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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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도 눈물도(4)
송화린이 찾아왔다는 소리에 임예화가 깜짝 놀라 객청으로 달려왔다.
정말 송화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린아! 네가 어쩐 일이냐?”
“잘 지내셨어요?”
“어쩌지? 단이는 집에 없는데.”
“오늘은 어머니 뵈러 왔어요.”
“나를? 나를 왜? 이럴 게 아니라 앉아서 얘기하자.”
두 사람이 탁자에 마주 앉자 곧이어 시비가 차를 내왔다.
임예화가 말없이 송화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굴의 붓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러 왔어요.”
“네가?”
“저희들 문제로 부모님들께서 걱정하시는 것 알고 있어요.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해요.”
임예화는 조금 뜻밖이란 생각이 들었다. 송화린을 좋아하고 며느리로 삼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그녀가 조금은 새침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찾아와서 이런 이야기를 할 것 같지 않은, 어쨌거나 그냥 둘이나 잘 살
아라, 이런 마음이 있었다.
한데 이렇게 찾아와서 저런 말을 하니 의외였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더냐?”
송화린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이가 그러더라고요. 두들겨 맞고 정신을 차렸다고. 저도 맞고 나니까 조금 철이 든 것 같아요.”
“하하하.”
임예화가 기분 좋게 웃었다. 임예화는 송화린이 어떤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송화린은 사실 오늘 이곳에 오는 것을 몇 번이나 망설였다. 심지어 문 앞까지 와서 다시 돌아가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벽리단과의 혼인 문제와는 별개로 임예화에게 자신이 괜찮다는 말을 꼭 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걱정하고 계실 테니까.
어쩌면 자신이 변하고 싶다는 열망을, 그것이 열망만이 아니라 현실이 되게끔 노력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린아.”
“네.”
임예화는 송화린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천천히 가도 된다. 보고 싶은 것 다 보고, 하고 싶은 것 다 해가면서 천천히 가도 된다. 그러다 때론 길을 잘못 들 수도 있겠지. 그래도 괜찮다.”
그게 너희 젊은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권리이니까.
임예화는 오랜만에 젊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날아가는 비수처럼 빠르게 지나가 버린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땐 누군가 이렇게 천천히 가라 조언을 해줘도 조급한 마음만 들었었는데.
오히려 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다. 그 나이 너머에 뭔가 대단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으니까.
임예화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는 것을 보며 송화린이 차분히 말했다.
“가끔씩 찾아 봬도 될까요?”
임예화가 다가와서 귀에다가 나직이 속삭였다.
“오늘부터 당장 우리 집에 살아도 좋단다.”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송화린을 보며 임예화가 크게 웃었다.
송화린은 오늘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벽리단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빠르게 그를 떨쳐냈다.
“차 한 잔 더 할까?”
기분 좋은 물음만큼이나 환한 미소로 송화린이 대답했다.
“네!”
* * *
다음날 새벽, 대숲으로 화선노대가 걸어 들어왔다.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듯 걸어왔지만 약속된 장소에는 정확히 어제와 같은 시간에 도착했다.
매일 접선하던 수하는 등을 돌린 채 대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선노대가 그를 향해 걸어가며 물었다.
“무엇을 그리 보고 있나?”
그렇게 몇 걸음 더 다가갔을 때였다.
화선노대가 왠지 모를 위화감에 발걸음이 딱 멈추던 그 순간.
쇄애애애액!
등을 보이고 있던 사내가 벼락처럼 돌아서며 비수를 날렸다.
화선노대가 몸을 옆으로 틀며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기습을 피한 기쁨을 느낄 틈은 없을 것이다.
내가 빛처럼 빠르게 쇄도하고 있었으니까.
쉬이이이익!
천조검이 허공을 가르며 화선노대의 심장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차아아앙!
화선노대가 부채를 휘둘러 내 검을 튕겨냈다. 내력이 실린 부채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금껏 그는 이 한 수로 많은 공격을 막아냈을 것이다.
대부분 검이 부러졌을 것이고, 그 보다 강한 자는 검을 놓쳤을 테고, 정말 강한 상대는 검이 튕겨지며 크게 빗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검은 그 셋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약간 옆으로 방향이 틀렸지만 그대로 쑥 밀고 들어갔다.
푸아악!
화선노대의 어깨가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퍼러러러러럭!
미처 어깨를 살필 겨를도 없이 화선노대가 부채를 거칠게 휘저으며 뒤로 튕겨지듯 물러났다.
기세를 살렸다면 뒤따라야 했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허둥대는 것 같아보였지만 물러나는 보법에 절도가 있었다.
함정!
위기의 순간 적을 끌어들이는 초식이었다. 만약 기회라 생각하고 따라 들어가면 제대로 역습을 당할 것이다.
십여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선 화선노대가 재빨리 혈도를 눌러 어깨를 지혈했다.
