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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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이 부활할 때(3)
출발하고 한식경도 지나지 않아 마차가 멈춰 섰다.
“길이 막혀 있습니다.”
마치 산사태라도 일어난 듯 뿌리 채 뽑힌 나무들이 가득 길을 막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쪽은 아예 길이 끊어져서 마차가 지나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누군가 의도적으로 길을 막아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도보로 이동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임중태의 말에 마봉기가 마차에서 내렸다. 못내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길이 막혔다는 데 어쩌겠는가?
뒤이어 여인도 마차에서 내렸다. 아름다운 여인이었는데, 몹시 피곤한 기색이었다. 무인들이 마차에서 두 사람의 짐을 챙겨서 짊어졌다.
끊어진 길은 경공으로 뛰어서 건너야 했다.
무공을 모르는 갈사량을 위해 무인 하나가 와서 업으려고 했다.
그때 내가 나섰다.
“군사님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러자 갈사량을 업으려던 무인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공을 하실 줄 아시오?”
“네. 이 정도는 건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실수라도 하시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요.”
“얼핏 듣긴 했소. 책임군사가 무공을 할 줄 안다고. 하지만 혼자라면 모를까 사람을 업고 여길 건너기는 힘들 텐데.”
내가 망설이지 않고 갈사량을 업고 훌쩍 그곳을 뛰어 건넜다.
무인이 깜짝 놀랐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볍게 그곳을 건넌 것이다.
일부러 내가 무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 이들과 함께 싸워야 했다. 그렇다면 내가 무공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리라.
등에서 내리며 갈사량이 고마움을 전했다.
“고맙네.”
“별말씀을요.”
반면 마봉기는 마차에서 내린 여인을 챙기지 않았다. 저만 훌쩍 건너가 버려서 맹호단 무인이 여인을 챙겨서 건너야 했다.
한심한 놈!
밉다, 밉다하니 우줄우줄 춤을 추며 똥을 싼다고, 그렇게 자꾸 미운 면만 보이는 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봉기는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더 형편없는 자였다.
마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이동속도가 확연히 줄었다. 자연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임중태가 한 가지를 제안했다.
“이곳에서 조금만 돌아가면 무림맹 지부가 있습니다. 그곳에 들러 지원을 받아야겠습니다.”
사기를 충전할 필요가 있었기에 갈사량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우리가 무림맹 지부에 도착했을 때, 우릴 충전시켜 줄 사기는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릴 기다리고 있던 것은 참혹한 광경이었다.
앞서 마을에서처럼 수십 명의 지부무인들이 완전히 몰살당한 것이다. 이번에도 참혹하게 당했다. 무인들뿐만 아니라 주방에서 일하는 숙수며 종복들까지 모두 죽음을 당했다.
내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
정말 이 새끼들이!
놈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짓이었다. 반드시 이번 일을 꾸미고 진행한 놈들은 모조리 다 갈아 마셔 버릴 것이다.
“어서 가시죠.”
건물을 나서서 그곳을 벗어나려던 그때였다.
수십 명의 무인들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손에 깃발을 들고 서 있었다. 깃발에 적힌 붉은 글자는 살(殺)자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이유가 갈사량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마번(魔幡)!”
마번이란 말에 맹호단 무인들도 깜짝 놀랐다. 혈천마교에서 유명한 마인들이었다. 맹호단 무인들 중 나이든 이들은 그들과 싸워본 적이 있었고, 젊은 무인들은 말로만 들었던 존재였다.
다들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마번은 대단히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맹호단주 임중태가 소리쳤다.
“모두 조심해라! 놈들은 마교의 정예다!”
놈들을 보니 정말 옛날에 보았던 그들이 생각났다. 복장도, 깃발도 그대로였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
이쯤 되니 정말 마교가 부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모습을 드러낸 마번의 숫자는 오십 명이었다. 적어도 완벽한 부활은 아니었다. 원래 마번의 숫자는 천 명이었다. 대평원이 저 붉은 깃발로 뒤덮였을 때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했다. 혈천신교의 내부에 대해 아주 잘 아는 누군가가 살아남은 것이 틀림없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똑같이 만들어낼 수는 없다.
무서운 기세를 내뿜으며 다가서는 그들을 바라보며 갈사량이 빠르게 말했다.
“이번에는 맹주님께서 나서주셔야겠습니다.”
“으음.”
살짝 불쾌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예상하고 있었는지 묵묵히 갈사량의 말을 들었다.
“저들이 과거 혈천마교의 그 마번이라면, 맹주님이 직접 나서지 않으시면 맹호단은 모두 전멸할 겁니다. 우리가 다 죽고 나서 홀로 저들을 상대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갈사량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여전히 내키지 않는 기색이 가득했지만 그 말에 반박하진 못했다. 자신이 봐도 그런 상황이었으니까.
