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70)
유럽 대혁명(5)
베네치아-롬바르디아 왕국, 오스트리아 제국.
“전 병력 상륙 완료되었습니다.”
그 말에 나는 눈을 떴다.
“저항은?”
“거의 없습니다. 오스트리아 해군에서 부두를 제공해주었습니다.”
“그쪽은 아직 합스부르크에 충성하는 모양이군, 하긴.”
오스트리아 제국은 갈가리 찢어진 상태다.
현재 근왕파 군대 대부분은 헝가리에 있다.
더 정확히는 헝가리에서 연전연패하면서 각자도생하고 있다.
거기에 빈에서는 대독일주의자들이 봉기해 오스트리아 전역을 장악한 상태고, 이들은 무장을 갖춰 사실상의 민병대였다.
“하지만 단순히 민병대만으로는 정규군을 이기기 어렵다.”
미국 독립전쟁만 해도 전쟁 내내 미국 독립군은 영국군 전열보병에게 회전을 벌였다 하면 패했다. 조직력의 차이다.
미국 민병대들은 영국 레드코트보다 훨씬 총에 익숙한 정예들이었음에도 조직력이 모자라서 총을 몇 방 얻어맞다 보면 전열이 붕괴해서 패하고는 했다.
“그런데 왜 오스트리아군이 박살났을지 짐작이 가나?”
“내란이잖아요, 군 내에서 동요가 심했겠죠.”
“그것도 그렇고, 오스트리아군 자체가 문제가 좀 있지, 쉽게 말해서 장교와 사병이 다른 나라 말을 쓰거든. 하지만 결정적으로 시대에 뒤쳐져서 그렇다.”
유럽 최강이라는 프로이센군이 왜 베를린에서 시가전으로 나온 시민군에게 깨강정이 났겠는가, 전열보병의 전술은 바리케이트 끼고 하는 시가전에는 적합하지 않다.
“아무튼 베네치아는 무혈 접수 같군, 근왕파 해군부대가 통제를 어느 정도 한 모양이니 다행이야.”
상륙 시부터 총탄을 두들겨맞았으면 굉장히 고생할 뻔했다.
“지금 이탈리아 전역이 대혼란입니다. 시칠리아가 독립을 선언했고, 교황령에서는 추기경이 살해당하고 교황이 로마를 탈출해 도주했습니다. 혁명파는 로마 공화국을 선언했고, 사르데냐 왕국이 거기 편승했습니다.”
“사르데냐?”
“예, 지금 가장 큰 문제가 그겁니다.”
디즈레일리가 런던에서 내리고 교대하듯이 탄 사람인 영국 주재 오스트리아 공사 펠릭스 폰 나이페르그 백작은 인상을 찡그렸다.
“사르데냐 왕국이 이탈리아를 통일하고자 한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이번 기회에 밀라노와 베네치아, 롬바르디아 전역을 차지하고자 하는 거죠. 거기에 양시칠리아 왕국도 시칠리아의 반란을 진압하고 나면 곧장 로마로 진군할 거라는 첩보가 있습니다.”
“여왕 폐하와 내각의 뜻은 어떠한 국경의 변동 시도도 저지하라는 것이지.”
최악의 경우는 나폴레옹 체제의 재현이다.
“벨기에의 왈롱에서도 프랑스 편입을 요구하는 폭동이 일어났고, 룩셈부르크에서는 대독일주의자들이 날뛰고 있으며, 독일 소국들 대부분에서도 정부가 전복된 상태, 정말 독일이 한 국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이페르그 백작의 눈치를 슬쩍 본 나는 말을 마무리지었다.
“그건 용납할 수 없지.”
독일의 통합은 합스부르크 왕가조차 바라지 않는다. 설령 합스부르크 가문 중심으로 독일이 형성된다고 해도 그 경우, 합스부르크는 발칸과 헝가리를 뱉어내야 하니까.
물론 발칸과 헝가리 모두가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 진성 왕당파 백작님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일일 거다.
“절대로 저 반역적인 행동을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빈으로 진격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이 병력으로 말입니까?”
