이 모양이지.”
그러니 이 모양.
분명 법적으로는 러시아 영토인데 중국인들이 군벌을 이뤘다.
물론 몇몇 주요 도시들은 점유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보급로도, 통신도 확보가 안 된 초반에 뺏겼기에 전부 탈환해야 한다.
법적으로 국경선만 그렇게 그려젔지 아예 남의 나라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실제로도 중앙정부의 권위가 전혀 닿지 않는 무정부 상태였고.
전보도 안 놓인 동네니 뭘 더 바라는가.
세수를 끝낸 소령은 명령받은 사항을 기억해냈다.
그들이 상대하는 군벌은 ‘펑(Péng, 彭)’ 군벌.
이름 그대로 펑씨 성을 가진 유력 가문을 중심으로 형성되었으며 북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군벌로 러시아군과 협력 관계를 맺어왔으나 러시아의 극동 투사능력이 약해지고 혈교가 득세하자 단숨에 배신하고 독자세력을 형성했다.
심지어 유럽제 무기까지 대량으로 운용하고 있기에 골치아픈 상대.
물론 펑 군벌, 자기들 말로는 하북군벌은 혈교와도 혈전을 벌이고 있기에 전황은 삼파전이었다.
‘근데 우리가 상황이 나빠.’
서쪽에서는 혈교가 밀려들고 동쪽에서는 하북군벌과 싸운다.
사이에 샌드위치마냥 끼인 게 원정군의 상황이었다.
“어으,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네, 지금 몇 시지?”
회중시계는 막사에 두고 왔다.
“14시 04분입니다!”
“딱 36분 남았구만.”
그때, 포성이 울렸다.
“벌써 쏘기 시작하나? 저쪽 시계가 안 맞는 건가.”
아무래도 포병대에 잠시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만약 포병 시계와 기병 및 보병부대의 시계가 안 맞으면 죽는 건 그들이었으니까.
***
“여왕 폐하 만세! 대영제국 만세!”
“아버지 차르 만세! 대 러시아 만세!”
“조국을 위해! 승리를! 뙤놈들을 죽이자!”
포격이 끊기는 순간 기병들이 일제히 달려나갔다.
권총을 든 옌티안 소령은 함성을 지르며 선두에서 달렸다.
원래는 기병돌격 시에는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달리면 안 되지만 지금은 된다. 목표 지점까지 100야드도 안 될 정도로 거리가 제법 가까웠으니까.
물론 교범상으로는 더 거리를 좁혀야 하지만 그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게다가 자존심 문제도 있었다. 부대 전체가 갤럽으로 달리면서 대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는 증거, 저 카자크 야만인들에게 뒤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 선택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기병대가 잘 대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전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적에게 기병대가 있습니다! 적 기병대 접근 중!”
“썅!”
대강 욕설을 내뱉은 소령은 권총을 쏘기 시작했다. 적병 몇이 총에 맞아 낙마했다. 다른 병사들도 리볼버와 레버액션 라이플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상대도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지만 대형은 완전히 흐트러졌다.
돌격력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건 속도가 아니라 대형이다. 규정 속도의 반도 안 되는 속도로 충돌하더라도 대형만 유지하면 효과는 충분히 나온다.
탄창이 비자 곧장 기병도를 뽑아든 소령은 말을 적들을 향해 몰았다.
그의 애마 ‘에보니’는 지금 상황을 안다는 듯이 움직였다.
말은 본래 겁이 많은 생물, 눈앞에 뾰족한 것이 있으면 당연히 피한다.
그러나 주인과 함께 한 기억과 자신의 등에 탄 자에 대한 신뢰는 주저 없이 상위 포식자에게도, 그리고 고슴도치 같은 장창방진에도 주저없이 몸을 던지게 만든다.
-콰득!
세이버가 상대의 목을 일격에 날렸다. 뛰어난 검술과 두 말의 상대 속도, 그리고 길고 무겁고 단단한 중기병용 세이버의 합작품이었다.
그 대가로 손목에 고통이 찾아왔지만 견딜 만 했다.
말 위에서 권총을 재장전할 여력은 없다. 탄을 다 썼으면 무조건 세이버다.
“가주님을 위하여!”
중국어가 들린다. 아무래도 모국어는 아니다 보니 소리가 들리긴 들렸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알려고 해도 뇌가 그 절차를 너무 느릿느릿하게 처리한다.
그러나 그걸 처리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적 기병을 향해 칼을 휘두른……
‘실수했다!’
칼을 휘두른 순간 그런 직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나쁜 직감은 틀리지 않는 법, 속도에 따른 시간을 잘못 계산한 기병도는 상대를 제대로 적중시키지 못했다.
그 대가로 칼이 날아온다. 죽는다, 죽는다, 진짜 죽는다!
그 순간, 총성이 울리고 수박 터지듯이 적병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레버액션 소총을 재장전한 카자크가 그 특유의 콧수염을 씰룩거렸다. 영원처럼 멀게 느껴지는 아까 그와 노가리를 깠던 그 카자크임은 풍성하기 그지없는 콧수염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감사 인사를 전할 여유는 없었다. 적 기병들도 작정하고 왔는지 드물게 권총을 쏘아대는 자들도 있었고, 거기에 맞아 희생되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그 순간, 포탄이 날아들었다.
“이 미친……..”
유럽제 고폭탄, 그러나 영국군이나 러시아군이 쏘는 게 아니었다.
기병과 보병들이 난전을 벌이고 있을 때 그 머리 위로 포격을 가해 더 확실한 피해를 입힌다.
“저 빌어먹을 야만인 새끼들이……”
어지간한 유럽의 소국보다 나은 국가상태를 가지고 있음에도 야만인으로 싸잡히고는 하는 나라 출신의 모친을 둔 입장에서 야만인이라는 말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은 할 수밖에 없었다.
아군과 적군을 함께 날려버리려고 하는 짓은 그런 욕을 먹을 가치가 있었다.
“이 개새끼들이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