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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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약의 주인은 따로 있다(5)
“왠지 자네라면 모자란 돈을 구해올 것 같았는데, 정말 구해왔구먼.”
흑시 노인은 자신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 것에 놀라고 있었다.
“부모님이 말년에 자식 복이 있으시려나 보오.”
영약을 왜 사려 하느냐란 질문에 효도하기 위해서란 대답을 했던 사실을 떠올리고는 노인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좋은 일이지. 암 좋은 일이야.”
“여기 돈 있습니다.”
그에게 사만사천 냥을 내주었다.
수중에 몇 천 냥이 남긴 했지만 사만사천 냥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액수다.
보통 사람이 평생 떵떵거리며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는 돈. 아니, 자식들까지 그렇게 살 수 있는 돈이었다.
강호인이 아니라면 십오 년 내공이 늘어나는데 그 돈을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강호인에게 십오 년의 내공을 얻는다는 것은 십오 년의 시간과 노력을 사는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십오 년의 노력은 사천 냥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사억 냥이 될 수도 있는 법. 결국 영약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말은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노인이 돈을 가져갔다.
먼저 돈을 내지 않으면 절대 물건을 볼 수가 없다. 노인을 인질로 삼아도 소용없고 죽여도 소용없다.
돈이 내부에 전달되고 나서야, 물건은 위험천만한 함정과 기관이 즐비한 곳을 통과해서 나온다. 예전과는 달리 흑시의 거래가 안전해진 이유다.
일각쯤 지나서 노인이 작은 상자를 가져왔다.
열어보니 천년파양초가 들어있었다. 상태가 아주 좋은 놈이었다.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나? 자넨 운이 아주 좋다고.”
상자를 다시 닫고 품에 갈무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려해 주신 덕분이오. 정말 감사드리오.”
걸어 나오는데 뒤에서 노인이 나직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영약의 주인은 따로 있는 법이지.”
곧바로 자신의 인생관이 들어맞았다는 기분 좋은 흥얼거림이 이어졌다.
* * *
한 시진 후, 나는 인근 산 속의 동굴에 앉아 있었다.
내 앞에 놓인 것은 방금 흑시에서 사온 천년파양초였다.
천년파양초.
일반인이 복용하면 무병장수하고 강호인이 복용하면 최소 십 년에서 최대 십오 년의 내공을 늘여준다고 알려진 영초다.
보통 일반 고수들이 천년파양초로 얻을 수 있는 내공이 십 년이라면 나는 십오 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천무호심결의 뛰어난 능력 때문에 영약의 한계치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벽리단의 육체로는 처음 복용하는 영약이다.
내공이 늘어날수록 영약의 효과는 반감한다. 아무리 영약을 많이 먹는다고 해도 내공이 무한대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영약으로 십오 년의 내공을 얻었다면 같은 영약을 또 복용하면 이번에는 십 년, 세 번째는 삼 년…… 이런 식으로 그 효과가 뚝뚝 떨어진다. 영약이나 복용자가 어떤 심법을 얼마나 익혔느냐에 따라 그 수치는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단전의 내공이 많아질수록 효과는 반감되고, 같은 종류의 영약을 다량 복용해도 그렇다.
돈이 많다고 무한하게 내공을 늘릴 수 없는 이유다. 나중에는 몇 달의 내공을 늘이기 위해 몇 십만 냥의 돈을 써야 된다는 뜻이었으니까.
어쨌든 내가 어렵게 이 천년파양초를 산 이유는 내공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 보다 임독양맥을 타통하려는 목적이 우선이다.
임독양맥이 타통되면 비로소 몸 속 진기가 완벽하게 온 몸의 혈맥을 돌면서 내공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단전의 크기도 커질 뿐만 아니라, 추혼수라검법의 마지막 세 초식처럼 난해하고 복잡한 초식도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같은 오 년이라도 훨씬 더 강력한 효과를 내는 오 년의 내공이 되는 것이다.
천년파양초의 효능이면 임독양맥 타통을 시도하기에 충분했다.
유일한 걱정은 벽리단의 육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몸뚱이는 튼튼하게 태어났다.
물론 이런 시도 자체도 나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말이 쉬워 임독양맥의 타통이지 보통의 경우에는 가문의 어른이나 노고수들이 옆에서 도와줘야 가능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죽거나 폐인이 된 무인이 부지기수였다.
“자, 부탁한다.”
조심스럽게 천년파양초를 복용했다.
우걱우걱 최대한 잘게 씹어서 삼켰다. 목구멍을 넘어간 천년파양초가 빠르게 녹아내리며 온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
난 때를 놓치지 않고 천무호심결을 이용해서 그 기운을 혈맥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솨솨솨솨솩!
영약의 기운이 혈맥에 흡수될 때의 쾌감은 그야말로 여인과 사랑을 나눌 때만큼이나 흥분되고 짜릿한 기분을 전해준다.
짜고, 또 짜고. 나는 영약의 모든 기운을 단 한 줌도 놓치지 않고 완전히 흡수했다.
