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268)
우주 개척(1)
소녀는 악몽을 자주 꾸었다.
어머니가 그녀를 위해 악마와 같은 형상을 한 존재들의 시선을 끄는 모습, 그리고 죽어라 도망쳐 수풀에 숨었다가 끌려나갈 때까지의 기억.
그때의 기억이 돌아올 때마다, 그녀는 그녀의 양부를 기억했다.
그녀의 꿈에서 악마와 같은 형상으로 기억되던 이들을 순식간에 죽이고 패닉에 빠져 있던 소녀를 데리고 안전지대까지 데려다준 이.
‘아빠.’
프랑스어가 아니라 아우렐리아어로 그 호칭을 불러본다.
그러면, 새아버지가 자신을 잠시 다른 곳에 두고 어디론가 갔을 때의 기억이 재생된다.
프랑스군의 대구경 박격포에서 날아든 날개안정고폭탄이 제법 튼튼하게 지어진 대사관 건물을 반파시키고, 안에 있던 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총을 잡았다.
그때, 내가 뭘 했더라?
머리를 감싸고,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리자, 괜찮아?”
그녀의 이름은 이자벨이었고, 양아버지에게 거두어진 뒤로는 양부의 성인 김을 따라 이자벨 김이라는 이름을 썼다.
그리고 같은 날 가족을 잃고 거두어진 4살 위의 의붓언니, 올리비아 김은 그녀를 리자라고 부른다. 자매 간의 애칭이다.
“또 꿈 꿨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올리비아는 조용히 그녀를 다독였다.
“아버지는?”
“저쪽 방에 계셔.”
가 볼래? 언니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
“예상보다 진척 속도가 빠르군.”
행운이 지속되는 걸까. 무기 개발 분야, 그리고 우주 개발 분야에서 모두 성공이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사고가 없지는 않았다. 발사되던 로켓이 폭발해서 위성이 날아가버린다거나. 사람이 죽지는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터였다.
위성들은 각각 항법위성, 통신위성, 정찰위성, 기상위성 등의 임무를 맡아 우주 공간으로 올라갔다. 현재까지 궤도에 있는 위성은 51개.
그 중 36개가 항법위성이다. GPS 용도로도 쓰고, 다른 무엇보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 유도용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민/군 겸용 통신위성이 4기, 군용 정찰위성 겸 기상위성이 11기.
당연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정찰위성은 대용량 고화질 사진을 무선 전송할 능력이 없는 관계로-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닌데 너무 무겁다-캡슐에 필름을 달아 떨어트리면 우리 공군기가 회수하는 방식이라 당장 짧으면 일주일, 길어야 한 달마다 교체해야 하고, 통신위성도 기대 수명이 3개월에 불과하다.
인공위성을 찍어내는 건 상대적으로는 쉽다. 문제는 발사체의 제작 속도가 생각보다 늦다는 것. 신형 미사일이 개발되면 밀려날 운명의 탄도미사일들을 로켓 발사에 재사용하고 있지만 그거라고 화수분은 아니고….. 지금 떠 있는 위성들 올해 안에 다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파괴될 예정이다.
‘일 년에 100기는 쏘아올려야 충분한 정찰, 기상, 통신, 항법 등의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 텐데.’
위성의 절대적인 수명이 부족하다. 현재의 통신위성 수명을 감안하면 1년 내내 탄도미사일 위성 유도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분기마다 24기씩 96기의 위성을 발사해야 한다.
솔직히 100기도 적고 한 300~500기쯤은 띄워야지 정찰, 기상관측 등도 수행하기 편할 거다.
게다가 군용 우주 정거장 프로젝트도 있다. 우주왕복선 개발이 지연되니 정찰 임무를 위해 8인승 우주 정거장을 우주에 띄워서 첩보작전을 펼치자는 것.
그리고 이것까지.
프로젝트 백토>
내가 달 탐사 프로젝트 ‘동아줄’을 제안하자 다들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아니 그 시발…. 그….’
‘동아줄이요…..? 그 햇님달님 동아줄…..?’
‘그 아무리 코드명이라고 해도 있던 사기도 떨어지겠구만.’
사방팔방에서 날아드는 디스를 견디지 못하고 나는 프로젝트명을 백토로 바꿔야만 했다.
‘백토….. 흰 토끼, 음, 그래도 좀 낫군.’
그리고 그와 긴밀하게 연결된 호라이즌 프로젝트.
