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254)
덴노(3)
아우렐리아는 총기 소지가 금지되지 않은 국가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호환 문제도 있었고, 새로 넓힌 영토에도 맹수가 있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총기 사고도 많이 나고, 총기를 이용한 살인 사건도 은근히 난다.
물론 맹수에 의한 피해를 입을 일이 없는 대도시에서는 대놓고 들고 다니는 건 단속 대상이다. 칼을 가지고 있는 걸 제한하는 바보는 없지만 칼을 길거리 한복판에서 들고 배회하는 건 경찰이 잡듯이, 총과 총알을 사들여서 자기 집에 두는 건 자유지만 칼이 꼭 필요하지 않은 도심에서 가지고 다니는 건 자유다.
하지만 이것도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는 다소 느슨하게 적용된다.
물론 아직도 반군의 발호를 우려하고 있는 정부에서는 민간의 총기를 싹 회수하고 싶어했으나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차라리 총기로 무장한 민간인 수천만을 쏟아부어서 머릿수로 찍어누름으로써 백인들을 소수민족으로 전락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확정했다.
이 인구이동을 위해서 다소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니만큼 여러 유인책을 제공했고, 실제로 한반도가 좁아터진 건 사실이었기에 매년 수많은 이들이 떠나가고 있었다. 물론 미국으로 떠나는 중국인보다는 적지만.
그 결과, 이미 아우렐리아 본토에서 이민 온 인구가 백인 인구를 두 배 이상으로 찍어누르고 있었다. 백인 인구가 500만을 밑도는데 아우렐리아계는 이미 천만에 육박하고 있었고,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까. 뉴질랜드에서는 한술 더 떠서 인구비가 3:1로 벌어졌고.
아무튼 간에 총기 소지는 불법이 아니며, 오스트레일리아 대도시인 시드니의 경우에도 총을 공공연히 소지하고 다녀도 경관이 붙잡지 못한다.
그것이 중요했다.
-철컥!
일본군이 보유한 화기 가운데는 특이한 물건이 있다. 유탄발사기와 박격포를 결합해놓은 듯한 물건으로, 제식 소총인 모신나강의 파생형으로 분류되는 것.
큼지막한 총열에 50mm 박격포탄을 전장식으로 장전하고, 탄창에 장전된 공포탄을 발사해 격발시키는 구조로 분대당 한두 정식 지급될 정도로 일본인민군이 애용하는 장비.
그 무기가 이역만리 호주 대륙까지 한 정 와 있는 이유는 너무나도 명백했다.
“매국노 놈들은, 오늘 죽는다.”
일본 군부는 처음부터 당의 간섭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는 야마구치가 대두하기 전부터 있었던 일, 단지 그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 최근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들은 당에 그리 열성적이지도 않았다. 머릿속에 든 게 더 많은 만큼 더했다.
“그러니까 공산주의인데 왕정을 모시자고? 이건 무슨 사이비 공산주의야?”
“무당 후손을 기어코 다시 모셔와? 당에서는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솔직히 쇼인 사마의 가르침이 맞는지도 명확지 않은 근본없는 체계 아닌가, 차라리 룩셈부르크주의를 수입해오기라도 할 것이지……”
“게다가 제국주의자들에게 이를 위해 고개를 숙인다니, 혁명은 무릇 한 번 타협하는 순간 타락하는 법이거늘!”
그 외에도 불만은 많았다.
“도대체 소련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내는 겁니까?”
소련은 사람이 부족했다. 더 정확하게는 당의 뜻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부족했다.
남미는 본래 민족이 많이 분화된 차고, 자기들끼리도 여러 차레의 전쟁으로 악감정이 쌓인 데다 각지에 여전히 토호들이 날뛰는 상황.
당연히 통합을 하는 데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그리고 당에서 필요로 하는 이들은 토호 같은 유착 관계에 맞서 오직 당만 열성으로 지지할 자들. 거기에 마침 동족들도 잔뜩 있지 않은가.
따라서 소련에서는 제안을 보냈다.
“소비에트 연방은 귀국에 대규모 원자재, 석유, 석탄, 자금, 기술진 등을 지원할 의사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신 소비에트 연방으로 이민을 장려해주십시오, 사람이 많이 필요합니다.”
