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Fallen sword emperor RAW novel - Chapter 14
14화. 원 팀 (1)
얼마 지나지 않아 성벽을 기어오른 오크 여섯 마리는 시체가 되어 바닥에 누웠다.
그 옆에, 성벽을 지키던 몇 명의 각성자들도 함께 누웠다.
“림아, 참아라. 우리 애들이다, 모두 계룡문도다.”
“하하. 지수 형. 내가 설마 애들을 죽이기야 하겠어? 이거 놔 봐. 일단 놔 보라고.”
“그럼, 죽이고말고. 너라면 얼마든지 죽이고말고….”
“시발, 좋은 말로 할 때 놔라. 형.”
“좋은 말은 지금도 안 하잖냐. 아니, 월매야! 너까지 왜 그러냐! 그거 사람이다, 먹으면 안 된다!”
“월매, 물어!”
월매가 나를 붙잡은 최지수의 팔을 쵸쵸쵸 쪼았다.
최지수가 팔을 붙들고 나자빠졌다.
“강산아, 림이 잡아라!”
“…내가 왜?”
“김강산 이놈이! 림아, 제발 그만 좀! 으악! 월매야! 지지다, 그거 사람 팔이라고! 씹지 마, 뱉어!”
***
하하민은 계룡성의 각성 페스티벌의 1회차 졸업생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각성자라고 우러러보는 재미도 있고, 월급도 쏠쏠했다. 아버지의 걱정과 달리 이전에 비해 특별히 위험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하하민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출근이 괴로워졌다.
-신입아. 이리 와. 거기 가까이 가면 곡사파 묻는다.
-하민아. 임압파 찌끄레기랑 어울리면 너도 찌그러지니까 조심해.
-씹새끼가. 뭐가 어째?
-어그로는 니가 먼저 끌었지.
-붙어? 붙어 봐?
-비무대로 나와라. 씨발놈아.
화목하고 가족적이라는 계룡문의 캐치프레이즈와 달리 하하민의 팀은 가좆적이었다.
부적응내신을 쓰려 다른 팀을 알아보던 하하민은 곧 다른 팀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하하민이 죽을힘을 다해 각성 페스티벌의 험한 훈련을 견뎌내게 했던 원동력, 미(美)의 신(神)이 강림(降臨)한 듯한 대표님은 각성하던 날 단 한 번 마주쳤을 뿐, 그 뒤로는 훈련장에서 스친 적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특별팀의 모집 공고가 나붙었다.
팀의 이름은 은영단.
단장은 계룡문 대표 서림. 특별팀 월급은 기존의 두 배. 더불어 특별팀이 잡은 괴물에게서 나온 수익은 전량 1/N.
‘대표님이 대장이라고?! 그 얼굴을 매일 본다고?’
두 번, 아니 한 번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이틀 후.
팀장이 묘한 얼굴로 하하민을 불렀다.
“하민이 너, 은영단 지원했냐?”
“헐! 설마 저 선발됐나요?!”
“너, 임마. 은영단 단장이 대표님이라고. 어제 8팀 너도 봤지, 대표님한테 두들겨 맞아서 걸레짝이 됐던데.”
“그 선배님들이 잘못했겠죠!”
“그것도 맞지. 맞는데, 그렇다고 사람을 그렇게까지 패냐. 어휴,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팀장이 뭐라고 주절대는지 하하민에게는 잘 들리지도 않았다.
하하민은 꺄악 꺅 돌고래 소리를 지르며 공중제비를 세 바퀴 돌았다.
***
빽빽한 나무 사이로 덤불로 둘러싸인 허물어진 공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벽 바깥의 환경과 비슷한 공간.
계룡문의 훈련장이다.
MM 연구소에서 돌아오며 김강산에게 전해 듣기는 했지만, 계룡문의 상태는 내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3만에 달하는 계룡성민을 보호하는 계룡성벽의 길이는 10킬로미터 정도.
성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백 명이 넘는 각성자가 필요하다.
내가 아무리 강해져도 홀로 성을 지킬 수는 없다. 이 세상의 모든 괴물을 멸종시킬 수도 없다.
그래서 출신을 가리지 않고 계룡문 입문을 허가했다.
