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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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은 어디에서 오는가?(4)
동굴은 어두웠다.
나는 서두르지 않고 어둠에 눈을 적응시켰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기에 나는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집중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맹수나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어두워도 그들은 내가 눈감고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설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고수가 아무도 찾지 않을 이 동굴을 지키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독물이나 기관장치였다. 개미처럼 작으면서 맹독을 지닌 독충이라거나,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가하는 기관장치 말이다.
차라리 암기를 쏘아내는 기관은 상대할 만하다.
하지만 천장이 열리면서 독액이 쏟아진다면? 바닥이 꺼지면서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면?
무림맹의 중요 건물들에 그런 기관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수십 발의 암기가 날아드는 것은 기본이고, 독액이 사방에서 뿜어지고 순식간에 방이 밀폐되면서 독연이 터져 나온다.
다행히 이 동굴에는 그런 기관은 없었다.
얼마나 걸어 들어갔을까?
갑자기 동굴이 넓어지면서 커다란 공간이 나왔다.
“아!”
내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것이었다.
어떻게 동굴 속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을까?
눈길을 잡아끄는 중앙의 연못.
내가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갔다. 어디서 흘러온 물인지 몰랐지만 아주 맑은 물이었다. 게다가 벽에 난 작은 구멍들에서 햇살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화살구멍처럼 총총한 그곳을 통해 밖을 쳐다보니 하늘이 보였다. 아마 절벽 쪽으로 난 구멍인 듯 보였다.
동굴 벽에는 이끼들이 자라고 있었고 군데군데 알 수 없는 풀과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놀라운 광경, 가히 동굴 속의 선경(仙境)이라 할만 했다.
그때 내 눈을 잡아끄는 한 송이의 꽃이 있었다. 마치 송화린이 사람들 사이에 서 있을 때 홀로 빛이 나듯이, 이 꽃도 그러했다. 여러 꽃들 사이에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내 입에서 처음 이 공간을 보았을 때 보다 더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아!”
나는 저 태양처럼 붉은 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태양사초(太陽莎草)!”
태양사초는 영약 중에서 구하기 힘든 상급 영약이었다. 태양사초를 복용하면 강호인은 단숨에 일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진 영약 중의 영약이었다.
“태양사초가 이곳에 있다는 말은?”
내가 훌쩍 뒤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듣기로는 태양사초 주위에는 그것을 지키는 암왕사(暗王蛇)가 있다고 들었다.
암왕사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완전히 검은 색의 뱀이었는데, 그냥 평범한 독사가 아니라 태양사초를 지키는 수호영물이었다.
마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것처럼 암왕사는 태양사초의 정기를 먹으면서 산다고 알려져 있었다. 태양사초가 죽으면 암왕사도 함께 죽는 것이다.
또한 암왕사의 독은 그야말로 맹독이어서 만독불침이 아니라면 물리는 순간 즉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보는 것조차 힘든 희귀한 뱀이라서 당연히 해약은 존재하지 않았다.
과연 주변 풀숲에 시커먼 뱀 한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내 존재를 파악한 암왕사가 대가리를 쳐들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혀를 날름거렸다.
놈이 풍기는 독기가 어찌나 강한지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현기증이 났다.
내가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검기를 날려서 단숨에 죽여 버리려다가 손길을 멈췄다.
어떤 위화감이 들면서 저것을 죽여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훌쩍 뒤로 물러났다. 태양사초에서 멀리 떨어지자 암왕사가 쳐들었던 대가리를 똬리에 파묻었다.
갑자기 의문이 생긴 것이다.
인형을 만든 사람은 왜 암왕사를 죽이고 태양사초를 복용하지 않은 것일까? 왜 굳이 상자에 특별한 장치까지 만들어서 인형의 비밀을 푼 사람을 이곳에 오게 한 것일까?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그곳으로 들어갔다.
암왕사를 자극하지 않고 최대한 멀리서 안쪽 공간을 살폈다.
그러자 한쪽 벽 구석에 작은 틈처럼 보이는 통로를 발견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찾아내기 힘든 곳에 있었다. 더구나 태양사초와 암왕사에게 정신이 팔렸으면 절대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저기다!
우선 저곳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왕사를 자극하지 않고 저 동굴로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암왕사가 있는 곳과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 같기도 했고, 놈이 달려들 것 같기도 했다.
