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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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인가?(5)
“공자에게서 물러나라!”
소리치며 나선 사람은 일호였다.
자신의 실력이 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지만 이 조직에 속한 사람으로서 천소선이 당하고 있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그 옆에 칠호가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 내가 이선을 죽이고 천소선을 제압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놀란 것은 임연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충성스러운 수하를 두었군. 보통의 경우라면 벌써 달아났을 텐데.”
내 말에 천소선이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면 뭐하겠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 오히려 신경만 거슬리는군.”
“없애버릴까?”
장난처럼 던진 말에 천소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속마음을 정확히 알지 못해도 적어도 하나, 내가 저들을 죽인다 하더라도 전혀 슬퍼하지 않을 것은 확실했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비밀조직에서 감정 없이 키워진 칠호보다 천소선의 감정이 훨씬 더 메말라 있음을.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자랐을 텐데. 반면 칠호는 지옥 같은 곳에서 최악의 상황을 버텨왔을 테고.
어쩌면 천소선을 키운 자는 그가 이런 냉혈한으로 자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하긴 이런 독심이 아니라면, 어찌 이 음모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수하들을 한낱 소모품 취급하며, 아이들을 죽여 자신들의 뜻을 이루려 할 수 있겠는가? 천소선을 키운 자 역시 이런 부류이겠지.
“용기가 가상하군.”
내가 성큼성큼 일호에게로 걸어갔다.
그는 검을 뽑아들 생각조차 못 한 채 나를 기다렸다. 계란을 부수러 떨어지는 바위에도 그는 달아나지 않았다. 그의 두 눈에서 최후의 순간이 주는 절망감을 읽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휙. 휙.
두 줄기의 지풍을 날려 그의 마혈을 제압했다.
옆에 서 있던 칠호와 임연정의 마혈을 제압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들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대를 제압했다고 굳이 정체를 드러내서 잘난 척할 필요가 없다.
놈에게 우리가 같은 편이란 것을 알려서 얻는 만족감과 쾌감이라고 해봤자, 아주 순간적이고 작은 것이리라.
반면 생각지 못한 반전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이 상황의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숨길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숨겨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그들을 제압한 후 다시 천소선에게 돌아왔다. 일호의 등장으로 잠시 중단되었던 대화가 다시 계속되었다.
“갈사량이 당신 아래에 있는 인물이란 것을 알고 있소.”
“왜 그렇게 생각하지?”
“당신 정도 되는 인물이 한낱 갈사량의 칼잡이일 리 없으니까.”
“그렇다고 해두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지만 주도권은 내게 있었다.
“자, 이제 저 아이에게 깃든 영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
말을 던진 후에 나는 천소선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과연 저 영혼이 누군지 알고 있을까?
“나는 모르오.”
느낌상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인 듯 천소선은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바로 그때였다.
법당 문이 열리며 누군가 걸어 나왔다.
놀랍게도 나온 사람은 붕대를 칭칭 감은 아이였다. 열린 문 뒤쪽으로 벽에 기댄 채 잠이 든 정소의 모습이 보였다. 앞서 임연정이 밖으로 나오면서 수혈로 재운 모양이었다.
물론 지금은 아이가 그를 제압하고 나온 것처럼 보였다.
생각지 못한 상황에 나도 천소선도 깜짝 놀랐다.
나온 아이는 두 아이 중 장근이었다. 그 눈빛은 아이의 눈빛이 아니었다. 깨어난 지금은 다른 존재였다.
아이가 나를 응시하며 물었다.
“너는 누구냐?”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법당 앞에 서 있었던 임연정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적어도 목소리는 그대로였던 것이다.
내가 재빨리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다행히 그녀가 ‘근아’라고 소리를 내지르기 전이었다.
-아들을 구하려면 가만히 있으시오. 부디 나를 믿으시오.
더는 길게 그녀를 설득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었다. 내가 상대할 사람은 아이의 몸에 깃든 영혼이었고 천소선이었다.
임연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얼마나 머릿속이 복잡할지는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다행히 그녀는 이 와중에도 나를 믿어주었다.
조직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겠지만, 그녀는 최대한 잘 버텨내고 있었다.
물론 이제 그녀의 시선은 오직 아이에게로 가 있었다.
자신의 아이에게 또 다른 영혼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곧, 자신의 아이가 며칠 내로 죽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충격에 어떤 행동을 벌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강했다. 그 강함만큼 나에 대한 믿음도 강했다.