청응파와 입암파, 곡사파가 서로 아웅다웅할 게 뻔했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 라고 여겼는데.
이러다가는 그 전에 성이 무너지게 생겼다.
‘아이 씨. 얼른 대환단부터 소화시켜야 하는데.’
용인에서 돌아오는 길에 월악산에 들렀었다.
이전에 포기했던 대환단을 찾기 위해서였다.
산의 골짜기를 한참을 들쑤셨다.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의 입구에서, 내 어깨에 얌전히 앉아 있던 월매가 푸드덕거리며 날아올랐다.
잠시 후 축축하게 젖어 나타난 녀석은 그 어여쁜 부리로 철함을 물고 있었다.
과연 무림 제일의 영약 탐지견… 아니, 탐지조다웠다.
영단 중의 영단, 소림의 대환단이 무려 스무 알.
안타깝게도 월악에 남은 것은 그 철함이 전부였다.
무너진 절벽의 잔해와 산의 모든 골짜기를 뒤졌으나 과거 월악문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계룡에 돌아오자마자 수련에 돌입할 생각이었으나.
계룡의 상황은 내가 수련에 열중할 만큼 녹록하지 않았다.
마핵을 먹이려고 해도, 믿을만한 놈한테 먹여야 하는데.
최지수와 김강산이 연달아 마핵을 섭취해보니, 세 개째부터 마력이 늘어나는 정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둘은 네 알씩 먹고 일단 복용을 중단했다.
그래도 아직 스물두 개가 남아 있었다.
‘마핵이야 천천히 먹여도 되지. 문제는….’
이제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꽤나 서늘해졌다.
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몬스터 웨이브가 닥칠 것이다.
그 전에 계룡문을 한 팀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 입으로 말했던 대로, 내가 진정 계룡을 지키는 검이라면.
‘일단 여기서부터 시작할까.’
나는 눈앞에 선 용맹… 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은영단(隱影團) 자원자들을 둘러보았다.
빙결술사에 전직 청응파 박명칠,
화염술사에 전직 곡사파 이바름,
전사에 전직 임압파 조은조,
회복술사에 1회 각성 페스티벌로 각성한 신참 하하민,
여기다가 자동 자원된 전사 겸 야매 화염술사 김강산,
전사 겸 대지술사 최지수.
예상과 달리 지원자는 많지 않았다.
-지원자가 이것밖에 없어?
명단을 가져온 최지수가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얼굴로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더니 이내 대표실을 나갔다.
뭐, 양보다는 질이니까.
그래도 조합은 썩 괜찮았다.
전사와 술사의 숫자도 적당했고, 무엇보다 출신들이 다양했다.
다들 기존 조직에서 한 자리씩 했던 자들이다. 만약 저들이 진정한 한 팀이 되면 내부에서 삐걱거리는 계룡문 전체에 그 영향력이 미칠 터.
나는 둘러선 애들을 향해 깃발 하나를 들어올렸다.
“훈련은 간단해. 너희가 한 팀이 되고, 나 혼자 한 팀이 된다. 내 깃발을 빼앗으면 오늘 일정은 끝.”
“…정말입니까?”
“나는 항상 진심이야. 은영단 공식 일정은 한동안 훈련뿐이니까, 훈련 끝나면 집에 가서 발 닦고 자면 되겠네.”
동태눈깔이던 애들의 눈이 희망으로 반짝거렸다.
6 대 1이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겠지만.
개중에 가장 실력이 나은 김강산의 경지가 절정고수 정도일까.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나와 녀석들 사이에는 까마득한 간격이 있다.
김강산이 번쩍 손을 들었다.
“형! 훈련 중 대표님을 다치게 하면 어떻게 돼요?”
“내가 그렇게 쪼잔한 사람이냐.”
“어. 형 뒤끝 쩔잖아.”
“동의한다. 서면 동의는 받아야 할 것 같구나.”
최지수가 바위를 갈라 석판을 내밀었다.
이바름이 공손하게 제 단검을 내밀었다.
“형. 그거, 점혈? 그거 사용하지 않겠다고도 적어야지. 괴물은 그런 기술 안 쓰잖아.”
“형. 그, 초식? 검식? 그것도… 아니, 우리 지금 괴물 상대하려고 훈련하는 거 아냐? 형 같은 진짜 괴물 잡겠다는 게 아니, 악!”