호라이즌 프로젝트는 쉽게 말해 달까지 날아가는 로켓 개발 프로젝트다.
달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가 쉽게쉽게 끌어다 쓰는 ICBM으로는 닿지도 않을 터. 문제는…..
‘우리가 새턴 로켓마냥 무슨 F1 엔진 같은 거 만들 기술력은 안 된다. 그게 문제지.’
원 역사 소련도 결국 그걸 실패해서 N1 같은 거 만들고, 4연속으로 터트려먹으면서 화려하게 실패한 것 아니겠는가.
그나마 다행이면 설계안 중 쓸만한 게 있었다는 것 정도?
‘통합 로켓 700 프로젝트? 그러니까 초대형 미사일을 쏴서 지구 저궤도에 띄워 놨다가 목표지점에서 궤도를 바꿔서 핵을 떨구자고? 페이로드는…. 지구 저궤도까지 150톤? 차르 봄바 한 다섯 개짜리 MIRV 만들 일 있나?’
새턴 V 로켓의 지구 저궤도 페이로드가 140톤이다. 당연하지만 ICBM으로써는 과도하다고 빠꾸를 먹였지만, 쓸데없이 의욕적인 병기국 놈들이 이미 설계까지 마쳤던 상황.
하지만 생각을 해 보니 이걸 달 탐사에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사용 목적을 ICBM에서 우주발사체로 바꿔서 Universal Rocket-700이 아니라 호라이즌이라는 새 프로젝트명으로 프로젝트가 재개되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아빠…..”
“어이구, 공주님들, 잠이 안 오세요?”
나는 서류를 내려놓고 공주님들을 양 옆에 앉혔다.
“아빠, 아빠는 왜 이렇게 바빠요?”
“이 아빠는 저 멀리, 달에 사람을 보낼 생각이에요. 당연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우리 공주님들.”
“왜 보내야 해?”
하긴 이런 질문이 안 나오면 섭하지, 다들 군사위성, 항법위성, ICBM까지는 인정해도 달? 거긴 왜 가? 이런 반응이었으니.
“달은 보물창고니까.”
1~2년으로는 안 될 거다. 이 애들이 성년이 된 뒤에나 시도라도 해 볼 수 있겠지.
물론 이런 이야기로는 의회를 설득하기에 충분하지 않지만, 의회를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도리어 의회가 이것을 필요로 했으니까.
“오늘! 위대한 조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세계 최초로 지구를 벗어나 미지의 영역인 우주에 발을 딛는다는 것 자체가 선전에 최적이다. 당장 남극점 정복, 북극점 정복, 에베레스트 등정 등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을 이유는 까놓고 말해보면 없다. 전혀 없는데도 수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국이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져가면 어마어마한 선전거리가 되는 건 당연하게 여겨진다.
우주도 당장은 명예뿐이지만, 나중에 가면 실질적인 이득을 안겨줄 수도 있다. 어쩌면 달을 영토로 선포할지도 모르지. 우주조약 같은 것도 없으니.
일단 달에 탐사선을 한 번 보내면 그걸 강변할 생각이다. 달에는 막대한 양의 희귀 자원이 있고, 헬륨-3가 무진장 있다.
핵융합에 사용되는 좋은 연료고, 핵융합로는 그 시스템 자체가 핵융합을 할 수 없더라도 그걸 구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중성자를 이용한 중성자 증식로처럼 사용해 플루토늄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플루토늄 공장으로도 쓸 수 있다. 핵융합을 연구하는 진짜 이유가 이거고.
즉 일단 달에 가면 지구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 재료가 바닥에 굴러다닌다는 소리고, 그걸 이용해서 달 탐사 프로그램을 위한 예산을 더 받아내면 된다.
아 달에 가면 돈이 바닥에 굴러다닌다니까요? 리튬도 그렇……긴 한데 리튬은 현재 우리가 세계 최대 생산국이네, 젠장. 호주에서 리튬이 무진장 난다. 암튼 뭐 달에 자원이 어디 한두 개인가. 중력이 작아서 쓸만한 자원들이 지표 근처에 많이 드러나 있으니 갖다 싣기만 하면 되는데?
‘19세기까지는 바다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 이제는 우주를 선점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언젠가 저희도 달나라에 갈 수 있을까요?”
“공부 열심히 하면 갈 수도 있겠지?”
나는 웃었다.
***
중화 멕시코 인민 공화국은, 그 이름의 부자연스러움에서 느낄 수 있듯 처음부터 오래가기 힘든 결합이었다.
