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Noble RAW novel - Chapter (72)
이탈리아 전역(2)
라데츠키 장군은 우리 연락을 받자마자 말을 전속력으로 달려 호위들과 함께 우리 진영으로 찾아왔다.
먼저 교황부터 알현한 라데츠키 장군은 날 만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군기가 제법 엄정하군요.”
“그래야 하죠.”
“우선 현재 상황에 대해 정보가 부족하실 것 같으니 공유해드리겠습니다. 카를로 알베르토가 결단을 내리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유명한 사르데냐-피에몬테의 국왕 카를로 알베르토는 자유주의적 군주로써 국내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기는 했지만, 결국 그 우유부단함 때문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마키아벨리가 살아있었다면 욕이란 욕은 다 했을 판단이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따라서 현재 북상해오는 병력의 진격 속도는 상당히 느립니다. 먼저 가서 유리한 위치를 충분히 잡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저희와 합류하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저희에게는 다른 목적지가 있으니 말입니다.”
얼마 간의 대화 뒤, 나와 라데츠키는 서로 먼저 승리를 거둔 쪽이 상대에게 즉시 지원을 간다는 것에 원론적으로 동의했다.
“이번 기회에 사르데냐 놈들을 사르데냐 섬으로 쫓아낼 겁니다.”
피에몬테 지역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북이탈리아를 안정화시키겠다는 말에 나 역시 긍정적으로 답했다.
“내각에서 내려온 명령은 혁명군과 그에 동조하는 세력을 뿌리뽑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르데냐-피에몬테는 현재 이탈리아 반도 내에서 혁명 세력 최대의 후원자이니 교전해도 무방하겠죠.”
심지어 내가 선빵치는 것도 아니고 선공을 당하고 반격하는 상황이니까.
한 대 맞고 100대 후드려패도 먼저 때린 놈 잘못이라는 건 ‘상식’이잖아? 쳐맞기 싫으면 본인 주제를 파악했어야지.
***
파리, 프랑스.
상황이 좋지 않다.
여러 인사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었다.
“저지대에서 일진일퇴가 이루어지고 있소만,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해지는 건 우리요.”
“독일의 혁명 동지들은?”
물론, 이 말을 한 앵겔스조차 그들을 진심으로 믿지는 않았다.
혁명 동지, 말은 좋다. 형식상 황금여명회라는 이름 아래 묶여있기는 하다.
하지만 당장 혁명이 터지자 프랑스 황금여명회만 해도 원시적 사회주의자-마르크스파 공산주의자와 아나키스트들을 뭉뚱그려서-와 보나파르트주의자 등이 이리저리 뒤섞여서 혼란스러운 판인데,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 등이 이리저리 섞인 데다 민족까지 다른 독일인들과 쉽게 협력이 될 리가 없었다.
물론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 중 마르크스와 앵겔스도 독일인이긴 했지만, 그들도 프로이센이나 오스트리아 지부의 황금여명회와는 연락이 두절된 지가 한참이었다.
“영 소극적이오.”
독일 혁명파가 들었다면 속이 터질 소리였다. 그들이 어디 놀고 있는가.
룩셈부르크를 침공하기도 했고, 스위스 서약 동맹을 전복시킨 것도 그들이다. 게다가 프로이센 융커들이 지휘하는 군대는 그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융커들조차도 폴란드에서 독립을 요구하며 일어난 대대적인 반란 때문에 혁명파와 융커 모두가 양면전선을 치르는 꼴이 된 것에 더해 얼마 전까지 프로이센 국왕이었던 독일 제국 초대 황제까지 잡아둔 덕에 전선이 고착화되었을 뿐이었다.
“러시아의 혁명세력이 처참하게 진압되었다는 소식이오, 피바다가 되었다는군.”
영국에 이어 두 번째 실패였다.
영국의 자유당 내각은 군에 대한 신뢰가 의심스러웠음에도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근위사단과 해군 육전대를 중심으로 한 병력을 대대적으로 투입했고, 시위대는 군이 퍼부어댄 총탄을 뒤집어쓰고 와해되었다.
