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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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1)
사내가 다시 나왔을 때, 나는 하늘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조금 전 그들이 나눈 대화는 모두 들었다. 건물 곳곳에 상당한 고수들이 은신해 있었지만, 내가 은밀히 경계의 사각지대로 접근해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의 고수는 없었다.
[이놈들이 뒤에 있었군.]이번 일의 배후에 지하상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이었고, 드디어 지하상계의 꼬리를 밟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밟았다. 대화의 내용으로 짐작하건대 놈은 그 열 명의 수뇌부 중 하나였다.
[당신에게, 아니 당신 아들에게 고맙다고 해야겠군.] [다 우리 아들 덕분이다.] [하하하하.]아들 자랑하는 천마의 모습을 언제 또 볼 것인가? 뭔가 좀 놀리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그런데 이놈들, 중원 곳곳에서 이런 악질적인 방식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군.]내 말에 천마가 분노를 더했다.
[악취 가득한 쓰레기들이다!]이놈들은 이미 평생 펑펑 써도 다 쓸 수 없는 돈을 모았다. 암흑대상은 말할 것도 없고 열 명으로 구성되었다는 나머지 수뇌부 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자들은 타인의 삶을 파괴하고 재물을 빼앗는 일에 중독된 자들이다.]돈이 없어서 재물을 훔치는 자들보다 훨씬 악질적인 놈들이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우선은 이놈들부터 박살 내야겠지. 당신 아들과 손자가 위험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잘 생각했다.]천마가 안도했다.
[문제는 다른 놈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인데.]내 목적은 암흑상계의 수뇌부 놈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서 일망타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파산선고가 내려져서 모두 꼭꼭 숨어 있는 상황이었기에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이번 기회에 그 암흑대상이란 자는 반드시 잡아야 해.] [어떻게?]놈은 나와 천왕군 모두에게 쫓기고 있다. 그랬기에 어지간한 일에는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미끼가 필요해. 놈이 잠수를 풀고 수면 위로 올라올 만한 강력한 미끼가.]* * *
“또 오셨네요?”
여인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바로 천마의 손자며느리인 지림(智林)이었다.
“아버님을 위해 약을 지어왔습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망설였다. 일전에 남편에게 함부로 사람을 믿고 안으로 들였다고 혼이 났기 때문이다.
그때 문이 열리며 젊은 사내가 걸어 나왔다. 바로 지림의 남편이자 천마의 손자인 백소명(伯小明)이었다.
그가 경계의 눈빛으로 지림 앞을 막아섰다.
“누구시오?”
“하광이라는 사람입니다. 아버님께 은혜를 입어서 갚으려고 찾아뵈었소.”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은혜를 입으셨소?”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천마가 말했다.
[섬서 천양(千陽) 백천사(伯千寺).]나는 이유 불문하고 천마가 시키는 대로 대답했다.
“섬서 천양 백천사에서 은공을 뵈었소.”
순간 백소명이 깜짝 놀랐다.
이내 가만히 나를 응시하더니 태도를 바꿨다.
“좋소. 들어가시오.”
백소명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허락하에 백성원을 치료했다.
우선 독을 해독하는 해약부터 사용했다. 일시에 죽이는 극독이 아니었기에, 흑시 난주지단에서 해약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해약을 쓰자 창백하던 백성원의 얼굴 혈색이 대번에 좋아졌다.
약이 효과가 있음을 알고는 백소명과 지림이 크게 기뻐했다.
“앞서 무례하게 굴었던 점 사죄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의 태도가 공손하게 바뀌었다.
“아니오. 약이 효과가 있어 다행이오. 하나 아직 치료가 다 된 것은 아니오. 오늘부터 한동안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될 것이오.”
“염치없는 말이지만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백소명이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의 아내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내가 천마에게 물었다.
[한데 섬서 천양의 백천사가 무슨 의미가 있나?] [예전 그녀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그곳의 주지에게 소식을 전하라고 했었다네. 그녀가 죽기 전에 그곳으로 연락을 해왔었고. 아마도 아들에게도 그 장소를 말해줬을 것이라 생각했네.]과연 천마의 예상대로였다.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혹시라도 살다가 목숨을 잃을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섬서 천양의 백천사에 가서 도움을 청하라고요. 할머니께서 아버지께 남겨주신 말씀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다시 제게 알려주셨고요.”
