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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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략으로 답하라(1)
맹으로 가야한다는 갈사량의 제안에 종천락이 물었다.
“어째서요?”
갈사량이 대답에 앞서 주위의 무인들을 쳐다보았다. 이들 앞에서 이야기를 해도 되느냐는 의도가 담긴 행동이었다.
그러자 종천락이 수하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나를 믿느냐?”
수하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부상으로 누워 있는 수하들조차 눈에 힘을 주며 자신의 뜻을 밝혔다.
“믿습니다! 더불어 저희 목숨은 단주님의 것입니다.”
이번에 데리고 나온 삼십 명의 천궁단 정예들은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충성스러운 수하들이었다. 대주들과 조장들 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이들이었다.
“고맙다. 나 역시 너희들을 믿는다.”
종천락이 다시 갈사량을 보며 말했다.
“이들은 나의 혈육같은 이들이오. 그러니 나를 대하듯 편하게 말씀해 주시오.”
이렇게 이번 일이 대단히 중요한 일임을 강조한 후에야 갈사량이 입을 열었다.
“단주께서 이대로 맹을 이탈하면 맹주는 온갖 이유를 붙여서 반역자로 몰고 갈 겁니다.”
나는 갈사량의 의견에 동의했다. 상대편에는 갈사량과 같은 군사가 있었다. 그는 반드시 그 작전을 쓸 것이다. 종천락은 다른 것은 다 견뎌도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참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종천락은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이번에 돌아가면 당장은 단주님을 건들지 못할 겁니다. 오히려 더 조심할 겁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를 조사하겠지요. 단주님은 평소처럼 행동하되 암살시도를 조심하십시오.”
마지막 말은 수하 무인들을 보며 말했다. 그대들이 지켜주라는 뜻이 담겨 있음을 알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다음 공격일 것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잔혹해질 테니까.
갈사량이 종천락을 응시하며 물었다.
“저를 믿어주시겠습니까?”
종천락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갈사량은 천하진이 맹주 시절, 총군사로 있던 사람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를 믿지 못하면 누굴 믿는단 말인가?
“믿겠소.”
“그럼 함께 돌아가시지요. 놈들이 움직이기 전에 제가 반드시 방법을 찾아내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종천락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하긴, 갈사량이 아니더라도 돌아가야 할 이유는 있었다.
이번에 데리고 나온 천궁단 무인들은 불과 삼십 명이었다. 맹을 떠나더라도 나머지 수하들을 모두 데리고 나와야 했다.
‘휴.’
하지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설령 어딘가 몸을 빼낸다 하더라도, 천 명이나 되는 인원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한 수하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 믿을 것은 갈사량이었다.
* * *
우리는 생사루를 떠나 무림맹 본단이 있는 무한으로 출발했다. 부상자들이 있어 올 때처럼 빠르게 이동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마음들이 편한 듯 보였다. 적이 누군지 뚜렷해졌고, 자신들에게는 믿고 의지할 동료들이 있었으니까. 가야할 길이 정해졌으니까.
결정적으로 갈사량이 앞일을 맡기라고 한 것이 큰 힘이 된 듯 보였다. 이번에 나의 활약으로, 그들은 갈사량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정의각에 남은 것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듯 했다.
어쨌든 천궁단과 가까워진 것은 아주 좋은 일이었다. 중요삼단 중 하나가 우리 편이 된다면, 그것은 엄청난 전력이 생기는 것이었으니까.
이틀 동안은 아무런 기습은 없었다.
모닥불이 피어오른 야심한 밤, 갈사량이 잠자리를 뒤척였다.
나는 그 옆에 앉아서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던져 넣고 있었다.
“잠이 안 오십니까?”
그러자 갈사량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말똥하네.”
“어제도 못 주무시는 것 같았는데.”
내가 그에게 모닥불에 걸어둔 주전자에서 뜨거운 물을 따라서 그에게 건넸다.
“마시면 주무시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고맙네.”
생사루를 나온 이후 갈사량은 생각이 많아보였다. 하긴 당연한 일이었다. 놈들이 자신과 종천락을 제거하려 한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으니, 이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동시에 갈사량의 눈빛은 점점 살아나고 있었다. 그래, 저 것이 사량이의 눈빛이지. 어려움에 빠질수록 더욱 빛이 나는 싸움터에서의 눈빛.
“자넨 첫 임무부터 대단한 인상을 남겼군.”