듣고 있던 임중태가 끼어들었다.
“그건 안 될 말이오! 우리가 있는 한 맹주님이 먼저 나서시게 할 수는 없소!”
맹호단이야 맹주의 호위단이니 당연히 저렇게 나올 것이다.
“그렇게 고집피우시면 맹주님도 돌아가십니다.”
한 마디로 그를 제압한 후, 빠르게 설명했다.
“가운데를 맹주님이 맡으시고 단주님은 현현진(玄玄陣)을 펼쳐서 우측의 적을 상대하십시오. 나와 벽군사가 좌측을 맡겠소.”
임중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두 분이서는 무립니다. 저희들이 병력을 나눠서 지켜드리겠습니다. 두 명은 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마봉기가 끼어들었다.
“그 둘은 나를 도와야지!”
갈사량이 빠르게 말했다.
“둘만으로는 오히려 맹주님께 방해가 될 겁니다.”
마봉기의 대답을 듣지 않고 임중태에게 말했다.
“임단주님, 지금 인원이 현현진을 구성할 수 있는 최소의 숫잡니다. 아시잖습니까?”
“그렇지만.”
“저희나 맹주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판단을 믿으십시오.”
임중태는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갈사량이 이렇게 자신 있게 나오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마봉기가 못마땅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젠장! 어쩔 수 없지.”
그 역시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진 않았다. 생존에 있어선 비범한 본능이 있는 그였다. 지금 갈사량의 말을 듣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갈사량의 지시대로 세 방향으로 섰다.
“깃발에 현혹되면 안 됩니다. 당황해서 깃발을 잘라내려 해도 안 됩니다. 놈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때입니다. 보통의 검으로는 깃대가 잘리지 않습니다. 창을 상대한다 생각하고 옆으로 쳐내면서 기회를 보십시
오. 대신 기가 셋 이상 품(品)자 형태로 모였을 때 조심하십시오. 그때 놈들이 합공을 시도할 때입니다. 그리고…….”
갈사량이 마번을 상대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예전에 그들과 싸울 때의 경험이 있었기에 작전지시는 물 흐르듯 흘렀다.
지시를 마치고 갈사량이 내 뒤에 섰다.
내가 갈사량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우린 어떻게 막습니까?”
“자네가 알아서 막게.”
“네?”
내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다시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지휘를 해서 자네가 저들을 막을 것이라 여길 테니, 마음껏 없애게.”
그는 정말 나를 믿고 있었다. 확실히 갈사량이 똑똑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그래, 똑똑한 사람은 한 번 겪으면 다 알아차려야지.
“고생은 제가 하고, 명예는 군사님이 가지겠군요.”
“억울하면 출세하란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지.”
“하하.”
강적을 두고 여유 있는 모습에 모두들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가장 걱정되는 쪽이 두 사람이었는데, 가장 여유를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마번이 가까이 도착해서 우릴 에워쌌다.
갈사량이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옆에서 떨고 있던 마봉기의 여인을 불러서 자신의 뒤에 세웠다. 비록 무공이 없지만 그는 남자였다.
이번 싸움의 핵심은 내가 맡은 쪽을 빠르게 베고,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이다.
“네 놈들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놈들이냐?”
마봉기가 쩌렁쩌렁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아무리 색정에 찌든 늙은이라 해도 천도문의 문주였던 인물이었다.
다른 색 깃발을 든 이가 있었다. 그는 다른 이들과 반대로 붉은 색 깃발에 흰색 글자였다.
“무림맹주가 우릴 모르다니. 한심하군.”
그의 몸에서 기운이 흘러나왔다. 놀랍게도 그것은 마기였다. 정말 마공을 익힌 자가 나온 것이다.
이것 봐라?
앞서 보았던 마교의 흔적들은 약이나 대법을 통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이 기운은 분명 마기였다. 다시 말해 마공이 전수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이 몇 마디 더 입씨름을 하려던 그 때, 내가 먼저 움직였다. 마번이 강한 것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현란한 공격방식과 잘 짜인 합격술에 있었다.
그들이 합을 맞추기 전에 먼저 공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선두에 선 사내가 깃대를 내질렀다.
펄럭!
시야를 가리는 깃발.
하지만 그것은 내 눈만 가리는 것이 아니었다.
사내가 깃대로 내가 있을만한 곳을 내리쳤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쉬이익! 푸욱!
번쩍 반대쪽에서 나타난 내가 검을 휘둘러 그의 목을 베었다. 그가 쓰러지는 것을 시작으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무림맹 병신새끼들 다 없애버려!”
마번의 수장사내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 살상명령을 가장 먼저 수행한 사람은 나였다.
