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41)
=======================================
태풍이 될 것인가?(5)
물속이란 말에 예전에 천마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예전에 과거의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물에서도 싸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당시에 날 공격해왔던 자들 누군가?] [수전대(水戰隊)였지.] [어떻게 물속에서 그리 오랫동안 숨을 안 쉴 수가 있지?] [본교의 비밀을 그리 순순히 알려줄 것 같나?]그때의 대화를 떠올린 내가 천마에게 물었다.
[수전대?] [역시 기억하고 있었군.] [당연하지.] [수전대가 사용하는 본교의 비법이 있다. 그 비법을 익히면 물속에서 오랫동안 숨을 쉬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아주 깊은 물속에서 수련을 한다?] [그렇지.] [좋아. 한번 해보자.]천마가 수전대의 비기를 내게 전수해주었다. 정말이지 천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고 있었다.
비기를 전수받은 후 곧장 천마비행으로 호북에서 가장 깊은 강으로 갔다.
강의 가장 깊숙이 잠수해 들어갔다. 이해가 어려운 최상급의 무공이 아니었기에 나는 구결을 전수받음과 동시에 그것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정말 숨이 쉬어지는구나.] [당연하지.] [당신들 마공, 정말 대단해. 진심으로 인정해.] [후후. 이제라도 알아주니 고맙군.]물론 숨을 자유롭게 쉴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행동에 제약이 있었다. 천근추를 발휘해서 가장 깊숙한 아래까지 내려갔다.
원래 수전대의 능숙한 마인은 반 각 정도를 물속에서 버틸 수 있었는데, 나는 반 시진을 버틸 수 있었다. 웅혼한 내공과 더불어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할 수 없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속은 칠흑처럼 어두웠지만 안광을 끌어올리자 멀리까지 보였다.
정말이지 물속에서 수련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자, 그럼 해볼까?]제일초식 환검천폭부터 시작했다.
물에서 검을 움직이고 하는 것이 밖에서보다 어려웠다. 더 많은 내공이 들어갔다.
슈슈슈슈슈슈슉!
풍풍풍풍풍풍풍!
검이 회전하면서 연속해서 날아갔다. 당연히 물 밖에서보다 날아가는 속도가 느렸다.
꽈앙!
멀리서 검기가 폭발했다. 물거품이 일며 진동이 전해져왔다.
곧장 제이초식 뇌검전격을 발출했다.
번쩍! 콰지지지지지지직!
뇌전에 전해져 와서 온몸이 감전된 듯 짜릿해졌다. 물속이라 전격이 흐르는 것이다. 다행히 직격당하는 것이 아니라서 견딜 만했다.
다시 물속에 수십 자루의 검 모양의 검기가 생겨났다.
한 사람을 뇌옥에 가둔 것처럼 사방으로 중심을 겨눴다. 제삼초식 일벌검옥이 펼쳐진 것이다.
푸아아아아앙!
수십 자루의 검기가 한곳을 교차해서 지나갔다. 단언하건대 이 일벌검옥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 수법은 피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적중당했을 때, 살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었다.
제사초식 진검무성은 아주 멀리 있는 바위를 베었다. 내 시야가 허락하는 최고로 먼 곳에 있는 바위였다.
풍, 푸웅, 풍!
검기가 연속해서 바위를 베었다. 그곳까지 검기가 날아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검기가 바위를 베어버리는 것이었다.
진검무성은 빠르고 정확했다.
이번에는 제오초식 광속비검을 발출했다.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가는 수라명왕검을 보고 있자니 물속의 답답함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일초식부터 오초식까지 연속해서 발출했다.
문제의 육초식 마검혈우를 발휘했다. 이 육초식을 견디지 못하고 천기환심공이 깨어졌던 것이다.
그렇잖아도 어두운 물속이 더욱 어두워졌다.
다음 순간 물속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아앙!
물살을 가르며 쏟아져 내리는 검기의 빗줄기.
사방에서 수직의 물거품이 일어났다.
물속에서 내리는 검기의 비.
정말이지 그것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장관 중의 장관이었다. 오히려 지상에서 펼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있었다.
그리고 괜찮았다. 아주 깊은 물속이었기에 외부에 표가 나지 않았다. 완벽한 수련장소였다.
게다가 기존의 수련에 비해 새로우면서도 훨씬 어려웠다.