“운이 좋았습니다.”
“자네도 알겠지만 맹에서 나를 제거하려 들고 있네.”
“네.”
“나와 함께 있다간 자네도 위험할 거야. 돌아가는 즉시 다른 곳으로 발령내주겠네.”
반은 진심이고, 반은 내 반응을 떠보는 것이었다. 신입인 나를 데려온 것도 내게 관심이 있어서였고, 이번 여정에서 나에 대한 호감이 훨씬 높아졌음을 알고 있다. 그는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
“군사님.”
“왜 그러나?”
“저는 위험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계속 군사님 곁에 남아 있겠습니다.”
“농담이 아니네.”
“저도 마찬가집니다.”
“남으려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나?”
“위험이 클수록 얻는 것도 크겠지요.”
갈사량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디서 이런 물건이 나타난 거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정말 나를 믿을 수 있겠나?”
“그 질문은 제가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저를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자넨 내 목숨을 구했네. 여기 있는 모두를 구했지. 그것도 여러 번이나. 그런 사람을 믿지 못한다면 대체 누굴 믿는단 말인가?”
갈사량이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다시 그와의 관계가 진척된 것을 느꼈다.
마지막 고비는 아마 그것이 될 것이다. 결국에는 내가 그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을 알게 될 테고, 과연 그 배신감을 이겨낼 유대감을 형성하느냐 마느냐.
다음날 아침, 숲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알지 못할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혹시 다른 사람도 느끼는지 살폈지만, 아무도 그 기운을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누군가 나를, 혹은 우리 중에 이 미세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고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밥을 다 먹고 나서 기운이 흘러나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쪽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천궁단 무인이 꾸벅 인사를 하며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나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정중하고 친근했다.
“잠시 볼 일 좀 보고 오겠소.”
“곧 출발하니, 빨리 돌아오십시오.”
“그러지요.”
그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내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기운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니 작은 공터가 나왔고, 그곳에 기운을 보낸 사람이 서 있었다.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사막에는 유사(流沙)가 있다네. 거기에 발을 디디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지.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인다네. 마치 모든 것을 다 먹어치운다는 괴물처럼 말일세. 그 괴물이 바로 자네였군.”
노인에게서 대단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자신의 무공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존재감이면 얼굴을 알아볼 법도 하건만, 생전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과연 강호의 기인이사들이 바닷가 모래알처럼 많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유사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 있소.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안전한 길로 걷는 것이오. 사막에도 사람을 위한 길은 있는 법이니까.”
“나는 모험심이 많아서 다른 사람이 걷던 길은 걷고 싶지 않다네.”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고? 더 빨리 가고 싶어서. 그래서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것을 혼자 다 차지하고 싶어서 말이오.”
노인은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짙은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번에 만난 유사는 참으로 탐나는군.”
“아쉽구려.”
“뭐가 말인가?”
“당신은 이미 그 유사에 발을 디뎠으니 말이오. 당신이 말하지 않았소? 한 번 빠지면 절대 나올 수 없다고. 아마 버둥댈수록 더 빨리 빠져들겠지요.”
노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너는 누구냐? 너 같은 자가 무림맹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이번에 들어온 신입군사요.”
“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그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신입이 아니라 경력군사가 들어왔다간 강호가 발칵 뒤집어졌겠구나.”
“그러는 당신은 누구요?”
“네 상관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주려는 사람이지.”
“이유는?”
“갈사량과 만난 적도 없는데 우리 사이에 은원이나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그냥 다른 이해관계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죽이고 죽는 것이지. 나뭇가지를 치다보면 그것에 붙어있던 벌레들이 죽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가지를 치는 가위라 치고, 나무 주인 행세를 하려는 자는 대체 누구요?”
알 것 없다는 듯 노인이 검을 뽑아들었다.
“건방은 거기까지만 떨어라. 네 뒤에 누가 있느냐? 알려주면 곱게 죽여주마.”
“내 뒤에 누가 있는지는 곧 알게 될 거요.”
수라명왕검을 뽑아들며 기감을 끌어올렸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싸움을 길게 끌 생각은 없었다.
내가 봉인해둔 내공을 해제했다. 반 갑자이던 내공이 단숨에 이 갑자가 되었다.
동시에 본연의 기도를 감추지 않고 내뿜었다. 내게서 뿜어져 나온 기도가 노인과 내가 서 있던 공간을 장악했다.
