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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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3)
엄청난 힘이었다.
하지만 팔목에 보호대를 차고 있었기에 놈의 이빨은 살에 박히지 않았다. 맹수류가 무서운 것은 대상을 물고서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것이었다. 그때 살이 뜯기고 팔이 부러지는 것이다.
과연 이놈도 본능적으로 내 팔을 흔들어댔다. 하지만 이미 내공을 끌어올려 대비를 마친 내가 놈의 힘에 밀릴 리는 없었다. 오히려 놈을 내 쪽으로 잡아당기며 수라명왕검을 내리쳤다.
쉬이이익!
서걱!
아귀견의 머리통이 바닥에 떨어졌다. 머리를 잃은 몸통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쉭쉭쉭쉭쉭쉭쉭!
챙챙챙챙챙챙챙!
내가 있던 자리로 암기가 쏟아졌고, 다른 아귀견들이 달려들었다.
나는 암기를 검으로 튕겨내며 앞을 막아서는 아귀견들을 베어버리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생문을 통해 빠져나오려던 바로 그때였다.
꽝!
뒤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벽이 연달아 무너지고 있었다.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아귀견 한 마리가 무서운 속도로 벽을 무너뜨리며 내 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그대로 빠져나갔다간 놈이 미로진을 다 부숴버릴 것이 확실했다.
놈을 향해 돌아섰을 때, 이미 놈은 내 앞까지 쇄도한 후였다. 나를 깔아뭉개 버리려고 달려드는 기세가 너무 대단해서 우선 몸을 던져서 피했다.
다음 순간, 놈이 순식간에 몸을 틀면서 나를 들이박았다. 생각지 못한 대단한 움직임이었다.
퍼억!
나는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놈과 부딪치는 순간 호신강기를 끌어올렸기에 다행히 내상은 입지 않았다.
쉭쉭쉭쉭쉭쉭!
내가 쓰러진 곳으로 암기가 쏟아졌다. 몸을 굴려서 암기를 피했다. 다른 아귀견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히려 그건 고마웠다. 놈들이 암기를 대신 맞아주었던 것이다.
바닥에서 치고 올라오는 강침을 피해 위로 날아오르며 한 줄기 검기를 발출했다. 물론 대상은 나를 공격했던 거대 아귀견이었다.
쉬이이익!
퍼억!
정통으로 검기에 적중당한 거대 아귀견이 뒤쪽 벽을 부수며 날아갔다. 하지만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죽지 않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대단한 맷집이었다.
거대 아귀견이 나를 향해 쇄도하며 입을 쩍 벌렸다. 엄청난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쓰러졌겠지만, 나는 달랐다. 오히려 독기를 헤치며 놈에게 검을 내질렀다.
쉬익!
푸욱!
수라명왕검이 녀석의 혓바닥을 뚫었다.
아귀견이 바닥을 뒹굴다가 벌떡 일어났다. 입에서 피를 줄줄 흘렸고 수십 발의 암기가 몸에 박혔지만 놈은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더욱 붉어졌다.
다른 아귀견들이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것들을 베어버리며 나는 결단을 내렸다. 이렇게 내공을 소모해야 한다면 차라리 한 방에 끝내야겠다고.
사라락.
수라명왕검이 허공에 떠올랐다.
내가 가볍게 뛰어올라 검 위에 올라탔다.
“크아아아앙!”
내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거대 아귀견이 크게 울부짖었다.
쇄애애애액.
나를 태운 수라명왕검이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목표는 거대 아귀견을 향해서였다.
다음 순간, 나를 두고 수라명왕검만 발사되듯 날아갔다.
번쩍!
쉬이이이이익!
퍼어어어어억!
수라명왕검이 빛이 되어 날아가 아귀견의 목을 꿰뚫었다. 검을 타고 날아가다 이기어검술을 발출한 것이다.
검을 날려 보낸 나는 허공에 떠 있었다.
순식간에 아귀견의 목을 꿰뚫은 수라명왕검이 다시 되돌아와 허공에 떠 있던 나를 태웠다.
쉬이잉.
수라명왕검을 타고 미로 사이를 날았다. 아귀견들이 뒤따랐지만 수라명왕검의 속도를 따르지 못했다. 놈들에게 암기가 쏟아졌다.
나는 정확히 생문을 통과해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
“크윽!”
