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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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4)
새벽 달빛이 남아 있는 이른 시간, 나는 호숫가를 달리고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한 체력단련은 이제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몸이 달라보였고, 실제로는 더 달라졌다.
체력단련에 실패하는 이유는 고비를 넘지 못해서다.
고비는 여러 번 찾아온다.
무공수련과 관련해서 나는 전생을 통 털어 여러 번 고비를 맞았다.
너무 힘들어서 다 때려치우고 싶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힘든 고비를 어떻게 넘겼을까 싶을만큼 힘든 순간이었다.
힘들어서 찾아오는 고비도 있지만 다른 고비도 있었다.
무기력하고 나른해져서 아무 것도 하기 싫어졌던 것이다. 이유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냥 만사가 귀찮고 싫었다. 오히려 몸이 힘든 것보다 극복하기 어려운 심마(心魔)다.
이런저런 고비를 넘겨 본 경험이 있기에 요즘의 이 훈련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수련하는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벽리단에게도 고비는 찾아오겠지만 잘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달리기를 멈추고 호수를 바라보았다. 희뿌연 새벽안개가 신비함을 더하고 있었다.
내력을 넣은 발길질로 호숫가 옆 바닥에 쓰러진 작은 통나무를 걷어찼다.
풍덩.
통나무가 날아가서 호수에 떨어졌다.
뒤이어 통나무를 향해 몸을 날렸다.
통나무를 가볍게 밟은 후 허공으로 박차고 날아올랐다. 허공에서 아래로 검이 휘둘러졌다.
촤라라라라라락.
촤아아아악.
물이 갈라졌다. 물은 빠르게 원래대로 합쳐졌지만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 보았다면 기울어진 열 십 자 모양으로 물이 갈라졌음을 보았을 것이다. 제 일초식 찰나인이었다.
피이이이이이익.
휘리리리리릭.
이번에는 물이 소용돌이치며 회오리를 일으켰다.
이초식 진명인이 발출된 것이다.
일, 이 초식을 연달아 발출했음에도 나는 여전히 허공에 떠 있었다.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세 번째 삼초식 무극인이 발출되었다.
쉬이이이이이이익!
푸아아아아아아앙!
마치 진천뢰(震天雷)가 폭발하듯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삼초식 무극인은 일정 공간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초식이었다.
타앗!
나는 통나무를 박차고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십 년 내공을 모두 사용할 때까지 세 초식을 연속해서 출수했다.
이렇게 반복해서 수련하는 목적은 단 하나, 익숙해지기 위해서다. 사람이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초식이 나와야 한다. 사람은 평소에 숨을 쉬는 것에 그 어떤 위화감도 가지지 않는다.
초식도 그래야 한다.
의식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
그래서 진짜 고수들의 초식은 의식보다 빠르다.
한바탕 내공을 모두 쏟아낸 후 통나무 위에 올라섰다.
중심을 잃으면 차가운 물에 빠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완벽하게 균형을 잡고 있었다. 거기에 선 채로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어떤 자세,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운기조식을 할 수 있다.
진기를 일주천하자 내공의 삼분지 일이 회복되었다. 이주천하자 반이 회복되었고, 삼 주천하자 삼분지 이가, 사 주천을 마쳤을 때 이십 년 내공은 완벽하게 회복되었다.
내공을 회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일은 내공의 전체 양을 늘리는 것.
그것을 위해 지금도 꾸준히 수련을 계속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보다 아홉 배나 빠르게 늘여가고 있었기에 내공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더불어 하루에 많은 시간을 들여서 체력훈련을 하고 있었다. 내공이 모이는 것만큼이나 빠르게 육체도 단단해지고 있었다.
더 강해져야 한다.
수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몸을 씻고 방으로 돌아왔을 때, 광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송장주님이랑 송소저 왔었다면서요?”
“그랬지.”
“송소저랑 따로 술 한 잔 하셨나요?”
“아니. 바로 헤어졌다.”