그 장소가 천마와 그의 가족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었던 것이다. 천마가 죽은 후에는 의미 없는 장소가 되었지만, 이렇게 손자에게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백소명의 표정에 대체 그 장소를 어떻게 알고 있었냐는 의문이 드러났다.
“선대의 은원 때문이라 생각하면 될 듯하오.”
“알겠습니다.”
내가 말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눈치챈 백소명은 더는 묻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부인께 드리는 것입니다.”
내가 저잣거리에서 사온 것은 갓난아이 옷이었다.
“눈대중으로 산 것이라 맞을까 모르겠습니다.”
“죄송하지만 거두어 주세요. 아버님 약을 사오고 치료까지 해주셨는데, 제가 선물을 드리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받다니요? 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비싸지 않은 것이니 제 손을 부끄럽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냥 작은 성의로 받아주시기를.”
지림이 백소명을 쳐다보았다. 백소명이 받아도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제야 지림이 기쁨을 표했다.
“감사해요. 정말 예쁜 옷이네요.”
“아이를 한번 안아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에요.”
그녀가 건네는 아이를 내가 조심스럽게 안았다.
“고놈 참 잘생겼네.”
세상 모든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은 법이다.
백소명과 활짝 웃으며 팔불출을 자처했다.
“아내를 닮아 제법 이목구비가 또렷합니다.”
지림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편을 닮아서 잘생겼답니다.”
“하하, 제가 보기에는 두 분 모두를 다 닮은 것 같습니다.”
아이를 안은 것은 천마를 위해서였다. 가까이서 증손자를 제대로 보라고. 내가 직접 안으면 아무래도 더 큰 감정을 느낄 것이다.
[쟤들 아냐.] [무슨 뜻이지?] [나 닮았다고. 그지? 특히 코와 입은 영판 나다.] [하하. 이봐, 증손자까지 욕심내진 말라고.] [정말 닮았다니까.]그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
과연 어떤 기분일까? 어쩌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감격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 몸을 당신에게 빌려주고 싶군.] [말이라도 고맙다.]진심이었다. 아들과 손자, 손자며느리, 그리고 증손자까지 한자리에서 보는 순간이었다. 어찌 직접 안아주고 싶지 않겠는가?
미안하네.
사실 내가 미안할 일은 아니었다. 그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 것은 내 선택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 미안함은 누가 선택하고 안 하고,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아이를 지림의 품으로 돌려준 후 백소명에게 말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소.”
* * *
며칠 후, 늦은 밤 규태보의 집무실로 대표두 주양이 들어섰다. 오늘도 규태보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안 주무셨소?”
국주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날카롭고 건방진, 나아가 깔보는 눈빛까지 보였다.
“오셨나?”
마치 서로 처지가 바뀐 듯했다.
주양이 성큼성큼 걸어와서 탁자 위에 작은 상자를 내려놓았다.
한 달에 한 번씩 주던 규태보 손녀의 해약이었다.
규태보가 상자를 열자 안은 비어 있었다.
“해약은?”
그러자 주양이 차갑게 대답했다.
“이제 해약은 없소.”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주지 않겠다는 뜻이오. 다시 말해 당신 손녀는 전신의 혈맥이 뒤틀리는 고통을 받으며 죽게 된다는 뜻이오.”
잔인한 말을 태연히 내뱉은 주양은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순간 규태보에게 두 가지 반응을 예상했다. 분노하거나, 애원하거나.
솔직히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빈 상자를 바라보는 규태보의 태도는 평온했다.
“손녀는 포기했소?”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인데,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언행일치가 되지 않소만?”
“이것 때문이네.”
주양의 시선이 규태보를 따라 책상 한옆에 놓인 한 자루의 검을 향했다. 검날이 구겨진 규태보의 보검이었다.
주양이 한눈에 검을 알아보았다.
“이건 당신 검이지 않소?”
“그래, 평생을 지녀온 내 검이었지.”
“한데 이 보검이 어쩌다 이 꼴이 되었소?”
기괴했다. 차라리 부러졌다면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데 누군가 움켜쥐어서 구겨버린 것처럼 되어 있었다.
