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167)
천마군림보(3)
장강은 흐른다.
바다에서나 들릴 법한 파도소리가 들린다.
아시아에서 가장 길며 세계로 나가면 세 번째로 긴 강 답게 거대한 유량을 자랑하는 강을 경계로 두 군대가 늘어서 있었다.
“호왈 천만이라더군요.”
“진짜 천만은 아니겠지.”
어디 단상 위에 올라간 것도 아니고 지표면에 있는, 그것도 대포 사정거리 바깥에 있는 지휘부에서 본 것만으로도 적의 수를 파악할 수 있다면 그건 상태창에서 맵핵을 켠 회귀자이리라.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몰라도 본인은 회귀자도 뭣도 아닌 대령은 쌍안경으로 바라보았다.
“그래도 수백만은 족히 될 겁니다.”
태평천국은 의외로 중국 여성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했고, 여군 부대를 동원해 제법 피해를 준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여군부대가 있는 건 상군이나 마교, 당가를 비롯해 중국의 군벌 세력들 사이에서는 딱히 특이한 일이 아니다.
막말로 총을 조준할 눈과 방아쇠를 당길 손가락만 있으면 총알 한 발이라도 더 박아넣을 수 있는데 무기가 있는 선에서는 안 하는 게 바보 아닌가?
물론 총기가 부족하면 아닐 수도 있는데, 보통 군벌들은 남자가 아닌 여자들에게 총기를 들리고 남자들에게 백병전용 무기를 들려서 해결했다.
총 맞으면 남자도 한 방 여자도 한 방이고, 머릿수는 중요하니까.
“어쩌면 진짜 천만을 채웠을지도 모릅니다. 저 병력들 대부분이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한 잡병들이란 걸 감안하면…….”
“우리가 아무리 잘 싸워봤자 전선이 한 번 무너지면 다같이 죽어.”
이홍장이 급하게 재소집한 병력에 추가로 긁어모은 병력도 수백만은 족히 됐다.
물론 이들 중 100만을 제외한 나머지는 농민병들이고 100만 명 중 대부분은 이홍장이 집결시킨 상군 병력, 그리고 각지의 군벌들과 타협을 한 뒤 긁어모은 병력들이었다.
마교는 군벌들과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제일 비율이 적은 나머지는 만주로 후퇴하기에는 너무 깊숙하게 들어온 서양 열강의 각 부대들이었고, 이들은 별도의 지휘권 아래 분산되어 있었다.
이홍장은 최정예 부대인 이들을 예비대로 빼놓았지만 패닉으로 인해 부대 전체가 붕괴하면 각 연대들이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지.”
당가는 타협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홍장이 제법 다급해진 나머지 관대한 타협안을 내놓은 것도 있지만, 이홍장이 만에 하나라도 무너지게 된다면 그 뒷감당은 사천당가가 문제가 아니라 이중제국조차 쉽게 하기 어려우리라. 결국 당가는 협정을 맺고 군대를 보냈다.
그리고 절대 공식적으로 당가를 돕기 위해 진격해온 병력이 아닌, 사천 내의 마교 토벌을 위해 투입된 영국과 러시아의 연대들도 당연히 빠져나와서 장강 방어선에 투입되어야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뭔데?”
“저놈들은 이 큰 강을 어떻게 넘어오려는 걸까요?”
“글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을 건너는 군대가 취약하다는 건 이견의 여지가 없다. 괜히 송양지인의 고사가 있겠는가.
“시간을 끌려는 것일지도요.”
당춘리가 지적했다.
“시간?”
“아무래도……. 식량보급이 부족하니까요.”
수백만 대군은 말은 멋지지만, 그 대군에게 식량을 보급해주는 걸 생각하면 악몽이다. 애초에 중원에 인구가 많은데 백만대군을 진짜로 뽑아낸 경우가 적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마교 측도 마찬가지일 텐데? 아편을 먹인다고 쳐도 아편을 먹으면 고통을 잊는 거지 떨어진 체력이 회복되지는 않아.”
그 순간, 나팔 소리가 울렸다.
“뭐지?”
그에 대한 대답은 곧장 돌아왔다. 폭음으로.
“마교도들이 도강을 시작했습니다!”
포탄이 강변 진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쯧.”
