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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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 (1)
첫 번째 진법이 완성되었다.
흑암거해진의 첫 번째 진법은 미로진이었다. 도저히 길을 찾을 수 없는 미로로 발을 들이는 순간, 사방에서 암기가 날아들었고, 바닥에서 칼날이 튀어나왔다.
그렇다고 벽을 부술 수도 없다. 벽을 부수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공격은 몇 배로 더 거세지기 때문이었다.
생문을 알지 못하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진법이었다.
일단 들어와서 진법이 발동되면, 진법전문가가 있지 않는 한, 그것도 상당한 실력자가 아니라면 전멸은 자명했다.
천운으로 미로진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제이, 제삼의 진법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이 진법은 화염진이고 제삼 진법은 해일진(海湓陣)이었다. 화염이 치솟고, 용암이 들끓는 화염진을 통과하면 망망대해 바다에서 폭풍과 해일을 만나게 된다. 무공이 아무리 강한들, 인간이 천재지변을 어찌 이겨낼 수 있겠는가?
생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면 반드시 죽게 되는 진법이었다.
일차 진법이 완성되자 갈사량은 한숨 돌렸다. 미로진이라도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외부의 기습을 당할 일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설령 상대에게 전문가가 있어 진법을 파훼한다 하더라도 이쪽에서는 그만큼의 시간을 벌 수 있다. 전략적으로 볼 때, 그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승패를 바꿀 만큼 중요한 요인이었다.
“정말 고생이 많았네.”
갈사량의 치하에 송화린이 손사래를 저었다.
“아니에요. 군사님께서 고생이 많으셨죠. 저야 보조를 했을 뿐인데요.”
겸손의 말이었다. 진법이 만들어지는 동안 송화린은 정말 열심히 도왔다. 정말 쓰러질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갈사량의 입장에서 어찌 그녀가 기특하지 않겠는가?
갈사량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진법에 대한 지식을 성심껏 그녀에게 가르쳐주었다.
“두 번째 화염진은 자네가 중심이 되어서 만들어보게.”
“제가요? 무리에요!”
송화린이 깜짝 놀랐다.
“내가 옆에서 돕겠네.”
“그래도 전…….”
“자네라면 할 수 있네.”
송화린은 이것이 갈사량이 자신에게 주는 배려이자 기회임을 알 수 있었다. 직접 자신이 지휘해서 만드는 것과 옆에서 돕는 것과는 그 배움에 있어 하늘과 땅 차이다. 벽리단에게 무공을 배운 것처럼, 이 역시 그녀에게는 또 다른 기연이라 할 수 있을 일이다.
“부족한 제게 이런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녀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하하, 좋네. 당장 시작하세.”
“네.”
그렇게 이쪽에서 두 번째 진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때, 저쪽에서는 세 번째 사람이 도착했다.
* * *
마지막으로 서불패가 장원에 도착했다.
그는 평범한 외모를 지닌 중년사내였다. 적요와 혈루가 튀는 외모를 지녔다면, 이 서불패는 아주 평범했다.
무림맹 무인의 옷을 입으면 무림맹 무인 같아 보일 것이고, 표사 옷을 입으면 영락없이 표사처럼 보일 외모였다.
하지만 그는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서불패로 불리는 이유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서불패란 이름이 중원을 반으로 딱 잘라서 적어도 서쪽에서는 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라면서요?”
주로 서불패는 중원 서쪽에서 활약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적요의 물음에 서불패가 정중히 포권을 취하며 대답했다.
“본인의 능력을 과대포장한 말이오.”
“오! 중원을 반으로 가를 대단한 실력에 겸손하기까지 하시군요.”
적요는 오늘 처음 그를 만났다. 한 조직에 있으면서 여러 번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영광이에요. 우리 조직에서 가장 강한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서.”
반면 혈루는 말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겉으로 표를 내지 않았지만 내심 못마땅한 마음이었다.
이유는 적요 때문이었다. 자신을 대할 때는 온갖 말장난을 다하는 그녀다. 어제만 해도 자신의 아랫도리를 가지고 장난을 쳤다.
한데 서불패를 보면서는 온갖 아부를 다 떨고 있는 것이다. 원래 함부로 입을 놀리는 그녀였기에, 자연스럽게 못마땅함의 대상이 서불패로 옮겨졌다.