놈을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문제는 죽이지 않고 저 곳까지 가는 것이 어려웠다.
과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을까?
나는 내 본능을 믿는 것으로 그 물음에 답했다.
벽에 붙어서 천천히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끈기 있게 움직였다. 암왕사가 살짝 반응하려 할 때면 움직임을 멈췄다.
놈은 분명 내 움직임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움직임이 너무 느렸기에 그것이 위험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거의 한 시진이 걸려서 틈으로 도착했다. 과연 어른 하나가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도 작은 공간이 하나 있었다. 역시 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 한 구석 벽에 백골의 시체가 기대져 있었다.
앞에 놓여 있는 한 권의 책자.
내가 가서 조심스럽게 그것을 들었다.
선학비술(仙鶴?術)
비급을 넘겨보니 첫 장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말년에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었다. 즐거이 노닐다가 새로운 심득이 있어 몇 자 적어 남긴다.
비급의 내용은 바로 인형의 무공이었다. 그 다섯 초식을 어떤 방식으로 진기를 움직이고 내력을 발출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아마도 선학봉의 이름을 따서 선학비술이라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마지막 장에 다시 그가 남긴 글이 있었다.
태양사초와 암왕사를 취하려고 했으나 이곳에 만독해초(萬毒解草)가 자라고 있음을 발견했다. 아직 열매를 맺으려면 수십 년의 세월이 있어야 하겠기에, 모든 것을 내 무공을 이을 연자를 위해 남겨둔다. 설령 내
깨달음이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또한 천명이자 자연의 섭리이리라.
정말 한 옆에 만독해초가 자라고 있었다.
만독해초는 백년에 한 번씩 열매를 맺는 꽃이었다. 만독해초의 열매는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독도 다 해독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
나는 이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인이 이곳을 발견했을 때에는 만독해초의 열매가 자라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후대의 누군가가 이 만독해초를 이용해서 저 암왕사의 내단까지 복용하라고 남겨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암왕사를 죽이고 태양사초를 복용할 것이다.
하지만 고인은 자신의 무공을 이을 후인에게 이 모든 것을 다 남겨두었던 것이다.
글은 그것이 끝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이 영약과 무공으로 바르게 살라는, 그 흔한 충고의 말 한마디도 없었다.
“아!”
이곳에 와서 여러 번 감탄사를 내뱉었지만, 지금 이 순간의 감격이 가장 컸다.
마음을 비우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 진정 어떤 것인지 깨달은 것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백골에게 정식으로 절을 올렸다.
나는 이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만약 백년 이내의 사람이라면 나도 아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
대체 누구일까?
그가 남긴 무공을 제대로 익혀보면 어쩌면 감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그건 나중 일이고, 이제 내게 주어진 이 귀한 인연을 처리해야 할 때다.
암왕사를 죽여서 내단을 먹고, 곧장 만독해초의 열매를 먹으면 내단의 기운을 내공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못해도 반 갑자 정도의 내공을 얻지 않을까? 거기에 일갑자의 태양사초까지.
하지만 나는 망설였다.
바로 한 가지 기회가 왔음을 깨달은 것이다.
만독불침지체.
암왕사와 만독해초가 있으면 만독불침을 이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이다.
내단을 복용하고 그것이 충분히 몸에 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천무호심결과 몇 가지 필요한 구결로 내력을 다스리면서 거의 죽기 직전에 만독해초의 열매를 먹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해낼 수만 있다면, 앞으로 독 걱정은 하지 않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실패하면 죽는다.
암왕사의 독이 얼마나 강력한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시도해도 될까?
만약 실패한다면 나는 영원히 시체조차 발견되지 못할 것이다. 나의 실종으로 아버지나 어머니, 광두는 정말 슬퍼하겠지.
그래도 고민이 되는 이유는 내공은 언제든 늘릴 수 있지만 만독불침이 될 기회는 평생 한 번 올까말까 했기 때문이다.
나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흑시에서 인형을 발견하고, 그 인형에서 지도를 발견하고,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이것들을 발견했다.
이 모든 것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는 언제나 정면돌파를 선택해왔던 나였으니까.
결심이 서자 나는 곧장 실행에 옮겼다.
우선 조심스럽게 만독해초의 열매를 땄다.
