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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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를 주유하다(2)
천마에게 전음을 보냈다.
-어떻게 해? 마시자고 해?
-당연히.
자신 있는 천마의 대답에 내가 재빨리 그녀에게 말했다.
“좋소, 함께 마십시다.”
“저희가 이쪽으로 옮길게요.”
“아니오. 우리가 가겠소.”
우리가 그녀들의 자리에 합석했다.
천마와 여행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흥미진진했다.
사실 여인들의 의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들의 의도가 술을 얻어먹으려고 한 거면 어떻고, 재미있게 놀려고 한 것이면 또 어떠랴?
그녀들은 정말 젊었는데 이제 스물두셋쯤 된 듯 보였다. 한 여인은 늘씬하면서 호리호리한 몸매를 지녔고, 다른 여인은 키는 작지만 육감적인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얼굴은 키 큰 쪽은 서글서글한 미녀였고, 작은 쪽은 오목조목한 미녀였다.
-어느 쪽이 마음에 들어?
-왜 물어?
-나야 화린이 있으니까, 우선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이지.
-음.
천마와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고 신선했다.
-그럼 내가 먼저 고른다.
-작은 쪽.
-뭐가 작은 쪽?
-이 미친 자식이!
-하하, 알았어. 키 큰 쪽을 내가 할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우리끼리 짝도 미리 지었다.
“두 분 너무 멋지신 것 같아서요.”
“정말 잘생기셨어요.”
여인들이 대놓고 우리의 외모를 칭찬하자 오히려 우리들이 더 부끄러워했다.
요즘 여자들이란! 아니지. 요즘 젊은이들이란! 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남자들도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을 테니까.
어쨌든 그녀들은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여협들께서도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여협요?”
내 말에 여인들이 까르르 웃었다.
내가 재빨리 천마에게 전음을 보냈다.
-여협이라고 하는 것 아냐? 요즘 뭐라고 해?
-나도 모르지.
천마는 살짝 상기된 채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정말이지 이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뭐하시는 분들이세요?”
천마에게 대답할 기회를 줬는데, 천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내가 대답했다.
“무공을 수련하는 사람들로 강호를 여행 중이오.”
“오, 그러시군요.”
“재미있으시겠네요.”
내가 다시 천마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 순간이 바로 우리가 겪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적기가 아닌가?
하지만 천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도 강호의 미녀들, 노래를 불러서 이런 자리를 능숙하게 이끌어 갈 줄 알았는데, 술만 마실 뿐 과묵한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두 분은 친구 사이?”
“그렇소. 두 분은?”
“우리는 동기간이에요. 무림맹 지부에서 일하고 있지요. 어?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셨어요. 혹시 무림맹에서 일하는 여자 싫어하세요?”
“아니오, 그럴 리가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난감했다. 이 여인들은 꿈에도 알지 못할 것이다. 지금 그녀들은 현 맹주와 전대맹주를, 혹은 현 맹주와 혈천신교 마지막 천마와 합석해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을.
“무림맹 일은 어떻소?”
“그저 그렇죠. 우리 일 이야기 말고 다른 얘기해요.”
“그럽시다.”
하긴 이들도 하루 종일 맹에서 일하고 나와서 술 마시면서까지 무림맹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겠지.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어떤 이야기를 재미있어 할까?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았다.
차라리 무림맹 이야기를 했다면 밤새도록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예전에 했던 싸움 이야기라면 열흘 내내 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야기를?
천마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는 조개처럼 입을 다문 채 술만 마셨다.
나는 천마가 분위기를 주도할 줄 알았다. 한데 이렇게 날 배신하다니?
-중원을 돌며 미녀들 만나러 다니자면서!
-만났잖아?
-그럼 말을 좀 해. 아까부터 나만 얘기하고 있잖아?
-부끄럽게 무슨 말을 해?
-맙소사!
나 혼자 고군분투하는 것으로는 그녀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역부족이었다.
그녀들은 점점 지루해하더니, 이내 없던 약속이 생겼다.
우리의 첫 미녀와의 합석은 그냥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고 말았다. 심지어 나는 오늘 겉모습보다 성숙하다는 말을 두 번이나 들었다.
그녀들이 떠난 빈자리를 쳐다보며 내가 탄식하며 말했다.
“맙소사! 이게 뭐야?”
돈이 많으면 뭐 하고, 무공이 강하면 뭐하며, 잘생기면 뭐하냐고!