내가 아이에게 말했다.
“그건 내가 물어야 할 말이겠지.”
아이를 향한, 아니 아이 속에 깃든 존재를 향한 내 눈빛이 강렬해졌다.
“너는 누구냐?”
* * *
노인이 어딘가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곳 역시 동굴이었는데, 아이가 있던 그곳과는 다른 동굴이었다.
더럽고 습한 그곳은 금방이라도 독충이 기어올라 손을 물어버릴 것만 같은 곳이었다. 잠시라도 있기 싫은 곳이었다.
노인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동굴의 막다른 곳까지 걸어갔다. 그리고는 막다른 벽 가운데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우우웅.
가볍게 내공을 주입하는 순간.
스르릉.
벽에 숨겨져 있던 문이 열렸다. 노인의 내공에만 반응하는 기관이었다.
흔히 이런 문에는 따로 손바닥을 대는 판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노인은 울퉁불퉁한 벽에 그냥 손을 가져다 대고 내공을 주입했다.
이것만 봐도 기관을 만든 사람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노인이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천소선조차 들어와 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안은 기괴했다.
마치 생물체의 뱃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천장에는 물주머니 같은 것들이 아래로 늘어져 있었는데, 사람이 지나가니까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바닥은 둥근 돌이 박혀 있는 것처럼 울퉁불퉁했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의 두개골로 만들어져 있었다.
벽은 수십 개의 선들이 그어져 이상한 모양의 도형들을 만들고 있었고, 다양한 색이 칠해져 있었다. 일상에서 볼 수 없는 강렬한 원색들이어서 그곳을 더욱 기괴하고 신비롭게 만들었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한 강호인이라도 이곳에 들어서면 놀람과 충격을 받을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 한 사람이 있었다.
“오셨습니까?”
인사를 한 젊은 사내는 특이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얼굴이 분을 칠한 것처럼 하얬고 눈썹이 없었다. 이목구비 역시 작고 가늘어서 마치 백색 탈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내는 이 괴이한 공간과 이질적이면서도 묘하
게 어울렸다.
“시험은?”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었는지 두 사람의 목소리는 각자의 목소리를 전혀 알아볼 수 없게 울리고 있었다.
“다행이군.”
“들어가셔야 할 시간이 지났습니다. 어서 이쪽으로.”
사내가 노인을 한옆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새하얗게 생긴 둥그런 뭔가가 있었다. 의자 같기도 했고, 침상 같기도 했는데 커다란 새의 알을 반으로 잘라 놓은 모양이었다.
노인이 그곳에 드러눕듯이 비스듬히 기댔다.
참방.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약물이 들어 있었다. 노인이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마치 엄마의 자궁에 들어간 것처럼 편안한 기분을 만끽했다.
“휴.”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대법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
“너무 오랫동안 밖에 계시면 위험합니다.”
“조심하마.”
사내가 이상한 모양의 작은 병을 가져왔다. 마개를 열자 이상한 냄새가 풍겨났다.
노인이 안에 든 것을 꿀꺽꿀꺽 마셨다.
“후, 좋군.”
안에 든 것을 다 마신 후에 다시 사내에게 그것을 돌려주었다. 병을 받아들며 사내가 물었다.
“지금쯤이면 대법이 시작되었겠군요.”
“그렇겠지.”
“변수가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에 어찌 마가 끼지 않을 수 있겠나?”
“우리보다 더 큰 마가 있습니까?”
“에끼 이 사람아.”
“천공자가 이선과 함께 나섰으니 대법은 무사히 잘 끝날 겁니다.”
“그렇겠지.”
미소를 짓던 사내가 다소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순간 노인의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다. 곧이어 그의 속마음을 표현하듯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피곤하군.”
“쉬십시오.”
눈을 감자마자 노인이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사내가 한옆의 장치를 건드렸다. 그러자 노인이 누워있던 곳에 뚜껑이 덮이기 시작했다.
노인이 누워 있던 곳은 하나의 알이 되었고, 사내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 * *
아이는 자신을 밝히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속한 존재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눈빛에서 느껴지는 그것은 아주 거창하고 대단했으며…… 낯설지가 않았다.
설마? 내가 아는 존재인가?
아이가 내게 물었다.
“어떻게 내 존재를 알았지?”
