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269)
우주 개척(2)
전 세계에서 아무리 금지해도 반드시 수요가 생기는 여러 존재가 있다. 해악은 강한데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성병에 옮거나 하지 않는 이상 건강에는 해가 없지만 대체로 도덕을 무너트리고 사회를 혼란하게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기에 사회가 충분히 진보하지 않은 물장사라든가. 명백히 건강을 해치지만 막는 의미가 없다에 가까운 술과 담배도 그렇다.
술은 뭐 미생물을 아예 전 지구에서 멸종시키지 않는 이상 막는 의미가 없고, 담배는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들쑤시고 다니기 전에 담배를 멸종시켜버리지 못한 이상 규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그 정도로 퍼지지 않았고, 그 악영향도 앞선 것들보다 차원이 다르지만, 일단 얼마든지 팔리기는 하는 것이 있다.
그런 물질들을 통틀어 ‘향정신성 의약품.’ 조금 더 직설적으로는 ‘마약’이라고 한다.
인간, 무기, 밀렵된 야생 동물과 함께 4대 암시장 품목 중 하나인 것들.
물론 의약품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약으로 쓰기는 한다. 마약 단속이 아무리 강력한 국가에서도 군대에게 지급할 모르핀, 말기 암환자나 거기에 맞먹는 소생 가능성이 없는 중환자들에게 사용해야 할, 차라리 빨리 죽여달라고 애걸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의사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자비라고 해야 할 마약성 진통제들까지 완전히 막아버리기는 무리다. 이것 때문에 국가가 마약을 직접 재배하는 경우는 많다.
차라리 정부가 직접 자기 손에서 필요량만큼만 재배해 보급하는 게 민간에 풀리지 않도록 하기에는 더 나으니까. 제대로 된 국가면 정량만큼 만들고 그 수량만큼 실셈한다. 사실 그러고도 장부가 조작되거나 그냥 허술한 관리 속에 빼돌려지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하지만 이건 심해도 너무 심했다.
“제2세계, 공산권이 아니라 마약권이야 마약권!”
나는 욕설을 퍼부으며 서류를 내동댕이쳤다.
사실 정해진 운명이기는 했다. 뭔 조화인지는 몰라도 어째 하나같이 빨갱이들이 침투한 곳이 마약 산지다.
우선 이중공화국, 러시아도 영국도 아니고 거의 참칭에 가까운 신세지만 이놈들은 인도, 페르시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등지를 점유하고 있으며, 인도라고 퉁쳐지고 있지만 원 역사에서는 다른 나라로 갈려나가야 했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지도 점유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양귀비의 세계적인 산지이며, 세계무역센터 테러 이전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있던 탈레반이 의외로 국제기구와 협력해서 양귀비 재배를 토벌했는데, 그때도 완전 근절은 실패했고 오사마 빈 라덴 탓에 눈이 뒤집어진 미군이 쳐들어오자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그 이후에 탈레반이 정권을 다시 잡았지만 탈레반도 이미 마약을 팔아서 얻는 돈맛을 들인 뒤였기에 딱히 양귀비 재배가 멈추지는 않았다. 인도는….. 아편전쟁 시기에 영국이 팔아먹던 아편이 인도에서 재배한 거다.
파키스탄과 이란도 마찬가지, 마약에 관련해서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지역이 두 군데가 있는데 이 가운데 황금의 초승달 지대라 불리기도 하는 지역이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의 삼각지대다.
미얀마는 라오스, 태국과 함께 원조 골든 트라이앵글이었으니 그 마약 생산량은 어마어마한 규모, 그나마 다행인 건 원 역사에서 태국과 라오스라 불렸을 영토는 베트남에게 이미 19세기에 합병되었고, 베트남은 마약 농사보다 카지노를 차려놓는 게 돈이 더 된다는 걸 깨달았기에 원조 골든 트라이앵글은 사라졌다마는, 미얀마에서 생산되는 필로폰과 크라톰이 있다.
프랑스 인민 공화국은 까트가 대량으로 자란다. 물론 해외에 도는 까트는 주로 이스라엘산이긴 한데 이스라엘도 정치외교적으로 공산권이라는 이름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다.