조용히 운기조식을 하고 있던 매혈상인이 갑자기 피를 토했다.
“괜찮나요?”
적요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매혈상인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내 아귀견이 죽었다.”
적요가 깜짝 놀랐다.
“맙소사! 상인의 피로 만들어진 아귀견이 죽었다고요?”
자신의 피로 만들어진 것도 강했지만, 매혈상인의 그것은 보통이 아니었다.
매혈상인이 건물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제 알겠나? 내가 왜 그렇게 조심했는지?”
적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알겠어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혈루와 서불패가 서로 마주보며 심각한 표정을 교환했다. 그들 인생에서 가장 대단한 적을 만났음을 확실히 실감했다.
혈루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귀견이 몇 마리나 남았소?”
“반쯤 남았어요.”
“그것으로 저 진법을 깰 수 있겠소?”
“그대들의 아귀견들까지 모두 죽었기에, 일반 아귀견으로는 쉽지 않을 거예요.”
아귀견이라는 매혈상인이 지닌 사술 중에서도 초강수를 뒀음에도 진법을 깨지 못할 상황인 것이다.
이 절박한 상황에 비해 매혈상인은 담담했다.
그녀는 싸움에 있어 걱정과 흥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냉철한 이성으로 맞서야 한다. 이 훈련된 이성이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매혈상인이 혈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해줘야 할 일이 있어요. 오직 그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
내가 진법에서 빠져 나오자 갈사량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
“덕분에 놈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진법이 깨지느나, 아니면 한 번 버티느냐는 의미가 달랐다.
저들의 다음 패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흑암거해진으로 놈들의 두 번째 패까지 까게 할 수만 있다면? 분명 이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니 저는 두 번째 진법을 계속 만들겠습니다.”
“그래 주시오.”
갈사량이 두 번째 진법을 제작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백표가 나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뒤쪽에 있던 십여 명의 흑표대 무인들이 함께 고개를 숙였다.
혹시라도 갑자기 진법이 뚫렸을 때, 일차로 적을 막으려고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이었다. 나머지는 전원 진법을 만드는 일에 투입되어 있었다.
나를 향한 그들의 눈빛에 진심 어린 존경이 담겼다.
검을 타고 날다가 이기어검술을 발휘하는 모습은 상상도 못해 봤을 것이다. 꿈에서나 나올 일을 직접 보여줬으니, 그들의 존경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싸움터에서는 언제나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수장의 실력은 곧 수하들의 사기에 직결되었으니까.
“난 잠시 쉬어야겠네.”
“네.”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백표와 흑표대 무인들이 내 앞에 늘어서 나를 지켰다.
***
공격은 계속되었다.
아귀견은 그야말로 살육에 허기가 진 존재들이었다.
죽이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이 미로가 그것을 막고 있었다. 달려들어 박살 내고 또 박살냈다.
이 벽 너머에 있는 것들을 물어뜯어 죽이고 싶은 본능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쉭쉭쉭쉭쉭쉭쉭!
푹푹푹푹푹푹푹!
그들에게 끝없이 암기가 날아들었다. 이 많은 암기가 대체 어떻게 이 공간에 다 숨겨져 있었을까, 같은 편이 봐도 놀랄 정도로 많은 암기가 발출되었다.
다행히 지휘를 하던 아귀견들이 모두 죽고 난 후에는, 놈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이었다.
벽은 하나둘씩 부서져갔고, 시체는 계속 쌓여갔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
긴장된 모습으로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바로 광두와 관휘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아귀견들이 울부짖 는 소리는 듣기에도 두려웠다. 그들은 소검대와 태성검대 수하들을 다독이며 후원을 지키고 있었다.
제법 오랜만에 재회한 그들이었다. 한때 광두가 관휘에게 경쟁심을 가졌을 때가 있었는데, 이제 상황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이번에 기습에서 구해준 것은 광두였다.
“많이 변하셨습니다.”
“나 말인가?”
“네”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사실 근래 광두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무공도 많이 늘었지만, 그보다 새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여러 경험들이 큰 공부가 된 것이다.
덕분에 광두의 기도는 달라졌고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위에서 보면 작은 변화지만, 아래에서 보면 큰 변화였다.
“저도 광무인처럼 되고 싶은데, 잘 안 되네요.”
악의 없는 질투와 부러움이 느껴졌다.
광두가 그를 보며 말했다.
