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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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바다가 마르면(3)
수십 개의 검과 검진이 만들어낸 기파가 나를 휘감았다.
나는 내공을 계속 끌어올렸다. 호신강기를 위한 내공이 아니었다. 내공은 손에 든 수라명왕검으로 주입되고 있었다.
징!
터질 듯한 내공이 주입된 수라명왕검이 더욱 크게 울었다.
콰콰콰콰콰콰!
검진이 거대한 파도가 밀려드는 것처럼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검진이 내가 기다렸던 곳에 들어서던 그때!
수라명왕검이 허공을 갈랐다. 이 싸움이 시작된 이후 내가 기다렸던 순간이기도 했다.
쉬이이이이이이익!
푸아아아아아아앙!
검진 뒤에 있던 종훤이 바람에 휘말려 날아갔다. 다치진 않았지만 그는 기겁을 하고 놀랐다.
“으아아악! 뭐야?”
달려가던 검진이 강력한 폭발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오른 것이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천뢰가 터졌습니다.”
“피해사항을 보고 해라!”
진을 형성했던 공간이 통째로 날아갔고 순식간에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진천뢰가 터진 것이 아니었다.
바로 추혼수라검술의 제 삼초식 무극인이었다. 무극인은 일정공간을 통째로 없애버리는 수법이었다. 나는 가능한 가장 강력한 위력으로 무극인을 발출했다.
흙먼지가 가라앉았을 때 진을 형성하고 있던 무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후였다. 그들의 시체라 생각되는 흔적만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소검진의 무인들만이 간신히 살아남아 있었는데 그 숫자는 불과 열 서넛이 전부였다.
종훤은 너무 놀라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진천뢰가 터진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날린 공격이었음을. 강호에 이런 무공이 있었던가? 본 적은 고사하고 들어본 적이라도 있었던가?
온몸이 덜덜 떨렸다.
나는 그의 공포를 극한으로 몰아갔다.
다시 한 번 수라명왕검이 허공을 갈랐다. 부드러운 바람소리를 내며 한 줄기 검기가 발출되었다. 처음에는 더없이 부드러웠다.
슈우우우우욱!
다음 순간!
날아가던 검기가 갑자기 분열했다. 마치 혜성이 조각나면서 분열하듯 갈라지기 시작했다. 추혼수라검술의 제 사초식 탈혼겁이 발출된 것이다.
촤아아악!
갈라진 검기가 빠르게 다시 분열했다.
촤아아악! 촤아아악!
두 개가 다시 네 개로, 네 개가 다시 여덟 개로, 여덟 개가 열여섯 개로.
그것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각각의 목표를 향해 날아들었다.
푸아악! 파아악! 푸악! 파아앙! 푸우욱!
날아간 검기는 살아남은 사내들을 꿰뚫었다. 망연자실 서 있던 그들이 절대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십여 명이 넘는 사내들이 동시에 쓰러졌다.
검기를 가까스로 피한 사람은 종훤이었다. 과연 그는 이들의 수장답게 날아든 검기를 피해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듯 경악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대체 무슨 무공이냐?”
그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그는 추혼수라검술을 알지 못하는 듯 보였다.
나는 무공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고, 내가 만들어 낸 이 굉장한 일을 자랑하지도 않았다. 앞서 삼초식과 사초식을 연속해서 사용하면서 거의 모든 내공을 사용했다.
원래라면 이보다 적은 내공으로 삼초식과 사초식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두 초식에 거의 모든 내공을 쏟아 부어 혼신을 다해 날렸던 것이다.
나는 그를 향해 달려갔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공포에 젖어서, 몸이 굳었을 지금이 그를 쉽게 해치울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쉬이이이이잉!
한 줄기 검기가 공간을 찢어발기며 나를 덮쳐왔다. 그 사나움이 오히려 그의 공포심을 말해주고 있었다.
절대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검기의 사각을 파고들며 나는 그에게 쇄도했다.
피잇!
내 검이 그의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얕았다. 과연 이런 대단한 조직의 수장답게 그의 무공은 만만치 않았다.
쉭! 쉭!
연속해서 날아든 검이 이번에는 내 어깨를 노렸다.
챙! 챙!
내가 검을 휘둘러 공격을 튕겨냈다. 내공이 거의 바닥이었지만 나는 침착했다. 이럴 때일수록 서둘러서는 안 된다.
오직 단 한 번의 기회면 된다.
창창창창창!
그와 검을 나누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선택을 잘못했다. 처음부터 수하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고 나설 수 있었으니까. 그는 수하들보단 자신의 목숨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으니까.
물론 그가 앞장서서 달려들었다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나는 조금 더 힘든 싸움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가 마지막 힘을 다해 검을 내질러 왔지만 그와 나 사이에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실력의 차이가 존재했다.