‘흥! 건방진 놈! 서불패 좋아하시네. 불패란 말은 그렇게 함부로 가져다 붙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놓고 그런 마음을 표하진 않았다.
“선배님은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서불패가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반갑네.”
혈루가 짤막한 말로 인사를 받았다.
적요가 다시 한 번 혈루의 속을 뒤집어놓고 말았다.
“혹시 선배가 주로 동쪽에서 활동하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요망한 년! 그 무슨 의도로 하는 소리냐?”
혈루가 사나운 눈빛을 보냈다.
“그냥 물어본 거죠.”
적요가 후다닥 달려가서 서불패 뒤로 숨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서불패의 어깨를 만졌다.
“어머! 오라버니의 근육이 장난이 아니네요.”
그러자 서불패가 불쑥 말했다.
“내가 오라버니요? 내가 동생으로 알고 있었는데.”
순간 적요가 눈을 흘겼다.
“어딜 봐서요?”
“아니라면 실례했소.”
“사과는 받지요.”
하지만 사실 실제로는 적요보다 서불패의 나이가 더 적었다. 혈루가 크게 웃으며 그녀를 놀렸다.
“하하하, 누님께서는 이리로 오셔서 이 동생의 인사도 받으시오.”
“흥! 동생이라도 안 서는 놈은 사절이란다!”
“저년이!”
혈루가 화난 얼굴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요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서불패의 등 뒤로 숨었다.
“도와줘요, 오라버니.”
이번에는 그녀의 손이 서불패의 허리와 가슴을 쓰다듬었다. 노골적인 유혹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서불패였다.
그때 매혈상인이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객청으로 들어왔다.
모두들 소란을 멈추고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드디어 다들 모였군요.”
매혈상인의 말에 적요가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천박한 저는 빼더라도 혈선배에 서선배에, 혈검이 자그마치 이백 명, 거기에 상인까지 함께라면, 이거 무림맹도 칠 수 있겠는걸요?”
과장이 보태진 말이었지만 분명 허무맹랑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매혈상인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난 오히려 무림맹을 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는데?”
모두들 깜짝 놀란 그녀를 바라보았다. 매혈상인이 다시 한번 이번 일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미리 말하지만 이번 상대는 역대급으로 강한 적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짓을 하고 싶으면 간단히 할 수 있어요. 이번 싸움에서 방심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매혈상인이 이 정도로 적을 높이 평가한 적이 없었기에 모두들 긴장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심이라는 듯 아주 건조한 어조로 덧붙여 말했다.
“공격은 내일 이른 새벽입니다. 그때까지 푹 쉬어두세요.”
* * *
갈사량이 삼안각을 통해 한 가지 소식을 가져왔다.
“곡부 외곽의 장원으로 무인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놈들이오?”
“확실합니다. 붉은 무복을 입은 자들이 장원을 지키고 있는 것까지 확인했다고 합니다. 절대 가까이 접근하지 말고 멀리서 큰 움직임만 확인하라고 전했습니다.”
우린 그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모든 정보력을 동원하고 있었다. 삼안각에 태성상단의 정보력, 거기에 천망회까지. 우리의 정보망은 상대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잘하셨소.”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놈들을 끌어들여서 싸우시겠습니까? 아니면 직접 공격하시겠습니까?”
나는 대답에 앞서 갈사량의 의사부터 물었다.
“갈군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끌어들여서 싸우면 흑암거해진을 적극 활용할 수 있지요. 대신 진법이 뚫리면 정예 무인들이 아닌 검문의 무인들도 이번 싸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반대로 저들의 장원에서 싸우면 우리가 정한 인원만 싸울 수 있겠지만, 진법의 이점은 얻지 못합니다.”
어차피 이 결정은 내가 내려야 했다. 나는 잠시 두 가지 경우를 모두 고려한 후에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공격에 실패하면 저들은 우리 가문 사람들을 살려두지 않을 거외다.”
다시 말해 나가서 싸우더라도 우리가 져서 내가 죽기라도 하면, 그들은 벽씨검문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다 죽일 것이란 의미다.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끌어들여서 진법의 이점을 살립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비하겠습니다.”
갈사량이 백표와 아버지, 송우경, 광두와 관휘까지 모두 불러서 함께 작전을 세웠다.
일단 흑암거해진으로 최대한 적들에게 피해를 많이 주는 것이 일차 목적이었다.
