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271)
우주 개척(4)
우주 비행사 모집!
이미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우주에 다녀오면서 고조된 우주에 대한 기대를 격발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인터넷 같은 게 없는 시대이니만큼 포스터와 라디오 방송 등으로 홍보가 이어졌다.
“지원자가 수십만이 될 것 같습니다만.”
“뭐 어때.”
나는 우주복을 슥슥 쓰다듬었다.
“다만 유인 발사가 미뤄진 게 아쉽군.”
유인 발사는 조금 미뤄놓고, 무인 상태로 사령선과 착륙선의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군에서 뽑는 게 낫지 않았겠습니까?”
“군에서도 자유롭게 지원하도록 했지 않나, 지금처럼 이어졌던 선발제보다는 낫겠지.”
조종사들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아무래도 현역 조종사면 혜택이 없을 수는 없지요.”
“그야 당연하지.”
현역 조종사, 그것도 높은 중력 가속도를 버티는 등의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전투기 조종사라면 여러 테스트를 생략할 수 있다. 이미 받은 교육이고, 출격할 때마다 써먹는 지식들일 테니까. 유사시에 대비한 생존 훈련이라든가도 많이 생략할 수 있다.
괜히 우리가 전투기 조종사들 가운데에서만 인원을 뽑아온 게 아니었다. 전문 우주비행사는 아직은 따로 없기도 하고. 다만 베테랑 조종사들, 그 중에서도 테스트 파일럿 등으로 활동하는 출중한 능력을 지닌 이들을 선발한 것 뿐이다.
“부대 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우주에 한 번이라도 나갔던 경험이 있는 자들은 전원 지원했소, 그게 아니더라도 지원자들이 수두룩하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달 표면 탐사용 우주복을 보았다.
우주복은 원래 전투기와 고고도 정찰기, 폭격기 조종사들이 입는 여압복을 대강 개조하고 헬멧은 핵 폭격기 조종사용으로 지급된 부엉이형 헬멧을 그대로 썼는데, 우주유영을 하게 되니 그런 허접한 물건으로는 안 되겠더라.
그래서 여압복으로 신형 파란색 우주복을 개발하고, 그 헬멧 위에 선외활동용 헬멧을 한 번 더 뒤집어쓰고, 여압복 신발 위에 월면화를 신고, 생명유지장치 배낭을 메면 그대로 선외활동복인 셈.
지금까지 우주유영을 하자니 그걸로도 충분했는데, 달 표면을 걷자니 조금 더 나은 걸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고, 세세한 곳에 개량을 하느라 제법 예산을 썼다.
“완벽하군.”
진심이었다.
“미세 운석에 대한 충격을 방호하기 위해 방탄 소재로 만들어진지라 권총탄이나 파편 정도는 방호할 수 있을 겁니다, 소총탄에는 뚫리겠지만요.”
“우주비행사가 우주에서 총 맞을 일이 있을까. 미세운석 방호면 충분해.”
그러고 보니 21세기에 있을 때 봤던 드라마 중에 미국이랑 소련 우주인들이 달에서 총질하던 거 있었는데. 에이, 설마.
“우주인 선발 관련은 그쪽에 맡겼으니까 원리원칙대로만 걸러내, 원칙대로만 하라고.”
“알겠습니다.”
“다만 선발 일정이 발사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면 안 되네, 명심하도록.”
우주인 선발 일정에 대해서는 뒤로 미뤄놓고, 나는 다른 자료를 꺼냈다.
“우주왕복선 개발은?”
“태풍 프로젝트는 아직은 순조롭습니다.”
“아직은?”
“기존에 사용하기로 예정되었던 37식 엔진은 장착이 어려울 것 같답니다. 그 대신……”
“엔진을 뭘 쓰냐 같은 게 중요한 건 아니지. 여차하면 전투기 엔진이라도 가져다 쓰면 되니까. 그 정도 여유는 있네. 다만 추진 시스템이 신경쓰이는데.”
나는 서류를 보았다.
“수소 연료를 사용한다고?”