적어도 수하를 다 잃고 망연자실한, 심경이 복잡한 그는 결코 건널 수 없는 실력의 강이.
내 검이 그의 목을 찌르고 다시 심장을 연속해서 찔렀다.
푹! 푸욱!
그는 목을 움켜쥔 채, 자신의 심장에 박혀 있는 내 검을 내려다보았다. 뭐라 할 말은 많았겠지만 이미 그의 눈은 감기고 있었다. 검을 뽑자 그가 앞으로 쓰러졌다. 그는 땅바닥에 닿기 전에 이미 절명한 후였다.
“후우.”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쉽게 이긴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았다. 모든 것이 선택의 연속이었다.
수장을 먼저 죽이느냐, 나중에 죽이느냐. 검진을 형성했을 때, 삼초식을 사용하느냐, 오초식을 사용하느냐.
무엇 하나라도 정확히 내 계산에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변수가 생기면서 싸움은 꼬이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오늘의 싸움에는 변수가 없었다.
그곳에 살아남은 적은 없었다.
형체를 남긴 시체를 모아서 태웠다. 살이 타는 냄새가 그곳을 진동했다.
* * *
“이쪽도 아닙니다.”
흑석과 철결은 아직도 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헤매었는지 몰랐다. 다른 것보다 배가 너무 고팠다.
“젠장! 빌어먹을!”
극심한 허기에 신경이 예민해졌다.
“갈사량! 차라리 우릴 죽여! 죽이라고!”
그녀가 고함을 질렀지만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밖에서 갈사량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
“참으십시오.”
“북명대도 당한 것이 틀림없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럼 왜 아직도 우릴 구하러 오지 않느냐?”
북명대가 무림맹을 밀고 들어오진 않겠지만, 주철룡을 통해서라도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다. 한데도 아직 소식이 없다는 것은 그녀의 추측에 신빙성을 더하는 결과였다.
바로 그때였다.
철결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는!”
그곳으로 갈사량이 걸어오고 있었다.
“너 이 새끼!”
“멈춰!”
흑석이 말리기 전에 한 발 먼저 철결은 갈사량을 향해 튀어나갔다. 놈을 잡아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까지 계속 참았기에 이번은 참지 못했다.
갈사량의 코앞에 다가섰을 때.
쉬이이익.
푸우우욱!
그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왔다. 한 자루의 검이 허공에서 나타나 자신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었다.
마치 허공에 검이 떠있는 것만 같았다.
스슷.
한쪽 공간이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그곳에서 검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이지 않던 공간에서 나온 사람은 바로 나였다.
검을 뽑자 절명한 철결이 뒤로 넘어갔다.
운기조식을 통해 내공을 다 회복한 나였기에 그냥 싸워도 이길 수 있었다. 한데 기습까지 했으니, 승패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훌륭한 미끼 역할을 해준 갈사량이었다.
흑석은 잠시 말없이 시체가 된 철결을 응시했다. 아끼던 수하였다. 어떻게든 그만은 살려서 이 위기를 넘어가려고 했던 그녀의 안타까움이 얼굴에 잘 드러났다.
“북명대는?”
“세상에 그들은 없다.”
“맙소사!”
그녀가 두 눈을 부릅떴다.
나를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갈사량에게 말했다.
“정말 훌륭한 무인을 구했군.”
그러자 갈사량이 말했다.
“잘못 짚었네.”
“무슨 말이오?”
“저분이 훌륭한 군사를 구한 것이지.”
순간 흑석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나를 멍하게 바라보던 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망할. 왜 이번 일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꼬였는지 이제 알겠군.”
그래, 내가 저들 배후 세력을 두려워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로 흑석은 졌다.
적을 상대할 때,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상대의 강함이 아니다. 상대를 모를 때다. 그들은 나란 존재를 알지 못했다.
“저렇게 젊은 자가 배후에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 미친놈의 강호같으니. 하하하.”
그녀가 웃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최후를 예감했음을.
“회유 같은 것 안 하나? 아는 것을 다 불면 살려준다든지?”
내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안 한다.”
“왜지?”
“이번 일에 관계된 자들은 살려줄 생각이 없다. 그냥 내가 알아서 찾아내고, 다 없앨 거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 정도 되는 위치의 적이라면, 이 정도 자리에 오를 사람이라면, 그녀의 말을 믿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그녀를 옆에 살려두는 것은 너무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죽음이 결정되었음에도 그녀는 편해보였다.
“그래도 다행이네. 병신 같은 놈들에게 당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것이라도 위안으로 삼고 죽어야겠군.”
내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그녀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것도 가짜 하늘이겠군.”
그녀 앞에 선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하늘을 보며 죽고 싶은데?”
“그렇다면 진짜 하늘 아래에서 바르게 살았어야지.”