이거라는 느낌이 왔다.
[여기 좋다.] [당연하지. 누구 생각인데.] [고마워.] [뭐 이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지.]말과는 달리 천마는 아주 뿌듯해했다.
아쉬운 것은 천마를 불러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곳 바닷속을 기준으로 삼아 천기심환공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계속 천기심환공이 깨어질 텐데, 혹시라도 그 과정이 잘못되어서 천마가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래, 지금껏 함께 수련을 했으니 이제 혼자만의 수련에 빠져들 때도 되었지.
[자, 시작해볼까?]* * *
송화린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무공수련을 해도 집중이 되지 않았고, 진법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침상에서 뒹굴다가 산책도 했다가, 술이라도 마실까 하다가 대낮부터 그건 아니지라며 피식 웃었다.
계속 벽리단 생각만 났다. 그날의 그 일만 생각났다. 생각만 해도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었다.
“아가씨.”
뒤에서 들려온 말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수란이 그녀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응?”
“몇 번이나 불렀어요.”
“그랬어?”
수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신 것은 아니죠?”
물론 무슨 일이 있었다. 그녀의 인생을 뒤흔든 엄청난 일이.
“혹시 임부인에게 야단이라도 맞으신 건가요?”
“아니. 아무 일도 없으니 걱정 마.”
“그럼 다행이고요.”
송화린이 화제를 돌렸다.
“광무인하고는 잘돼 가?”
자신의 연애사가 급물살을 맞으니 자연 수란의 사랑이 궁금했다.
잘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수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이내 수란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냥 편한 동료로 지내자고 했어요.”
“왜? 둘이 좋았잖아?”
“그냥…….”
수란이 말을 얼버무렸다.
“대체 왜?”
송화린은 알고 싶었다. 수란은 오랫동안 자신을 호위해온 여인이었다. 그녀의 일은 자신의 일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벽리단의 수족인 광두였다.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신이 없었어요.”
“자신이 없었다고?”
“광무인은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제게 너무 과분하죠.”
송화린은 그녀의 진심을 말한다는 것을 알았다. 오랫동안 함께해 와서 이제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따지면 나도 마찬가지야. 그 사람은 너무 과분하지.”
“아가씨 경우는 달라요! 오히려 아가씨가 훨씬 아까워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이제 너도 알잖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지.”
“아가씨.”
수란은 반박하지 못했다. 예전의 벽리단이라면 모를까, 최근의 그는 정말 끝이 어딘지를 모를 정도로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벽리단이 이기어검술까지 날렸다는 것은 벽씨검문 내부의 공공연한 소문이었다.
“그래, 사실은 사실이고.”
그녀가 하려는 말은 이제부터였다.
“대신 남녀 문제만큼은 누가 넘치네, 누가 부족하네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계속 그렇게 생각했었지. 그래서 자꾸 의도적으로 그 사람과 거리를 두려고 했고.”
“지금은 아닌가요?”
“응, 이젠 아니야. 좋은 것은 좋은 거잖아? 그냥 내 감정에 솔직하기로 했어.”
그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송화린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만약 어제 자신이 먼저 그에게 입맞춤을 하지 않았다면, 사랑을 나누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운명은 지금과 달라졌으리라.
수란은 송화린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상기되어 있으며 어딘지 모르게 남녀문제에 자신감이 넘쳤다.
‘아가씨가 이제 진짜 사랑에 빠지셨구나.’
이전까지 그냥 좋아한 것이라면 이제 그녀에게 사랑이 느껴졌다.
송화린이 직접적으로 물었다.
“광무인이 좋아?”
잠시 사이를 두고 수란이 대답했다.
“네.”
송화린이 힘차게 말했다.
“그럼 놓치지 말고 잡아. 뒷일은 뒤에 생각하라고 뒷일인 거야.”
* * *
천소선이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했다.
내원을 지키던 무인들이 공손하게 인사했다.
이미 무림맹의 중요 조직은 천왕군과 천소선에게 장악당한 상태였다.
무림맹 무인들 대다수는 마철군이 허수아비 맹주가 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천왕군과 천소선을 무림맹주가 외부에서 불러들인 초고수라고 여기고 있었다.
이들의 진정한 정체와 실력을 아는 이들은 천왕군이 신위를 보였던 자리에 있었던 수뇌부들뿐이었다.