“수소 분자가 아니라 단수소를 사용하면 비추력을 훨씬 높일 수 있네, 마침 우리에게는 막대한 양의 원자로가 있지, 방사선을 사용하면 막대한 양의 수소를 돈 한 푼 안 들이고 만들 수 있어.”
첼로메이가 지친 목소리로 한숨을 쉬고는 안락의자에 몸을 묻었다.
“다만 내가 추구하는 방식인 금속 보관이 조금 고역일 것 같네만, 그래도 시뮬레이션 결과는 확실해.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네.”
금속이라, 리튬 그런 이야기인가.
“뭐, 돈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안달난 건 제가 아니라 윗선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그거면 자네가 꿈꾸던 우주왕복선의 항공기 발사가 가능하네. 그리고 행성간 항행도.”
“행성간 항행?”
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자, 첼로메이는 한숨을 쉬었다.
“물론 기본 설계대로로는 불가능하지, 하지만 이 추력을 훨씬 높일 몇 개의 복안이 있네. 가장 간단한 건 퓨전 세일이야.”
“퓨전 세일?”
“돛이지.”
아, 그 게임에서 본 거 같은데.
“기존의 분사식 엔진은 지속적인 연료 공급이 필요하지만, 궤도선을 우주에 내보내자마자 등짝을 전개해서 이렇게, 돛을 펼치는 거네, 그러면 태양광을 추진력으로 삼을 수 있지, 태양광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면 방사선을 추진력으로 삼을 수 있네.”
돛단배 위에 선풍기를 달면 배가 움직일까는 꽤 오래된 질문이고, 아직도 갑론을박이 오가는 주제다.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하지만 그건 이미 결론이 났다. 이론상으로는 멈춰 있어야겠지만, 실제로는 이론처럼 돛의 효율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움직인다고. 따라서 방사능 전지에서 뿜어져나오는 방사선을 이용해 우주선을 추진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거 추력이 오비터를 충분히 빠른 시간 내에 타 행성, 이를테면 화성에 도달시킬 만큼 빠릅니까?”
우주에는 공기가 없으니 마찰도 없고, 한 번 방향을 잡은 우주선은 중력이나 자체 추진력 등으로 제동을 걸지 않는 한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까 태양이 있고 방사성 전지가 있는 한 계속해서 추진이 이루어지는 셈이고, 그 추진력은 현상유지 정도가 아니라 가속에 가속을 거듭해 어마어마한 속도를 만들어주긴 할 거다. 언젠가는.
그러니까 그걸 실용성 있게 써먹을 수 있냐는 게 내 질문이었다.
“실용성 있게 하는 게 우리 몫이겠지, 걱정 말게. 자네는 예산만 타오면 돼.”
묘하게 흥분한 첼로메이의 얼굴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얀겔의 얼굴은 굉장히 수척해 보였다.
“일정에 맞추기 위해 최전을 다해 보기는 하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사람이 부족합니다.”
“인원은 필요하면 얼마든 충원하라고 하지 않았나? 어지간한 대학 물리학 교수는 다 끌어다 쓰고 있으면서 뭐가 더 필요한가? 엔지니어?”
“우선 계산수가 더 많이, 매우 많이 필요합니다. 그게 안 되면 컴퓨터를 몇 대 더 놓아주십시오.”
“계산수?”
왜냐고 내가 눈빛으로 묻자, 추가적인 설명이 따라붙었다.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들은 이미 충분히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시간을 들이면 풀 수 있는 계산은 인간들이 각자 나눠서 계산하고, 정말 난도가 높은 시뮬레이션이나 계산만 컴퓨터가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컴퓨터 시스템이 손상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 있어서 가동률도 100%가 못 됩니다.”
“이해했네.”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령관님, 컴퓨터의 수를 2~3배는 증강해야 합니다.”
“젠장, 컴퓨터가 어디 한두 푼 하는 줄 아나, 그리고 돈 있다고 해도 쉽게 들여올 수 있는 것도 아니네.”
정규 생산 라인이 깔린 것도 아니고, 메인프레임급 컴퓨터들은 주문제작을 해야 한다. 몇 달은 걸린다.