나를 향해 내질러진 깃대를 타고 미끄러져 들어간 나는 다음 사내의 가슴을 훑듯이 베었다. 피가 튀며 넘어갔고 깃발이 펄럭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양 옆에서 깃대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내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파파파파팡!
대여섯 개의 깃대가 동시에 바람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내게 미치지 못했다. 아깝게 빗나간 것 같았지만 정확히 내가 계산한 도약이었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만큼 내 반격은 빨랐다.
그 중 한 깃대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깃대를 잡은 팔이 잘려나갔고,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려 다른 사내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나는 그들과 마구잡이로 뒤엉켰고, 그것이 나의 핵심작전이었다. 깃발은 기본적으로 창과 같은 병기였다. 따라서 기본적인 거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거리를 주지 않았다. 선학비술을 익힌 나였기에 뒤엉켜서 싸우는 것에 가장 강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펄럭이는 깃발 사이로 종횡무진 움직였다. 상대의 실력은 상당했다. 정말 예전 마번의 실력 그대로였다.
내 쪽을 공격했던 십여 명의 사내를 모두 베어냈다.
마봉기는 마번의 수장과 맞붙어 싸우고 있었다. 놀랍게도 사내는 마봉기와 맞먹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나머지 마번이 도왔기에 마봉기가 살짝 밀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싸움을 지나쳐 우측 싸움을 도왔다. 마번을 상대할 때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현현진이었기에 적은 숫자로도 팽팽하게 맞설 수 있었다.
만약 갈사량이 없었고, 내가 없었다면? 그래서 무작정 저들을 상대해 싸웠다면? 이미 이쪽의 시체가 널려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마봉기까지 벌써 죽었을 수도 있었고.
하지만 한쪽을 내가 맡고, 다른 한쪽을 현현진으로 버틴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무도 죽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내쪽의 병력이 무너지자 마번이 당황했다.
왼쪽을 무너뜨렸는데, 오른쪽이라고 다를 바 있겠는가?
내가 돕기 시작하자 전세는 일순간에 바뀌었다. 적들이 연이어 쓰러졌고, 중앙에서 마봉기를 상대하던 마번이 이쪽을 지원했다.
내 검은 빠르고 정확했다. 함께 싸우던 맹호단 무인들은 감탄했다. 화려한 초식도, 혹은 막대한 내공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적재적소에 빠르게 정확하게 검을 찔러 넣고 있었다.
저런 단순한 공격이 통할까? 하지만 정확하게 통했다.
우리 쪽 무인뿐만 아니라 적들조차 감탄했다. 내가 합세하자 현현진의 위력이 배가되었다.
결국 우측의 적도 무너졌다. 임중태와 무인들이 마봉기를 도왔다. 나는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그들을 지원하며 도왔다.
내 선택을 보며 갈사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모르겠지만 나는 싸우는 내내 갈사량을 신경 쓰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 그를 공격하려 했다면, 내 비수가 날아갔을 것이다.
점점 적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나는 마봉기를 돕지 않고 무인들을 도왔다. 솔직히 말해서 마봉기는 여기서 죽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내게 목숨빚을 지는 맹호단 무인들이 늘어났다.
마지막 순간, 마봉기의 손에 마번의 수장이 목숨을 잃었다. 그래도 혼자서 저 정도 사내는 상대할 수 있을 실력은 있었던 것이다.
사내는 죽기 직전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강한 불신을 내보였다.
나의 존재를 넣어서 계산하지 않는 한, 불신은 계속될 것이다.
그가 죽자 나머지 마번들이 모두 달아났다.
“쫓지 마십시오!”
내 외침에 무인들은 그들 뒤를 쫓지 않았다. 수장을 죽인 이상, 그들을 쫓아가서 몰살시키려 하는 것은 위험하기만 할 뿐 아무 의미가 없었다.
사실 그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저들은 가서 이 싸움을 전할 것이다.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마봉기와 싸웠던 이들이었다.
내가 어떻게 싸웠는지 정확하게 본 자가 없다는 뜻. 결국 저들의 상부에는 이 싸움이 마봉기의 활약으로 이겼다고 전해질 것이다. 현현진은 갈사량 덕분으로 생각할 테고. 이 싸움까지 나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았
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맹주님!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으셨군요!”
갈사량의 칭찬에 마봉기의 어깨가 솟아올랐다.
“뭐, 이런 놈들 쯤이야.”
“일단 빨리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우린 다시 남현표국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가던 갈사량이 나만이 듣게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라면 함께 큰 꿈을 꿔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그와 더 가까워진 것에 기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저 말은 정말이지 내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나도 너와 큰 꿈을 꾸고 싶다.
나는 확신한다. 머지않아 저 말을 할 순간이 찾아오리라고.
저 멀리 남현표국의 건물이 보였다.
과연 무엇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더 빌어먹을 함정이 있을까? 아니면 정말 놈들의 수장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