마주 포격을 벌이는 상군을 보며 상대의 노림수를 간파한 대령은 혀를 찼다.
“저놈들, 포탄 중 적잖은 수가 강으로 떨어지고 있어, 구식 대포까지 같이 쏴대는 모양이군.”
“구식 대포라면…….”
“아마 장강 이북에 있는 화약무기란 화약무기는 다 긁어온 모양입니다. 그런데 화약을 낭비할 뿐이 아닙니까?”
“그게 아니지, 우리 입장에서 어느 포에서 쏜 게 명중하고 어느 포에서 쏜 게 우리 진지를 타격한 건지 알 수가 있나? 우리는 포를 쏴서 적 포병대를 제압하지 않으면 해안에 병력을 밀어넣을 수가 없어. 그러면 놈들이 교두보를 형성하는 꼴을 멀찍이서 포를 쏘는 것 말고는 손을 놓고 봐야 한다는 소리고.”
“그럼…….”
“구식 포들을 이용해 진짜 위협이 되는 신식 대포의 위치를 숨긴다. 양쪽 다 포병 없이 붙으면 머릿수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생각인가.”
의미가 없는 전술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비효율의 극치인데.
“우리는 보급을 받을 가망이 제법 있지만 저들은 그게 아니니 말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리라.
“아무튼 포병도 아닌 우리 입장에서는 적이 상륙하지 않으면 할 일이 없겠군.”
포탄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
수많은 급조한 배들이 장강을 건너고 있었다.
대충 만들어서 그대로 분해되어 침몰하기도, 뒤집히기도 했지만 어마어마한 수를 무기로 쉬지도 않고 밀려오는 그 모습은 지평선을 뒤덮은 메뚜기 떼처럼 보였다.
남쪽에서 발사된 포탄이 북쪽의 포병들을 때려부수는 동안, 그리고 북쪽의 포병대가 남쪽의 포병들에게 두들겨맞느라 사격이 중단된 동안 회선포 운용병들과 보병들이 대열을 이루고 강변으로 내려갔다.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한 적들에게 총탄이 쏟아졌다. 야포는 죄다 대포병 사격에 투입되어 있었지만, 소총탄과 개틀링의 탄환들은 그와 무관하게 접근해오는 선박들을 벌집으로 만들어 가라앉혔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선박들 중 몇몇이 이상한 물건을 꺼내들었다.
이상한 틀 같은 걸 올려놓은 마교도들은 그대로 불을 붙이고, 어마어마한 화염이 뿜어졌다.
본래 물로 향하게 해야 할 후폭풍과 화염을 잘못된 운용으로 뒤집어쓴 배들이 홀랑 타버리는 사고도 빈발했지만 적어도 수천 발에 달하는 불덩어리들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콰아앙!
“뭐야!”
“으아악! 벼락이다!”
포탄과는 다르게 긴 꼬리를 끌며 날아와 폭발하는 충격에 훈련도가 낮은 민병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진정해라! 벼락이 아니라 화전(火箭)에 불과하다! 사술이 아니……”
그 순간 몇 발의 화살이 공중에서 터졌다.
그리고 흰 연막이 퍼졌다.
군 훈련 시나 실전 참가 경험이 있다면 끝도 없이 보았을 너무나도 익숙한 흰색의 구름.
“이런 시발…….”
그리고 다른 폭발에서는 황록색 연기가 새어나오는 것까지 봐버린 영국군과 러시아군의 장교들이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가스! 가스! 가스!”
“다들 방독면 착용해! 가스다!”
염소 가스에 백린탄을 로켓 병기에 실어서 상륙정에서 쏴대서 상륙 지점을 청소하기 시작한 마교는 예상보다 큰 피해를 입혔다.
“이 개같은 새끼들이!”
대체 백린이나 염소 가스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마교가 그들에게 준 충격은 단순히 화학탄에 노출되어 발생한 사상자만이 아니었다.
“으아아아!”
“도망쳐! 마영기공이다!”
“그건 또 뭔……”
근본없는 이름을 외치면서 농민 출신인 징집병들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자리를 지켜라!”
이홍장이 대노해 고함을 질렀다.
“몇 발 되지도 않는다! 걸레로라도 코와 입을 가리면 중독되지 않는단 말이다!”