애초에 우리가 동원한 병력은 딱 1개 사단 1만 명이었다.
그 이상 끌어낼 수도, 실어나를 수도 없었다.
극동함대를 총동원하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애초에 근대화된 병력은 베트남에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1만 명 동원한 것도 바닥까지 긁어낸 거다.
“우선 최고지휘부는 베네치아 시에 차리고, 북쪽에서 내려올 반군과 서쪽에서 올 적군, 그리고 남쪽에서 치고올라올지 모를 반군 혹은 적 정규군을 모두 대비해야 한다는 거군, 너무 빡센 거 아냐?”
“우리 병력으로는 모든 전선을 가로막는 건 택도 없습니다. 인도에서 세포이를 끌어내든 구르카를 더 고용하든 간에 머릿수가 더 있어야 해요.”
“로마를 먼저 해방시킬 수는 없겠습니까?”
“거리가 너무 멀고, 지키기 어렵습니다만. 로마 시대의 가도를 따라 갈 수는 있겠지만 적들에게 행군 대열이 절호의 표적이 될 겁니다.”
“로마가 어렵다면 피렌체까지라도 안 되겠습니까? 아니, 밀라노까지라도….. 양시칠리아 왕국이나 사르데냐 왕국이 노리는 전략적 목표가 있다면 밀라노일 게 분명합니다.”
“그 밀라노도 지금 이탈리아 통일을 주장하는 반군에게 넘어갔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말에 백작은 합죽이가 됐다. 돌겠네 진짜.
“이 병력으로 밀라노 탈환은 무리입니다. 밀라노가 어디 촌동네도 아니고 인구가 몇인데 고작 1만 명 가지고 베네치아에서 밀라노까지 이어지는 보급선을 지키고……”
“제노바까지 가면 보급선은 훨씬 단축됩니다만.”
“제노바는 더 멀잖습니까. 적들을 한데 모아서 단 한 번의 회전으로 깨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머릿수가 부족한 저희로써는 베네치아와 그 인근 지역을 장악하는 게 한계입니다.”
말이 쉽지, 해외 주둔군까지 포함해서 영국 육군 절반을 투입해야 북이탈리아 장악이라도 될까 말까다.
영국 육군이 지금-세포이 같은 현지인 부대는 제외하고-다 해서 10만 정도, 그마저도 대다수가 해외 여기저기로 흩어져 있는데 유럽에 주둔한 병력은 거의 전부가 본토 치안유지에 투입되었거나 네덜란드로 가 있다.
“병력이 조금 더 많았으면 이 산맥을 끼고 방어선을 구축했으면 적절하기는 했겠어요.”
지도를 노려보던 조연은 짧게 단서를 붙였다.
“물론 이 정도 병력으로는 시기상조에요. 과거 저희가 프랑스군과 싸울 때 얻었던 유리한 점은 죄다 날려먹은 판인데……”
프랑스군과 싸울 때 프랑스군은 수로로 식량과 물자를 보급받아서 물자가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행군을 제법 오래 한 탓에 상당히 지쳐 있었다. 게다가 거의 완벽하게 방심해서 정찰도 제대로 안 하고 있었고, 심지어 군기까지 빠져서 민가를 약탈하는 병사들이 줄줄이 나오기까지 했다.
수도 배 타고 오느라 수천 정도밖에 안 되었던 데다 유럽식 야포 숫자는 아예 몇 배수 수준으로 압도당했다. 농담이 아니라 질 준비는 다 해놓고 온 거다.
물론 상대를 아프리카 토인이나 청군 수준으로 생각한 게 크기는 했겠지만. 그래서 한 번의 회전에서 깨지자 그야말로 적대적인 민중과 군대의 추격 속에서 일방적으로 사냥당했다.
여기서는? 병력은 부족하고, 민족주의에 젖어 이탈리아 통일을 부르짖고 있는 민중은 적대적이며, 제노바에서 베네치아까지의 거리는 프랑스군이 육로로 행군한 거리의 3배에 가깝다.
병력비도 역전되고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역전되었으며 진격거리는 배로 늘었다.