소련은 뭐 말할 것도 없다. DMT의 원료가 되는 미모사가 브라질 원산이며, 남미에서 무지장 생산되는 코카인도 문제고, 대마초도 문제고,
그래, 진통제나 아니면 신경계 치료에 쓰는 약이나 수면제, 같은 모르핀류지만 모르핀보다 부작용이 좀 나아서 군용 진통제로 사용되는 메타돈이라든가 같은 건 꼭 필요한 약이고, 이걸 오용하는 건 사법부가 잡아야 할 일이 맞다. 이상하게 쓰는 놈들이 문제지 약에는 죄가 없고, 생산을 중단시킬 수도 없다.
딱히 필로폰이 미얀마에서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양귀비가 아프가니스탄이랑 인도에서만 자라는 것도 아니다. LSD도 그렇고, 지금 중국에서 재배하긴 좀 무리겠지만 한반도에서도 잘만 자란다.
대마초랑 환각버섯은 그냥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놈을 조져야지 대마초도 애초에 삼베 만드는 게 대마초고, 버섯이 자라는 걸 어떻게 막나? 우리 집 주변에도 환각버섯이 가로수 나무 밑에서 자라는 걸 산책 나왔다가 봐버려서 관리 어떻게 하는 거냐고 공관병 좀 갈궜다.
“하지만 지구 전체에서 마약류 생산량의 98%가 공산권에서 나온다는 건 좀 심하다고 생각 안 하나?”
구겨진 서류를 대강 편 나는 무수한 자료들을 훑었다.
국제적으로 양귀비와 필로폰, 코카인, 대마 유통량이 폭증하고 있다. LSD는 정제에 생각보다 많이 복잡한 시설이 필요한 관계로 가난한 동네에서 대량생산하기는 무리가 있다.
“크라톰이랑 DMT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아서 그런지 비중은 LSD나 환각버섯보다 낫군, 그나마 다행이다.”
거의 현지에서 생산되고 현지에서 소모되는 수준. 그나마 다소 비중을 차지하는 마약은 LSD 계열인데, 아무래도 비중이 크지는 않다. 일단 국내에 유입되었다는 정보는 없다.
그리고 까트에서 카티논 계열 유도체를 추출해 만드는 배스솔트, 모르핀 계열의 마약인 크로코딜이 미쳐 날뛰고 있다.
‘아편이나 대마초는 애들 장난이야.’
아편보다 심각한 게 모르핀 중독이다. 모르핀이 아편을 농축한 거니까. 그리고 모르핀보다 한 술 더 뜬 게 헤로인이고, 헤로인보다 10배만큼 쉽게 만들 수 있고 10배만큼 중독성이 강한 게 크로코딜이다. 대전쟁 직전에 신성로마제국의 한 의사가 우연히 합성해낸 이 마약은 대전쟁 기간 동안 유럽 전선에서 진통제로 사용되었다. 그때 이름이 데소모르핀이었지.
필로폰은 전시에 너나 할 거 없이 각성제 용도로 다 썼고, 중독자도 많다. 코카인이야…. 남미에서 뭘 바라냐.
거기에 까트를 원료로 만드는 배스솔트까지 총 4종류의 마약이 각축장을 벌이고 있다.
“원래 코카인이 비쌌는데, 요즘은 암시장에서 갑자기 코카인 가격이 확 폭락했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빈민층의 코카인 사용으로……”
“젠장, 범죄 조직, 있지, 있을 수밖에 없지, 근데 명색이 정부 간판을 내걸어놓고….”
당연히, 너무나도 당연히, 이 마약의 범람에는 생산국 정부가 배후에 있을 거다.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오랜 전쟁으로 국토가 쑥밭이 됐고, 남미와 멕시코는 우리에게 진 빚도 한두 푼이 아니다. 거기에 이중제국과 프랑스 인민 공화국, 이스라엘 등은 군비도 어마어마하게 소모하고 있다.
소련이야 멕시코가 1차 완충 역할을 해주니 육군을 막 키울 이유는 없지만 멕시코는 없는 살림에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기갑부대를 유지하고 있는 판에 빚까지 지고 있고, 소련도 해군과 공군의 증강을 진행 중이며 핵개발은 안 할 리가 없다.
프랑스 인민 공화국은 자유 프랑스, 그리고 비잔티움 제국과 군사적 대치를 이어가고 있고, 이스라엘은 자유 프랑스와 독일국 사이에 끼어있는 데다 국내적으로는 소수에 불과한 유대인이 막대한 수의 현지인을 억압하는 구도인지라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군을 강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유대인들이 남녀노소 총을 잡지 않으면 현지인들의 쪽수에 밀려 죽을 판이니까.