광두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술이라도 한 잔 하시지. 밀린 이야기도 좀 하고. 이번에 점수도 많이 땄는데.”
“그녀를 위해 딴 점수 아니다.”
“그게 그거죠. 아, 이거 도련님을 위한 특별교육이 필요한 시점이군요. 제가 여자를 다루는 법을 알려드립죠!”
“교육 전에 확인부터. 너 여자랑 손 잡아봤어?”
갑작스러운 내 질문에 광두가 움찔했다.
“저, 저를 너무 무시하는 발언 아닙니까?”
“입맞춤은? 열 살 이전 꺼 빼고.”
광두가 다시 움찔했다.
“당연히 해봤죠. 제가 얼마나 잘 하는데요…… 어휴, 이걸 말씀드려야 하나? 제가 마음만 먹으면, 어휴 여자들이 그냥…….”
이 자식, 숫총각이군!
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자 광두는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단호히 가로저었다.
내가 웃으며 창문을 활짝 열었다.
오가는 시비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졌고 화원에는 봄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기승을 부리던 추위는 이제 한 풀 꺾인 후였다.
“이제 봄이 오려나 보다.”
“……아닌데. 정말 아닌데.”
“하하하.”
길었던 겨울이 가고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벽씨검문은 더욱 활기차졌다.
빚 문제가 해결되면서 숨통이 트인 것이다.
양소방의 새 방주 정여는 빚을 받을 수 없다고 아버지를 설득했고, 결국 아버지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전대 방주가 벽씨검문을 몰살시키려 한 죗값을 받겠다는 설득을 받아들인 것이다.
벽씨검문의 유일한 약점은 나였고, 이제 그 약점이 없어졌다.
벽리단이 정신을 차렸고, 빚도 해결되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모든 것이 잘 풀려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일들과 여러 군데의 후원들이 들어오면서 형편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추가로 검대 무인을 소집했다.
지난번에 내가 준 돈으로 이십 여명의 검대원들을 새로 받았는데, 이번에 다시 삼십 명을 추가로 더 받은 것이다.
이번에 삼십 명을 모집하는데 이백 명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아버지와 서중에 대한 무인들의 존경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검대를 모집하던 날, 아버지와 서중이 밤새 술을 마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랜만의 일이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감격스러웠다는 뜻이리라.
어머니는 여전히 자식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내가 개과천선했다는 소문은 모두 어머니 덕분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칭찬했으니까. 나를 위해 기꺼이 팔불출을 자처하신 것이다.
나는 기뻤다.
내 환생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고 희망이 되는 것이 좋았다.
광두는 무공수련에 열중했다.
늦게 배운 무공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거의 모든 시간을 무공수련에 투자했다.
“오늘은 나와 비무를 해보자.”
비무란 말에 광두가 깜짝 놀랐다.
“갑자기 왜 이러세요? 요즘 속상한 일 있으십니까?”
“후후후.”
“그렇게 웃지 마시라고요!”
“자, 칼을 뽑아라.”
내 말에 광두가 깜짝 놀랐다.
“진짜 칼로 하자고요?”
“그럼 목도를 가져와서 하려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신중한 눈빛으로 녀석을 응시하며 내가 말했다.
“저 담장 밖에서는 절대 그 칼을 뽑지 않겠다면, 그래도 되겠지.”
광두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 진짜 무인이 되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임을.
사실 요즘 같은 평화기에는 실전을 경험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일반 문파나 무관에서도, 오래 수련을 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진검비무가 금지되어 있었다. 실수도 문제지만 자칫 흥분해서 상대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전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시되는 요즘이다.
도를 뽑아든 광두의 손이 덜덜 떨렸다.
“무서워요, 도련님.”
“당연히 무서워야지. 칼을 뽑아서 사람에게 겨눴는데, 당연히 두려운 거다.”
“네!”
“하지만 두렵기 때문에 떨어선 안 되는 거다.”
광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무공에 관한 내 심득이 담겨 있었다.