“곧 알게 될 거네.”
그때 방으로 사내들이 들어섰다. 모두들 복면을 쓰고 있었는데, 걸음걸이만 봐도 대단한 실력을 지닌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바로 암흑이상의 수하들이었는데, 선두에 선 사내가 바로 어제 푸줏간에서 보고를 했던 사내였다.
“자자, 시간 끌지 말고 처리합시다.”
사내의 말에 주양이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면서도 뭔가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시오?”
“아니오.”
“마음 불편할 것 없소. 어차피 강호란 것이 강한 놈은 잡아먹고 약한 놈은 잡아먹히는 곳 아니겠소? 게다가 저자를 죽인 것은 당신이 아니라 백성원으로 알려지게 될 거요.”
사실 주양이 찝찝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구겨진 검은 기괴했고 규태보의 반응은 이상해서였다.
그런 마음을 알 리 없는 사내가 규태보를 보며 말했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오. 가족들 모두 뒤따라 보내드릴 테니. 다 뒈져서 저승에서 만나면 이제 해약도 필요 없을 테고, 그럼 마음고생 안 해도 될 거요.”
사악한 말을 내뱉고는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죽여라!
수하들이 움직이지 않자 사내가 버럭 화내며 고개를 돌렸다.
“없애라니까 뭣하고…….”
다음 순간 사내가 두 눈을 부릅떴다.
수하들은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옆에 낯선 사내가 한 명 서 있었다. 그는 바로 벽리단이었다.
언제 어떻게 자신 옆에 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상대가 엄청난 고수란 것을.
그가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합공해라!”
하지만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수하들이 일제히 쓰러졌다.
쿵, 쿵, 쿵, 털썩, 털썩, 풀썩, 쿵.
바닥에 포개지며 쓰러진 그들은 모두 절명한 후였다.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죽였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렇게 추측했다.
‘독?’
독이 아니라면 어떻게 자신의 수하들을 소리도 없이 한 번에 죽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독이 아니었다. 쓰러진 사내들의 시체에서 흥건한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들을 죽인 수법은 마신결 제사초식 진검무성이었다. 소리 없이 검기가 날아가 그들의 심장을 베어버린 것이다. 사내가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는 이미 그들 모두 죽어 있었다.
규태보 쪽에 서 있던 주양도 크게 놀랐다.
“대, 대체 이게 어떻게?”
주양은 알 수 있었다. 왜 이렇게 규태보의 행동이 이상했는지. 저 사내를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구겨진 검.
‘그러고 보니…… 설마?’
벽리단이 암흑상계의 사내에게 그가 했던 말을 되돌려 주었다.
“너도 너무 아쉬워 마라. 다 뒤따라 갈 거다.”
사내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잠깐! 나를 죽이면 백성원과 그 가족도 모두 죽는다.”
벽리단이 그를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주로 가족을 죽이는 것이 네 특기로군. 정말 치사하고 천박하다. 더럽다.”
“나를 살려주면 그들을 살려…….”
쉬이익.
촤아아악.
그의 목이 잘렸고 머리통이 바닥을 굴렀다.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는 사내의 머리통을 보자마자 주양이 그 자리에 바짝 엎드렸다.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들이 제 약점을 잡고 협조하지 않으면 그것을 다 밝힌다고 했습니다.”
“그렇겠지.”
쉬이이이익.
서걱!
주양의 머리통도 바닥을 뒹굴었다.
벽리단은 그의 약점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았다. 만약 규태보처럼 가족이나 누군가가 인질이 되었다면, 놈은 그 사실부터 밝혀서 살아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가족이 없는 사람이었고 남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규태보가 큰절을 올렸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미 벽리단은 그의 손녀를 진맥했고, 해약을 구해서 아이를 구했던 것이다.
그가 눈물을 흘려냈다. 감격의 눈물이자 참회의 눈물이었다.
“제 죄를 용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두 번 다시 죄를 짓지 않고 살겠습니다.”
“잊지 마시오. 당신 손녀가 당신에게 준 두 번째 목숨이란 것을.”
“알겠습니다. 절대 이 순간을 잊지 않겠습니다.”
규태보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벽리단은 그곳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