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153)
다우닝 가(2)
의무교육, 아동노동 금지.
21세기에는 당연한 일이지만, 19세기에는 이룩해내야 할 이상에 가깝다.
게다가 도제식 교육이라는 개념도 문제다. 당장 21세기까지도 암암리에 도제식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예체능계에서 착취가 이뤄지는 게 현실인데 지금은 또 어떤가?
공부하면서 노동할 수는 없으니 의무교육은 곧 아동노동을 못하게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즉 의무교육을 일석이조. 아니, 거기에 출산율 감소와 문맹률 감소까지 이어지니까 일석사조다.
출산율 감소가 왜 이득이냐면…. 이놈의 동네는 아직도 멜서스 트랩이 내가 그렇게 욕을 퍼부었는데도 현역이거든. 망할.
그래서 인구감소법도 현역이고, 그런데 의무교육을 하면 출산율이 감소하고, 그놈의 멜서스 소리를 좀 덜 들을 수 있다. 와!
“자유당 쪽에서 추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거잖습니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
“………”
“제가 대강 기초를 잡아 봤습니다.”
이 염병할 기초교육 방식을 뿌리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내가 몇 번이고 욕한 것 같지만 애한테 간식 하나 안 주고 영양불균형으로 줄줄이 죽어나가게 만드는 이런 짓거리는 막아야 한다.
‘최소한 아침 점심 저녁은 균형잡힌 급식을 주고 간식도 점심과 저녁 사이에 한 번은 먹게 해야지.’
내가 수험생 시절에 커피를 포션 터트리듯이 까먹다 못해 식사를 카페에서 해치우는 등 솔직히 전생의 나도 집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건전한 식생활을 영위했다고는 자신할 수 없지만 내가 아무리 식사를 불균형하게 했어도 적어도 이 나라의 어린이들이 먹는 식단보단 나을 거다.
문제는 내가 총리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 병신같은 19세기 두뇌를 탑재한 신사를 자칭하는 야만인 새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건데, 이건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영국군의 전투능력 감소에 대한 보고서가 있다. 영국군의 체격조건과 질병 저항력은 나폴레옹 전쟁 시기보다도 퇴보하고 있다. 이게 뭐겠는가?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 거다 이 망할 것들아. 이건 국가 안보 문제라고! 독일과 프랑스군의 체격과 영국군의 체격을 비교하면서 디스 좀 하자. 이 새끼들이 안 하겠다고 하면 아동과 청소년의 식사와 운동을 내가 나서서 관리하든가 해야지.
둘째, 동양 끌어들이기, 이 시대에는 별별 거 다 믿으니까. 게다가 내가 극동에서 오래오래 머물렀다는 사실을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아니까 ‘동양인들이 근접전에서 영국군을 압도한 사례’ 같은 거 가져오면…. 잠깐, 근데 애초에 근접전을 하던가? 포격으로 다 갈아버리지 않았나?
“이걸 제게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간단합니다. 보수당의 당원들 상당수는 뇌가 굳었어요.”
내 정책 다수는 죽은 디즈레일리와 결을 같이했다. 실제로 내 정치성향도 그랬고.
하지만 디즈레일리가 수상일 때 나는 이 정책을 내밀지 못했다. 차라리 자유당이 내놓는 게 더 적절한 정책이니까.
디즈레일리의 정책은 빈민구제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빈민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건 어떤 타산이 끼어들 수 없다.
내가 책임져아 할 사람들이니까. 타국에 내가 저지른 짓은 뭔데?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은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 아니잖아?
“화이트채플을 한 번이라도 거닐어 보신 적이 있다면 빈민구제를 멈춰야 한다는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겁니다. 미스터 글래드스턴.”
나는 또박또박 말했다.
“화이트채플에서 지내며 수많은 범죄에 노출되는 여성들이 방종해서 몸을 파는 것 같습니까? 저 옛 로마 시대, 제국의 황후의 몸으로써 몸을 팔았다는 메살리나와 같이, 저 중국에서 황후의 몸으로 간통을 저지르다 결국 제국이 멸망하자 자기 며느리와 함께 적국의 수도에서 몸을 팔았다는 무성황후 호씨처럼 단순히 음탕해서 그런 행위를 하는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그들은 그 방법이 아니고서는 생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창부들이 더럽다고 비난하면서 대체 왜 창부들이 생겨나는지는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빈민구제를 중단하자는 소리는 못 한단 말입니다.”
“당신은…….”
“굶어죽어가는 사람이 대체 어느 세월에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배운단 말입니까? 제가 보기에 그건 기만입니다. 미스터 글래드스턴, 기만이라고요. 단순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언부언하는 것 뿐입니다. 정녕 당신들이 털끝만큼이라도 이 나라의 빈민들을 구제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당신이 도덕주의를 외치며 타국에 보이는 도덕성의 십분의 일 만큼이라도 이 나라의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가서 당신의 영향력을 발휘해 자유당의 당론을 모으십시오. 그게 아니라면, 제가 당신을 위선자라 부르며 경멸하게 두십시오.”
“총리!”
“왜, 결투라도 신청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기꺼이 받아드리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글래드스턴은 모욕에 분노해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대처가 샤악 소리를 내면서 당장이라도 튀어오를 듯한 태세를 갖췄지만, 나는 조용히 도자기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제 얼굴에 장갑을 던질 거라면 던지고, 나갈 거라면 나가십시오. 그도 아니면 자리에 앉으십시오. 뜨겁든지 차갑든지 하란 말입니다.”
좋든 싫든 나는 총리다.
그리고 전생이든 지금이든,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한 번 책임을 짊어진 이상 나는 내가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저버릴 수 없다.