디즈레일리가 우려한 그대로 노리치, 입스위치, 케임브리지, 사우샘프턴, 옥스퍼드, 버밍엄, 맨체스터, 리즈, 셰필드까지 잉글랜드 전역에서 후속 시위가 일어나긴 했지만, 일단 런던의 시위가 유혈로 진압된 다음에는 일사천리였다.
물론 사태가 어느 정도 종결되자, 이미 무능의 밑바닥을 드러낸 자유당 내각을 벼르고 있던 빅토리아 여왕은 의회 해산을 명령해 자유당 내각을 날려버렸고, 조기 총선을 실시해 보수당 내각을 집권시켰다.
보수당 내각이 집권한 뒤 제일 먼저 한 일은 자유당 정권의 무능함으로 런던에서 일어난 시위와 아일랜드에서 터진 대기근을 방치했다면서 비난을 퍼부은 뒤 빅토리아 여왕의 더블린 방문 일정을 잡고, 식량 지원을 늘리는 것이었다.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대기근 때문에 일어나지도 않은 봉기를 걱정해 육군 병력 상당수가 아일랜드에 묶여 런던의 시위 진압에 동원되지 못했다. 보수당은 이 사태에 대해 촌극이라고 짧게 논평한 뒤 아일랜드의 식량 수출을 금지하고 식량의 무상 지원을 명령하는 등 아일랜드 대기근을 수습하고, 동시에 전쟁을 치러나갔다.
거기에 자유당 내에서 윌리엄 이워트 글래드스턴을 중심으로 한 당내 쿠데타가 터져서 기존 내각 구성원들 대부분은 정치생명이 끝장났다.
영국이 한 번 안정되자 그 다음은 러시아였다. 영국의 지원이 제대로 도착하기 시작하자, 정신을 차린 러시아는 차근차근 혁명 세력을 철두철미하게 분쇄해버렸고, 이제는 발칸에 군을 투입하고 있엇다.
“그건 전부 위선이오, 제기랄, 위선이란 말이오. 아일랜드의 대기근은 이미 부르주아의 착취로 인한 것이라는 게 명백한데 여왕이 방문하고 식량 배급을 늘린다니 바로 태세를 전환해서 찬양이나 하는 꼴이라니.”
“카를, 화가 나는 건 알겠지만 지금 임박한 건 우리의 문제네.”
“저 ‘황제 폐하’가 소문의 절반만큼이라도 대단한 군재를 가지고 있다면 애초에 문제가 없겠지, 하지만 저 작자를 겪어봤으니까 알아, 저 인간은 군에 대해서는 쥐뿔만큼도 몰라.”
사실 앵겔스나 마르크스도 군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 건 마찬가지기는 했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은 자기들이 군에 대해 아는 것처럼 잘난체하지는 않았다.
“저 보나파르트는 제 큰아버지의 재능은 쥐뿔도 물려받지 못했어, 오로지 정치력, 정치력 뿐이지, 나폴레옹의 옷을 훔쳐다 입은 원숭이가 나폴레옹의 후광의 덕을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란 말이네!”
“프루동, 저지대 전선의 군 인사권과 지휘권을 준다고 넙죽 받은 건 자네 아니었나?”
내부총질, 토사구팽, 뭐라고 말해도 좋다.
혁명파는 이미 좌익과 우익으로 갈라져 있었고, 우익의 수장인 루이 나폴레옹은 노골적으로 좌익을 견제하고 있었다.
좌우통합, 대타협, 협치라는 명목으로 좌익에게 맡겨놓은 저지대의 군권은 이제 우익 세력들이 ‘희생이 너무 크다.’ ‘대체 왜 진격하지 못하느냐?’등의 방식으로 공격을 퍼붓는 샌드백마냥 이용되고 있었다.
당연히 그럴수록 군사 지도자의 신화를 가지고 있는 나폴레옹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의 추종자는 늘어만 갔다.
