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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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의 부탁(1)
맹주전으로 천소선이 들어왔다.
저 멀리 태사의의 천왕군은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는 마치 석상 같았다.
“부르셨습니까?”
“암흑대상은 찾았느냐?”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놈은 파산선고를 내린 후, 완전히 종적을 감췄습니다. 죄송합니다.”
순간 천왕군의 표정이 굳어지며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 차가운 눈빛에 천소선은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자는 할아버지가 아니다.’
천왕군이 다시 말했다.
“기밀문서보관실에 갔다고?”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천소선은 당황하지 않았다.
“네. 암흑대상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찾으러 갔습니다.”
“찾았느냐?”
“아뇨. 찾지 못했습니다.”
천소선은 천왕군의 시선을 담담히 받았다. 오히려 할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마음을 숨기기 쉬웠다. 할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상대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적이다. 놈을 없애고 저 자리에 자신이 앉을 것이다. 다행히 할아버지가 전해준 선천진기 덕분에 자신의 내공은 육 갑자에 달했다.
저놈만 없애면 능히 천하를 자신의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자를 이용해서 자신들과 대적했던 갈사량의 수장을 제거해야겠지.
그때 천왕군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이제 슬슬 다음 단계를 진행할 때가 되었다.”
“다음 단계라 하시면?”
한 번도 다음 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따라오너라.”
천왕군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태사의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의 기관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그가 천소선을 데려간 곳은 무림맹주를 위한 지하밀실이었다.
밀실에 들어가자 그곳에는 천란이 놓여 있었다. 자신들이 숨어 지내던 안가에 있던 그것이 어느새 이곳에 옮겨져 있었다.
“천란이 왜 여기에?”
천왕군이 한쪽 방문을 열었다. 안에 무인 하나가 갇혀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그는 잔뜩 긴장한 채 겁에 질려 있었다.
“이리 나와라.”
무인이 밖으로 나오자 천왕군이 천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저 안으로 들어가라.”
“네.”
감히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고 사내가 천란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천란에 눕자 뚜껑이 닫혔다.
천왕군이 천란 앞으로 다가갔다. 그 앞에 서서 눈을 감았다.
우우우우우.
곧이어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소선은 깜짝 놀랐다. 저 검은 기운은 천왕군이 화를 내거나 극심한 감정기복을 보일 때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의도적으로 내뿜을 수 있는 것이었다.
놀라운 일은 계속 이어졌다. 흘러나온 기운이 천란으로 흘러들어갔다. 마치 영양분을 빨아들이듯 천란이 검은 기운을 모두 흡수했다. 천왕군 역시 이 천란에서 대법을 치렀던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천왕군에게서 나온 기운은 천란과 연관 있는 기운이 틀림없었다.
천란이 진동하기 시작했고 안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소리만으로 알 수 있었다. 들어간 사내의 입장에서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사람을 치유하고, 할아버지의 대법에 사용되었던 천란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천란은 풍겨내는 기운부터가 달랐다. 어둡고 사악했으며 전투적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비명은 그쳐 있었고 진동 역시 멈췄다.
천천히 천란의 문이 열렸다.
안에 누워있던 사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어둡고도 생소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사내가 천소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내의 눈은 흰자위까지 완전히 검었다. 마주 보는 것조차 두려운 모습이었다.
천왕군이 천소선에게 말했다.
“저자를 죽여라.”
“죽이라고요?”
“그래, 일수에 죽여라.”
대법으로 변화시킨 사내를 죽이라는 의도를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천소선은 순순히 시키는 대로 했다.
슁.
천소선의 손가락에서 광살풍이 발출되었다.
가차 없는 일수에 심장에 구멍이 뻥 뚫린 사내가 뒤로 넘어갔다.
하지만 사내는 죽지 않았다. 다시 벌떡 몸을 일으킨 것이다.
“설마 광혈무통군입니까?”
과거 혈천마교의 정예병들이었다. 고통을 느끼지 않으며 피를 보면 더욱 난폭해지는 무적의 마인들이었다.
할아버지와 자신이 다시 만들어내서 이용했던 자들이었다.
갈사량을 죽이려 했던 바로 그들, 하지만 기존의 광혈무통군과는 뭔가 느낌이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내의 가슴에서 흘러내리던 피가 멈춘 것이다. 곧이어 뚫린 가슴의 구멍이 스스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맙소사!”
