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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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를 주유하다(3)
놈들이 금고에서 돈을 꺼내왔다.
또 다른 놈들이 진천뢰를 준비했다. 중혁은 알 수 있었다. 이놈들이 인질을 저것으로 죽이려 한다는 것을.
복면인이 와서 인질들에게 말했다.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내놓아라.”
인질들의 물건들까지 모두 다 가져가려는 것이다.
“하나라도 숨기면 그 자리에서 뒈진다.”
놈들이 인질들의 품을 뒤졌다. 돈과 금붙이 같은 것들을 훔쳤다.
인질로 있던 노인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놈들아, 천벌 받는다.”
수장 사내가 비웃었다.
“천벌? 어디에서 받지? 저 위에서 받나?”
수장 사내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자, 여기 더러운 죄인이 있으니 천벌을 내려주시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장 사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늙은이, 왜 나이 처먹고 그딴 순진한 소린가? 천벌 같은 것이 있으면 세상이 이 모양이겠나?”
주위의 복면인들이 모두 웃었다.
복면인들이 다시 소지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중혁과 함께 있던 사내의 품에서 몇 가지 물건을 가져갔다.
“뭐가 이리 무거워?”
복면인이 사내에게서 뺏은 철패를 무심코 읽었다. 승천하는 용이 좌우로 새겨진 그것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무림맹주 벽리단?”
순간 그곳에 정적이 찾아왔다.
이내 복면인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파란 새끼가! 간도 크게 무림맹주를 사칭하고 다니네.”
당연히 위조품이라 생각했다.
그때 옆에 있던 또 다른 복면인이 말했다.
“지금 맹주도 새파랗게 젊잖아?”
“뭐?”
철패를 든 복면인이 움찔하자 수장 사내가 그를 불렀다.
“그것 이리 가져와라.”
“네.”
복면 사내가 신분패를 가져갔다.
그것을 가만히 살피던 수장사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당연히 가짜이겠거니 하고 가져오라 했는데, 가짜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교했던 것이다.
수장 사내의 시선이 사내를 향했다.
여유로운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저놈에게 빼앗은 무기 가져와.”
수하가 달려가서 검을 가져왔다. 수장 사내가 검을 뽑았다.
수라명왕검의 무시무시한 예기에 수장 사내가 두 눈을 부릅떴다
“헉.”
이렇게 대단한 명검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비로소 사내가 입을 열었다.
“천벌이 없다고 했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수장 사내가 발작하듯 소리쳤다.
“저 새끼 죽여!”
수하들이 움직이려던 바로 그 순간.
번쩍! 꽈르르릉!
벼락이 수장 사내의 정수리에 내리쳤다. 실내에서 벼락이 내리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기에 모두들 기겁을 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벼락을 맞은 수장사내는 머리통이 쪼개진 채 시커멓게 타 죽었다.
또 다른 사내가 움찔 움직였다.
번쩍! 콰지지지직!
그 사내 역시 시커멓게 타버렸다.
“으아아악!”
다른 복면을 쓴 자들이 검을 내던지며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십시오!”
사내가 허공을 향해 손을 한 번 내저었다.
그러자 일곱 명의 적룡단 무인들의 제압된 마혈이 거짓말처럼 풀렸다.
사내가 중혁을 보며 말했다.
“이제 자네들 일을 하게.”
* * *
무림맹 본단 정의각에 새로운 보고가 올라왔다.
“전장을 털었던 자들은 인질을 죽이려 했던 정황이 밝혀져서 모두에게 참형이 내려졌습니다.”
수하군사의 보고에 갈사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재수 없는 놈들입니다. 어찌 맹주님이 계신 곳을 털 생각을 하다니.”
“어디 재수 없는 자들이 그놈들뿐이겠나?”
갈사량은 곳곳에서 날아드는 보고들을 받고 있었다.
학관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폭행을 일삼는 자들 역시 엄벌에 처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번 역시 각 무림맹 지역 지부에 나가있는 적룡단 인원을 두 배로 늘렸고 더 좋은 장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물론 덕분에 재당주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쓸데없이 나가는 돈을 아껴야 했고, 부정부패는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그때 백표가 들어왔다.
“왔나?”
“네. 맹주님은 호남성에 계시다면서요?”
“그러시네.”
“여행은 못 즐기시고, 매번 일만 하시는 것 같습니다.”
“맹주님 성격상 그냥 못 지나치시는 거지.”
“어련하시겠습니까?”
두 사람이 나란히 창가에 섰다.
“이 강호는 복이 많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여행을 하시는 지금 이 시간은 맹주님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이 강호를 위한 시간이기도 하잖나? 단순한 시찰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서 강호인들의 삶을 지켜보시면서 많은 것을 개선하고 계시네.”
백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들도, 이 강호도 맹주님께 빚이 많습니다.”
