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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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까이(1)
한 대의 마차가 장원으로 들어섰다.
마차에 탄 사람은 산동상회주인 고순경과 총관인 백중이었다.
마차가 멈춰 서자 백중이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
“회주님, 그를 직접 만나는 일은 위험합니다. 제게 맡기시고 이곳에서 기다리십시오.”
“괜찮네.”
고순경이 마차 문을 열고 내렸다. 백중이 황급히 뒤따라 내렸다. 호위무인 하나 없이 늙은 마부만 딸랑 거느리고 행차한 이곳은 바로 야상의 본거지였다.
야상은 중원 곳곳에 존재했다. 이곳 산동성만 해도 큰 도시마다 야상이 있었다. 그들이 하나의 조직인지, 야상이란 이름의 각기 다른 조직인지 알지 못했다.
야상에 관한 소문만 많았다. 누군가 한 사람이 다스리는 조직이란 소문부터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서 다스린다는 추측도 있었고, 각기 다른 조직이 야상이란 하나의 이름으로 활약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쨌든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어느 지역의 야상이든 아주 잔인하고 지독한, 그래서 너무나도 두려운 존재란 점이었다.
어쨌든 고순경은 산동에서 가장 큰 규모를 지닌 이곳 야상에서 돈을 빌렸다.
평범하게 생긴 사내가 두 사람을 하나의 방으로 안내했다. 편안한 인상의 사내였지만 야상의 칼잡이라 생각하니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방에서는 오십대의 중년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인피면구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나이나 첫인상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내는 자신을 야천(夜天)이라 소개했다.
“쯧, 십만 냥이나 되는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리셨다고?”
“그렇소.”
고순경은 절박했다.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아니 이미 몇 번이나 까무러쳤다가 깨어난 상태다.
“제발 나를 도와주시오.”
“어떻게 말이오?”
“잃어버린 돈을 찾아주시오.”
“허허. 애들 잃어버린 놀잇감을 찾아주는 일도 아니고. 그게 어디 쉽겠소?”
“그 돈을 찾지 못하면 본회는 망하고 말 거요. 그럼 당신들은 돈을 받지 못한다고!”
그 순간 야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인피면구를 착용해서 원래도 다소 건조한 느낌이었는데, 그가 정색하자 아주 무서운 얼굴이 되었다. 정중했던 태도 역시 완전히 달라졌다.
“어이, 우리가 만만해 보이냐?”
목소리가 깔리며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상황에서도 고순경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럴 리가 있겠소? 나는 현실을 말하는 것뿐이오.”
“닥쳐! 주둥이 확 찢어버리기 전에.”
날아든 살기가 피부를 따끔하게 할 정도였기에 고순경은 입을 다물었다.
야천이 차갑게 노려보며 경고했다.
“내 돈을 갚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말해주지. 우선 네 마누라는 거지 떼들에게 던져줄 거야. 하루에 백 명의 거지들을 받아야 할 거다. 딸내미는 기루에 팔아치우고, 아들은 고깃배를 타야할 거다. 힘들어서 바닷물
에 뛰어들지 않는 한 평생 내리지 못하겠지. 너는 눈깔을 뽑고 혀를 자르고, 사지 근맥을 잘라 저잣거리에 던져 동냥질을 하게 할 거다. 저 옆에 있는 놈에게 끌게 하면 되겠군.”
고순경과 백중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러니까 갚기 싫으면 갚지 마. 십만 냥 내고 좋은 구경한다 치지.”
고순경이 침을 꿀꺽 삼키며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
“돈을 누가 훔쳐갔는지 알고 있소.”
“그럼 가서 찾아와.”
“내 힘으로 상대할 수 없는 자란 말이오.”
“그게 누군데?”
“마정수요.”
순간 야천의 눈빛이 빛났다.
“그 자는 네게 그 십만 냥을 받기로 한 자 아닌가?”
“돈을 두 배로 챙기려는 수작이오.”
“증거는?”
“마정수는 내 돈을 강탈해갈만한 실력자들을 데리고 있소.”
“강호에 고수가 하나둘도 아니고, 그것으론 부족한데?”
“아니오! 틀림없소! 그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감히 천도문과의 합작에 쓰일 돈을 노리겠소?”
그 점만은 인정한다는 듯 야천이 고개를 끄덕이자, 고순경이 재빨리 말했다.
“돈을 찾아주면 삼 할을 더 빌린 것으로 하겠소. 십삼만 냥을 빌린 것으로 하겠소. 그러니 제발 찾아주시오.”
