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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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2)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놈은 두 개로 분열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나를 죽일 정도 까진 아니었으니까.
대신 그들을 상대하는 데 드는 내공의 소모가 더욱 커졌다. 한 번 피할 것을 두 번 피해야 했으니까.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놈들을 상대했다.
문제는 그 경제적인 움직임까지 놈들이 배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이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는 놈들이군.”
“똑똑하네.”
내 말에 매혈상인은 득의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강 건너에서 싸움구경을 하고 있었다.
“이놈을 없애야 똑똑하겠지.”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누군가의 능력을 이렇게 순식간에 흡수하는 무공을 외부에서 볼 수 없는 이유는 사술의 세상에서나 가능한 능력이기 때문이리라.
다시 말해 놈들을 없애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
이 사술을 파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창창창창창!
챙챙챙챙챙!
나는 다시 검술로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굳이 선학비술까지 그들에게 배우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추혼수라검술도 사용하지 않았다. 아주 투박하고 기초적인 검술만으로 그들을 상대했다.
그들의 얼굴과 몸에 내가 비쳤고 나는 흡사 나 자신과 싸우는 착각에 빠졌다.
아마 처음에 이 사술을 만든 사람도 그것을 노렸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시각적인 효과만 생각했다면 시뻘건 색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아무튼 나는 둘을 상대하면서 계속 이 사술의 파훼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 번 더 건너가볼까도 생각해봤다. 놈들이 분열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앞서 매혈상인의 움직임이었다.
내 검에 찔리기 직전, 순식간에 강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그녀의 움직임 역시 사술 속에서만 가능한 움직임이다.
결론적으로 그녀 역시 사술의 일부, 놈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죽이려 들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파괴할 파훼법을 찾아야 한다.
그 전에 한 가지 시험해볼 것이 있었다.
가장 무식한 방법으로 두 놈 중 하나를 족쳐볼 작정이었다. 하나일 때 썼어야 하는 방법인데, 지금이라도 해봐야 했다.
슬슬 피하던 내가 본격적으로 나를 공격하던 놈들 중 하나를 상대했다.
꽝! 꽝! 꽈앙! 꽝!
지금까지 보여줬던 힘보다 훨씬 강한 내공으로 놈을 패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팔다리나 머리통은 떨어지지 않았다.
놈을 눕혀두고 얼굴에 주먹을 내리박았다.
꽝! 꽝! 꽝!
놈의 얼굴이 움푹움푹 찌그러졌다.
뒤에서 다른 놈이 나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놈을 사정없이 걷어차 저 멀리 뒹굴게 하고선 원래 패던 놈을 다시 두들겼다.
꽝! 꽈앙! 꽝!
놈의 완전히 머리통이 납작해졌다.
이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 그냥 이대로 움직이지 마라.
내가 강 너머 매혈상인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젠장! 이 방법은 틀렸군!
과연 아니나 다를까, 놈이 다시 납작해진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스스스스스슷.
마치 공기가 들어가듯 납작해진 얼굴이 부풀어 올랐다.
붕붕붕붕!
엄청난 주먹질이 날아들었다. 방금 전 자신이 당한 것을 그대로 갚아주려는 듯, 미친 듯이 주먹을 휘둘러댔다. 다른 한 놈도 난폭한 주먹질에 가세했다.
강 끝으로 도망치던 내가 한 자루의 비수를 날렸다.
쉬이잉!
목표는 나를 ㅤㅉㅗㅈ던 놈들이 아니라 강 건너 매혈상인이었다.
그녀가 가볍게 공격을 피했다. 내력을 외부로 발출시킬 수 없었기에 이 거리에선 그녀를 죽일 만한 위력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뭐해?”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너무 크게 비웃지 마. 앞으로 비웃을 일이 많이 남았을 테니까.”
내 반응에 그녀가 피식 웃었지만 표정에 어떤 두려운 기색이 스쳤다. 이 와중에도 여유로운 내게서 여전히 나쁜 예감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쨌든 나는 뭐든지 해야 했다.
송화린이 진법에 대해 배우기 전에, 나 역시 갈사량에게 진법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최상급의 진법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고, 파훼법을 어떻게 찾는지에 대해 배운 바가 있다.
파훼법은 대부분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 있다.
다음 순간, 내 시선이 어느 한 곳으로 향했다.
바로 그녀와 나 사이를 가로지르는 피가 흐르는 강물이었다.
내 시선이 강물로 향하자 매혈상인이 여유롭게 웃었다.
“당신을 죽일 것들이 가득 기다리고 있어.”
“그래서. 내가 한번 가보려고.”
망설이지 않고 몸을 휙 던졌다.
풍덩.
최대한 깊이 들어갔다. 나를 공격하던 두 놈이 뒤따라 들어왔다.
