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195)
에도만 해전(2)
미 해군의 1.1인치 대공포 ‘시카고 피아노’가 미친 듯이 대공사격을 퍼부었다.
행운이 여러 번 따라주어 대부분의 대공화기들이 불타는 가운데에서도 문제없이 발사된 대공포는 빗발치듯 탄환을 쏘아올렸고,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수리부엉이 몇 대가 그 화망에 휩쓸려 추락하기 시작했다.
수리부엉이가 아무리 노익장이라고 해도 그 근본은 캔버스 날개를 펄럭이며 나아가는 복엽기, 맹렬한 대공사격에 노출되자 하나씩, 둘씩 추락했다.
다급하게 기관총과 소총탄을 퍼붓는 미군 병사들도 있었지만, 그 탄환들이 닿기에는 너무 멀었다. 아직 살아남아 있던 장거리 대공포들도 미친 듯이 포탄을 쏴대면서 그들을 노렸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순양함과 구축함 등 보조함들도 가용한 대공화기란 대공화기는 모조리 활용해 화망을 쳤다.
이들이 정지한 상태에서 발사하는 화망이었다면 아마 아우렐리아의 뇌격기 전력은 그 자리에서 반토막이 났을 터였다.
그러나 각 함선들은 살아남기 위해 맹렬한 회피기동을 벌이고 있었고, 명중률은 처참하리만치 낮았다.
문제가 있다면 항공기 편대의 뒤쪽에서 여전히 대열을 유지하고 있는 아우렐리아의 전함군이었다.
당장은 사거리 밖에서 머무르고 있지만, 대열이 흐트러지면 상어가 고래를 사냥하듯이 흐트러진 함선들을 개함 성능의 우위를 살려 사냥하리라는 데에 생각이 미친 것이었다.
‘그렇군, 항공 공격은 전함전대를 각개격파하려는 의도였나.’
당장 대서양에서도 전함 한 척의 키 고장으로 전열이 흐트러졌다가 해전의 주도권 자체를 상실하고 두들겨맞아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왕립해군의 사례가 있던 만큼 여기까지 추론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피탄당하면 그것도 골치아파진다. 패널티를 끼고 싸우는 셈이 되니까.
“제길, 복종진으로! 단종진은 적 공습에 대처하기 어려워!”
결국 이 상황에서는 숫적 우위를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좌현 견시 보고! 적 뇌격기 12기 본함으로 지속 접근 중!”
“키부터 돌려! 일단 거리부터 벌린다!”
“좌현 대공포대 2기 격추!”
“시카고 피아노 사격합니다!”
“시카고 피아노 2…..3기 추가 격추! 남은 적기 7기! 아니, 한 기 더 추락합니다! 6기입니다!”
“적기 어뢰 투탄!”
그리고 죽음의 실선들이 바닷물의 포말을 가르며 다가왔다.
“캔자스 적어도 2발 피탄! 미네소타 1발 피탄!”
“피해 보고해라!”
“오하이오에서 보고! 속도 16노트로 저하, 전투 속행 가능!”
“캔자스 속도 11노트까지 저하! 포격 능력 건재!”
“적기들이 다시 접근해오고 있습니다!”
지상 발진 항공대의 2파가 다시금 미 해군을 노리고 밀려들고 있었다.
“적 전함전대 접근 중!”
설상가상이 이런 것인가.
“제기랄.”
양자택일이 강요되고 있었다. 주포 사격을 하면 대공사격은 불가능해질뿐더러 주포를 쏘기 위해 단종진으로 변경하면 항공대에게 두들겨맞을 것이고 복종진으로 전진하면 숫적 우세는 무의미해진다.
호위함대를 동원해 몸으로 막으려고 하면 저 무의미하다고 비웃음당하던 초중순양함들에 의해 요리당할 것이다. 220mm 함포는 전함을 제외한 어떤 함선도 경시할 수 없는 화력을 지녔다.
상황은 명백했다. 상대 제독에게 놀아난 것이었다.
“호위함대에게 전진해서 날파리들을 막고 있으라고 해! 복열진을 유지한 상태로 적 전함전대와 직접 교전한다!”
“제독님, 그러면 호위함대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게 뻔하다.
하지만 멍하니 앉아있다 패배하는 것보다는 낫다. 다른 상황이라면 도망이라도 치지, 그들의 뒤에는 수만 미군이 있었다.
미 육군의 뼈대이자 대들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병력이었다. 결코 허망하게 잃을 수 없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순양함들과 구축함들이 희생해서라도 전함전대를 보호해야만 승산이 있어!”