“우선 우주왕복선 연구보다는 당장의 달 탐사에 집중하게, 우주왕복선은 추가로 증원되는 컴퓨터가 도착하는 대로 재개하고. 연구 인력이 분산되어서 문제면 시일이 촉박한 달 탐사를 우선순위에 둬.”
“알겠습니다.”
“그리고 계산원 모집도 확대해, 일단 머릿수로 밀어붙이면 어지간한 건 된다.”
나는 혀를 찼다.
“게다가 경쟁자도 생겼으니……..”
우주왕복선 프로젝트가 더욱 탄력을 받은 것은 세계 열강들의 싸움이 우주에도 확대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을 충분히 가진 국가들은 자신들끼리의 싸움이나 내전에 휩쓸려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위성을 발사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얼마 전, 폴란드 공화국, 그리고 스칸다나비아 제국이 각각 첫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것이었다.
“폴란드가 1~2년 내로 유인우주선을 띄워올릴 가능성이 있으니, 아예 도장을 찍어버리고 싶은 거지.”
우주 개발의 종주국은 우리다.
“달에 국장이라도 새겨놓으라고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군. 하.”
그 예전에 그런 농담이 있지 않았나. 소련이 공산주의를 선전하려고 달을 빨갛게 물들여버리니 미국은 그 위에다가 코카콜라라고 썼다고….. 너무 옛날, 아니, 미래 농담인가? 아니, 어, 근미래인가?
아무튼 경쟁자가 생겨난 관계로 내각의 독촉은 더욱 심해졌다. 유일한 위안은 예산 신청하면 바로바로 나온다는 것 정도?
‘그간 온갖 문제점들을 우주개발을 통한 국뽕으로 틀어막고 있었는데, 우주개발에서 밀리게 되면 정부에 대한 분노가 터져나올 테니.’
현재 연방이 겪고 있는 수많은 사회문제들은 단순히 국력이나 예산이 부족해서 겪는 문제는 많지 않았다.
가장 큰 사회적 논점은 결국 밥그릇 문제였다.
권력 같은 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느냐의 문제는 양보와 타협의 여지가 애초에 없지 않은가. 또 기업과 노동자들 가운데 누구의 편을 들어주느냐의 문제, 끝없는 탐욕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들에게 어느 정도 선까지의 규제를 만들어야 하는가.
옛 열강들이 식민지 개척을 통해 국내의 불만과 사회모순을 외부로 돌렸듯이 연방도 그러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기득권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중 어느 하나도 내려놓으려 들지를 않는다는 거지만.’
그러다가 단두대도 당하고 혁명도 당하고, 몇몇 놈들이 시범게이스로 ‘혁명’ 당했으니 더 많은 권리를 요구하는 저소득층, 여성 등등과 타협을 하려는 시도를 안 하는 건 아니다마는, 타협을 하는 것보다 국뽕을 통해서 불만세력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여러 논란들을 묻어버리는 게 효과적이라는 걸 정부가 학습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국뽕이 사라지는 순간 정부는 좆된다는 뜻이다.
엉덩이에 불 붙은 것도 이해가 갈 만 했다.
***
“언니, 갈 거야?”
“그래.”
“하지만…….”
“아니, 확신해.”
올리비아는 기묘한 열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신께서는 이걸 위해 내게 이런 운명을 부여하셨을지도 몰라.”
“………”
“난 지원할 수 있는 나이야, 이자벨, 누구도 부정 못 해.”
“그건 그렇겠지만…….”
“할 거야.”
“아버지가 뭐라고 생각하시겠어?”
“지원하는구나 하시겠지. 이 나라 젊은이의 절반이 지원했어.”
과장이 다소 섞인 말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우주비행사 선발에 참여자가 굉장히 많기는 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누군가가 자원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 지원자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이번에 지원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보면 변호사, 의사, 주부, 기자, 교사 등등 그 면면도 다양했다. 그녀가 지원한다 해도 딱히 눈에 띄지도 않을 터.
“붙을 자신은 있어?”
“물론.”
“……..”
“다녀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