“폐하! 상군은 몰라도 징집병들은……..”
“제기랄!”
교육을 안 시킨 게 실수였다. 설마 독가스와 백린탄을 마교가 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양이를 한다고 해서 서역의 기술조차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란 건가…… 금위장!”
“예! 폐하!”
“도망치는 놈들을 막아라! 죽여서라도 막으란 말이다! 상군까지 흔들리면 끝장이다!”
자기 옆의 놈이 도망가면 자신도 도망가게 된다. 안 그러면 포위당하니까.
“금군 기병들을 내보내서 도망치는 놈들을 베어라!”
정예군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들까지 군중심리에 휩쓸려 있으면 답도 없다. 지금 같은 상황은 피를 뿌려야만 진정된다.
“예! 폐하!”
***
“예상보다 효과가 더 좋구려, 마뇌.”
마교의 승상이자 천마의 지낭, 마뇌 이등박문은 아무 말 없이 전선을 보았다.
백린탄 제조법, 백린신기전 제조법과 사용법, 염소 가스의 생산법.
전부 그가 천마신교에 바친 것이었다.
‘단 한 번만 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
이곳에 모인 이들 전부가 죽는다고 해도, 그 뒤로도 더 많은 죽음이 지나야만 한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세우게 될, 세워야만 할 미래가 훨씬 많은 사람을 구원할 예정이니까.
이미 여러 번 대차대조표를 세워 보았다.
그리고 결론이 난 지 오래다.
‘흑자다.’
마뇌 이등박문의 대차대조표는 흑자였다.
희망이란 이름의 흑자.
“2진을 투입해라. 몇 명이 죽든 교두보만 형성하면 이득이다.”
“예! 알겠습니다!”
“계속 주화를 쏴서 놈들 선회포를 제압해, 다른 건 몰라도 회선포만큼은 제압해야 한다.”
몇 명이나 죽었던가, 불란서의 그 악랄한 회선포에.
개틀링의 집중사격을 받자마자 돌격대는 그대로 갈려나갔다.
“어차피 죽어나간 놈들이라고 해 봐야 창칼이나 든 잡병들 뿐, 마인들은 거의 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밀어붙이면 우리의 승리입니다.”
***
“젠장,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백린탄이 퍼트린 연막 때문에 도저히 사격각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백린탄은 유독 가스 탓에 백린탄이 터진 지역은 연기가 흩어질 때까지 절대 접근하지 말 것, 그리고 백린이 퍼트린 불이 붙으면 물을 끼얹는 수준으로는 안 되고 아예 강물에 뛰어들라는 게 지침이었다.
물론 정석은 물에 적신 붕대로 불을 끄는 것과 동시에 찬물을 지속적으로 끼얹어주는 것이지만 전쟁터 한가운데서 한가롭게 그럴 수는 없으니 강물에 뛰어드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상처가 감염될 위험이 크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칼로 살점을 도려내야 한다. 산소와 반응한 백린은 촛농처럼 몸에 달라붙어서 몸에서 물 분자를 빼앗아 진한 황산에 몸이 닿은 것 이상의 손상을 입히고, 화학화상을 입히면서 신체의 지방층까지 불태우고, 몸에 흡수되면 살을 썩게 만든다.
당연하지만 이는 전부 유럽 국가들이 전훈을 반추하면서 깨달은 것이고, 대부분의 군인들이 교육받았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런 교육을 받았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백린탄이 터진 곳에 사람을 밀어넣는 일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벌이고 있었따.
양측 모두가.
“죽어라!”
대도를 든 병사가 그대로 다른 이에게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칼에 베이기 전에 휘두른 쇠스랑이 대도를 든 병사의 목을 베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 대부분의 무기는 농기구나 심지어 몽둥이까지 있을 정도로 빈약했다. 실제로 총성은 많이 울리고 있음에도 전선의 길이에 비해서는 많지 않았다.
“중령님! 저희도 싸웁니까?”
“기다려! 아직이다!”
“…………”
아직 탄을 무의미하게 소비하고 병사들의 힘을 빼놓을 때가 아니라는 판단 하에 열강의 군대가 침묵을 지키는 동안, 중국인들의 피가 장강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