“관대주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 잘 알아.”
“아닙니다.”
“경손할 필요 없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니까.”
“제가 너무 조급한 것일까요?”
관휘가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조급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니. 난 조급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생각지 못한 말에 관휘가 깜짝 놀랐다.
“네? 왜 그런 말씀을?”
“이렇게 피 끓는 시기에 안 조급하면 언제 조급해보겠어? 더 조급해도 돼.”
이런 식의 충고는 처음이었기에 관휘가 피식 웃었다.
광두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는 진심을 담아서 말해주고 있었다.
“난 관대주 나이 때는 강호인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관대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그냥 이렇게 발을 동동 구르는 시기가 있으면, 느긋해지는 시기도 오겠지. 그래서 언젠가는 진정 변화하는 시기도 오겠지. 아이는 어른이 되고, 하수는 고수가 되겠지. 중요한 것은 그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잠시 관휘가 광두를 응시했다. 내심 원래 광두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나, 이런 마음이 들었다.
관휘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게 해주십시오.”
“괜찮겠어? 나 같은 형도?”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히려 제가 너무 부족하지요.”
광두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나야 좋지. 어디서 이런 훌륭한 아우를 구하겠어?”
“감사합니다.”
“이번 싸움 끝나면 거하게 한잔하자.”
멀리서 벽이 무너지는 소리와 아귀견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연히 두 사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광두가 말했다.
“걱정 마라. 이 형님이 잘 지켜줄 테니까.”
“네, 형님.”
광두의 시선이 담장을 향했다. 그 너머에 있을 벽리단을 향해 고마움을 전했다.
‘도련님 덕분에 이런 좋은 아우도 생겼습니다. 그러니…… 이쪽으로는 저 무서운 것들 보내지 마세요!’
마지막 말은 직접 벽리단에게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에 광두는 혼자 피식 웃었다.
***
“진법이 놈들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갈사량이 기쁜 소식을 전했을 때, 나는 운기조식을 마치고 단전의 내공을 모두 채운 직후였다.
“오! 다행이오.”
“내부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위험할 수 있으니 함께 갑시다.”
나는 백표와 함께 갈사량을 호위하며 첫 번째 진법으로 들어갔다.
갈사량이 앞장서며 정확히 생문을 밟으며 걸어갔고, 우린 그가 밟은 곳을 밟으며 정확히 뒤따랐다.
나와 백표는 혹시라도 살아 있는 아귀견이 있을까 조심해서 뒤 따랐다.
사방에 아귀견들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널려 있었고 미로는 거의 다 부서져 있었다.
우린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끔찍한 광경을 지켜보았다. 비록 지금 이곳은 진법 내부이고 상대는 사술로 만들어진 아귀견이었지만, 만약 진짜 전쟁이 벌어진다면 사방에 널린 시체는 아귀견이 아니라 사람들이 될 것이다.
“아귀견이 이삼십 마리만 더 있었어도 미로진은 뚫렸을 겁니다.”
하지만 완전히 다 뚫린 것과 이렇게 조금이라도 남은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놈들이 이 남은 미로진을 뚫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할 것이고, 그것이 무엇인지 이쪽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를 다 수리하는 일은 힘들 것 같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무엇보다 시체가 너무 많아서, 시체를 치우는 일만 해도 큰일이었다.
“다행히 이곳 후방 쪽은 진법의 파손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쪽의 시체만 치우고 수리를 하면 어느 정도 진법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놈들의 다음 수가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있겠지요.”
“시간은 얼마나 걸리겠소?”
“한시진이면 충분할겁니다.”
“좋소. 당장 수리를 시작하시오.”
“네.”
갈사량이 돌아가서 십여 명의 흑표대 무인들을 데리고 왔다.
그들이 시체부터 치우기 시작했고 갈사량은 수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와 백표는 조금 더 앞으로 나가서 누군가 새로 침입하는 자가 없는지를 살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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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치우던 흑표대 무인이 흠칫 했다.
시체를 치우다 어딘가에 다리가 긁힌 것이다.
“젠장!”
긁힌 곳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옆의 동료가 물었다.
“왜 그러나?”
“아니네.”
그냥 조금 긁힌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기에, 사내는 하던 일을 계속 했다.
그렇게 근처의 시체가 모두 치워졌고, 갈사량의 말처럼 진법의 수리는 한 시진이 되기 전에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