내가 나서야만 하는 전장이 설령 패배가 확정된 전쟁이라고 해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독선으로 평가받는다고 해도, 도망치지 않는다. 회피하고 타인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위정자로써 국민을 지키고, 내게 책임을 지운 국민의 의지를 대변하기 위해.
그리고 위정자로써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모든 일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어떤 대가를 치르든 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위정자니까.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책임을 지는 자니까.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그것만큼은 변한 적이 없었다.
***
글래드스턴이 돌아간 뒤, 나는 명령서를 작성했다.
– 암모니아의 대량생산법 연구에 대한 자금지원과 구체적인 방향성.
암모니아의 인공적 생산은 화약만이 아니라 비료에 공헌한다.
당연하지만 암모니아의 존재 등은 잘 알려져 있었다. 1774년에 조지프 프리스틀리라는 성직자가 암모니아의 분리를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도 질산칼륨, 그러니까 초석은 당연히 있었고, 현재 대영제국은 인도에서 막대한 양의 초석을 독점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양의 화약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칠레에도 구아노가 가득가득 쌓여있으며, 중국에도 초석 광산은 제법 있다.
그러나 이들은 광산이다. 자원이다. 다 파먹으면 사라진다. 실제 역사에서도 20세기 초에 초석 광산의 채굴량이 급감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근의 두려움이 퍼져나갔고, 그리고 그 시기에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이 다름아닌 프리츠 하버였다.
내가 평생 깨려고 노력했던 멜서스 트랩을 완전히 파묻어버리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해야 했다.
내 짧은 지식에 반추해 보자면 질소와 수소를 직접 반응시켜서 암모니아를 만든다. 촉매와 충분한 고압고온조건만 충족해주면 된다. 촉매도 필요하다고 했는데 정확히 뭐더라. 철이 들어간다던 것 같은데 그냥 철봉만 쑤셔넣는 건 아닐 거 아닌가.
그리고 수백 도의 온도와 수백 기압의 압력을 견딜 용기가 제일 큰 문제고, 온도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기압은 200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러나 나는 대장장이도 아니고 수백 도의 온도와 수백 기압의 압력을 견딜 용기를 만드는 방법은 모른다. 적절한 온도와 적절한 기압도 모른다.
다 실험으로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볼 밀링법, 이것도 뉴스 보고 알았는데,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용기에 쇠구슬과 철가루를 넣고 회전시키면서 질소와 수소를 주입하고, 물을 통과시켜 암모니아만 녹여 추출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 시기에 충분히 빠른 속도의 회전을 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하냐의 문제일 뿐. 증기기관을 동원하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지만.
그리고 나는 대영제국 총리의 권한이 있었다. 하면 된다. 만들어내면 된다.
질소와 수소를 촉매를 이용해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직접 반응시킬 수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나머지는 그저 수백, 수천, 필요하다면 수만 수십만 번이라도 시행한다. 한 팀으로는 부족하다면 대영제국의 기술진을 다 동원해서 수백 팀을 만들어 서로 다른 실험을 진행시키면 한 번의 실험을 진행할 시간에 수백 번의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볼 밀링 법도 마찬가지, 적당한 온도와 속도를 알아낼 때까지 실험하고, 기관의 성능을 올리라고 기술자들을 갈아넣으면 된다. 어느 쪽이든 먼저 완성되는 쪽을 채택할 것이다.
위선자들의 개같은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명분, 멜서스 트랩은 내가 총리 직에 있는 동안 지옥 밑바닥으로, 무저갱으로, 심연으로 쳐박고 그 위에 침을 뱉고야 말 것이다.
내 손으로.
반드시.
***
옌티안 대령은 콧노래를 불렀다.
얼마 전 본국에서 온 연락, ‘지난 작전에서의 전공을 감안하여 대령 진급을 승인한다.’는 말은 실실 웃음이 나오지 않으면 이상한 일. 게다가 훈장 심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지경이다.
물론 군에 오래 남아 있을 생각까지 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남은 인생 편하게 살 만하지 않은가.
애초에 목숨보다 자존심이 더 중요한 게 당연한 시대, 대령 계급과 참전경력만으로도 어느 사교계를 가든 무시당할 가능성은 없었다.
이제 당당하게 제대해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
‘집에 보내줘.’
전쟁이 안 끝난다.
당연히 전쟁이 끝나기 전에 제대는 없다.
참으로 빌어먹게도 말이다.
“집에 가고 싶다……..”
이놈의 전쟁은 끝날 생각을 안 하고, 광신도들은 계속해서 몰려온다.
“대체 얼마나 더 죽여야 끝날련지.”
승리하리라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 길의 끝을 과연 볼 수 있는 자가 있기는 하겠냐는 것이었다.
“총기는 군벌들이 오히려 더 충실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마교도들은 그저 수만 앞설 뿐이지요. 그런데 혈교는…..”
혈교도들은 마약성인지 뭔지는 몰라도 약물을 사용한 건지 종교적인 광신인지 당당하게 연합군의 포화를 향해 달려들었다.
당연히 상대를 가장 질리게 만드는 것도 혈교였다. 물론 그게 겁먹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적을 더 철두철미하게 쓸어버리는 쪽으로 발휘되고 있지만.
“뭘 쳐먹었길래 저렇게 제정신이 아닌 걸까.”
“윗선에서는 아편 계통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답니다. 중국 내에 아편이 퍼질 대로 퍼졌으니까요.”
물론 아편과는 좀 다르다. 아편에서 추출한 모르핀이었으니까.
안 좋은 건 알아서들 다 따라 배운다고, 중국인들은 영국에서 아편 재배법을 배워온 것도 모자라서 모르핀 정제법까지 배워왔고, 혈교는 이를 신도들에게 투약해 영국군과 싸우기 전에 주사시키고 전선에 내보내는 중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