김강산이 재빠르게 조건을 추가했다.
헛소리인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서명.”
최지수가 손가락으로 석판의 끄트머리를 가리켰다.
“지수 형. 나를 그렇게 못 믿냐?”
“응.”
김강산이 양손으로 석판을 조심스럽게 들고는 저기 멀리에 가져다 두었다.
나는 검집을 매단 허리끈을 끌러서 깃발을 묶었다.
등 뒤에 깃발을 업은 모양새.
검집채로 검자루를 쥐자 녀석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어느새 나를 원형으로 포위한 형국.
괴물과 술사의 거리는 3미터.
전혀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시작!”
외침과 동시에, 나는 뒤로 몸을 띄웠다.
등 뒤에 있는 녀석은 회복술사 하하민.
하하민의 오른쪽에 서 있던 대지전사 조은조가 화들짝 놀라 그 앞을 가로막으며 철퇴를 휘둘렀다.
뒤이어 반대편에 있던 김강산과 최지수가 내 등으로 쇄도하고.
두 술사가 팔을 내밀고 마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철퇴가 정수리에 닿기 직전.
“막아!”
“어떻게?!”
단번에 조은조를 뛰어넘어 하하민의 대가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녀석이 가까스로 반응해 검을 들어 올렸으나.
퍼버버버버벅!
여덟 번째 내려베기에 검이 동강나고.
퍼억!
열한 번째 내려베기에 들어 올렸던 왼팔이 작살나고.
퍽!
열세 번째 내려베기에 대가리를 후려맞은 하하민이 바닥으로 나자빠지는 순간.
콰앙!
화염구가 작렬했다.
분명히 나를 노렸을 이바름의 화염구는 뒤늦게 몸을 돌려 공격을 시도하려던 조은조에게 명중했다.
조은조가 팀킬에 당해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전선을 이탈했다.
“형! 지금 조건 어겼지!”
“아니거든.”
물론 그렇게 보일만한 속도이기는 했으나 어떤 초식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내려베기였다.
조은조가 쓰러진 자리를 메꾸며 김강산이 쇄도했다.
왼발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대도를 회피하고 수평으로 검을 휘둘렀다.
기를 머금은 검집에 옆구리를 얻어맞은 김강산이 휘청거렸다.
빈틈을 찔러 들어가려는 순간, 바닥이 솟아올라 김강산과 나 사이를 가로막았다.
나는 왼손을 들어올려 내질렀다.
휘익.
휘둘러진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최지수가 타격 지점을 소멸시켜 타격을 회피한 것.
구멍이 뚫렸던 석벽이 순식간에 복구되었다.
“어얼. 형 많이 늘었네?”
“다 네 덕이지.”
퍼버버버버버벅.
스물여섯 번 권(拳)을 휘둘렀다.
회피하기는커녕, 보이지도 않을 연타.
박살난 벽이 흙이 되어 부스러졌다. 튀어 오른 돌조각 사이로 최지수가 검을 찔렀다. 손수 가르친 찌르기답게 동작이 간결했다.
어깨를 뒤틀어 검을 흘리며 가슴팍을 향해 검집을 찔러넣었다.
그 사이 중심을 잡은 김강산이 내 왼쪽 어깨를 노리고 대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재빨리 검을 회수하며 상체를 숙였다.
“악! 명칠이 형!”
공기를 찢으며 날아든 얼음창이 내가 서 있던 공간을 격해 김강산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헐…. 미안.”
바닥을 스치듯 다리를 뻗어 김강산의 발목을 걷어차고.
중심을 잃은 녀석의 대가리를 향해 특별히 진기를 듬뿍 넣은 검집을 내리꽂고.
그 뒤는 일사천리.
여섯 명이 모두 바닥을 기는 데에는 십 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나마 김강산과 최지수가 마핵을 먹어 경지를 높인 덕에 그 정도지, 이전이었다면 일 분 컷이다.
“이십 분 휴식.”
심검(心劍)으로 나를 벨 듯한 시선들을 무시하며 나는 가부좌를 틀고 소주천을 돌렸다.
“휴식 끝.”
“형? 형? 잠깐만. 작전타임. 작전타임!”