그리하여 벌어진 치열한 내전의 끝은 소련과 중화 멕시코 인민 공화국의 국경지대인 풀다 갭에서 끝나고 있었다.
“크윽….. 이 빌어먹을 메시카 놈들!”
발버둥치는 흑인 남자를 향해 전형적인 멕시코인 모습의 남자가 걸어왔다.
“그런 말이 있지, 나에 대해 뭐라 말하든, 내 이름 철자는 똑바로 쓰라고.”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발버둥치는 상대의 가슴을 지그시 밟았다.
이미 진흙 위에 자빠져 있던 상대는 발버둥을 쳤지만, 몸무게가 실리자 천천히 진흙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즈텍의 후예들이다.”
물론 혈통상으로는 아즈텍보다는 다른 도시국가들 출신일 가능성이 훨씬 높기는 하지만, 혈통보다는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진흙이 호흡기에 들어간 희생자가 마침내 버둥거리는 걸 멈추자, 다른 남자가 입을 열었다.
“굳이 그렇게 처리할 이유가 있나? 총 한 방이면 끝인 것을.”
“사소한 변덕이오.”
그렇게 말한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인민복을 걸친 남자는 담배를 휙 집어던졌다. 열대우림은 보통 습한 게 아니니 담뱃불 따위로는 불을 붙이는 걸 성공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나저나, 앞으로 어쩔 거요?”
“어쩔 거냐니?”
“흑인 노예들은 이제 끝이지, 하지만 이제 그들을 숙청하면 소련이 좋아하지는 않겠지, 게다가 내 사람들 중에는 아직 당신들을 죽여버리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소.”
멕시코, 아니, 이제 중화 아즈텍 공화국이라 불리게 될 국가의 내전은 처절했다.
미국 흑인들로 구성된 흑인파, 아시아계, 특히 지나계로 구성된 지나파, 그리고 멕시코파.
기나긴 싸움 끝에 흑인들은 축출되었고, 이걸로 지나파와 멕시코파는 불안한 동맹을 다시 시작했다.
‘저놈들이 숙이고 들어오기는 했다마는.’
카를로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지나 놈들은 수가 많아, 내전 내내 적잖이 죽어나갔지만 바퀴벌레처럼 새끼를 마구잡이로 까대는 놈들이니 금방 불어나겠지, 그러면 주도권은 금방 뺏긴다.“
소련은 혁명의 형제지만 더 이상 마냥 형제라고 부르기는 어려워졌다. 흑인파는 이제 피의 보복을 당할 것이다, 꼬우면 내전에서 이겼어야지.
그리고 소련은 흑인 세력과 굉장히 친했다. 되려 멕시코파나 지나파와는 독립전쟁 당시부터 서먹했던 관계고.
그리고 지나파와 멕시코파의 관계는 지나파가 숙이고 들어왔다지만 여전히 좋지 않았다.
’얌전히 고부가가치 상품 농사나 지을 것이지, 제놈들도 군자금으로 쓴다고 양귀비 키우면서 깨끗한 척은 혼자 다 하고 있어.‘
마약 문제였다.
멕시코파, 지나파, 흑인파, 심지어 소련까지도 독립전쟁 기간 내내 막대한 양의 마약을 생산했다.
하지만 소련은 정권이 안정되자 곧장 태도를 바꿔 마약과의 전쟁을 시행했고, 마약 카르텔과 생산처 등은 멕시코로 옮겨갔다.
그리고 지나파는 여기에 발작했다.
”마약이라니! 절대 용납할 수 없소!“
”당신들 그 양귀비밭부터 불태우고 이야기하지? 아편 파는 놈들이 남이 코카인 좀 판다고….. 웃기는 것들이야.“
지나인들이 마약에 발작하는 건 아편 전쟁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아편이고 나발이고 군자금이 필요했던 멕시코파는 마약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지나인들 중 아편 중독자가 한둘도 아닌데 남이 군자금 마련하는 것에까지 짖어댄다며 서로 간의 시선도 안 좋아졌다. 그런 거 아니었어도 내전이 안 터지지는 않았겠지만.
하지만 현재, 지나인들이 멕시코계에 숙이고 들어온 이상 이 관계도 변해야 했다.
”이제 당신들이 그 꽌시인지 뭔지를 이용해 지나인들의 코카 농장 취직을 막는 행태는 중단해야 할 거요. 산업화를 재개하려면 돈이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