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188)
대전쟁(5)
로마, 교황령.
교황령이 보유한 마지막 도시, 로마 시는 전화가 인근까지 닥쳐왔는데도 평화로웠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애초에 가톨릭이랑 정교회, 성공회 등이 바티칸 공의회의 결과로 화해하고 프로테스탄트에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으니, 감히 로마를 건드리는 이들은 신성로마제국이든 이중제국이든 프랑스든 간에 결코 우호적인 시선을 받지 못할 것이다.
사코 디 로마나 아비뇽 유수처럼 종교가 있다고 교황청이 안전했던 건 아니라는 반례를 들고 싶다면, 현 교황 베드로 2세는 우선 교황은 세속적인 권한도 없고 누군가를 먼저 적대하지도 않았다는 데 주목했다.
어떤 국가든 간에 로마를 건드렸다가는 국가 차원이 아닌, 본인의 정적들에게 결정적인 건수를 쥐어주게 되는 셈인데 미쳤다고 그러겠는가?
베드로 2세 교황은 교리성성 소속 이단심문관 출신으로 추기경이 된 인물이었으며, 본래 유력 후보에도 들지 못했으나 전혀 의외의 결과로 선출된 인물이었다.
초대 교황 베드로 이후 그 어떤 교황도 감히 사용할 수 없었던 베드로라는 이름을 교황명으로 올리는 파격을 선보인 이 추기경의 세속명은 이오시프 쥬가시빌리였다.
이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원 역사에서 소비에트 연방의 서기장으로써 ‘교황? 그는 몇 개의 사단을 가지고 있지?’라고 말했을 쥬가시빌리가 성직자로써의 길을 밟게 된 것은 같은 시각에 극동에서 달리는 기차를 세우는 법을 궁리하고 상사를 씹어대고 있을 모 대위가 원인을 제공했다.
전생에 베트남군을 끌고 쳐들어가서 이탈리아 통일을 무산시킨 결과 이중제국의 강한 영향력 하에 놓인 나머지 열린 바티칸 공의회에서 정치적 이유로 국교회, 그리고 정교회와의 화해를 선포해야 했고, 이는 러시아 내에서도 가톨릭 성당과 신학교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어머니의 뜻대로 성직자가 되려고 만성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몰래 어머니가 모은 돈을 받아 상경한 어린 쥬가시빌리는 아주 사소한 착각을 했고, 그 결과는 그가 정교회의 신부가 아니라 성사 교류가 이미 승인된 사이이긴 하지만 가톨릭의 신부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
젊은 나이에 교리성성(이단심문청)에 들어간 쥬가시빌리는 그 무시무시한 행정적 능력을 인정받아 유래없이 빠른 나이에 주교로 서품받았고, 검은 주교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냉정하고 빠른 일처리로 교황의 눈에도 들었던 쥬가시빌리 주교는 추기경으로 서품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교회 내 입지를 확장시켜나간 쥬가시빌리 추기경은 마침내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콘클라베에서 몇 번의 재투표 끝에 교황으로 즉위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교황으로 즉위하는 순간부터 베드로 2세를 칭하는 파격을 선보인 그는 자신의 권한을 넓히고, 실질적인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교리성성을 손발처럼 휘둘러 바티칸 내부의 부정부패 문제들을 쓸어내고, 가톨릭교회 내부의 해묵은 문제들을 쓸어냈다.
자비와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교황이어야 하는 만큼 성깔대로 죄다 끌고 가서 스위스 근위대를 시켜서 뒤통수에 총알을 박아버리지는 않았지만 좌천되거나 성직자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조치가 따라갔다.
원 역사의 그 성질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입으로는 사랑과 평화를 말할지언정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않고 철혈로 교회 내를 정화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강철의 교황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면 그가 증강하고 현대화한 스위스 근위대로도 정규전쟁을 치르기는 좀 심하게 무리였으며, 로마 시가 전장으로 변한다면 성 베드로 대성당 이외의 지역을 지킬 수나 있을지 의문이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일개 연대도 안 되는 병력으로 이 지옥도에 뛰어드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징집을 피해서 도망쳐오는 징집 대상자들이, 탈영병들이 로마 시내에 가득했고 각국은 이들을 당장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교황 성하, 이중제국의 요구를 듣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
이 주변에 군대를 몰고 올 능력이 있는 건 명백히 이중제국이니까.
“성좌에 있는 이들을 뒤져서 저들의 징병관이 주님의 보호를 청하며 도망쳐온 어린양들을 잡아가도록 허락하라는 것인가?”
“성하……”
교황의 명시적인 허락.
차라리 교황이 거부하더라도 억지로 밀고들어와 끌어갔으면 교황 입장에서는 또 다시 세속권력에게 교회가 짓밟힌 사례라고 한탄할 수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황의 명시적 허가 하에 끌고 간다면…….