“넌 누구냐?”
“어제도 만났는데 벌써 잊었소? 우린 여기서 매일 만났잖소?”
나는 어제 죽인 사내의 옷을 입고 있었다.
당연히 들킬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기습이 통할만한 거리까지만 다가오길 바랐다. 다행히 성공했고 놈의 어깨를 베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냥 붙어도 이길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 놈은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자였으니까. 조금 전 그 한 번의 기습에 죽여 버렸으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
“그는 죽었겠군.”
“너도 죽을 거다.”
원래라면 좀 더 대화를 나눌 것 같은 상황. 하지만 나는 허를 찌르며 공격을 감행했다.
고수간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를 잡는 것이다. 선수를 빼앗기면 상대에게 끌려 다니다 결국 막다른 길에서 마지막 한 수를 맞게 되는 것이다.
나는 놈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무조건 빨리, 많은 공격을 한다고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막아야만 하는 공격이 이어지는 것이 선수를 잡는 것이다.
검과 부채가 만들어낸 불꽃이 허공에 튀었다.
보통의 철부채였다면 내공까지 깃든 천조검에 잘려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화선노대가 들고 있는 부채는 보통의 부채가 아니었다. 오늘날 화선노대를 있게 한 절대병기, 게다가 화선노대의 평생 내공 역시 만만치 않았다.
화선노대의 무공은 분명 시곤보다 한 수 아래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식으로 싸움이 붙었을 때의 경우다.
돌발적인 상황에서 위기를 돌파하는 힘은 화선노대가 위일 수 있다. 나는 늙은이들을 싫어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들인지는 잘 안다.
틈을 주면 이쪽이 죽는다고 생각하고 싸워야한다.
왜냐고?
그건 곧 상대가 나에게 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니까.
계속 밀리고 있었지만 화선노대는 만만치 않았다.
파라라라락.
부채가 펼쳐졌다 접혔다하면서 꽃이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현란한 초식이 펼쳐졌다.
하지만 초식이 계속될수록 그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져 가고 있었다.
자신이 조금씩 밀리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촤아아악.
다시 화선노대의 팔이 베어졌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냥 봐서는 많이 다친 듯 보였지만 나는 상처가 얕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부상은 화선노대의 심리를 크게 흔들었다. 밀리던 차에 또 다시 부상을 당한 것이었으니까.
촤아아아아앙!
부채에서 암기가 발출되었다.
화선노대가 아껴둔 비장의 한 수였다.
부채에서 날아든 암기가 아슬아슬하게 내 얼굴을 스쳐 지났다. 그 빗나감의 대가는 컸다.
푸아악!
내 검이 그의 손목을 베었다.
“크윽!”
처음으로 터져 나온 비명. 손목 근육이 깊게 잘리며 들고 있던 부채를 떨어뜨렸다.
샤각!
이어진 내 검이 그의 허리를 베었다.
“크윽!”
화선노대는 절박한 비명만큼이나 위태롭게 휘청거리더니 이내 엉덩방아를 찧었다. 승부가 결정 났다.
“잠깐! 제발 잠깐!”
그가 손목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핏물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고,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핏물은 바지까지 흥건하게 적셨다.
그는 암기를 사용하기 위한 좀 더 나은 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는 다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암기를 발출한 것이다.
언제나 큰 공격이 실패했을 때는 허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혼전 속에서 내가 추혼수라검술의 세 초식을 아꼈던 이유기도 했다.
“……살려주게. 살려주면 뭐든지 들어주겠네. 누가 자넬 고용했나? 그 사람보다 두 배, 아니 다섯 배 더 주겠네. 다섯 배 더 주고, 고용한 자를 죽여주면 추가로 열 배 더 주겠네. 약속하겠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을 보며 내가 나른하게 말했다.
“늙어서도 삶에 미련이 많군.”
“뭐래도 좋아. 난 죽고 싶지 않네.”
“내 고용인을 물었나?”
“누구지?”
“내 고용인은 이미 죽었다. 제남에서 네가 죽였지.”
화선노대가 의아한 표정을 짓던 그때.
푸욱!
내 검이 사정없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
“이건 네가 죽인 그 아이의 복수다.”
검을 비틀자 화선노대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빠르게 검을 뽑은 후 다시 다른 쪽 가슴을 찔렀다.
“이건 그 부모의 복수다.”
다시 검을 비틀었다. 그가 죽겠다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이 순간에도 삶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제발…… 살려주게.”
“그 늙은 몸뚱이가 그렇게 소중하더냐? 아이까지 죽여 가며 호강을 누리고 싶었더냐?”
“…… 앞으로 착하게 살겠네. 그러니 제발.”
내가 박혀있던 검을 뽑았다.
그리고 돌아서서 반대로 걸어갔다.
십여 걸음 걸어가서 그를 돌아보았다.