“우리보고 천도문을 건드리라고? 그러다 우리가 작살나면 돈 안 갚아도 되고. 그렇지?”
“그런 뜻이 아니오.”
야천이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화를 내는 것보다 더 무서운 느낌의 미소였다.
그가 처음 만났을 때의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돌아가서 돈 갚을 궁리나 하시오. 당신, 이렇게 쉽게 무너질 사람 아니잖아? 그래서 내가 돈을 빌려준 거고. 가시오. 내가 한 말 잊으면 후회하게 될 거요.”
고순경이 축 처진 어깨로 방을 나섰다.
마차를 타고 장원을 나왔을 때, 비로소 겁에 질려 있던 백중이 입을 열었다.
“제가 소용없을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어느새 고순경은 차분해져 있었다. 앞서 절박하고 두려워하던 기색은 사라지고 없었다.
“놈이 내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한데 왜 찾아가신 겁니까?”
“놈은 내가 돈을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될 거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조만간 내가 돈을 갚지 못할 상황이란 것도 알게 되겠지. 놈이 아까 말한 짓을 저지르기 전에 시간을 벌려고 찾아온 거다. 마정수에
게 돈이 있다는 것을 알면 그것을 회수할 방법을 모색할 거다. 욕심이 많은 자니까. 덕분에 나는 시간을 벌고.”
“아!”
그제야 백중은 고순경에게 감탄했다. 근래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산전수전 다 겪은 자신의 주인이었다.
“정말 그들의 짓이라 믿으십니까?”
고순경이 한숨을 내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이냐?”
한편 두 사람이 나간 그 방에 사내 하나가 들어왔다. 야천이 가장 아끼는 구철(鉤鐵)이란 이름의 칼잡이였다.
“누군가 십만 냥을 훔쳐간 자의 행방을 알려왔습니다.”
“대체 누가?”
“스스로를 밝히지 않고 서찰을 보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야천이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십만 냥이란 돈은 어떤 위험도 감수할 만큼 큰 액수였으니까.
“가서 확인하고 와라. 단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도록.”
* * *
시곤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어딘지 모를 숲속의 공터였다.
가장 먼저 드는 하나의 의구심.
‘왜 날 죽이지 않았지?’
만약 자신의 느낌대로 이번에 공격한 자가 금고에서 자신을 공격했던 자와 동일인이라면?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술을 너무 마셔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어제 맞은 것 때문일까? 머리가 지끈거리며 어지러웠다.
‘일단 여기서 나가야겠군.’
시곤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때 그곳으로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십여 명의 사내들이었는데, 그들은 묘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다들 검을 차고 있었지만 정식 무인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파락호들 같지도 않았다. 낭인도 아니고, 살수도 아닌, 그들에게는 사납고 거친 것과는 다른 어떤 기분 나쁜 찐득함이 있었다.
시곤이 검 손잡이를 잡으며 나직이 물었다.
“누구냐?”
사내들 중 하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앞서 야천에게 보고를 했던 사내 구철이었다.
“야상.”
그는 단 한 마디 단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시곤은 느낄 수 있었다. 상대는 자신이 야상의 무인이란 사실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또한 그 이름으로 상대가 겁먹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물론 그 의도에 따라줄 시곤이 아니었다. 그에게 야상은 쓰레기 같은 놈들에 불과했다.
“너, 내가 누군지 알고는 있나?”
“감히 야상의 돈에 손을 댈 정도로 대담한 사람이란 것은 알고 있소.”
이때 즉각 반응이 나왔어야 했다.
무슨 개소리냐고. 하지만 이 순간 시곤은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화선노대가 돈을 훔쳤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상대가 화선노대가 돈을 훔쳤다는 것을 알아내고선 자신을 찾아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화선노대와 자신이 한편이었으니, 자신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시곤이 조금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자네들이 왜 이러는지 알겠지만 그건 오해네.”
당연히 구철의 눈에는 죄를 시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겠지. 자, 풀어보시오.”
상대가 이렇게 나오니 시곤은 말문이 턱 막혔다. 화선노대의 배신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이유도, 또 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시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쓰레기 같은 놈들을 일장에 쳐 죽여 버릴까 하는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어제 마정수와의 일을 생각하면, 이런 사고까지 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참으려고 했는데.
“주머니 좀 봅시다.”
“뭐? 지금 내 몸수색을 하겠다는 뜻인가?”
“우리도 칼밥 먹는 처진데. 뭐라도 위에 보고할 거리는 있어야 할 것 아니오. 결백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소?”