2열로 나아가는 미 해군 전함전대, 그리고 단열로 나아가는 아우렐리아 해군 전함과 순양함들.
그 틈바구니로 미 해군의 순양함과 구축함들이 나아갔다.
일제히 전함진이 발포했지만, 포탄은 순양함들과 구축함들을 넘어 미 해군 전함전대로 날아갔다.
그리고 초중순양함 4척이 일제히 발포했다.
-콰콰콰콰쾅!
36발의 220mm 포탄은 그대로 날아가서 순양함들의 인근에 물기둥을 세웠다.
“근탄입니다!”
“적 항공기 접근 중!”
“대공사격 개시!”
항공 공격과 초중순양함들의 집중공격을 당할 순양함부대와 구축함부대가 살아남을 가망은 낮았다. 하지만 그들이 죽어나가지 않으면 전함전대가 죽어나가며, 전함전대가 죽어나가면 수만 미군이 몰살당한다.
그때, 어마어마한 폭음이 그들의 귀를 울렸다.
불굴 함에서 발사한 9발의 18인치 포탄 가운데 3발이 이미 여러 발의 포탄에 피격되어 불타오르고 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적중했다.
화재는 이미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전력을 절반 이하로 감소시킨 상태였다. 승무원 대다수가 화재 진압에 투입되어야 했고, 화재의 연기와 열기는 레이더조차 작동 불능으로 만들었다. 물론 야간전이 아닌 이상 레이더를 제대로 활용하기는 아직 무리였지만.
그런 상태의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날아든 포탄 세 발 중 한 발은 2번 포탑을 명중시켜 잉탄기를 날려버렸고 한 발은 함교 기저부를 적중시켰으며, 가장 중요한 마지막 한 발은 집중 방호구역을 적중시켰다.
대응방어의 수위를 한참 뛰어넘는 무자비한 18인치 대낙각탄의 폭력은 그대로 화재로 인해 약해져 있던 집중방호구역의 장갑을 관통하고 탄약고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이미 망가진 2번 포탑 전체가 족히 수십 미터 이상 공중으로 솟구칠 수준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굉침!”
“젠장!”
그 직후 우박처럼 쏟아지던 220mm 포탄들도 전과를 올렸다.
“펜사콜라 피탄! 젠장, 체스터도!”
어지간한 전함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함체 크기는 폼이 아니다. 극도로 정밀한 명중률과 어마어마한 속사능력을 목도한 미 해군 순양함전대는 억 소리도 못 내고 박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비규환 속에서 맹렬한 대공포화, 심지어 함포탄에 맞을 각오까지 한 뇌격기 편대가 하늘을 검게 매우면서 날아들었다.
***
“잘들 싸우네.”
쌍안경으로 상륙전이 이루어지는 해안을 바라본 나는 중얼거렸다.
간토 평야는 1만 7천 제곱킬로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평야다.
당연하지만 많은 인구가 몰려 살고……
‘탱크를 시험해보기에도 딱 맞지.’
아우렐리아가 지난 1년간 꼬박 연구한 전차는 총 3종류였다.
5형 장갑차, 10형 구축전차, 75형 중형전차.
중전차도 연구 중이기는 한데 아직 형상조차 결정이 안 났다.
내가 연구개발에 깊게 관여한 장비들이라 아주 잘 안다.
그런데 왜 여기 나와 있냐고?
이 ‘실험 기계화 중대’라는 명칭의 부대 때문에 그렇다.
“미군도 지금쯤은 기초적인 기갑전력은 보유했을 겁니다.”
“독일군이 증명했듯이 기갑부대를 제압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기갑입니다.”
“그러니 이번 일본 전역에서 신규 생산된 기갑차량들을 실전 테스트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훈련시켜서 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한데 테스트할 때 이들에 익숙한 인원들로 꾸려 보내죠?”
“지휘하던 놈이 지휘하는 게 낫겠지? 자네가 중대장을 맡게.”
내가 대령만 되었어도 ‘갈!’을 외치면서 드러누웠겠지만 나는 저 위에서 오가는 대화에 감히 낄 수 없는 계급이었다. 젠장.
물론 이름만 중대지 규모는 거의 대대급이다.
5형 장갑차 15대와 10형 구축전차 15대, 기타 장갑차량 3대, 그 외 각종 차량과 전용 보급중대, 이게 중대로 위장한 대대지 뭐냐. 심지어 정찰용으로 자이로콥터까지 몇 대 들고 있으니 진짜 호화판이다.
