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168)
천마군림보(4)
“사격 개시!”
맹렬한 개틀링건의 포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엎드려!”
그리고 그 직후 비화 몇 발이 날아와 터졌다. 엄폐도 못한 사수들은 그대로 제압당했다.
아니, 사수만 제압당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 모른다.
“백린이다! 산개!”
개틀링은 참호에서 사용할 수 없었고, 병사들이 파고 버티던 참호선 뒤쪽에 세워져 있었다.
당연히 비화창은 참호 안쪽에서 터졌다.
“참호 밖으로 나가! 당장! 가만 있으면 뒤진다! 움직여!”
문제가 있다면, 참호전에서 백린을 피하기 위해 참호 밖으로 나가면 아주 좋은 표적이 된다는 것.
총탄에 맞은 보병들이 고꾸라졌다.
“제기랄, 이홍장 그 작자는 뭐하는 거야?”
기병 돌격을 통해 교두보를 섬멸해야 하는데 아까 전의 백린탄 사격 때문에 기병돌격의 타이밍을 놓쳤다.
그러는 바람에 기병대는 전투에 참가도 못 한 상태로 지금까지 움직인 건 탈영병 잡아 족치기가 전부, 문자 그대로 대사건의 방관자 꼴이었다.
물론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이홍장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기병돌격이 분산되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말에 부담을 너무 주기 때문에 직물제 외투조차 장비되지 않은 상황. 백린에 피격되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었다.
게다가 이번 전쟁이 끝나면 모두 끝나는 게 아니었다.
양이들의 인명피해가 심각해지면 저들이 대체 어떤 대가를 요구하겠는가. 가뜩이나 서방에 빚은 최소한으로 지고 싶은 이홍장의 입장에서는 악몽이었다.
힘을 빌렸지만, 그 대가를 최소한으로 치르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전투는 지속되고 있었다.
“양측 전부 포병은 열심히 쏘아대지만 실제로 투입되어서 죽어나가는 놈들 대부분은 잡병이야.”
유럽의 정규 포병연대들과 두 군벌 세력의 포격전 역시 마찬가지, 유럽 측 포병들은 적 포병과 도하하는 선박들을 하나하나 높은 명중률로 제압했지만 상군과 마교의 포병들은 그렇지 못했다. 애초에 백린탄과 화학탄도 유체라는 특성상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갈 뿐 명중률 자체는 극히 낮았다.
아예 도하 도중에 쏴댄 백린 사격처럼 아예 코앞까지 와서 일제히 갈겨버리는 방식 외에는 제대로 된 명중을 내지 못하던 상황.
그때, 상황이 일순 반전되었다.
-콰콰콰쾅!
“해군?”
중령의 쌍안경이 장강 하구 방향을 바라보았고,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렇지! 놀고 있지는 않았구만!”
이번 전쟁에 참전한 유럽 국가들의 해군 함선들이 뒤늦게 장강을 거슬러오르면서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늦어, 게다가 큰 효과를 보긴 어렵겠군.”
“예?”
“봐라, 해군 놈들이 선수포만 쏴대고 있잖냐, 이제 와서 종사를 퍼붓기에는 개입 시점이 너무 늦었어. 윗선에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몰라도 싸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래서야 아군 사격만 방해하게 생겼어.”
그 말처럼 하구에서 쏴대는 포탄은 장강을 도하하는 쪽배들을 두들겨 부술 뿐, 뭔가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옆구리에 창을 찌르고 있는데 그놈이 워낙 덩치가 커서 창을 죄다 부러트리면서 날뛰는 꼴이야, 그래, 드래곤의 옆구리에 창을 찔러넣게 된 성 게오르기우스가 저 물개 놈들의 기분이었으려나.”
그때, 상류 방향에서도 폭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
-쿠우웅!
“천마시여! 상류에서 놈들이 수뢰를…….”
“기뢰를 강물에 흘려보내는 건가.”
중얼거린 이등박문은 쓴웃음을 지었다.
“마뇌.”
“우리도 프랑스군과 싸울 때 써봤던 방법이오, 이홍장쯤 되는 사람이 응용을 못할 리가 없겠지, 우리는 어선에 줄을 달고 기뢰를 물 속에서 끄는 방식으로 철갑함도 가라앉혀봤소.”
민간 선박인 줄 알고 굳이 대응하지 않았던 프랑스 해군은 갑작스러운 물 속에서의 습격에 날벼락을 맞았다.