천마는 모른 척 술만 마셨다.
내가 천마를 몰아세웠다.
“벙어리냐? 너만 과묵해? 난 부끄러움도 없어? 강호의 미녀들 다 만나고 다니면서 놀자면서? 이게 다 너 때문이다!”
“꽃뱀들처럼 보였어.”
“그런 뱀들이라면 얼마든지 물려줄 수 있었어. 우린 만독불침이라고!”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는 마녀들처럼 보이기도 했고.”
“이 자식아! 얼마든지 빨려줄 수 있잖아? 천마님께서 마녀들 생각 안 해주면 누가 해주나?”
결국 천마가 택한 마지막 변명은 이것이었다.
“내 취향이 아니었어.”
아! 그녀들은 세상 모든 남자들의 취향이었다고!
* * *
이십 일 후, 호남성 대륙전장 원릉(沅陵)지부.
“이 새끼들아! 한 발짝만 들어와도 다 뒈진다!”
폐쇄된 전장의 창밖으로 복면사내가 고개를 내밀며 버럭 소리 질렀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볼 때, 상당한 내공이 느껴졌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중혁(仲奕)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무림맹 호남성 원릉지부 적룡단 소속 무인으로 올해 일 년 차의 신입 무인이었다.
“놈들의 숫자는?”
“최소 이십 명 이상입니다. 검기를 날릴 수 있는 고수가 적어도 셋 이상이고, 진천뢰까지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젠장!”
질문을 한 사내는 적룡단의 책임자인 임배(林培)였고 우리와 삼십여 보 떨어진 은폐물에서 대답을 한 사람은 역시 적룡단 선배인 소구량(昭求良)이었다.
대륙전장 원릉지부가 괴한들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
적룡단을 비롯한 무림맹 무인들이 제 시간에 출동했지만, 이미 전장의 손님을 비롯해서 회계원들까지 수십 명이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이었다.
무림맹의 원릉지부 소속 무인들이 총출동했다. 사십여 명의 무인들이 주위를 포위했는데, 그중 전투조라 할 수 있는 원릉지부의 적룡단 소속 무인은 총 일곱이었다.
보통 지부의 무인들은 둘로 나눠지는데 일반 업무를 보는 무인들과, 지금처럼 위험한 일들을 전담하는 전투조인 적룡단 무인들이 있었다.
“반각 내로 진입한다, 모두 준비하도록.”
임배의 속삭임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선배들에 비해 중혁은 내심 긴장했다. 그의 첫 실전임무였다. 겉으론 태연했지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호위갑들 착용했지?”
“네.”
호위갑이라고 해봤자, 질긴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예리한 검이나 검기에는 그대로 잘려나가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입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모두들 착용했다.
문제는 숫자였다. 이쪽은 일곱, 저쪽은 스물 이상. 게다가 앞서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자의 실력으로 볼 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인질들까지 있었다.
“놈들은 인질을 살려두지 않을 거다.”
경험이 많은 임배는 전장을 터는 놈들의 심리를 잘 알았다. 빠져나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한 후, 살인멸구하는 것이 놈들의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그 전에 우리가 들어간다.”
일곱 명의 무인들이 전장 뒤쪽으로 접근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진입하는 통로는 비상시에 사용하려고 만들어둔 곳으로, 전장 측에서만 알고 있는 비밀통로였다.
“신입, 너는 뒤에서 우릴 놓치지 말고 따라온다.”
“네!”
그렇게 전장에 침입했다. 중혁은 건물침입을 수십 번도 더 훈련했지만, 막상 실전에 투입되자 너무 떨렸다.
그렇게 조용히 소리 없이 좁은 복도를 막 통과해 지나가던 그때였다.
갑자기 앞의 선배들이 걸음을 멈췄다.
중혁은 볼 수 있었다. 가장 전방에 있던 소구량의 목에 검이 겨눠져 있었다.
“모두 검을 내려놔. 그렇지 않으면 이놈은 죽는다.”
다음 순간 뒤쪽에서도 인기척이 들렸다. 후방의 무인에게도 검이 겨눠진 것이다.
게다가 앞뒤로 등장한 또 다른 복면인들의 손에 진천뢰가 들려 있었다. 그것을 던지면 좁은 복도에 있던 그들은 그대로 폭사당하고 말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검을 버려라.”
임배의 명령에 적룡단 무인들이 검을 버렸다. 중혁은 심장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이제 죽는 것인가?’