갈사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적어도 우리만은 맹주님의 행복을 위해서 움직여야겠지.”
“네.”
두 사람이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어디선가 벽리단이 이 강호를 바꿔나가고 있을 것이다.
* * *
“바꾸라고!”
내가 두 번이나 이야기를 했지만 천마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싫어!”
“정말 이럴 거야?”
“그래. 절대 안 돼!”
나와 천마의 기운이 팽팽하게 맞섰다.
아무리 친해도 긴 여행을 하다보면 마찰이 생기고 다투게 된다는 말이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러 이유로 싸웠다. 예를 들면 악인의 처분문제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죽이느냐, 살리느냐.
이건 그럴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가치관이 서로 다르니까.
그리고 이런 경우다.
“생선은 구워야 맛있다고! 어서 주문 바꾸라고!”
“그건 네가 뭘 몰라서 그래. 생선은 탕으로 먹는 것이 맛있지.”
“아, 정말 음식 먹을 줄 모르시네. 하긴 마교에서 먹어봤자 뭘 먹어봤겠어? 피가 철철 흐르는 생고기나 먹었겠지.”
“무림맹에서 먹어봤자 뭘 먹었겠나? 먹물이 시커멓게 흐르는 싱거운 나물이었겠지.”
“흥!”
내가 점소이를 불러서 생선 구이를 추가로 시켰다.
“잘 구워진 고기를 한입 먹으면 내게 넙죽 절을 하게 될 거다.”
“국물을 한 모금 마셔보시지. 내가 절할 때 이미 넌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을 거야.”
그때 옆자리에서 사람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맹주님이 강호를 돌며 불의를 뿌리 뽑고 계시다는 소문 들었나?”
“당연히 들었지. 그 통쾌한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맹주께서 민생을 해치는 모든 범죄에 대해 벌을 대폭 강화하셨지. 덕분에 벌써부터 악인들의 숫자가 부쩍 줄어들고 있다지 않나?”
“드디어 이 강호가 살만한 강호가 되려나 보네.”
“술맛 좋다.”
“여기 생선조림 하나 더 주시오.”
“이 집은 조림이 최고지.”
천마와 나는 말없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 집은 조림이 최고라네.”
“그런가보네.”
우린 마주 보며 껄껄 웃었다.
* * *
두 달 후.
한 대의 마차가 관도를 달리고 있었다.
마차에 탄 사람은 두 사람이었다.
“자네니까 특별히 총회주님을 뵙게 해주는 것이라네.”
몇 번이나 반복해서 생색을 내는 사람은 근래 가장 잘 나가는 흑회인 야림(夜林)의 사천지회주 염종열(廉宗熱)이었다.
“감사합니다. 저를 아껴주시는 마음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마주 앉은 젊은 사내가 꾸벅 인사를 했다. 그는 바로 벽리단이었다.
“내 목숨을 구해준 자네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대신 총회에 참석해서는 몸가짐에 각별히 조심해야 하네. 오늘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 많이 온다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냥 회주님 뒤에 조용히 있겠습니다.”
“그러시게. 오늘은 내 호위로 참석하는 것이니까. 그냥 분위기 파악이나 하시게.”
“네.”
원래 총회에 참석할 때, 지역회주는 한 명의 수하만 데리고 참가할 수 있었다.
장원의 커다란 마당에 백여 명의 흑회원들이 모였다.
근래 중원에서 급속도로 성장한 야림의 총회가 있는 날이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고수들은 총회주의 수하들이었다. 총회주는 그자신도 고수일뿐더러 정말 대단한 실력의 수하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자, 야림의 앞날을 위해서 건배하세.”
총회주가 잔을 높이 들자, 지역 회주들이 모두 잔을 높이 들었다.
그때였다. 사천지회주 염종열이 기겁을 하며 화들짝 놀랐다. 자신이 데려온 벽리단이 연무장 가운데로 걸어 나간 것이다.
-이봐, 자네, 미쳤나? 어서 들어오게!
다급히 전음을 보냈지만 벽리단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총회주를 보며 나직이 말했다.
“흑회는 없애도, 없애도 또 생겨난다고 하더군. 그래서 잘못 압박하면 은밀히 숨어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그곳에 모인 모두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
“그래서 내가 너희 너희들에게 선을 정해줬지. 절대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나오지 말라고. 싸우더라도 안 보이는 데서 너희들끼리 싸우라고 했지?”
앞서 마차를 타고 올 때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모두들 웅성거렸다. 두려움보다는 저놈 뭐지 하는 감정이 앞섰다.
이곳에 총회주가 있으니, 그를 지키는 진짜 고수들이 수두룩하게 있었다.