광두를 가르치면서 정작 더 많이 느끼고 배우는 것은 나였다.
말을 전해주면서 다시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방금 전 그 말만 해도 그렇다.
난 검을 들면 편안한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제 한 번쯤 그 옛날 처음 검을 뽑아서 사람에게 겨눴을 때의 떨림을 생각해 볼 때가 되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의 복기(復棋)는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가기 위한 노력이다.
“도련님이 다칠까봐 겁이 납니다.”
“걱정 말고 나를 적이라 생각하고 덤벼라.”
“네!”
광두가 제일초식을 발출했다. 내가 다칠까봐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제대로! 눈을 똑바로 뜨고!”
광두가 다시 힘을 내서 도를 휘둘렀다.
나는 일부러 적당한 힘으로 초식을 받아치면서 격돌했다.
실전의 느낌을 최대한 알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창! 창창창!
검과 도가 몇 차례 부딪치자 광두의 움직임이 대번에 무너졌다. 눈을 감았다.
“눈 떠! 감으면 죽는 거다! 자세를 신경 써!”
“네!”
광두가 이를 악물고 다시 초식을 발출했다.
다시 검과 도가 부딪치면서 경쾌한 소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여섯 초식이 지나갔다.
난 마지막 초식을 튕겨내면서 그대로 검을 광두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헉!”
시퍼렇게 날이 선 내 검이 광두의 코 앞에 멈췄다.
“진짜 싸운다는 것이 바로 이런 느낌이다.”
“……네, 도련님.”
광두의 목소리가 떨렸다. 분명 이 첫 번째 실전이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이다.
검을 회수하자 광두가 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광두야.”
“네.”
“겁이 나면 그만 배워도 좋다. 무리할 필요는 없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광두가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도련님, 저는 끝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무공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아까 너무 무서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뻤습니다. 내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진지한 광두였다.
그래, 쉽게 포기하는 것이 습관이라면 포기하지 않는 것도 재능이겠지.
“그럼 끝까지 가야지.”
“네. 그럴 겁니다. 도련님, 저 버리시면 안 돼요!”
“하는 것 보고.”
“또 이러신다.”
바로 그때였다.
툭, 투두둑.
“어?”
하늘에서 빗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더니 이내 비가 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비에요! 봄비입니다!”
광두가 감격스러운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진짜 봄이 오려나 보내요.”
나란히 비를 맞으며 나는 왠지 모를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첫눈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 봄비에 마음이 설렌다.
봄이 기다려진다. 내 앞날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궁금했다.
“그래, 이제 봄이로구나.”
며칠 후, 봄바람을 타고 하나의 소식을 날아들었다.
“새 맹주가 발표되었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드디어 날아든 것이다.
“누구냐?”
“천도문주가 새 맹주가 되었답니다.”
“뭐?”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정말이지 내 전생을 통 털어서도 이렇게 놀란 적은 몇 번 없었을 것이다.
“헛소리!”
내가 버럭 화를 내자 광두가 흠칫 놀랐다.
“왜요?”
왜라니? 마봉기이기 때문이다. 맹세코 새 맹주의 자리에 마봉기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마봉기는 일전에 마영충으로 위장했던 바로 그 천도문의 문주다. 여자관계가 복잡하다 못해 난잡하기까지 한 마봉기다.
단지 여자 문제만 복잡했다면 또 모를까, 그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인물이었다.
돈 욕심도 많고, 권력 욕심도 많은 자였다. 성격은 음흉했으며 잔혹했다.
그런 자가 무림맹주가 되었다고? 내 뒤를 잇는다고?
“잘못 들은 것 아니냐?”
“아닙니다. 지금 온 저잣거리가 그 이야기로 난리입니다.”
갈사량이 마봉기를 뽑았을 리가 없다. 마봉기가 뽑히는 것을 막지 못했을 리도 없다.
내가 저 멀리 있을 무림맹쪽을 바라보았다.
“이건 뭔가 잘못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