“강호에 비밀은 없는 법이지.”
나는 아이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지금 눈앞의 저 존재 때문에 온 것처럼 굴었다.
내가 힐끗 천소선을 돌아보며 말했다.
“왜 아이를 데려가려고 했느냐고 물었지? 저놈을 죽이기 위해서다.”
천소선의 얼굴에서 어떤 동요가 느껴졌다. 제 목숨도 소중하지만 그만큼 저 존재도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 영혼은 이들 배후조직이 아주 오랫동안 준비해 온 어떤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깨달았다.
아이를 죽이려고 해야 아이를 살릴 수 있다.
내가 성큼성큼 아이 쪽으로 걸어갔다.
임연정이 놀람이 느껴졌다. 다행히 지금 누구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나를 믿으시오.
아마 칠호도 비슷한 전음을 그녀에게 보냈으리라.
내가 아이 코앞까지 다가갔다. 아이 속에 깃든 존재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태연했다.
내가 만났던 자들 중에 이런 자가 있었던가?
아이가 가만히 나를 응시하더니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이 속의 다른 아이는 어쩔 셈인가? 그 아이도 죽일 작정인가?”
순간 나는 흠칫 놀랐다. 정확히는 동요하는 척했다.
이내 내가 싸늘히 말했다.
“대를 위해 희생해야겠지.”
물론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아이가 태연히 말했다.
“대? 뭐가 대지? 나를 죽이는 것? 내가 이 아이보다 더 위대한 존재인가? 이거 영광스럽군. 하하하.”
크게 웃던 아이가 갑자기 웃음을 뚝 그쳤다.
“하여튼 너희 정파 놈들은 이게 틀려먹었어. 뭐든지 너희들이 하려는 일에 끼워 맞추거든. 그딴 개소리로 포장을 하느니, 차라리 그냥 애고 나발이고 다 죽여 버려야 후환이 없다고 해.”
정파 놈들? 다시 말해 사파나 마교의 영혼이란 뜻이다.
아이가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넌 그런 인물조차 못 되는군.”
“죽음을 자초하는군.”
“그럼 어디 죽여보시든지.”
아이는 태연했다.
내가 일장에 머리통을 박살내려고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임연정이 소리쳤다.
“안 돼!”
물론 그 만류는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대법을 담당하고 있었으니까.
내려치지 못하는 손을 올려다보며 아이가 웃었다.
“마음이 약하군.”
내가 손을 내리며 말했다.
“널 위한 약한 마음은 아니지.”
“하하하.”
아이가 크게 웃었다. 다음 순간 갑자기 그 자리에서 픽 쓰러졌다. 내가 재빨리 아이를 안았다. 아이는 이미 정신을 잃은 후였다.
붕대에 감겨 아이의 얼굴이나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더없이 평온한 느낌이었다.
내가 아이를 임연정에게 맡겼다. 임연정이 아이를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천소선에게로 걸어갔다.
“아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대법을 진행하는 것이오.”
“나를 바보로 여기는군. 대법이 끝나고 나면 저 아이는 죽는다.”
“보통의 경우겠지. 하지만 이 경우는 특별한 경우지 않소?”
“대법이 끝나도 살릴 방법이 있다?”
“그렇소. 나를 살려준다면, 저 아이도 살려주겠소.”
“내가 어떻게 너를 믿지?”
“그러는 나는 어떻게 당신을 믿겠소? 어차피 내 목숨은 당신 손아귀에 있고 나는 이딴 일로 죽고 싶지 않소.”
“좋아. 아이를 살린다. 대신 영혼은 저자에게 옮긴다.”
내가 일호를 가리켰다.
천소선이 고개를 내저었다.
“불가하오. 이혼대법이 아무에게나 하면 그냥 막 되는 것인 줄 아나본데, 조건이 맞아야 할 수 있소.”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소청대까지 만들었다는 것을 백표를 통해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법당 안의 또 다른 아이에게 옮기면 그 아이 역시 일 년이 지나지 않아 죽게 될 것이다.
“저자로 하거나, 아님 네가 죽거나. 선택해라.”
어차피 주도권은 내가 잡고 있었다. 아이에게서 빠져나간 영혼이 잘못되는 것은 내가 신경 쓸 바 아니었다.
하지만 천소선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우리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저 아이를 살릴 방법도 사라질 거요.”
다시금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