좌익 입장에서는 명백히 자신들을 견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만 갈아댈 뿐 어떻게 대처하기 함든 방식이기도 했다.
‘꼬우면 이기시든가?’
문자 그대로였다.
이기면 이 모든 정치공세를 이겨내고 역공을 가할 수 있다.
지면?
“군권은 우리 손에 있으니 쿠데타라도 일으키면…….”
“반동분자들이 우리 목을 붙여놓을 리가 없고, 인민들이 우리를 매국노로 치부하겠지.”
현재 루이 나폴레옹은 군을 맡아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협치와 화해, 단결을 주도한 것이 나인데 코뮌파에게 약속한 거의 유일한 권한인 군권을 이제 와서 박탈하면 국가는 둘로 갈라질 것이고, 분열된 국가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국난 속에서 협치를 내 손으로 깨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길이다. 나폴레옹이 패배한 원인도 파리 수비대의 반란 때문이 아니었는가? 국론의 분열은 패전의 지름길이다’라는 소리를 지껄여대면서 군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고, 동시에 좌익의 입지를 좁혀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저 군복 걸친 원숭이 놈이 떠들어대는 것처럼 우리가 대국적인 의미에서 군권을 반납한다면 저 반동분자들이 제국주의자들과 맞서 전쟁을 할 거 같소, 아니면 우리를 먼저 때려잡을 것 같소?”
말이 필요한 문제인가?
당연히 그들의 뒤통수부터 적당한 누명을 씌워서 처참하게 깨부순 다음에야 전쟁을 벌일 터였다. 반동들이, 후안무치한 제국주의자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말이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그들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와는 다르게 인민들은 저 선동가를 지지해줄 거라는 것이다.
인민들은 아직 충분하리만치 계몽되지 않았다. 반동분자가 파리에 아직 가득하다.
그리고 그 반동분자 중에는, 통탄할 일이지만 군대와, 그들과 얼마 전까지 함께하던 혁명 동지들도 있었다. 기회를 보고 전향한 것이다.
“아직은 자중할 때입니다. 일단 눈앞의 전쟁을 이겨놓아야만 인민들의 지지를 다시 되찾아오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인민들은 보고 있지 않았지만, 당장 저 루이필리프랑 붙어먹어 이 나라를 말아먹은 장본인들인 부르주아들은 고스란히 저 어릿광대, 루이 나폴레옹과 붙어먹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루이 나폴레옹이라는, 자칭 나폴레옹 3세라는 인간의 실체는 그려지지 않는가.
혁명의 배신자. 기회주의자.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뒤집어쓰고, 지킬 생각도 없는 공약만 뻥뻥 내뱉는 포퓰리스트.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모두를 만족시켜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지껄여 자신의 권력과 지지를 유지하려 드는 광대.
필요에 의해 손을 잡았지만, 그들에게 있어 루이필리프보다도 증오스러운 것이 루이 나폴레옹이었다.
그리고 뇌가 없기라도 한 듯이 그런 인간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보나파르트주의자들, 반동분자들 역시 그들의 눈에 혐오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에게 판단을 온전히 맡기고 기계처럼 시키는 일만 하는 이들이 어째서 인간인가? 자기 자신의 이성과 지성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기라도 한 것인가?
마땅히 한 명의 성숙한 인간이라면, 짐승이 아니라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하고, 또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는데 단 한 명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다니. 그런 위임의 결과는 저 중국에서 질리도록 보지 않았는가?
중국인들을 보라, 저들은 황제 단 한 사람에게 모든 판단을 위임했고, 결국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지 않은가? 제국주의자들의 압제라는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그들도 언젠가 구원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 저들이 주권을 잃고 압제를 당하게 된 근본적이 원인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보기에, 이 프랑스의 인민들도 그들과 다를 것이 단 하나도 없어 보였다.
“여기서 성토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소, 어떻게든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하오, 어떻게든!”
상황을 뒤집어야 한다.
독일의 혁명동지들의 지원을 받든, 아니면….. 일보 후퇴를 해서 제국주의자들에게 공허한 약속이라도 하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