이중공화국은 통치를 위해 군사적 억압을 대거 활용하고 있는 데다 산업이 발달하지 못해서 먹고 살 길이 애매하다.
“차라리 밀렵을 하든가, 인신매매를 한다면 뭐라 안 하겠다마는.”
밀렵이 환경파괴를 일으킨다? 그렇기야 하겠지. 인신매매? 당사자들에게는 비극이지만 그 비극은 최소한 당사자들로 끝난다.
“국경수비는 내 관할이 아니지만, 당장 해외에서 들어오는 화물에 대한 검역을 강화할 것을 요청해야겠어, 자금 흐름 추적은 내 권한으로 할 수 있으니 사용 내역이 파악되지 않는 큰 돈이 오가는 거 보이면 전수조사하고.”
“알겠습니다.”
마약은 밀렵이나 인신매매보다 심각한, 국가의 근간을 썩어들어가게 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국가지도자들이 어지간해서는 마약의 수출까지 손 안 대는 것도 같다. 마약의 산지에서 마약이 광범위하게 안 퍼지기를 바라는 게 도둑놈 심보니까. 무슨 몸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정신은 하나인 군체의식도 아니고 인간들의 나라에서 마약이 유통되면 그게 소비 지역까지 가는 동안 마약이 안 퍼질 리가 없다. 당장 아편 전쟁이 끝난 뒤에 영국이랑 인도도 아편이 퍼졌는데.
“그래도 이걸 대국민 선전용으로는 쓸 수 있겠지만.”
공산주의자=약쟁이 프레임을 씌워주면 빨갱이들이 설치는 건 막을 수 있을 거다. 뭐 여론조작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팩트로만 패주면 되는데 뭘.
‘그래도 마약의 절대 생산량 자체가 늘어난 건 결코 좋은 일은 아닌데.’
그렇다고 우리가 핵을 날려서 마약농장을 핵폭풍으로 증발시켜버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차라리 선전거리 없어지고 마약 안 재배했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저걸 멈추게 할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았다. 사실 그런 방법이 있었으면 누가 진작 했겠지.
나는 한숨을 쉬며 다음 보고서를 폈다.
“호라이즌….. 3차까지 가서 간신히 성공했군.”
“예.”
1차 시도, 1단 로켓이 공중폭발하며 실패, 2차 시도, 진동이 심해지더니 통제에서 벗어나서 공중폭발. 3차인 이번 시험에서 간신히 우주에 올라가서 재돌입까지 성공시켰다.
“예산을 10발 만들 예산밖에 못 받았는데, 벌써 2번을 실패했습니다. 3차 시험에서는 성공을 했지만, 더 실패하면 정말 어렵습니다.”
“위성용 발사체 몇 개를 개조해서 사령선과 기계선의 궤도 시험을 처리하고, 4차 시험에서 바로 유인 테스트에 들어가도록 일정을 변경한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3차 발사까지는 무인으로 실험하고, 4차 발사부터 사람을 태울 예정이었다. 그런데 1차, 2차를 연달아 실패하면서 일정이 굉장히 촉박해졌다.
“5차에서 바로 달 궤도까지 다녀오고, 6차에서 착륙을 진행한다.”
원래는 몇 번 더 날려볼 생각이었는데. 일단…….
“공군 유인 궤도 실험실과 위성 발사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던 우주발사체 5기를 궤도선과 착륙선 시험용으로 돌리도록. 우주복 테스트도 거기서 한다.”
공군 유인 궤도 실험실은 이름과는 다르게 첩보용 우주정거장이다. 정보국과 공군 인원이 상주하면서 첩보 업무를 수행한다는 야무진 구상이었는데, 첩보 위성의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대용량 데이터의 암호화 전송에 성공하면서 쓸 데가 없어졌다.
“아직 한 번밖에 성공하지 않은 로켓에 사람을 태워도 되는 겁니까….?”
“3차 발사에서 사령선의 CPU가 에러를 출력했습니다. 착륙선과 사령선이 우주방사선에 노출되어서 발생한 문제로 보입니다.”
“컴퓨터를 교체한 결과 사령선과 착륙선의 경량화 문제가 난맥상에 부딪혔습니다. 이대로 강행하면 승무원은 당초 3명을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2명만 간신히 보낼 수 있습니다.”
“요구한 사항을 맞추다 보니 우주복이 너무 커졌습니다. 2명이 아니라 1명을 태워야 할 것 같습니다만…..”
“나 때려치우면 안 될까?”
이러다 제 명에 못 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