광혈무통군은 단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자들이었다. 심장이 꿰뚫리면 잠시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곧 쓰러져 죽었다.
그것만 해도 굉장히 무서운 일이었는데, 지금 눈앞의 사내는 고통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자연적으로 치유까지 되고 있었다.
천왕군이 이번에는 사내에게 명령을 내렸다.
“죽여라!”
그러자 사내가 망설이지 않고 천소선을 공격했다.
쉬이익!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고 곧장 달려들었다. 검을 휘두르는 움직임이 보통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물론 그 실력은 천소선에게 한참 미치지 못했다.
퍼억!
일장을 얻어맞은 사내가 벽에 처박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늑골이 박살 나는 일격이었는데, 사내는 멀쩡했다.
끄륵, 끄르륵, 끽.
몸속의 부러진 뼈가 다시 붙는 소리였다.
“이런 미친!”
천소선이 황당한 표정을 짓던 그때, 사내가 검기를 발출했다. 그냥 공격으로 안 된다고 판단하고 공격의 방식을 바꾼 것이다.
쉬이이익!
천소선이 검기를 피했고, 뒤쪽 벽이 갈라졌다.
더 두었다간 방안이 엉망이 될 것 같았기에 천소선이 달려들어 사내의 검을 빼앗았다.
천소선이 천왕군을 힐끗 쳐다보았다. 죽여도 좋은지 눈빛으로 묻자, 천왕군이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
쉬이잉.
일검에 사내의 목이 잘렸다.
머리통을 잃은 사내의 몸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양팔을 휘둘러댔다. 공격을 계속하려는 본능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은 정말 기괴하고 공포스러웠다.
한참을 그렇게 움직이던 몸통이 바닥에 쓰러졌다. 머리통을 자르는 것만이 놈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시체를 내려다보며 천소선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저것이 무엇입니까?”
“암흑천병기(暗黑天兵器)다.”
천소선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 이름을 말했다.
“……암흑천병기.”
정말이지 엄청난 놈이었다. 광혈무통군보다 한층 강력해진 병기였다. 게다가 능력은 단지 치유능력만이 아니었다.
“암흑천병기는 사용되는 재료의 무공을 고스란히 지닌 채 만들어질뿐더러 원래 가진 무공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재료가 강한 놈일수록 훨씬 강한 암흑천병기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천란에서 제작되는 무인은 외부의 공격에 통증을 느끼지 않을뿐더러, 강력한 치유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게다가 자신의 원래 실력보다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뜻이었다.
“내가 마철군을 왜 살려뒀겠느냐? 바로 이 일 때문이다. 마철군을 통해 강호의 고수들을 하나둘씩 끌어 모아서 암흑천병기로 만들 작정이다.”
천소선이 두려운 마음으로 물었다.
“힘은 지금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천왕군이 고개를 내저었다.
“충분하지 않다.”
“충분하지 않다고요?”
“내가 강해진 만큼 또 다른 강력한 적이 등장할 것이다.”
천소선은 일전에 천왕군이 창문을 부수고 날아갔을 때, 뭔가를 놓쳤던 기척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를 의미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천왕군이 걸어가서 한쪽 벽을 건드렸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안으로 걸어 들어간 그곳은 이 층 난간이었다.
그 아래 거대한 대청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다.
펼쳐진 광경에 천소선이 두 눈을 부릅떴다.
“헉!”
그들이 제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천란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동시에 제작하고 있었다.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또한 이곳에서 천란을 만들고 있는 줄도 몰랐다. 벌써 이만큼 일이 진행이 되었다는 것은, 무림맹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번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뜻.
천왕군의 입에서 더욱 놀라운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 암흑천병기를 대량생산할 생각이다.”
천소선이 화들짝 놀랐다. 설마 천왕군이 이 무시무시한 것을 대량생산하겠다는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천란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 든다. 따라서 무림맹에 비축된 돈이나, 강호의 거부들 몇 족쳐서는 대량생산은 절대 불가능하다.”
천왕군이 천소선을 돌아보며 차갑게 말했다.
“이제 알겠느냐? 네가 왜 암흑대상을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하는지?”