“나중 가니까 그냥 접근해오는 배는 서양 배가 아닌 이상 다 부숴서 침몰시키기 시작하더군, 그 이후로는 써먹진 못했소만.”
“네 회상이나 들을 때가 아니다, 마뇌, 하류에는 양이의 수군, 상류에서는 적의 수뢰가 강물에 떠내려오고 있다. 대책이 있겠지?”
“뭐….. 우리 숫자가 줄면 되오.”
“뭐?”
“한 번 떠내려가기 시작한 기뢰가 멈출 것 같소? 기뢰에 맞으면 쪽배들도 침몰이지만 저놈들의 철갑함도 침몰을 면하지 못하지.”
“………..”
“놈들도 멍청이가 아니니만큼 한 번에 절대 많은 수량의 기뢰를 풀지 않을 거요.”
“그러니 도하 속도를 늦추라?”
“그렇소.”
“안 돼, 그러면 상륙해서 당한다.”
마교가 믿을 수 있는 건 수적 우세뿐이었다. 마교의 정예군이라고 해서 상군을 압도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럼 어쩌시겠습니까?”
“…… 잡스러운 놈들을 양익에 배치하고 마랑대를 중앙에 배치해 투입한다.”
“미리 말해 두지만 양이의 군대가 중앙에 집중해서 배치되어 있소. 이홍장의 정예부대도, 필시 본인도 거기 있겠지.”
“그러니 정예부대를 모두 투입한다. 나도 간다.”
“하.”
이등박문은 쓴웃음을 지었다.
“모두 잃거나 모두 얻거나 중 하나를 고르겠다는 거요?”
“아니.”
“그럼?”
“천마는 지지 않는다.”
“……….. 처음 볼 때부터 궁금했지, 그 오만하기까지 한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든 기적은 스스로를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무리 가망이 없다 하더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믿으면 능히 천하를 뒤집어엎을 수 있고 모든 인간이 믿으면 그것은 현실이 되는 법.”
“……….”
“자네들도 그렇게 믿고 일어나지 않았나. 누군가가 꿈을 꾼다면, 그리고 그 불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한다면, 자신이 실패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몸을 던질 거라고,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이들이 남아 있는 한 우리 눈앞에 보이는 저 바위에 몸을 던지는 계란들이 끊임없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끝끝내 거대한 바위를 뚫어버리듯.
도전하고, 도전하고, 또 도전해서 기어코 성공시키리라고 믿으면서.
“승리한다면 다시 만나겠지, 강 건너에서, 하지만 패한다면 최대한 많이 살려보내게.”
그 말을 끝으로 천마는 사라졌다.
천마는 마지막 순간까지 천마다. 죽는 것조차도.
“스승님께서 오래 전에 내려주신 우화가 있었지.”
이미 막사는 비었건만, 이등박문은 씁쓸하게 말했다.
“절대적인 진리를 신봉하는 고슴도치는 세상을 단 하나의 틀에 넣고 가시를 세워 다른 사상을 모조리 거절하지만, 교활하고 변덕스러운 여우는 어지러운 시대의 파도 속에 숨어 눈을 가늘게 뜨고 세상을 뒤집을 불협화음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고슴도치는 단 한 가지 전략만으로도 여우가 세우는 무수히 많은 전략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가 처음 한 말을 인용한 스승은 그렇게 말했다.
여우는 온갖 꾀를 부려도 고슴도치의 한 가지 호신법을 이겨낼 수 없듯이, 고슴도치 같은 인간은 결국 한 가지 비전을 추구함으로써 그때마다의 우선순위를 목표로 타협안을 제시하는 존재들을 거대한 역사적 관점에서 패퇴시켜 왔다고.
그는 고슴도치를 보았다.
“나는…. 내가 고슴도치인 줄 알았던 여우인가.”
중얼거린 이토의 목소리는 전장의 소음에 삼켜졌다.
***
“적들의 총공세입니다!”
마지막 한 명까지 작정하고 밀고들어온다. 배의 뒷부분과 앞부분이 꼬리를 물 정도로 수많은 배들이 물에 띄워져 전진해오는 모습은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던 진영 전체가 앞으로 전진해오고 있었다.
“저놈들이 닿게 놔두면 배를 저을 것도 없이 배 위를 달려서 장강을 건널 수 있겠군.”
거의 배다리나 다름없는 수준의 대대적인 도강을 본 세묜의 감상이었다.
“저 위를 말로 달릴 수 있을까?”
“말 다리 부러질 겁니다.”