굶겨죽이느니 이민이라도 보내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에 반박하지 못한 당은 이민자 수에 따라 지원의 규모를 확대해주겠다는 제안에 응했다.
그리고 본래 남미의 식량 생산량은 어마어마하고, 내전으로 황폐화된 데다 자기 인구도 감당 못해서 자식을 죽이는 일본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어마어마한 인구가 또 다시 유출된 결과 현재 당에서 신상명세를 파악할 수 있는 일본 본토 거주 일본인은 약 1600만에 못 미치는 수준. 호적에 오르지 못한 인구에 백만 명 정도의 시코쿠 거주자들을 포함해도 2천만이 안 되는 꼴이다.
하지만 군부는 이를 국치라고 단정지었다. 치욕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을 팔아먹는데?
“이게 노예무역과 다를 게 뭐지?”
“인민이 최우선이라고 해놓고 인민을 상품으로 보는구나, 당은 타락했다!”
물론 아시아에서 타 지역으로의 인구유출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미합중국은 1차대전 당시 1만 척에 육박하는 각종 수송선을 건조했다. 가장 많이 건조된 리버티 선이 3천 척 내외, 개량형인 빅토리급 수송선도 거의 비슷한 수량이 뽑혔고 그 외 기타 전시표준선 이것저것을 다 합치면 1만 척에 살짝 못 미치는 수가 나온다.
그리고 전시에 격침된 수량을 다 빼고 남은 생존함들은 여기저기 팔려나갔고, 주로 대륙 간 여객업에 종사했다.
물론 제대로 된 유람선이 아닌, 거의 사람을 짐짝처럼 실어나르는 수준에 가까웠지만 지옥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이들에게 무엇이 두렵겠는가?
마침 중화제국에는 사상 최악의 가뭄이 밀어닥쳤다. 비가 오기를 기도하는 것도 1~2년이지, 몇 년 이상 심각한 가뭄이 이어지자 수많은 이들이 엑소더스를 시작했다.
오래 전 바이킹들이 이대로 가면 다 얼어죽을 판이라서 연합한 뒤 복수를 명분으로 대대적인 이교도 대군세를 시작했듯이, 그들은 일자리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신대륙을 향했다.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 못했던 미국에서는 중국인 유입을 겉으로만 규제할 뿐이었고, 검문이 약한 구 멕시코령을 통해 넘어가는 경우가 잦았다. 이는 반란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제일 먼저 지나인들이 주방위군과 연방군, 백인 민병대를 상대로 쪽수로 밀어붙인 끝에 제일 먼저 남부를 장악하는 결과로 이어졌었다.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배들은 따로 폐기되지도 않았다. 전쟁에 소모된 배들도 있었지만 적지 않은 수가 서부 해안지역 전체를 장악한 반군에 의해 지나인들을 그들의 거점으로 실어나르는 데 쓰였다. 미 해군의 수송선들은 한 척에 최소한 1만 명 넘게 태울 수 있었고, 탑승자의 편의성과 안전을 조금 도외시하면 그보다 훨씬 많이 구겨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장 총을 들고 반군의 전력이 되었으니, 중원에서 직통으로 인력을 공급받는 반군은 언제나 압도적인 머릿수를 자랑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패튼이 간신히 미국령 아시아 지역의 저항군들을 때려부수고 대략적인 인구수를 확인해보자, 수억에 달하던 지나인들의 수는 7200만까지 줄어 있었다.
물론 다 죽었을 리는 없고 전부 신대륙으로 가거나, 아니면 미국에 충성하기를 거부하고 유랑하는 것이었지만.
그러나 유랑을 한다고 먹을 게 나올 리 없으니 미군이 건드릴 수 없는 유일한 항구인 상하이에서 배를 탈 뿐이었다.