시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 새끼들아, 내게서 돈이 안 나오면 네 놈들 모가지를 다 꺾어…….”
다음 순간 품에 손을 넣었던 시곤의 행동이 딱 멈췄다.
천천히 꺼내는 손에 전표뭉치가 잡혀 나왔다.
구철이 비웃듯 말했다.
“돈 많으시네.”
“내 돈이…… 아니다.”
“당연히 그렇지. 우리 것이니까.”
시곤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빌어먹을! 이건 함정이다! 내가 이곳에 있는 줄 어떻게 알았느냐? 누군가 제보를 했겠지. 그 놈이 내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병신처럼 돈을 꺼내들었겠느냐? 그 정도 머리는 있겠지?”
구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믿어드리지. 대신 우리와 같이 가야겠소. 우리 어르신께 직접 해명하시오.”
시곤은 느꼈다. 놈들이 자신의 말을 믿던 믿지 않던 따라 갔다간 큰 곤경에 빠지게 될 것임을.
숙취에 머리는 지끈거렸고, 가슴속에 이런저런 분노가 가득하던 그였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일단 다 죽이고 생각하자.’
결심이 서는 순간 검을 뽑아들며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칼잡이들이 검을 뽑아들며 구철의 앞을 막아섰다.
촤아아악.
시곤이 가장 선두의 사내를 베어 넘겼다.
연속해서 두 번째 사내도 쓰러졌다.
그가 세 번째 사내를 베려는 순간, 구철의 손에서 뭔가가 발출되었다.
푸아앙!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암기가 발출되었다.
가까스로 검을 휘둘러 그것을 튕겨냈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할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하지만 암기는 하나가 아니었다. 또 다른 사내가 쏜 암기가 발출되었다.
푸아아앙!
몸을 비틀었지만 이번에는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다.
푸욱!
무엇인가 날카로운 것들이 어깨에 박혔다.
“썅!”
시곤이 몸을 날려서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푸욱!
암기를 날렸던 사내의 가슴을 꿰뚫었다. 검에 찔린 사내가 발악하듯 검을 움켜쥐었다.
“젠장!”
검을 비틀어 뽑았다. 사내의 손가락이 잘려나갔다.
하지만 다 뽑혀 나오지 않았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독!’
앞서 어깨에 맞은 암기에 독이 발려 있었던 것이다.
푸우우웅!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 번째 암기마저 발사되었다.
팍! 팍!
시곤의 등에 암기가 정통으로 박혔다.
“으아아아아!”
시곤이 고함을 지르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다시 사내 하나의 목이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졌다.
푸우욱!
뒤에서 공격한 검이 시곤의 등을 관통해서 튀어나왔다.
핏물이 울컥울컥 솟구쳐 나왔다.
“……이런 병신 새끼들에게…….”
검을 휘둘러댔지만 그 검에 맞아주는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사내들의 검은 피하지 못했다.
푹! 푸욱! 푹!
더는 버티지 못하고 시곤이 절명해서 쓰러졌다. 정상적인 싸움이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결과였다.
시곤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데다가 상대가 이런 무서운 암기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사용한 것은 강호에서 사용이 금지된 발사형 암기였다. 그것도 독까지 발린.
구철이 시체에다가 신경질적으로 검을 박아 넣었다.
“이 개 쌍놈이! 감히 어따 대고 칼질이야!”
푹! 푹! 푹! 푹!
구철과 함께 살아남은 사내들이 이미 죽은 시체를 난도질했다.
나는 멀리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정수의 양쪽 날개를 모두 잘라내는 순간이었다.
단지 시곤을 죽이기 위해 야상을 끌어들인 것이 아니었다. 그를 죽이려 했으면 직접 죽였을 테니까.
그들을 끌어들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야상과 엮어서 마정수가 그들에게 죽은 것으로 처리할 생각인 것이다.
야상이 천도문에 복수를 당하든 말든 상관없다. 야상은 이 강호에서 사라져야 할 조직이니까. 천도문이 복수하지 않으면 언젠가 내 손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그 신비 여인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사태를 방관하고 있었다.
화선노대가 배신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만약 그녀가 시곤을 지켜줄 생각이 있었다면, 그를 혼자 두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들에 대해서 아무 관심도 두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 궁금한 점 두 가지. 그녀가 누군지는 일단 제쳐두고서.
첫 번째 과연 마정수가 죽을 상황이 되도 과연 방관만 할까?
그리고 두 번째, 과연 그녀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