“베네치아 주변을 요새화하고 다른 지역, 특히 러시아 등지에서 지원이 오기를 기다리는 게 제일 효과적입니다. 여기서는 적극적으로 나가면 각개격파밖에 안 당해요. 시가전은 절대 피해야 하고 가급적 전투는 방어전 위주로 전개해야 합니다.”
“밀라노를 포기하라는 말인가!”
“진정하십시오, 공사님.”
막 조연에게 벌컥 화를 내려는 공사를 내가 제지했다.
“병력이 없는 건 사실입니다. 만일 진격에 성공해서 남북에서 오는 적을 우리가 가로막는 형상이 되면 전선의 1킬로미터당 30명밖에 배치할 수 없습니다. 공격이 들어오는 전면을 좁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해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베네치아를 거점으로 적들의 공격을 받아내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적들이 그러면 올 거라 생각하십니까? 밀라노와 베로나 등까지만 점령하고 거기에서 만족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공사님.”
나는 그 말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공사님이 저들이라면 베네치아를 놔두고 혁명의 완수를 선언할 수 있겠습니까? 트렌트까지 다 정복했는데 베네치아 하나만 그들 영토 중간에 박혀 있는데 이탈리아 통일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냐는 말입니다.”
“…………”
아무리 베네치아가 이탈리아 본토와는 제법 이질적인 동네라고는 해도 절대 말이 안 된다.
당연히 모든 국민이 베네치아의 탈환을 원하리라.
그리고 저들은 그 열망을 등에 업은 상황이고.
“부정할 수 없겠군요.”
“저들은 베네치아로 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걸 맞아서 깨버리면서 다른 지역에서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버틸 겁니다. 지금은 병력이 없으니까요.”
베네치아 하나 지키는 건 쉬운 일이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반도 쪽을 포기하고 베네치아 섬으로 후퇴해서 해군의 지원을 받으면서 버티면 그만이다.
“기마 정찰대를 포 강과 알프스 초입까지는 운용하고 싶은데, 가능하겠나?”
“포 강이 지도상의 이 지점을 말하는 겁니까?”
“맞을걸? 잠깐, 이거 축척이 얼마나 되는 지도지?”
“남쪽으로 대략 50km, 북쪽으로도 비슷한 거리, 동북쪽으로는 100km 정도군요. 서쪽으로는 어느 정도입니까?”
“대충 브랜다 강 서쪽까지는 운용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욕심이겠지? 가르다 호수와 그 지류까지는 너무 먼가?”
“병력을 투사하고 보급로를 유지하는 거라면 그렇겠지만 기병으로는 100km는 편도 2시간이면 가는 거리입니다. 정찰대를 운용하는 정도면 충분히 가능해요. 무슨 생각을 하시는 지 알겠지만요.”
“그래, 가급적 적이 강을 건너는 타이밍에 타격해서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강을 건널 때가 가장 취약한 순간이라는 건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든 비슷하잖나.”
“그러려면 병사들이 항상 기동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적의 도하지점을 미리 예측해야 하니 정찰병들이 바빠지겠군요.”
21세기면 정찰위성이나 정찰기라도 띄우겠지만, 이 시대는 사람이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도하 지점을 예측하는 건 경험과 감각에 더 가까운 처지고. 사람의 눈은 정확하지가 않으니 모든 보고를 완벽하게 신뢰할 수도 없다.
“백작님, 혹시 최대한 군마를 모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경기병들이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 노력해보겠습니다.”
공사가 한숨은 내쉬기도 전에 하나가 더 따라왔다.
“아, 그리고 신용할 수 있으며 이 근처 지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군요, 아무래도 지도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게 제법 있으니까요. 지도에 안 나온 샛길 하나라도 있으면 전황이 통째로 뒤집힐 수도 있습니다. 다리가 파괴되었는데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
“그러고 보니 교량 문제가 있었군, 지금이라도 공병대를 보내서 다 부숴야 하나?”
“교량의 위치나 여러 요소를 종합해봐야겠죠. 아, 그리고 화약 여분도 해군 기지에 남은 거 있나 확인해서 여분 있으면 그쪽도 가급적이면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