“그런 건가?”
“그런 거지.”
촤아악!
단칼에 그녀를 베었다. 자포자기 상태의 상대를 베는 것은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만 고통은 전혀 느끼지 않게 단칼에 빠르게 베었다. 부디 다음 생에서는 좋은 하늘 아래에서 좋은 일을 하는 사
람으로 태어나기를.
내게서 어떤 씁쓸함을 느낀 것일까? 갈사량이 문득 지난날을 떠올렸다.
“예전 생각이 납니다.”
“언제가 말이오?”
“전대 맹주님을 언급해서 죄송합니다만.”
“괜찮소. 얼마든지 해도 되오.”
“전대 맹주님을 모시고 싸웠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도 이랬습니다. 적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끝없이 나왔지요.”
나도 생각난다. 이런 생각까지 했었으니까.
과연 난 이 전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아니, 끝이 있긴 한 것일까?
하지만 그때도 그랬듯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스스스스스스.
진법이 사라지며 진짜 세상이 드러났다. 흑석이 보고 싶어 했던 진짜 하늘이 모습을 보였다. 따스한 햇살이 그녀의 시체에 내려앉았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내가 말했다.
“무엇이든 끝은 있는 법이겠지요.”
* * *
천소선은 피리를 불고 있었다.
언제나 그의 연주는 사람을 불러 모았다. 황홀한 표정의 여인들은 물론이고 남자들까지 천소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눈도 귀도 행복하게 해주는 연주가 끝나자 객잔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누군가는 술을 샀고, 어떤 여인은 꽃을 가져다주었다.
천소선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자 이내 들끓었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잠시 후 그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다. 하얀색 무복을 입은 그는 백석이었다. 가뜩이나 못생긴 그가 천소선 옆에 서니 더욱 못생겨 보였다.
“앉으시오.”
“네.”
천소선이 백석의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축하하오.”
“네?”
“흑석이 죽었소.”
백석은 너무 놀라서 술잔을 떨어뜨렸다.
“죄송합니다!”
더 놀라운 소식이 천소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과정에서 북명대도 전멸했소.”
잔을 들려던 백석의 손이 멈췄다. 그의 손이 살짝 떨렸다. 그가 떨림을 감추고 쓰러진 잔을 바로 세웠다.
천소선이 다시 잔을 채워주었다.
백석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대체 우리가 상대하는 적이 누굽니까?”
“북명대와 흑석을 꿀꺽 삼키고도 트림조차 하지 않는 자.”
트림도 않는다는 말은, 여전히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오히려 천소선은 웃고 있었다.
“복안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없소.”
“한데 어째서?”
“이렇게 웃고 있느냐고? 이보시오, 백석.”
“네.”
“그대가 죽을 각오로 싸워본 것이 언제요? 언제가 마지막이었소?”
백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에 신중한 것도 있었지만, 대답하고 싶어도 그때가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언제였더라?’
천소선이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에 가슴이 떨리는구려. 이제 적이라 부를 만한 자가 나타났는데 어찌 가슴이 떨리지 않겠소?”
천소선이 여전히 바깥에 시선을 둔 채 말을 이었다.
“무림맹에서의 일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오. 어르신은 큰일이 틀어지는 것을 아주 싫어하시오.”
“저는 무엇을 하면 됩니까?”
“이번 새 맹주 취임과 관련해서 임연정이 그대에게 갈 거요. 전력을 다해 그녀를 도우시오.”
“네, 알겠습니다.”
백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천소선이 말했다.
“바둑에서 이긴 것 축하드리오.”
“감사합니다.”
백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나왔다.
객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일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백석의 표정이 굳어 있어서 일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 멍청한 뚱보년이 죽었다.”
일호는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백석이 말한 사람이 흑석임을.
백석이 침울하게 말했다.
“난 이긴 것이 아니야.”
이것은 불계승도 뭣도 아닌, 그냥 판이 뒤집어 진 것이었다.
“흑돌이 없으면 더는 바둑을 둘 수 없지. 저들이 남은 백돌을 어떻게 할까? 새 흑돌을 가져올까? 아니면 남은 백돌을 치워버릴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백석을 보며 일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부터 흑돌과 백돌이 싸운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백석도, 흑석도 그저 아무렇게나 주워다 쓰고 버리는 바닥에 넘쳐나는 조약돌에 불과했던 것은 아닐까?
사람을 부리고 이용하는 그 천박한 본질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백석이니 흑석이니 그럴듯하게 포장해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수하만 데리고 오도록. 우리가 직접 움직인다.”
“알겠습니다.”
돌아서 걸어가며 일호는 생각했다. 더 이상 칠호와의 술자리를 미뤄선 안 되겠다고. 바다가 보이는 분위기 좋은 곳이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