“허엇!”
노인은 경악했다. 내 기도가 엄청난 것보다, 그것을 감쪽같이 속이고 있었던 것이 더 놀라웠던 것이다. 하긴, 그게 더 어려운 수법이긴 하지. 그것을 알아본다는 것만 해도 저 노인은 대단한 고수가 틀림없었다.
기회를 줘선 안 된다.
노인이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의 절기를 날리려는 그 순간, 수라명왕검에서 바람소리가 났다.
휘이이이이잉!
순간 노인이 흠칫 놀랐다.
“설마 그 바람소리는?”
그가 두 눈이 튀어나올 듯 치켜뜨던 그 순간.
후우우우우웅!
노인 주위로 회오리가 휘몰아쳤다.
제 오초식 회륜겁이 작렬한 것이다. 이갑자의 내공을 저 하나의 회륜겁에 모두 쏟아 부었다.
“흐으읍!”
노인이 자신의 몸을 휘감는 회오리에 저항하며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과연 그는 호신강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였던 것이다.
노인이 다급히 소리쳐 물었다.
“너! 천하진의 제자인가?”
하지만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었다. 호신강기가 찢겨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내공으로는 회륜겁을 막을 수 없었다.
추아아아아아아악!
호신강기가 찢겨나가고 곧이어 그의 살이 뜯겨나가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천하진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우릴 막지 못할 것이다. 으아아아아악!”
마지막 말이 끝나는 순간, 참혹한 비명과 함께 그의 살과 뼈는 산산이 찢겨져 허공으로 사라졌다.
몰아치던 회오리가 사라졌다.
노인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호신강기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고수였고 내 무공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본 적이 없었다. 상대 조직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 * *
더 이상 공격은 없었다.
호북에 들어섰을 때, 우린 두 대의 마차를 구했다.
한 대에는 부상자를 태웠고, 다른 한 대에는 갈사량과 내가 탔다.
무한에 다 와 갈 무렵, 내가 갈사량에게 물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뭔가?”
“전에 말씀하신 신룡작전은 대체 어떤 작전입니까?”
“그게 궁금했었나?”
“네.”
“내가 자네처럼 신입군사일 때의 작전이었네.”
갈사량이 과거를 떠올리며 감회에 빠졌다. 마치 아이처럼 들뜬 표정이 되었다.
“천하제일인 천하진을 무림맹주로 만드는 작전이었지.”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당시 전대 맹주께선 천하제일인이라 불리고 있었지. 우린 그 분을 맹주로 만들기 위해 몇 달간 작전을 세웠다네. 맹주에 대해 조사했지. 무슨 무공을 사용하고, 어디서 누구를 이겼고,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를 싫
어하는지. 어떤 여자를 좋아하고, 어떤 술을 마시며,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심지어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지도 알아냈네. 처음 맹주를 만나러 가던 날, 무인들이 그 색의 무복을 입었었지.”
아, 그랬었나? 그렇게들 공을 들이고 있었나?
나야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이었다.
“역대 가장 젊은 맹주를 보면서 나는 꿈을 꾸었다네. 저 젊은 맹주와 함께 이 강호를 바꿔보고 싶다는.”
당시 총군사는 갈사량이 아니었다. 갈사량은 내가 맹주 자리에 오르고 승승장구 승진하며 치고 올라온 군사였다. 그 성공의 이유를 오늘 처음 알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백.
“난 맹주가 참 좋았다네.”
전생에 그에게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다.
“어디가 좋았습니까?”
어떤 대답이 나올지 기대되면서 긴장되었다.
“서툴러서.”
“네?”
“그는 참 서툰 사람이었다네. 정말 강한 무공을 지녔고, 사파와 마교의 그 무서운 고수들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않던 사람이었는데, 참 서툴렀지.”
“어떤 점이요?”
갈사량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어떤 점을 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나 역시 지난 생을 돌아보면 후회되는 일이 많으니, 그 중 한 단면일 것이다.
그는 그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그것이 내 인생 최고의 작전이었고, 성공했을 때 가장 기뻤던 작전이었다네.”
반대쪽 창가로 고개를 돌린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이래서 자네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네.
두두두.
마차가 속도를 줄었다.
저 멀리 무림맹 본단의 건물이 보였다.
이제 저곳의 주인들과 싸워야 한다.
과연 갈사량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