“작전은 훈련 끝나고 실컷 짜시고요.”
“림아. 그렇게 몰아세운다고 무조건 실력이 느는 게 아니라….”
“아냐. 늘어.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경지가 높아지는 게 그냥 무협소설 설정이 아니라니까?”
“대표니임… 저 힐 하느라 마력이….”
하하민이 바닥에 대자로 뻗은 채 중얼거리고,
“형아… 의도는 알아… 알겠는데….”
뒤이어 김강산이 끙끙거렸다.
최지수가 자못 심각한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흙바닥에 벌러덩 누워있는 터라 그다지 무게감은 없어 보였지만.
“림아. 훈련 상대가 우리 수준에 비해 너무 강하다. 두억시니도 이거보다는 나을 거다. 절대 못 이긴다. 절대로.”
그렇겠지. 내가 두억시니 잡았으니까.
“맞아요, 지수 씨. 내가 마지막 블랙데이에 삼두룡을 봤거든요. 근데 그거보다 더 강한 거 같애, 지금 저 괴물이.”
“이것들이. 멀쩡한 인간을 괴물로 몰아가네.”
비틀비틀, 하하민이 손을 들었다.
“선배님들…! 막내가 제안 하나 해도 될까요옵.”
바닥을 꿈틀거리던 시선들이 하하민을 향했다.
“우리가 이기면 야자타임! 어떻습니까아?”
“…그게 뭔데?”
“선배님들 야자타임 몰라요? 위아래를 뒤집는 겁니다! 대표님이 저한테 하민이 누님~ 이러고, 우리가 대표님한테 서림아~ 가서 물 좀 떠와라~ 이러는 거죠.”
하하하.
처음부터 느꼈지만 참 뇌가 맑은 녀석이다. 그따위 웃기지도 않는 짓이 널브러진 애들을 일으킬 수 있을 리가…
“시발…. 미쳤다.”
“한다, 훈련.”
“당장 합시다. 이길 때까지 합시다.”
있네. 있어.
애들 눈에 화염구가 이글거렸다.
“아니, 지수형은 왜 하겠다는 건데? 어차피 형이잖아.”
“림아. 내가 너에게 형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구나.”
벌떡벌떡 일어난 애들이 소곤소곤거리더니 진형을 잡았다.
가장 앞에 김강산이, 한 발 뒤에 조은조가 섰다.
두 명의 술사, 이바름과 김명철이 그들로부터 십여 미터 떨어진 공장의 벽 뒤에 모여 섰고, 그 뒤에 선 하하민을 보호하듯 최지수가 자리잡았다.
아까보다는 훨씬 나은 진영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고, 이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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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닷새 후.
훈련장은 몰려든 관객들로 북새통이었다.
“고소하고 바삭한 일미호 꼬치구이가 하나에 단돈 서어~돈, 두 개에 다서엇~돈! 은영단 내전도 식후우~경!”
“꼬치 네 개 주쇼.”
“예아, 꼬치 네 개, 나갑니다아~!”
한쪽에 늘어선 포장마차는 꼬치를 먹고 맥주를 들이켜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어디다 거시려우? 1분 단위로 걸 수 있다우.”
“배당이 가장 높은 데는 어디요?”
“단원팀이 단장님을 1분 안에 이긴다. 여기가 3천배이기는 한데. 여기다가 거시겠다는 말이우? 당신 미쳤수?”
“인생 한 방이지!”
한쪽에서는 훈련의 승패를 걸고 도박판이 벌어졌다.
6명의 은영단 vs 계룡문 대표 서림의 깃발 뺏기 승부는 사흘도 지나지 않아 계룡성의 명물이 되었다.
불 구경 싫어하는 사람 없고, 싸움 구경 싫어하는 사람은 더 없다.
더군다나 그 대결의 참가자는 현재 계룡의 최고 유명인인 계룡문 대표.
지난 나흘 동안 은영단은 서림과의 쉰일곱 번 대결에서 모두 패배했다. 57전 전패.
“언젠가는 이기겠지! 이거 비무 아니라 훈련이람서. 그게 오늘이 아닐까?”
“헛꿈 꾸지 마쇼. 여기, 패 받아가시구랴.”
3000배 배당에 부푼 사내가 도박패를 들고 바삐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