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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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그러운 어둠은 없다(5)
나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에 온몸의 털이 일제히 곤두섰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심장이 꿰뚫렸던 암흑대상이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암흑대상이 아니란 사실을.
또한 그가 보여주고 있는 기도는 내가 전생까지 통틀어도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암흑신.”
내 입에서 한 존재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천하진.”
과연 내 말이 사실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목소리는 동굴 속에서의 그것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나의 존재에 대해 알았고, 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오늘 넌 내 손에 죽는다.”
수많은 적들로부터 나를 죽이겠다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의 이 말처럼 두렵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당신 속에 암흑대상이 들어 있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암흑에서 시작해서 암흑으로 돌아갔는데.”
“의외군. 왜 그였지?”
“애초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으니까.”
“운명?”
그 말을 듣는 순간 강한 반감이 들었다. 대체 누구 마음대로 운명을 정한단 말인가?
“누구의 운명이지?”
그러자 암흑신이 희미하게 웃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너라고 해도 되겠지. 이곳에서 죽게 되는 것은 네 운명일 테니까.”
“그 전에 하나만 묻자.”
“뭐지?”
“넌 죽으면 어떻게 되냐?”
“뭐?”
쇄애애애액.
수라명왕검이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검기를 날렸다.
응수타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빠르고 강한 검기였다.
암흑신의 몸에 검기가 적중했다.
몸이 휘청하면서 가슴이 차악 갈라지는가 싶었는데, 순식간에 상처가 치유되었다. 지금까지 여러 번 상처가 치유되고 재생되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렇게 빠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쉬이이익!
나는 다시 암흑신의 등 뒤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검기를 날린 직후 곧장 마신암영을 사용해서 암흑신의 등 뒤로 날아갔던 것이다.
쉬이이익.
촤아아악.
손맛이 제대로 느껴졌다. 그의 등이 갈라지는 감촉이 짜릿했다.
하지만 등에 난 상처는 순식간에 원상태로 돌아왔다. 가까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자 정말 놀라웠다. 갈라진 피부에 검은 기운이 스미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상처가 나았다.
슁! 슁! 슁! 쉬잉!
수라명왕검이 빠르게 놈의 등을 연속해서 베었다. 치유되는 속도보다 베는 속도가 더 빠르면 되겠지란 생각에서였다.
결과는 암흑신이 피하지 않고 내 공격을 몸으로 막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과연 암흑신의 몸은 내가 베는 속도보다 빠르게 치유되었다. 같은 자리에 또 상처가 나면, 치유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이다.
암흑신이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신…….”
꽝!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주먹이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전력을 다한 일격이었다. 원래라면 완전히 박살 나며 함몰되어야 했지만, 놈은 멀쩡한 얼굴로 뒤로 젖혀졌던 고개를 똑바로 하면서 하려던 말을 다시 했다.
“나는 신이지만 넌 인간이지. 그 차이를 보여주마.”
퍼억!
이번에는 그의 주먹이 내 가슴에 적중했다. 너무 빨라서 피할 수가 없었다.
주르륵 밀려서 뒤쪽 벽에 처박혔다.
호신강기가 발동했음에도 충격에 가슴이 욱신거렸다. 다행히 늑골이 부러지진 않았지만, 이런 충격을 연속해서 받으면 뼈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절망감이 아니라 투지가 솟구쳤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지고 싶지 않은 내 본연의 투지였다.
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암흑신이 여유롭게 웃으며 다가왔다.
“그래, 이제 시작인데 그 정도에 죽어선 안 되지.”
“겨우 한 방 성공시켜놓고 자만심에 도취하는군.”
그를 도발하고 자극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걸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역으로 나를 도발하고 조롱했다.
“자만심으로 살아온 것은 너 아닌가? 손가락질 한 번에 나약한 인간들을 죽일 수 있다는 한심한 자부심에 취해서 희희낙락거리지 않았나?”
결코 놈은 만만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발의 강도를 높였다.
“너라고 다를 것 같지 않는데? 암흑신이니 어쩌니 꼴에 신이라고 온갖 잘난 척은 다 했을 것 아닌가? 그래봤자 추잡스럽고 더러운 쓰레기일 뿐인데.”
암흑신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그럼 넌 쓰레기보다 못한 놈이 되겠지.”
“두고 보면 알겠지.”
나는 곧바로 마신결을 발휘했다.
수라명왕검이 뽑혀 나와서 놈을 겨누었다. 암흑신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상대가 방심하고 여유를 부릴 때, 아낌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슉슉슉슉슉슉슉슉!
연속해서 검기의 검이 놈을 향해 날아갔다. 마신결 제일초식 환검천폭이 발출된 것이다.