“그럴 수는 없네.”
“교황 성하?”
“스위스 근위대에게 전하게, 전부 무장하고 이중제국군의 로마 진입을 막으라고.”
“성하!”
“이해하지 못했는가? 저들은 결국 성좌를 꼭두각시로 만들어야만 만족할 걸세! 이미 한 차례 전례가 있지 않은가!”
“…………”
“순순히 받아들일 수는 없네, 설령 순교하게 될지라도 교황청이 주님의 보호를 찾는 어린양들을 내버렸다는 선례를 남길 수는 없어.”
물론 교황도 나름의 생각이 있었다. 이중제국에도 가톨릭 인구가 결코 적지 않다.
만에 하나라도 성좌를 세속권력이 짓밟는 그림이 나온다면 민심이 흔들릴 것이고, 이는 탈영병 몇 잡아가는 것보다 더한 후폭풍을 일으킬 터.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저들은 결국 물러날 것이다.
***
아우렐리아, 안양.
원 역사에서 1905년에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5일 뒤에 원태우라는 독립투사가 경부선 기차를 타고 수원에서 사냥을 한 후 서울로 올라오던 이토 히로부미에게 돌을 던져서 유리 파편을 8군데나 박히게 한 사례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하려는 짓도 비슷한 짓이다.
다만 우리가 하려는 일은 딱히 의거는 아니며, 정부 차원에서의 작전이고, 돌이 아니라 총을 써야 한다는 점이었지만.
“여기서 쏜다고요?”
“그래.”
서울에서 수원으로 향하는 경부선은 안양을 지나고, 이곳에서는 특히 지형상 서행을 하게 된다. 물론 시속 20~30km가 최고속도던 1905년이랑 지금이 같지는 않지만 철도공사에서 명령을 내려 평소보다 더 느리게 가도록 서행을 지시했다. 아마 이 탓에 여객열차 다수가 지연이 발생하게 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고.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열차가 서행하면 우리도 표적을 잡기 쉽지만…….. 상대도 미친짓을 하기 쉬워진다는 걸.
“씹…..”
“쏴!”
“인질이 맞을 수 있습니다!”
“닥치고 쏘라고!”
탄환 몇 발이 날아갔지만 정밀하기로 유명한 K31 소총으로도 맞추기가 어려운 거리였다.
“무슨….. 기차 창문을 부수고 뛰어내려?”
지들이 영화배우야 뭐야?
“국장님, 열차에서 보고입니다. 승무원이 시체 한 구를 확인했답니다. 탈주범과 인상착의가 동일합니다.”
“빌어먹을.”
***
열사의 사막을 기병대가 달린다.
원 역사에서 아프리카의 사막을 질타했을 영국군과 독일군의 전차들은 없지만, 그것을 대신해 기병대가 열사의 사막을 달렸다.
사막에서의 전투는 얼마나 많은 영토를 점령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그 대신, 얼마나 많은 적을 쓰러트리느냐, 그리고 극히 적은 몇몇 거점을 누가 점령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탕! 탕탕!
말 위에 탄 병사들이 총을 쏘았다. 기병총에 맞은 병사들이 낙마했다.
경기관총에 맞은 말과 사람이 동시에 나동그라졌고, 총격전이 한 번 지나가자 기병도와 기병창도 자신의 밥값을 했다.
기병창을 아직도 쓰는 부대는 소수였지만 그게 기병창이 기병 간의 교전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건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넘쳐나는 인력을 동원해 참호를 팔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 모래뿐인 사막을 지켜봤자 큰 의미가 있는 것 역시 아니었다.
그러니 기병대를 이용한 기병전으로 대부분의 전투에서 승패가 결정되었다.
도시를 비롯한 몇몇 중요 거점에는 기관총과 참호가 있지만, 전체 시설에 비해서는 소수인 데다 아예 우회할 곳이 없는 유럽 전선과는 다르게 그저 우회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우회를 못 할 만한 참호를 팔 인력도, 그 참호에 병력을 배치할 수도 없으니 양측의 지휘관이 꺼내든 카드는 전근대적인 기병돌격의 충격력과 기병대의 기동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고, 얼마 가지 않아 양측 간의 충돌이 이어졌다.
카자크 기병대와 신성로마제국의 후사르 기병대 간에 총격전에 이은 기병전이 벌어지고, 말로 수송할 수 있는 소구경 포를 이용해서 거점방호용의 참호를 으깨버리기도 했다.
말은 낭만적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열사의 사막에서 식수가 떨어진다거나, 열사병으로 쓰러진다거나 하는 비전투손실은 쉴새없이 나왔고, 특히 이런 기후에는 익숙지 않은 카자크들의 피해가 컸다.