이제 온몸을 일주천한 기운을 단전에 넣으면 십 오년의 내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기운을 곧장 단전으로 보내지 않았다.
내가 혈맥을 흐르는 기운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길게 끌지 않고 임맥과 독맥을 연속해서 타통할 생각이다.
먼저 임맥부터.
스스스스스스스슷.
천년파양초의 기운이 지금까지 돌지 않았던 혈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퍽!
가장 먼저 회음혈이 뚫렸다.
고통이 밀려들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
퍼억! 퍽!
곡골(曲骨)혈과 중극(中極)혈이 연이어 뚫렸다.
다행히 벽리단의 육체는 충분히 이 과정을 버텨내 주었다.
칠십 평생 천무호심결로 운기조식을 하던 나다. 적어도 혈맥과 관련해서는 신의보다 더 뛰어날 것이라 자신한다.
퍽! 퍼억! 퍼어억! 퍽!
하완(下脘), 중완(中脘), 옥당(玉堂)이 연이어 뚫렸고 마지막 승장(承?)혈이 시원하게 뚫렸다.
큰 위기 없이 임맥이 모두 타통된 것이다.
그래, 나란 무인은 임독양맥의 타통에 ‘이 정도쯤이야’란 표현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이다.
임맥을 타통한 기세를 몰아서 이번에는 독맥을 타통하기 시작했다.
퍽!
가장 먼저 장강(長强)혈이 뚫렸고, 중추(中樞), 신주(身柱)를 지나 백회(百會)혈이 타통되었다.
하나가 뚫릴 때마다 고통이 뒤따랐다. 아파도 참을 수 있었다. 강호인이 약하기 때문에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하면, 이런 고통은 즐거운 고통이다.
전정(前頂), 상성(上星), 소료(素?)혈이 연이어 뚫려나갔다.
마지막 은교(?交)혈이 타통되는 순간.
꽝!
혈맥이 새롭게 탄생했음을 알리려는 듯 머리에서 폭음이 들렸다.
보통 사람들처럼 마지막 순간 쓰러지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내 입가에는 성공을 자축하는 작은 미소가 지어졌을 뿐이다.
완벽한 임독양맥의 타통이었다. 강호의 그 누구도 이렇게 빠르고 깔끔한 타통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몸 내부를 살폈다.
임독양맥을 타통하자 몸 상태가 완전히 달라졌다.
혈맥을 흐르는 내력의 움직임이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다. 내력이 자유롭게 몸 안을 내달리는 이 느낌이 너무 좋다. 이제 내 육체는 매여 있던 고삐를 풀었다.
동경을 보지 못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내 눈빛은 훨씬 더 차분해졌을 것이다.
단전의 내공부터 확인했다.
원래의 내공에 십오 년의 내공이 더해져 이제 내공은 이십 년이 되었다.
딱 벽리단 나이만큼의 내공을 지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십 년이라고 어디 다른 사람의 이십 년 내공과 같겠는가? 천무호심결로 만들어진 심후하기 이를 데 없는 내공이었다.
이 정도 내공이면 어지간한 상대는 다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휴. 이제 한시름 놨군.”
아직 사초식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임독양맥을 타통했으니 사오 년 내로 일갑자 내공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하하하.”
기분 좋게 웃으며 동굴을 나섰다.
동굴을 나서자마자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원래라면 하늘을 뚫을 듯이 날아오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동굴 입구에 서 있던 나무의 꼭대기까지가 한계였다.
촤라라라라라락!
검에서 발출된 찰나인이 허공을 찢어발겼다. 앞서 혈견을 죽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피이이이이이익!
반대쪽 방향으로 진명인이 발출되었다. 역시 양기철을 죽였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위력이었다. 만약 지금 이 공격에 적중 당했으면 둘 다 시체가 산산조각 나면서 터져버렸을 것이다.
두 수를 연속해서 출수한 후 나뭇가지에 올라섰다.
나뭇가지가 크게 휘어졌지만 부러지지 않았다. 내공이 일갑자가 넘으면 나뭇가지는 미동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불과 십오 년 내력의 상승이었음에도, 이 상승이 너무나 흥분되고 재미있다.
언제 이런 재미를 느꼈던가?
앞으로도 이 재미를 계속 느꼈으면 좋겠다. 무공을 익히는 이번 길은 전생과는 다른 길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부디 그 길의 끝에 내가 원했던 것이 있기를 바란다.
나는 내 마음의 검이 보고 싶다.
저 멀리 떨어진 나무 사이를 기어 다니는 다람쥐가 보였다. 임독양맥이 타통되고 내공이 늘어나면서 시력을 비롯한 몸의 모든 감각이 좋아졌다. 한창 때의 나는 정신을 집중하면 이 거리의 개미도 볼 수 있었다.
“언젠가는.”
훌쩍 아래로 뛰어내렸다. 깃털처럼 가볍고 솜털처럼 부드러운 신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