게다가 아주 실험병기들 다 들려줄 생각인지 보병장비도 별 괴상한 장비로 들려줬다.
“미군 놈들, 제법 군기가 잡혔는데?”
나는 귓가에 스치는 바람을 애써 무시하는 상태로 적들을 관측하면서 중얼거렸다.
그렇다, 난 지금 자이로콥터에 타고 있다.
“게다가 저 거북이 탱크들…….”
내가 아는 게 맞다면 저건 T28이다. 요새파괴용으로 가져왔나?
‘저걸 노획하면 75식 전차랑 신형 중전차 개발에 도움 많이 될 텐데.’
이들은 미합중국이 연방군과 주방위군, 육군과 해병대를 통틀어 가지고 있는 숙련병 전체나 다름없었다. 이를 한 번의 공세에 전부 털어넣는 것은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전을 생각하면 그리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수 없었지만, 이런 편제는 상륙에 이은 공세에는 최정에 중 최정예가 필요하다면서 뉴욕에서 어마어마한 멱살잡이가 이어진 결과물이었다.
‘적 전차는 5대, 그런데 우리 화력으로는 못 뚫겠지, 아마.’
정확한 수치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저 다섯 대의 전차는 문자 그대로 어마어마한 떡장갑이다.
우리가 보유한 건 쌍열 80mm 저압포를 보유한 5형 장갑차, 20mm 무반동포, 105mm를 장착한 10식 구축전차뿐인데 말이지.
심지어 10식 구축전차가 보유한 105mm 포도 원래 스웨덴에서 수입한 함포였나 해안포였던 걸 개조한 거다.
5형 장갑차의 8cm 저압포는 성형작약탄을 써서 대충 관통력이 140mm 정도 한다고 알고, 저놈 장갑은 최대 300mm가 넘는다.
‘10식 구축전차도 정면으로는 안 될 거 같은데.’
20mm 대전차무반동포도 이런 용도로 쓰는 걸 고려하지는 않았을 거다. 끽해야 경전차나 생각했겠지. 게다가 이 근처는 너무 평야라서 매복할 곳도 별달리 없고…….
“소령님, 착륙하겠습니다.”
“응? 왜?”
“해가 집니다.”
정말이었다. 어째 시야가 어두워졌다 했지만 정말 해가 지고 있었다.
오늘이 밀려나고 내일이 오기 위한 준비기간이 다가왔다. 노을은 원색 그대로의 물감처럼 푸르렀던 하늘을 폭력적인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마치 세상의 끝을 불러오듯이.
“착륙하지.”
야간전을 벌일 시간이었다.
***
제33기갑대대장 조지 스미스 패튼 주니어는 굉장히,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그와 대치하고 있는 누군가가 알았더라면 ‘저 양반은 뭔 일이 있길래 아직도 별을 못 달았지?’라고 깜짝 놀랐겠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패튼의 아버지 조지 패튼 시니어는 캘리포니아의 유력 정치인이었고, 윌슨의 측근이었다.
그렇기에 원 역사에서는 윌슨이 대통령이 되면서 패튼 역시 승승장구할 수 있었지만, 윌슨이 원 역사와 다르게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등의 여러 문제로 인해 패튼은 2차 미국 내전에서의 전공으로 영관까지는 간신히 올라갔지만 거기서 진급길이 막혀버린 것이었다.
물론, 계급이 올라가는 것보다 적 하나를 더 쳐죽이는 것을 즐기는 조지 스미스 패튼 주니어라는 인간은 태평양 전선 육군 최고지휘관인 오마르 브래들리가 자신을 선두에 세워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사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디까지든.’
눈앞에 보이는 모든 적을 찢어버리고, 눈이 닿을 수 있는 끝의 끝까지 이 강철의 군마를 끌고 달리고 싶다!
물론 병기국의 멍청이들이 이 멋진 장비들을 기병 병과가 아니라 보병을 보호하는 데 써야 한다고 너무 육중하게 만든 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고쳐나가면 될 일이긴 했다.
아우렐리아의 토치카에서 기관총이 쏟아지다가 전차포탄에 침묵한다.
전차라고는 가지고 있지도 않은 적들은 벙커와 참호, 야포와 대공포에 의지해 이 강철의 군마들을 막으려 시도하지만, 그리고 피해가 누적되어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은 전진하고 있었다.
승리를 향해.
이 순간, 패튼은 세상을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