그래서 지금 싸우는 이들은 이중제국에게 고용된 아랍 기병대였다.
“알라후 아크바르!”
아랍 기병대의 외침에 전선에 나와서 직접 지휘 중이던 롬멜의 인상이 구겨졌다.
“저 토인 놈들이…. 영국 놈들이 뭐라고 혀를 놀려서 여기 끼어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넘어온 이상 살려보내지는 않는다! 기관총 가져와!”
물론, 상대도 기관총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그 프로이센의 건아, 토인이 맥심 기관총 몇 자루 있다고 해서 패퇴하고 물러나면 롬멜은 권총 물고 방아쇠를 당겨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메카와 메디나를 약속한 이중제국의 악마의 속삭임에 홀려 전장에 나섰던 이 지역의 패자이자 유력 호족이던 사우드 가문은 롬멜에게 짓밟혔고, 애초에 2선급을 뛰어넘은 3선급 부대라 군기가 딱히 엄정하지는 못했던 데다 당장 약탈을 안 하면 굶어죽을 판이던 독일 식민지군은 내친김에 사우드 가문의 본거지까지 쳐들어가 문자 그대로 개미 떼처럼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
브리튼 섬, 런던 근교 무기시험장.
무한궤도가 그 바퀴를 굴린다.
거대…..하다고는 하기 어렵다.
트랙터를 설계 기반으로 해서 무한궤도와 장갑판을 장치하고, 전함에 포탑을 달 듯 포탑을 장착한 신무기인 육상함. 코드네임 탱크는 기관총 사격을 견뎌내며 전진했다.
그 모습을 보던 처칠 장관은 만족스럽게 박수를 쳤다.
“좋군, 아주 좋아!”
그 형태는 원 역사의 크루세이더 전차에서 차체 길이를 조금 늘리고 넓이도 늘리고 포탑도 좀 확장한 형태에……. 2파운더 주포 2문을 박아놓은 쌍포전차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육상함인데 포탑이 없으면 돼?
-왜 단포신이지? 해군 전함들 중 주포에 2연장보다 적게 탑재하는 놈이 있던가? 3연장은 안 되더라도 2연장은 달아와!
처칠 본인이 해군이었기 때문이다.
엔진은 영국에서 개발한 항공기 엔진을 그대로 박아놨으며…..
“장관, 다 좋은데 말이오. 지뢰에 너무 약하지 않소?”
하부장갑을 제외하고는 야포 직사를 제외하고는 아직은 뚫을 방법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완성된 건 이놈뿐이지만, 다른 안 두 가지도 개발 중입니다. 저쪽을 봐주시겠습니까?”
아까 같은 전차지만 포탑이 없이 무장이 탈거된 놈이었다.
“아직 테스트 단계라 실패할 위험이 큽니다. 추력의 정도, 무게중심 등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유념해 주십시오.”
그 직후, 장착되어 있던 로켓 26개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무장을 탈거한 전차에 로켓 한 세트를 얹어서 그 추진력을 이용, 지뢰밭을 도약해서 건너간다는 개념의 장비였다.
물론, 목표 지점까지 날아가기에는 전차가 너무 무거웠지만 아무튼 날긴 날았다. 그게 중요했다.
“조금만 더 개량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놈은….. 조금 느리긴 하지만 안정적이죠, 기습효과를 원하면 저놈을 쓰고, 제대로 된 공세에서는 저놈을 써야 할 겁니다.”
“이건?”
“프랭크 휘틀 경이 터빈 엔진을 이용한 비행 추진체를 개발하고 있는 걸 알 겁니다. 그러나 아직 항공대가 채용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추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말입니다.”
터빈 엔진을 이용한 비행 추진체는 후일 제트 엔진이라 불릴 물건이다.
“이놈을 무장을 제거한 탱크의 위에 얹었습니다. 엔진의 화력으로 지뢰를 유폭시켜 제거하는 방식이죠, 종래의 지뢰제거방식에 비해 빠르고 안전합니다.”
연료소모를 보충해주기 위해 보급차량이 전장까지 쫓아다녀야 한다는 걸 빼고는 말이다.
하지만 처칠은 이런 무기들이 마음에 들었다. 원 역사에서 하버쿡이나 판잰드럼을 적극 지지했던 인물다웠다.
“뭐 저는 마음에 듭니다만.”
“마음에 드시겠죠, 당연히.”
처칠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아우렐리아 놈들이 아무리 무능해도 이놈이 실전에 투입되기 전에는 그년을 잡겠지, 잡은 다음 이 탱크들이 전선에서 전과를 내서 내 발언권이 극대화된 순간.’
자신의 영향력과 손에 들어온 베리야의 부정의 증거를 미친 듯이 휘두르면서 베리야를 제거한다!
이것이야말로 필승의 전법이라고 처칠은 확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