화선노대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을 살려준다고 여겼는지 내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네.”
하지만 내 대답은 그가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가 그랬지? 그렇게 살면 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니까 조용히 살라고 경고했지?”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최후에 직면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말이 가슴에 박혀 있어서였을까?
그는 언제, 누구에게 그 말을 들었는지 기억했다. 오래 전 원로원에 드는 것을 거절당할 때, 무림맹주가 자신에게 했던 말임을 기억해 낸 것이다.
“그건 천하진이 내게 한 말인데? 어떻게 자네가 알지?”
그가 두 눈을 부릅뜨던 그 순간, 내 검이 허공을 갈랐다.
쉬이이이이이이익!
푸아아아아아아앙!
삼초식 무극인이 발출되었고 화선노대가 서 있던 공간이 폭발했다.
화선노대의 몸이 산산조각나며 흩어졌다.
후두두둑.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살조각들이 흙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
아예 공간 자체가 날아가고 없었다.
툭.
역시 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쇳조각이 발밑에 떨어졌다. 바로 화선노대의 부채였다. 자신의 주인과 함께 그것도 세상에서 사라졌다.
“지옥으로나 꺼져라.”
차갑게 한마디 남기고는 돌아서 나왔다. 울창한 대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하늘이 보였다.
아마 저곳 어디선가 할머니의 품에 안겨서 아이가 잠이 들어 있을 것이다.
아이야, 다음 생은 부디 행복하게 오래 사는 삶이기를 바란다.
* * *
“어제 나간 화선노대가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시곤의 보고에 마정수가 깜짝 놀랐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화선노대가 정말 규칙적인 사람인 것을 잘 안다.
“다 찾아봤나?”
“지금 수하들을 풀어서 찾고 있습니다만……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 갑자기 볼 일이라도 생겼겠지.”
그러다 갑자기 마정수가 흠칫 했다.
“설마?”
이미 같은 생각을 했다는 듯 시곤의 표정은 심각해져 있었다.
마정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방으로 가자.”
두 사람이 화선노대의 방으로 들어갔다.
옷장과 서랍장을 살폈다. 하지만 화선노대의 짐은 사라지고 없었다.
벽리단의 명령을 받고 정여가 치워버린 것이다.
“놈은 떠났습니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마정수가 버럭 소리쳤다.
“이런 미친! 금고를 턴 것이 이 늙은이란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시곤은 다른 가능성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앞서 화선노대 때문에 감정이 많이 상한 그였다.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굳이 그의 편을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그가 범인임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반면 마정수는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그래도 화선노대쯤 되는 자가 고작 몇 만 냥에 목숨을 걸 것 같진 않았다.
그때 시곤이 소리쳤다.
“여길 보십시오.”
한 옆에 있던 탁자가 움직여져 있었고 그 아래 뭔가가 떨어져 있었다.
“이건?”
“천조검에 붙어 있던 보석장식입니다. 급하게 떠나면서 탁자에 부딪쳐서 떨어진 모양입니다.”
벽리단이 철방에서 검을 개조한 후 따로 챙겨두었던 바로 그것이었다.
정여가 짐을 치우면서 이곳에 몰래 가져다 둔 것이다.
다른 직접적인 증거보다 이렇게 자세히 살펴야만 알아낼 수 있는 흔적이 더 확실하게 누명을 씌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발견하지 못하면 나중에 정여가 가져다 주면 된다. 시비가 청소를 하면서 화선노대의 방에서 발견했다고.
마정수는 여전히 판단이 서지 않았다. 화선노대가 범인임을 밝히는 명백한 증거인지, 아니면 그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한 것인지.
“일단 이 늙은이부터 찾으시오! 빨리!”
“네!”
“그리고 이 일은 절대 입 밖에 내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시곤이 황급히 방을 나갔다. 평소 워낙 입이 무거운 사람이니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화선노대가 배신한 것이라면? 그래서 이 사실을 아버지가 알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차라리 남에게 당했다면 모를까, 졸지에 자기 식구에게 뒤통수를 맞은 머저리가 되는 것이다. 누구 짓이든 이번 일은 조용히 수습해야 한다.
마정수가 무심코 창쪽을 고개를 돌리다가 화들짝 놀랐다.
“어이쿠!”
창 밖에 신비 여인이 서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시곤에게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하고 난 직후라서 더욱 놀랐다.
‘놀랬잖아? 이 개 같은 년아.’
그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그래도 아버지가 딸려 보낸 여인이었다.
그녀가 한마디 말도 없이 귀신처럼 돌아서더니 걸어갔다.
마정수가 창밖에다 대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아직 모르는 일이야! 함부로 주둥이 열기만 해!”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녀는 그대로 사라졌다.
꽝!
마정수가 창틀을 내리쳤다.
“젠장! 망할!”
자꾸만 일이 꼬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