당연하지만 무수한 반군의 선박이 상하이와 대만을 드나들며 이들을 신천지에 내려놓았고, 이들은 몇 달이 지나기도 전에 반군 병사로 바뀌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일본인들도 마찬가지로 이들 선박을 이용해 남미로 빠져나갔다. 무거운 세금과 노역, 그리고 가면 갈수록 심상찮아지는 기후에 시달리는 일본인들에게는 세금은 절반도 안 되며, 노역에도 시달릴 일은 거의 없고, 무엇보다 일본보다 몇 배는 농사가 잘 되는 신천지에 안 갈 이유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마침 토지개혁도 진행 중이겠다. 땅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군부는 이에 불쾌감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불쾌해할 이유를 찾아서 불쾌해한 것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당과 군, 둘 중 하나는 우위에 서야 하니까.
그리고 그 분열은 상당히 극단적인 결과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나옵니다.”
“인민을 위하여.”
도로가 보이는 위치, 기회는 단 몇 초 뿐.
“지금!”
그 순간, 말 한 마리가 갑자기 길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발광하는 말은 도로 한가운데에서 기수를 내동댕이치고 날뛰었고, 차량 행렬은 다급하게 말을 들이받지 않기 위해 멈춰서야 했다.
그리고, 방아쇠가 당겨졌다.
-타앙!
뇌관은 화약을 격발시키고, 화약 가스는 그대로 박격포탄의 추진체에 충격을 주었다.
추진체가 분사되고, 박격포탄이 박격포탄 발사총에서 떠났다.
자신에게 허용된 비행 거리를 전부 소모한 박격포탄은 그대로 중력에 의해 낙하했다.
그리고, 폭발을 일으켰다.
***
-쾅! 쾅쾅! 쾅쾅쾅………
아까 하도 열이 받아서 전화선을 뽑아버렸다. 어차피 한동안 우리를 찾을 사람도 없다.
과학자들? 다들 며칠 정도는 숙취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할걸. 군인들? 4스타가 회식 끝나고 자기 관사에 틀어박혀 있다고 해서 찾아갈 배짱이 있는 군인 있으면 내가 특진시켜준다. 진짜로.
근데, 상식적으로 그래야 하는데.
왜 문짝을 두들겨 부수려고 하냐.
“시끄러!”
“장군님! 열어주십시오! 시드니에서 급한 연락입니다!”
“뭔데.”
시드니…. 시드니, 젠장, 그 회담한다는 데 아냐? 그거 가지고 지랄하면 진짜 다음…..
“시드니 시내에서 폭탄이 터졌답니다!”
“뭐?”
“일본 사절단을 노리고 폭탄이 터졌는데….. 범인도 일본인이랍니다. 호주 방위사령부에서 장군님을 호출하고 있습니다.”
젠장, 아무리 내가 전략군 소속이라고 해도 호주, 아니, 범위를 뉴질랜드까지 넓혀도 오세아니아 내에서는 내가 아우렐리아군 최선임자다. 방위사령관 계급은 중장이니까. 당연히 뭘 하기 전에 나랑 논의부터 하려고 하겠지.
“나갈 테니까 기다려!”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자작극 아냐?’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지만 곧바로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작극을 벌여서라도 날 끌어내려 한다면야 말이 되지만 내가 전화선을 뽑은 지 며칠도 안 되지 않았나. 뭔가를 준비하기에는 시간 자체가 모자랐을 터.
‘그게 아니면….. 역시 파벌 문제인가.’
원 역사에서 일제가 파벌싸움하면서 벌인 병신짓은 나도 안다. 파벌 싸움을 해도 좀 정도껏 해야지 싶긴 했지만.
그리고 그 파벌질의 결과로 나라를 말아먹었는데…. 아무튼 간에 일제의 파벌놀이와 흑막의 흑막의 흑막인 실세 같은 배후정치 놀음은 외국에서, 외국을 방문한 자국 국가원수에게 폭탄을 집어던지게 만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애초에 진주만 공습이랑 중일전쟁도 파벌놀음의 결과물이었는데 파벌놀음 끝에 뭔 짓을 저지른다고 해도 납득이 된다는 게 일본인들의 현실 아닌가.
일단 그 폭탄 던진 범인을 잡아서 족쳐봐야 알겠지만. 그건 나보다는 헌병대 일이겠지.
“역시 안 될 일이지.”
나는 중얼거렸다.
저런 곳에서는 숨 쉬는 것 자체만으로 안전하지 않으니, 어떻게 보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