특히 총회주의 오른팔인 독안귀(獨眼鬼)는 그 한쪽 눈알로도 강호의 절정고수도 십초 내로 죽인다고 알려진 대단한 고수였다.
“저 미친놈은 대체 누구냐?”
산동회주의 말에 사천지회주 염종열이 재빨리 일어났다.
“제가 데려온 자인데, 주화입마에 빠진 모양입니다.”
그는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봐 안절부절못했다. 어떻게든 벽리단의 책임으로 돌려야 했다.
“이놈아, 어서 이리로 들어오지 못하겠느냐?”
하지만 벽리단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차분히 앞서 하던 말을 계속 이었다.
“그런데 여자애들을 납치해서 기루에 팔아넘겨? 사내애들은 변태 늙은이들에게 팔아넘기고? 어른들은 사술 쓰는 놈들 연공용으로 팔아넘겼더군.”
총회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언급된 일들은 회 내부에서도 아주 비밀리에 진행하던 일들이었다.
독안귀가 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나섰다.
“저 새끼 못나가게 문 걸어 잠가!”
그러자 문 앞에서 누군가 대답했다.
“이미 잠갔으니까 걱정 마라.”
독안귀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수하라면 감히 자신에게 저렇게 무례하게 대답했을 리가 없었다. 과연 문 앞에 낯선 사내가 서 있었다. 그는 바로 천마였다. 천마가 독안귀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말했다.
“아무도 못 나가니까 걱정 마!”
역으로 둘이서 백여 명을 가둔 형국이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총회주가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누구시오?”
점잖은 물음에 벽리단이 버럭 화를 냈다.
“이 새끼, 지금까지 하나도 안 쳐듣고 있었군.”
그러자 문 앞에 있던 천마가 말했다.
“남의 말을 듣는 놈이라면 애초에 사람 장사를 하겠나?”
“하긴.”
총회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무림맹에서 그런 명령이 내려온 것으로 안다.”
“그럼 그 말도 들었지? 안 지키면 다 뒈진다고. 내 소문 못 들었어? 내 소문 듣고는 이런 짓 못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옳다구나, 오히려 이번이 기회다, 다른 흑회가 겁먹고 나자빠져 있을 때 힘을 키우자, 그런 거야?”
총회주는 물론이고 눈치 빠른 몇몇 회주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설마, 그럼 당신?”
모두들 표정이 굳어졌다.
총회주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잠깐 제 말을…….”
“쉿.”
벽리단이 조용히 하라고 했다.
“이름을 야림이라고 지은 것을 보니 밤을 좋아하는가 보네. 어둠은 나도 좋아해. 저 문 앞에 있는 이는 환장하고.”
스스스스스.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지며 밤이 되었다.
모두들 놀라고 한편으로 신기해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제, 제발 제 말씀을 들어……”
벽리단은 간절한 총회주의 애원을 냉정하게 잘랐다.
“이것은 너희가 팔아넘긴 사람들, 바로 그 가족들의 눈물이다.”
쏴아아아아아아아.
검기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모두들 비명도 제대로 내지르지 못한 채 산산조각 나면서 허물어졌다.
야림이 한자리에서 몰살당했다는 소식이 강호에 퍼져나갔다.
무림맹주의 엄명이 내려졌다.
흑회가 일반 사람들을 괴롭히면, 그 흑회는 이유 불문하고 몰살시키겠다고.
중원의 모든 흑회들이 공포에 떨었다.
우리의 여행이 계속될 때마다 강호는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 * *
한 달 후, 우린 배를 타고 황하를 건너고 있었다.
그사이 많은 것을 구경하고 경험했다. 보통 사람들처럼 여행하는 결정은 결과적으로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경공으로 날아다녔다면 우린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여러 곳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런 순간들은 맞이하지 못했으리라.
수평선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배에 탄 사람들이 모두 석양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이봐, 천광이. 당신은 혼인 안 할 거야?”
“안 해.”
“왜?”
“누군가를 책임지고 싶지도 않고, 책임질 수도 없을 것 같아서.”
명쾌한 대답에 할 말이 없었다.
“당신 같은 사람이 혼자 산다는 것은 여러모로 낭비가 아닐까?”
“무슨 낭비?”
“적어도 자식을 열 명은 잘 키워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없다. 나는 성원이 하나면 충분하다.”
“자식이 생긴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굉장하겠지?”
잠시 나를 바라보던 천마가 다시 석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걸 알지도 못하는 녀석이, 남보고는 자식을 열 명이나 낳으라니. 무슨 망발이냐?”
“하하하.”
“그나저나 말 나온 김에 송소저에게 안 돌아가 돼?”
여행을 마쳐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조금만 더 놀자. 조금만.”
“그래.”
때론 요란했고, 때론 신났고, 때론 따분했으며, 때론 기분 좋았던 우리의 여행은…… 물살을 가르는 배처럼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