꽝! 꽝! 꽝! 꽝! 꽝!
연속해서 터졌다. 나는 볼 수 있었다. 놈을 크게 뒤흔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폭발이 놈을 갈기갈기 찢지는 못하는 것을. 폭발로 인한 상처 역시 순식간에 치유되고 재생되었던 것이다.
번쩍! 꽈지지지지직!
제이초식 뇌검전격이 놈의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그의 몸이 움찔거렸다.
꽈지직! 꽈지지지직!
놈의 머리통에 계속해서 벼락이 떨어졌다.
나는 마신결의 초식들을 계속 발휘했다. 뒤쪽의 초식이 더 강하다고 놈에게 더 큰 충격을 준다는 보장은 없었다. 놈이 유난히 벼락에 약할 수도 있었으니까.
아쉽지만 놈은 뇌검전격에도 끄떡없었다. 간지럽다는 듯 몸을 움찔거렸을 뿐이었다.
제삼초식 일벌검옥이 발출되었다.
죽음의 뇌옥이 그에게 씌워졌다. 사방에서 검기가 그를 그었다.
쉬이익! 서걱! 쉬익! 서걱! 쉬이이이익! 서걱!
심혈을 기울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를 죽이지 못했다. 잘려나간 상처는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진검무성이 소리 없이 그를 베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이전보다 향상된 마신결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놈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공격하는 내내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암흑신 역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상대의 몸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 담담한 시선을 보고 있자니, 겁을 먹거나 질려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굳건하게 마음을 다스렸다.
상대가 신이든 뭐든, 적어도 이 상황은 ‘싸움’이었다. 싸움에서만큼은 나도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사람이다.
이제 마신결 중 가장 강력한 초식들이 시작되었다.
쇄애애애애애애액!
광속비검이 날아들었다.
내가 날린다면 나조차 피할 수 없는 이기어검이었다.
푸아아아악!
빛처럼 날아간 수라명왕검이 암흑신의 가슴을 꿰뚫었다. 지금까지의 상처들과는 달리 확실하게 관통한 것이다.
해냈다는 기쁨도 잠시, 뻥 뚫린 구멍이 순식간에 메워졌다.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고 곧바로 육초식 마검혈우를 발출했다.
오직 그의 주위만 어두워졌다.
쏴아아아아아아아!
그에게만 집중적으로 검기의 비가 내렸다.
푹! 푹! 푹! 푹! 푹! 푹!
과연 이것도 네가 회복할 수 있을까?
보통 비가 아니었다. 한바탕 쏟아지는 폭우처럼 내리는 비였다.
하지만 그 폭우로도 놈의 몸을 산산조각 내지 못했다. 놀랍게도 놈의 회복속도가 이 엄청난 검기의 비보다 빨랐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놈의 육체를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을. 따라서 몸을 공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마신지검뿐이었다.
심검.
놈이 나를 보며 웃었다.
“아직도 본인이 쓰레기보다 낫다고 생각하나?”
이 한마디 조롱을 위해 내 공격을 다 받아준 것이다.
“이 치졸함이 너인가? 너의 마음인가?”
“마음? 내게 마음이란 것이 있다고 생각했나? 그래서 너의 그 보잘것없는 심검으로 나를 벨 수 있다고 여겼나?”
놈은 나의 마지막 초식인 마신지검이 심검이란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래, 나는 믿고 있다. 내 심검으로 너를 벨 수 있다고.”
“자, 어디 베어봐라.”
그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하지만 나는 칠초식을 발출하지 못했다. 마신지검을 아껴두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놈의 몸을 베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놈의 마음을 베어야 한다.
하지만 놈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벨 대상이 있어야 벨 텐데, 암흑신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거대한 어둠속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이것인가?
인간과 신의 차이가. 결국 인간은 신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인가?
“네가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내가 알려주지.”
말은 느긋했지만 공격은 빨랐다.
쉬이이익.
퍼억!
다시 그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암흑신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꽝! 꽝! 꽝!
연속된 공격이 내 온몸을 강타했다. 주먹질과 발길질이 마구잡이로 날아들었다. 파락호 같은 공격이었는데, 너무 빨라서 피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맞다간 맞아 죽고 말겠다는 절망감이 드는 엄청난 공격이었다.
물론 그냥 얻어터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놈의 주먹이 날아드는 곳으로 호신강기를 집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받는 충격은 몇 배는 더 되었을 것이다.
잠시 공격이 멈췄을 때, 나는 물러나는 대신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갔다.
“견딜 만한데? 이게 다는 아니지?”
나는 암흑신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내 그는 원래의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일부러 암흑신을 도발했다.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꽝!