“게다가 강 중앙과 강변의 유속은 달라요. 계속 노를 젓지 않으면 떠내려갈 겁니다.”
맹렬한 포격이 이어지며 수많은 선박들이 가라앉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선박들이 뒤를 이었다.
“우리야 잠깐 입에 뭐라도 넣을 여유가 있었지만 저 밑의 놈들은 쫄쫄 굶었을 텐데 말입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다. 수에서 밀리니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체력의 한계가 올 수밖에 없었고, 개틀링 포대들도 고장이라도 났는지 사격을 중단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조만간 우리가 끼어들 틈이 날 것 같은데.”
그때, 폭음이 울렸다.
“그래, 왔군.”
마교도들이 배 위에서 가한 일제사격, 그 의미는 간단했다.
진짜 정예인 십만마인이 이 방향으로 몰려왔다는 것.
포성, 총성, 그리고 패닉에 빠져 물러나는 병사들이 보였다.
“중국군이 밀립니다.”
“……….”
그리고, 명적 소리가 울렸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익!
“지금이다!”
일제히 기병대가 말을 달렸다.
정예도가 빈말로도 우수하지 못한 중국 기병대는 흩어졌지만, 이곳에 있는 열강의 기병들만 해도 그 수가 수 개 연대에 달했다.
물론 장강 전역을 커버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단 한 개의 전선에서는 일제돌격을 충분히 감행할 수 있었다.
기병대의 나팔 소리와 함께 수많은 기병들이 달렸다.
기병대는 열을 맞춰 돌격해야만 그 타격력이 극대화된다. 이미 조직력을 상실해버렸다는 점에서 중국 기병대는 탈락이나 다름없었지만 정예 기병대는 아니다.
기병들의 창은 창대 사이로 바람조차 지나기 어려울 정도로 바짝 붙어서, 사과를 던져도 그 사이에 걸릴 정도로 바짝 붙어서 돌격한다.
그리하여 기병들이 최고 속도에 도달한 건 적 전면에서 고작 20미터도 되지 않은 거리였다.
-타타타타탕!
빗발치는 탄환에 여러 명의 기병들이 쓰러져나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격하도록.
창을 찌른 다음 바로 버린 창기병들은 그대로 세이버를 뽑아들어 백병전을 벌였다. 몇몇 병사들은 권총을 빼들어 쐈다.
“옌티안 대령님!”
세묜이 급하게 말을 몰고 달려왔지만, 대령은 이미 말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말이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맞아 쓰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대로 보병으로 전환한 대령이 칼을 휘두를 때, 비도 하나가 대령을 노리는 적에게 직격했다.
같이 따라온 당춘리였다.
암기를 던지고, 그대로 발차기로 상대의 턱을 걷어차버리고, 그대로 몸을 낮춰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면서 상대의 다리를 걷어차 다리뼈를 부러트린다.
“야! 너 뭐하는 거야!”
“사람은 생각보다 자기 발밑을 잘 못 보거든요? 본인 앞가림이나 하시죠!”
발차기만으로 건장한 남자 대여섯을 눕혀버리고 그대로 암기를 날려 접근해오던 다른 이들의 목에 꽃아넣는다.
드물게 갑주를 입고 있으면 눈이든 목이든 팔이든 아무튼 빈틈을 교묘하게 노려서 꽃아넣는다.
“와 씨.”
기병용 세이버를 휘둘러대던 대령조차도 감탄할 정도로 군더더기 없고 물 흐르듯 유려한 동작.
“저게 쿵푸구나.”
“쿵푸가 암기술도 포함하는 겁니까? 제가 아는 거랑은 좀 다릅니다만!”
레버액션 소총의 탄창을 싹 비워버린 세묜은 비명처럼 외치면서 상대의 머리에 개머리판을 내리치고 그대로 춘리를 낚아챘다.
“야! 난!”
“레이디 퍼스트….. 으헉?”
순간 말이 갑자기 철퍼덕 쓰러지자 춘리는 날쌔게 허공으로 뛰어올라 말에 깔리는 걸 면했지만 세묜은 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레이디 퍼스트가 사실 위험한 데 여자부터 밀어넣는 거였다던가.”
“진짜요?”
“그걸 믿냐?”
문자 그대로의 난전 상황에 본인들도 칼 휘두르고 있으면서 조잘조잘 입은 잘 돌아가는 두 나잇값 못하는 영관의 입담에 한숨을 내쉰 춘리는 곡괭이를 든 또 다른 적병의 무릎을 부러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