밖에서 볼 때는 깊어 보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깊었다. 계속 잠수해서 들어갔다. 두 놈이 무서운 속도로 뒤따라 들어왔다.
아무리 고수라도 숨을 참을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그냥 물이 아니라 핏물이었다.
그래도 악착같이 숨을 참았다. 강바닥에 파훼를 위한 어떤 것이 있을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저기를 헤엄쳐 찾아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놈들을 피해 다시 위로 올라 왔다.
내가 죽을 듯 숨을 헐떡이는 것과 달리 뒤따라 밖으로 나온 놈들은 숨 한 번 헐떡이지 않았다.
내공이 채 절반도 남지 않았다. 이 사술에 들어오기 전에도 상당한 내공을 소모한 상태였다. 머리카락 끝에 맺혀 있던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대체 파훼법이 무엇인가?
얼마 전에 내가 송화린에게 말해주었다. 사술에는 반드시 파훼법이 있다고. 침착하게 찾아내야 한다고. 그녀에게 충고를 해 주고는 정작 내가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니?
놈들이 다가섰다. 이대로라면 내공이 다 마르게 될 것이고, 결국 저 두 놈에게 당하고 말 것이다.
강 너머에서 매혈상인이 웃고 있었다.
“쉽지 않지?”
“쉽지 않네.”
자, 차분하게.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자.
절대 내가 생각지 못하는 곳에, 절대 하기 싫은 일에 있을 것이다.
저 피의 강에 들어가는 일보다 더 싫은 일이 있을까?
다음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강타했다.
있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 하나가.
내가 뭔가를 알아차린 표정을 짓자 매혈상인이 흠칫했다.
“뭐지?”
“네가 좋아할 만한 일이야.”
내 말에 그녀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몸을 날렸다.
강을 건너며 그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전처럼 그녀가 사라졌다.
나를 흉내 내던 둘이 나를 따라 강을 뛰어 건넜다. 두 개가 각각 하나씩 더 늘어나면서 이제 네 개가 되었다. 둘도 끔찍하던 그것이 넷이 된 것이다.
뒤에서 매혈상인이 말했다.
“무슨 수작이냐?”
내가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이야.”
나는 다시 강을 훌쩍 뛰어서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넷이 뒤따랐고 여덟이 되었다. 물론 이번에도 그녀는 강 건너로 순간이동을 하듯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 여덟은 나를 공격할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을 상대 하지 않고 곧장 다시 매혈상인을 죽이러 몸을 날린 것이다.
“이 미친놈이! 지금 뭐 하는 거냐?”
“저 빌어먹을 놈들이 얼마나 많이 늘어나는지 한번 보려고. 왜? 날 죽이려는 놈들이 많아지면 네게는 좋은 일이잖아?”
나는 이 사술을 뒤흔들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어차피 다수가 한 사람을 공격할 때는 제한이 있었다. 검기를 날릴 수 없는 곳이었으니까, 합공 가능한 최대 인원은 칠팔 명 정도가 전부였다.
이 사술의 파훼법이 이들을 모두 없애는 것이라면,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될 방법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하나도 죽일 수 없는 존재라면 내게 있어선 하나나 오십이나 천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미친놈처럼 강을 오갔다. 뒤따라 강을 넘는 그것들의 숫자는 백을 넘었고 순식간에 이백이 넘었다.
“이 미친놈아! 그만 해!”
매혈상인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 와중에도 숫자는 계속 늘어났다.
이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매혈상인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방향을 제대로 잡았음을 알 수 있었다. 장내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나를 향해 몸을 던졌고, 그 과정에서 지들끼리 엉켜서 넘어졌다. 물에 빠져서 떠내려가는 것들이 생겼다.
피이잇!
매혈상인의 몸에서 처음으로 피가 튀었다.
피하는 것이 한발 늦은 것이다. 나는 알 수 있었다. 분열되는 것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것이 그녀에게나, 혹은 사술의 세상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사술이 한계를 향해 가고 있음을.
놈들의 숫자가 천 명이 넘던 순간!
쉬이이익!
푸욱!
내 검이 그녀의 가슴에 박혔다.
“빌어먹을!”
그녀의 절망적인 눈빛을 바라보는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방법이 바로 사술을 깨는 파훼법이었음을.
퍽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바뀌었다.
우린 다시 제이 진법에 마주서 있었다. 사술이 깨어지면서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녀의 가슴에 검에 찔린 상처는 사라지고 없었지만, 대신 그녀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술이 파훼되면서 큰 내상을 입은 것이다.
“역시 네 말대로 모두 떠나고 없군.”
“내가 말하지 않았나? 똑똑한 이들이라고.”
“멀리 가지 않았다면 어차피 다 죽어.”