천왕군과 천소선은 기존의 수하들은 데리고 오지 않았다. 일전에 도피 중일 때 연락을 모두 끊어버린 수하들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재정비를 했다.
하지만 현재는 천왕군의 무공이 워낙 높아져서 당장 무림맹에 데리고 올 필요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향한 곳은 내원에 위치한 정의각의 기밀문서보관소였다. 이곳은 무림맹의 모든 정보가 보관되는 곳이었다.
자료는 여러 등급이 있었는데 그에 따라 다른 방에 보관되었다. 당연히 등급이 올라갈수록 자료는 철저한 경계가 펼쳐진 곳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녀는 맹주만이 볼 수 있는 최고기밀이 보관된 방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모두 나가!”
그녀의 명령에 그곳을 지키던 고수들이 모두 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은 그녀가 뭔가를 찾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녀가 찾는 것은 암흑대상의 행방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무엇은 아니었다.
그녀가 찾는 것은 바로 자신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었다. 지금까지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던 하나의 정보.
“이거다.”
그녀가 찾아낸 자료는 이것이었다.
괴도 천보명 관련 보고서.
천보명은 할아버지의 아버지, 즉 천소선의 증조할아버지다.
천왕군은 아버지인 천보명이 훔친 비서에 나와 있는 대법으로 천란을 제작했고, 대법을 시행했다. 암흑상계의 놈들과 손을 잡은 것도 그 비서에 적힌 내용을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서였다.
천보명과 관련한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며 천소선이 나직이 말했다.
“……여기서부터 뭔가 잘못되었어.”
* * *
촤아아아아아악.
내가 물속에서 튀어 나왔다.
물속에서 마신부운을 이용해서 단숨에 수면까지 날아오른 것이다.
연속해서 마신부운을 사용해서 계속 하늘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간 후에야 나는 그곳에서 숨을 골랐다.
“후우, 후우.”
물속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이렇게 중간중간 밖으로 나와야 했다. 나와서 수전대 고유의 심법으로 운기조식해서 숨을 골랐다.
물속에서의 수련은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일단 힘들었다. 아무리 수전대의 비기로 숨을 쉴 수 있다지만, 물속에서의 무공수련이었다. 그것도 보통 수준의 무공이 아니라 마신결이라는 극상 중의 극상의 무공이었다.
운기를 하고 내력을 움직이고, 초식을 발출하는 것까지 어렵지 않은 일이 하나도 없었다.
어렵기 때문에 효과가 확실했다. 이것은 마치 기본 체력수련을 할 때, 모래주머니를 다리에 차는 효과와 비슷했다.
힘들지만 계속 반복하다보면 익숙해지고, 모래주머니를 풀었을 때 더 큰 능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물 밖에 나왔을 때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그보다 더 도움이 된 것은 이 수련방식이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이란 점이었다.
고수가 되면 될수록 어려움은 잘 참아내기 마련이다.
고수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새로움이 주는 신선한 자극이다.
고수가 될수록 새로움은 사라진다. 모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꼬마 아이에게는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겁지만 백 살 늙은이의 하루는 어떨까? 새로운 것을 보거나, 새로운 말을 듣는 일조차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이치다.
수중수련이 나를 아이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하나하나가 새롭고 신기했다. 물속에서의 어려움이 내게 있어 여러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빠른 성취로 이어졌다.
물속 수련을 시작한 지 십오 일 만에 육 성에 도달했고, 다시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이 되었을 때 칠 성에 이른 것이다.
그야말로 채 백 일이 되기 전에 마신결의 칠 성에 도달한 것이다. 만약 기존 무공과 같다면 지금부터 성장이 더뎌질 것이다.
칠 성에 도달한 마신결은 강력했다. 처음 배웠을 때의 위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고비는 지금부터다. 칠 성이란 벽이 그냥 벽이 아니라 거대한 성벽이 되어 내 앞을 가로막았으니까. 반드시 이 벽을 넘어야 한다.
숨을 다 고른 내가 빠르게 하강했다.
쉬이이익!
풍덩!
물 밖으로 나올 때마다 나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것을 쌓아올려 나는 벽을 넘을 것이다.
놈이 강호를 휩쓸 태풍이라면, 나는 더 큰 태풍이 되어 그 태풍을 휩쓸어 버릴 것이다.
태풍을 잡아먹는 진짜 태풍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