하지만 대단한 진법이긴 하지만, 저들 역시 대단한 적들이었다. 진법으로 끝까지 버티진 못할 것이다.
이후 진법이 파훼되면, 놈들은 사방으로 공격을 해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병력을 나눴다.
진법이 깨지면 나와 백표가 이끄는 흑표대가 우선적으로 적을 맞을 것이다.
다음으로 중앙의 건물을 기준으로 좌측은 벽씨검문이, 우측은 송가장이, 뒤쪽은 태성검대와 소검대가 방비하기로 했다.
병력의 규모로 볼 때 이것은 싸움이 아니라 전쟁이었다. 그것도 어느 한쪽이 전멸해야 끝나는 생사대전이었다.
* * *
다음 날 새벽, 매혈상인이 이끄는 무인들이 벽씨검문에 도착했다.
이백 명이 넘는 인원들이 움직였지만, 발자국 소리 하나 없이 너무나 조용했다.
잘 훈련된 그들은 십여 장 거리를 두고 검문을 겹겹이 포위했다. 무인들을 배치한 후 혈검의 수장인 혈검주(血劍主)가 매혈 상인에게 보고했다.
“쥐새끼 한 마리 빠져나갈 수 없도록 포위했습니다.”
“각별히 조심하도록! 놈들은 우리가 온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네. 곧바로 내부로 정찰조를 보내겠습니다.”
“잠깐.”
매혈상인이 혈검주를 제지한 후, 혈루를 돌아보았다.
“죄송하지만 선배께서 한 번 살펴봐 주시겠습니까?”
“그러세.”
혈루가 두 말 없이 그녀의 명령을 받아들이고는 벽씨검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가 담벼락을 따라 돌며 그곳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적요가 매혈상인 옆으로 왔다.
“혹시 진법을 걱정하시나요.”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혈루가 진법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무인이기도 했지만 어지간한 진법은 손쉽게 파훼할 수 있는 진법전문가기도 했다.
매혈상인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해서.”
적요가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조용한 그곳은 옅은 안개조차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진법이 펼쳐지면 무슨 표가 나잖아요?”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물론 그렇지만요.”
잠시 후 혈루가 검문 주위를 살피고 돌아왔다.
“건물 전체에 강력한 진법이 펼쳐져 있소.”
듣고 있던 적요가 감탄했다.
“과연! 상인의 예감은 언제나 정확하시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매혈상인은 오히려 걱정했다.
‘때론 틀릴 때도 있어야겠지.’
암흑대상의 명령을 받고 적을 상대한 이후, 계속 나쁜 예감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자신의 예감이 틀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진법은 검문의 담부터 안쪽 중앙 건물까지 넓게 펼쳐져 있소. 담을 넘을 때부터 발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겠다는 뜻이오. 다시 말해 저 진법은 제대로 준비 된 함정이오.”
자신의 예감이 들어맞았음에도 매혈상인은 침착했다.
“대체 어떤 진법입니까?”
그녀의 물음에 혈루가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안으로 직접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어떤 진법인지 알 수 없으나,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전혀 표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굉장히 상급의 진법인 것은 확실하오. 아무 대책 없이 들어갔다간 큰 낭패를 당할 것이오.”
“파훼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 파훼할 수 없는 진법은 없소. 다만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들어가느냐의 문제겠지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들어가 봐야 대답할 수 있소. 내가 한번 들어가 보겠소.”
“잠깐만요.”
당장 진법에 들어가려는 그를 매혈상인이 말렸다.
혈루는 분명 뛰어난 진법전문가였다. 그는 여러 진법을 파훼했고, 자신만만해도 좋을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적이었다.
자신을 이렇게 두렵고 위축되게 만드는 적이다.
그런 상대가 진법을 설치했다면 보통 진법이 아닐 것이다. 공연히 혈루만 보냈다가 그를 잃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를 잃는다면 이쪽은 타격이 아주 컸다.
진법의 전문가를 다시 데려오는 것도 문제였고, 그 기세가 꺾인 사이 역습을 당할 수도 있었다.
“저 진법을 힘으로 박살내 버리겠어요.”
“어떻게 말이오?”
혈루의 물음에 그녀가 벽씨검문을 응시하며 차갑게 말했다.
“아귀견(餓鬼犬)을 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