* * *
쿠르르릉!
쏟아져 내리는 검기의 비를 견디지 못하고 강바닥이 진동했다.
반복된 마신결의 초식들로 강바닥이 버텨내지 못하고 지진을 일으킨 것이다.
물살이 빠르게 흐르며 곳곳에 물 회오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푸아앙.
나는 곧장 물 밖으로 날아올랐다.
굽이치는 강물을 보며 주위에 고깃배가 있는지를 살폈다. 다행히 이곳을 지나는 배는 없었다.
잠시 후, 지진이 그치며 강물이 진정되었다.
[더는 이곳에서 수련할 수 없겠는데?] [그렇군.]이틀 전 나는 드디어 칠 성의 벽을 깨고 팔 성의 경지에 도달했다. 강바닥은 칠 성의 마신결까지는 버텼지만 팔 성은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칠 성의 벽을 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여러 영감을 불러일으킨 수중훈련의 탁월한 효과와 무공에 대한 천부적 재능과 노력, 거기에 천마의 조언까지.
하지만 기뻐할 일만은 아니었다.
앞서의 난관이 거대한 성벽이었다면, 이젠 그 벽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이 정도를 해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앞을 막은 벽이 얼마나 두껍고 높은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예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잠시 수련을 멈춰야 할 것 같군.] [안타깝군. 이곳에서 대성까지 도달해서 마신지검을 볼 수 있었나 했는데.]천마의 말이 조금 낯설게 들려왔다.
분명 천마도 알고 있을 것이다. 마신지검이 곧 심검의 경지란 것을.
동시에 심검지경에 이르게 되면 자신을 벨 수도 있을 것임을.
그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일까? 아니라면 죽음의 순간을 바라는 것일까?
이제 이 질문을 다시 할 때가 되었다.
[당신, 마신결을 전수해주는 대신 내게 부탁할 것이 있다고 했지?] [그래.] [이제 말해 봐.]잠시 말이 없던 천마가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원래 내 야망은 이 강호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알고 있다.]우리가 전쟁을 치른 이유기도 했다.
꼭 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 몸에 들어오기 전에 아이들의 몸을 여러 번 거쳤다. 그 과정에서 어떤 심리적인 변화가 생겼던 것이 틀림없다. 거기에 나와 친해지면서 그 변화가 더욱 커졌을 테고.
[그러던 중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정확히는 보고 싶은 사람이지.]천마가 망설이고 망설이다 결국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내게…… 여인이 하나 있었다.]나는 깜짝 놀랐다. 천마에게 여인이라니?
[젊은 시절 중원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이었지.]나는 말없이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어렵게 꺼낸 말이니, 분명 그녀를 사랑했을 것이다. 천마의 성격을 알았기에 굳이 그런 부분은 묻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에 있나?] [오래전에 죽었다. 우리가 전쟁을 치르기 한참 전이었지.] [유감이군.] [그녀가 죽기 전에 약속된 곳으로 서찰을 보냈다. 평생 단 한 번, 가장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내가 찾아볼 수 있는 곳으로 서찰을 보내라고 했었지.] [무슨 내용이었나?] [우리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고 하더군.]맙소사! 천마에게 아들이 있었구나.
[아들을 본 적 있나?] [그녀가 죽은 후에 몇 번 찾아갔었지. 하지만 그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는 본교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다. 그 아이를 본교의 마인으로 키울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그가 아이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철저히 비밀을 유지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는 살아 있나?] [모르지. 내가 죽은 이후에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 만약 살아 있다면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겠지.]천마의 부탁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 아들이 보고 싶은 것이구나.] [그래. 내 아들이 보고 싶다.] [어디에 있나?] [감숙에 살았었지.] [지금 당장 가자.] [네 상황이 자리를 비울 상황이 아니지 않나? 나중에 가도…….] [이 답답한 친구야. 당신이 아들을 만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상황이 어디에 있나?]만약 천마가 아니었다면, 혹은 천마라도 다른 일이었다면,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미룰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봐 온 천마의 성격으로 볼 때는 더욱이.
[그사이에 일이라도 터지면 어쩌려고?] [터지라고 해!]쉬이이이이이익.
마신비행으로 감숙을 향해 날았다. 내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