“당연히 멀리 갔을 거다. 설령 근처에 있다고 해도 당신이 잊고 있는 것이 있어.”
“뭐지?”
“여긴 진법 안이야.”
폭발이 있어도 진법 안에서 터질 것이다. 최상급의 진법이었기에 안에서 물리적인 힘으로 이것을 부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물론 완성된 진법이 아니었기에 진법이 파괴될 가능성이 컸지만, 어느 정도 폭발을 막아줄 것이다.
“그럼 당신은? 반대로 이 진법 때문에 당신은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텐데.”
“그렇겠지.”
자신의 최후를 예감한 그녀가 독설을 내뱉었다.
“넌 그저 희생양에 불과해. 그들에게 이용당할 뿐이지. 사랑? 애정? 충성심? 효심? 그딴 것은 너 같은 어수룩한 호구들을 옭아매기 위해 만든 덫일 뿐이야.”
반면 나는 차분했다.
“너는 이 모든 것이 내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아닌가?”
“넌 희생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으니, 그게 어떤 것인지 제대로 모르겠지. 희생은 무조건 대신 죽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야.”
“무슨 뜻이지?”
“희생에 있어서 대신 죽는 것도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보다 더 큰 희생이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거야. 나는 여전히 노력 중이고.”
그녀는 말없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끝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희생은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내 말을 어디까지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상관없었다. 이 싸움의 초반에 말했듯 우린 이해를 주고받을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수라명왕검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잘 가라!”
이 한 번의 이기어검술에 내 마지막 남은 내공을 모두 쏟아부었다.
번쩍!
수라명왕검이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너도.”
푸우욱!
그녀의 심장이 꿰뚫렸다.
그녀가 죽는 순간 동귀어진의 수법인 폭혈귀천공이 발동했다.
꽈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다. 그 폭발에 진법 내부가 휩쓸렸다.
[안 돼!]마지막 들은 것은 천마의 외침이었다.
폭발의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내 몸이 찢겨나가며 산산조각 났다.
또 다시 죽음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나는 장원의 마당에 서 있었다.
내 앞에 가슴이 꿰뚫린 채 쓰러진 매혈상인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나는 살아 있었다.
천마가 놀란 어조로 물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나야 착한 사람이니까, 다시 살려준 거지.] [헛소리 말고!] [아까 우리가 어디에 서 있었던 것 같나?] [뭐? 그게 무슨 말이지?] [사술에서 나오는 순간, 나는 천기심환공으로 이곳을 다시 만들었다.]원래 우리가 서 있었던 제이 진법이 만들어지던 그곳을 천기심환공으로 재현한 것이다.
나는 이미 천기심환공의 극의를 이뤘다.
그리고 한 가지를 시도했다. 매혈상인을 천기심환공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 시도는 성공했다.
천기심환공에서 죽으면 천기심환공이 깨지게 된다. 내부에서 죽어도 진짜 죽지 않는다. 그래서 천마와 마음껏 비무를 할 수 있었던 것이고.
내 죽음은 천기심환공 내부에서의 죽음이었기에, 천기심환공이 깨어지면서 현실로 튕겨져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진짜 죽었다. 그녀는 천기심환공을 익힌 사람이 아니라 내가 잠시 안으로 데려온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맙소사! 그년을 천기심환공으로 끌고 와서 함께 죽을 생각을 하다니?] [천재지?] [이런 미친! 잘도 제 입으로 그런 말을 한다.]잠시 후 천마가 고백하듯 내뱉었다.
[천재다.] [하하하. 당신 덕분이야. 천기심환공을 가르쳐 준 덕분이지.] [어디 그래서겠나? 네가 잘해서지.] [그렇긴 하지.] [그래, 이렇게 잘난 척해야 너 답지.]저 멀리 나를 향해 달려오는 이들이 보였다.
“도려니이이이이이임!”
들소처럼 내달리는 광두를 선두로 아버지와 송우경, 백표와 갈사량, 서중과 관휘, 그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송화린까지.
[좋냐?] [좋지.] [저들이 알기나 알까? 네가 얼마나 죽도록 싸웠는지?] [몰라도 된다. 그것 알아달라고 싸운 것 절대 아니니까. 그리고 또…….” [또?] [당신이 알아주잖아? 그럼 됐다.] [이런 미친놈이! 내가 뭘 알아줘!]광두가 내게 몸을 날려서 안겼다.
“도려어어언니이이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이 자식아! 안아야 할 순서가 너부터가 아니잖아!”
“제가 일번이라고요! 누가 뭐래도 제가 일번이라고요!”
“하하하.”
매혈상인이 내게 말했다. 너는 희생양이라고.
그래, 설령 이 모든 것이 희생이라고 치자.
하나 그러면 어떠하랴? 이들과 함께이기에 나는 이렇게나 행복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