놈의 주먹이 얼굴을 강타했다. 정말이지 머릿속이 하얘지는 충격을 받았다. 얼굴이 박살 나지 않은 것이 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내가 발휘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사용했다.
마신결뿐만 아니라 추혼수라검술도 날렸고, 선학비술로 놈의 목을 꺾으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았다. 그 어떤 수법도 놈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나는 처음으로 패배를 예감했고 죽음을 떠올렸다.
놈의 말이 옳다. 나는 자만심에 빠져 살았다. 인간 주제에 신을 이기려 하다니.
내공이 모두 소진되었다. 이제 호신강기도 나를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퍽!
호신강기가 사라진 내 몸으로 놈의 주먹이 날아와 박혔다. 온몸이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 아니, 어쩌면 실제로 뼈가 부러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퍽! 퍽!
극심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동시에 치욕감이 들었다. 검에 베여 죽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맞아 죽게 되다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뭔가 더 제대로 된 방법이 있었을 텐데. 그것을 찾지 못하고 놈에게 죽는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났다.
마지막 순간에 패배감에 젖어 이따위 후회나 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났다.
퍽! 퍽!
내부가 진탕하며 울컥 핏물이 솟구쳐 올랐다. 입에서 피를 토해낸 것이 얼마 만의 일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삐뚤어진 분노 때문이었을까? 불쑥 이런 마음이 들었다.
왜 내가 강호를 지키다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야 하지?
그러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하나의 모습.
내가 죽었을 때 사람들이 객잔에서 떠들어대던 모습이 떠올랐다.
내 죽음을 슬퍼해주기보다는 내가 너무 오래 해먹었다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졌다.
내가 왜 그런 인간들을 지켜주기 위해 싸워온 것이지?
내 본능은 온갖 나쁜 생각들만 계속 내뱉었다.
내 무공과 돈이라면 정말 멋지게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온갖 악한 짓을 하면서 살아도 신났을 텐데.
왜 지금 상황에서 부모님이나 송화린, 광두, 천마가 생각나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지금 떠오르는 생각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암흑신이 부활하든, 혈신이 부활하든, 저희들끼리 싸우든 말든 그냥 나 하나만 잘 먹고 잘 살았으면 그만인데.
“쓰레기 같은 놈아! 내게 너그러움은 없다. 이제 뒈져라!”
잔인하고 난폭한 주먹질이 계속 날아들었다.
꽝! 꽝!
내 몸이 박살 났다. 뼈가 부러졌고 장기가 뒤틀렸다.
이렇게 죽는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나쁜 생각이 났다.
송화린이 다른 놈과 사랑에 빠지는 환상이었다. 맹렬한 질투심이 솟구쳤다.
마지막 순간에 이런 생각만 하는 내가 한심했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서서히 눈이 감겼다.
그 마지막 순간, 내 앞으로 뭔가 희뿌연 것이 보였다.
온갖 나쁜 생각들이 모여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 형상은 괴물 같기도 했고, 암흑대상의 모습 같기도 했다.
바로 그때였다.
서걱.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움직이면서 그것을 베었다. 단 한 줌의 내공도 필요 없었다. 그저 내 마음이 검이 되어 그것을 벤 것이다.
그때 나는 보았다.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검을. 곧고 똑바른 하나의 검을. 그 검은 곧 내 마음이었다. 내가 뱉어낸 모든 나쁜 것들을 이겨내고 살아가고자 하는 올곧은 내 마음이었다.
서서히 주위가 밝아졌다.
눈앞에서 진짜 암흑신이 피를 흘리고 서 있었다. 그의 가슴에 기다란 검상이 있었고, 그것은 결코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그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힘겹게 물었다.
“……어떻게 나를 벤 것이지?”
놀랍게도 진짜 암흑신을 벤 것이다.
나 역시 힘겹게 말했다.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어둠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쿵.
암흑신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의 몸에 깃들어 있던 검은 기운들이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허공으로 떠오른 그것들이 빛을 받자 타버리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익.
마치 아지랑이가 허공에서 사라지듯, 모든 어둠이 빛 속에서 사라졌다.
인간인 내가 신을 벤 것이다.
내 마음에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너그러운 어둠이 없듯, 악에 너그러운 밝음도 없다.
하지만 그 말을 뱉어내지 못했다. 나 역시 죽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생기가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 역시 죽게 될 것이다.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나는 혼신을 다해 마지막 말을 필사적으로 내뱉었다.
“……마신의 시험에 응하겠습니다.”
몸에서 빠져나가려던 영혼이 다시 되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다음 순간.
슈우우우우욱.
내가 어디론가 이동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내 몸인지 혹은 내 정신인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