반면 선배들은 자신보다 침착했다.
복면인들이 달려들어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단전을 제압했다. 이미 놈들은 자신들이 이곳으로 침입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임배의 물음에 돌아오는 것은 거친 주먹질뿐이었다.
퍽!
“알 것 없다.”
그들이 사람들이 붙잡혀 있는 대청으로 끌려나왔다. 이미 그곳에는 오십여 명의 인질들이 붙잡혀 있었다. 인질이 많으면 많을수록 놈들의 생존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신들까지 살려두는 것이다.
수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금고 쪽을 향해 물었다.
“아직 멀었나?”
그러자 그곳에서 한창 작업 중인 사내가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거의 다 되었습니다.”
“서둘러라.”
“네.”
이십 년 이상을 적룡단에 몸담아온 임배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이 위기의 순간에도 당황하거나 겁을 먹지 않았다.
“너희들이 전장을 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미 밖은 철통처럼 포위되어 있다. 우리를 인질로 잡는다고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러자 수장 사내의 눈이 가늘어졌다. 노골적인 비웃음이 느껴졌다.
“네가 말하는 철통같은 포위망이 밖에 있는 서른세 명의 오합지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우리 걱정은 안 해줘도 된다.”
임배를 비롯한 모든 적룡단 무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적은 정확히 무림맹 무인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 무림맹과 이곳 전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들이었다.
임배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퍼뜩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렇군. 너희는 전장에 소속된 자들이군.”
둘러보니 제압당한 전장소속의 무인들이 없었던 것이다.
전장을 지키던 무인들이 작당하고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들이었기에 적룡단 무인들이 비밀통로로 들어올 것을 알고 대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돈을 지켜야 할 자들이 돈을 훔치다니, 명예를 모르는 자들이군.”
“명예?”
수장 사내가 씩 비웃는가 싶더니, 허공을 붕 날아와 사정없이 임배를 걷어찼다.
퍽!
임배의 몸이 붕 날아서 나가떨어졌다.
수장 사내가 차갑게 말했다.
“어디서 설교질이야? 이 새끼야, 너는 좋겠다. 명예를 지키다 뒈져서.”
그가 검을 뽑아들고 임배를 향해 다가갔다.
“안 돼!”
중혁이 달려가서 임배의 앞을 막았다. 신입 주제에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선배를 죽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퍽!
수장 사내가 이번에는 중혁을 걷어찼다. 붕 나가 떨어졌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서 임배의 앞을 다시 막았다.
그때였다.
“금고가 열렸습니다.”
수장 사내가 그쪽을 향해 달려갔다.
중혁이 임배를 보며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다. 너는 괜찮으냐?”
“네.”
“고맙다.”
“아닙니다.”
“나는 괜찮으니 인질들을 보살피도록.”
“네!”
중혁이 인질들 쪽으로 달려갔다. 사실 그는 정신이 없었다. 누굴 돌볼 상황이 아니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자신이 인질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질들은 다들 공포에 떨고 있었다.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러자 주위를 지키고 있던 복면인들이 비웃었다.
“그럼 너는 누가 지켜 주냐?”
중혁은 아랑곳 않고 인질들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때 인질들 중 두 사람이 눈에 띄었다.
한 사람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졸다니? 정말이지 대단한 강심장이거나 너무 겁이 나서 정신줄을 놓쳐버린 사람일 것이다.
그 옆의 젊은 사내 역시 잠만 자지 않을 뿐, 너무나 태연하고 평온하게 주위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중혁이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싱긋 웃더니 나직이 물었다.
“적룡단 소속인가?”
“네, 그렇습니다.”
사내 역시 자신처럼 아주 젊었는데 묘한 권위가 느껴졌다.
“아까 보니 정말 용감하더군.”
“아닙니다. 한데 우리가 적룡단인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야 내가 만들었으니까.”
“네?”
중혁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들 일곱 명이서 원릉을 맡고 있는 건가?”
“네.”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군.”
중혁은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대화라니? 게다가 자신은 왜 이렇게 착실하게 대답하고 있는 것인가?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이 알 수 없는 위엄과 권위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이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
“각 지부의 숫자를 늘려주겠네.”
“한데 누구십니까?”
“마침 이곳에 돈 찾으러 왔던 고객이지. 그리고……”
사내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자네에게 달마다 월봉을 주는 사람이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