검을 뽑아든 채 빠르게 통로를 빠져나가서 암왕사에게로 걸어갔다.
치이이익.
암왕사가 사납게 대가리를 쳐들었다.
“미안하다. 넌 나와 함께 더 좋은 일 하자.”
핏!
내 검에 암왕사의 머리통이 잘려나갔다.
재빨리 몸통을 갈라서 내단을 꺼냈다.
복용하기도 전에 속에 메스꺼우면서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제발 부탁한다.”
내단을 입에 넣고 씹어 삼켰다.
순식간에 독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끔찍했다. 입안과 목구멍이 타버리는 것만 같았다.
천무호심결을 극한으로 발휘하면서 고통을 참았다. 천무호심결과 더불어 정해진 구결을 운용하면서 독을 온몸 구석구석까지 퍼뜨려야 했다.
정신을 잃는 순간 끝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일부러 비명을 질렀다.
내 목소리에 집중했다.
순식간에 온몸이 시커멓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고 팔다리가 끊어지는 것만 같았다.
안 돼! 어서 만독해초를 먹어!
아직이야! 지금 먹으면 실패야!
감정과 이성이 맞부딪쳤다. 어느 쪽이 이성이고 어느 쪽이 감정인지 모를 상황이었다.
나는 참고 또 참았다.
발끝까지 충분히 독이 퍼져나간 것을 느꼈다.
됐다, 지금이다.
만독해초의 열매를 먹으려 했지만 팔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미 육체는 정신의 지배에서 떠난 상태였다.
아, 끝장이구나.
의식이 점차 흐려졌다. 그 마지막 순간에 내가 떠올린 것은 어머니였다. 전생의 나의 어머니.
나는 어머니와 밥을 먹고 있었다.
젊은 시절의 나.
이날이 생각난다. 권왕을 이기고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날이었다.
나는 신이 나서 그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나를 보며 웃고 계셨다. 이제야 보인다. 어머니의 새하얀 머리카락이, 굽어버린 등이, 깊어진 주름살이.
그때의 나는 보지 못했다.
나는 나만 생각했으니까.
어머니가 젓가락을 들어 반찬을 내게 먹여주었다.
장하다, 우리 아들. 많이 먹어라. 많이 먹고 힘내라.
많이 먹으란 어머니의 말이 내 귀에 울려 퍼졌다. 마음이 울컥하면서 흐려졌던 의식이 돌아왔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래, 먹어야 해.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나는 마지막 힘을 다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
지금 현재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잘 할 수 있지, 아들?”
웃으며 나를 안아주던 따스한 품이 기억났다.
그러자 팔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점점 입 쪽으로 다가왔다.
……어머니.
마지막 힘을 다해서 만독해초의 열매를 입에 넣었다.
억지로 그것을 씹었다. 열매가 입안에서 퍽하고 터지는 것이 느껴졌다.
천무호심결이 발동하는 것을 느끼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눈을 떴을 때, 고통은 사라지고 없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시커멓게 변했던 피부는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내공을 살폈다.
내공이 조금이라도 늘어 있으면 이 시도는 실패다.
하지만 단전의 내공은 그대로였다.
성공이다!
나는 만독불침지체가 된 것이다. 이제 앞으로 그 어떤 독도 나를 해칠 수 없다.
두 어머니 덕분이었다.
특히 전생의 어머니께 죄송했다. 전생에 못 다한 효도를 새 부모님에게 하고 있는 요즘이었으니까.
이해해 주세요, 어머니.
대신 저, 행복해 지겠습니다.
자, 고통을 참아냈으니 이제 상을 받을 차례다.
내가 걸어가서 태양사초를 캤다. 뿌리에 묻은 흙을 연못의 물에 씻은 후, 우걱우걱 씹어 삼켰다. 붉은 꽃잎까지 남김없이 먹었다.
온 몸에 퍼져나가는 영약의 기운.
앞서 지독한 고통을 맛본 탓일까? 그 어떤 영약을 복용했을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스스스스슷!
영약이 온몸을 퍼져나갔다. 천무호심결을 발휘하면서 모든 기운을 다 흡수했다.
진기를 몇 주천 한 후 단전의 내공을 살폈다.
나는 일갑자의 내공을 모두 흡수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단전의 내공은 일갑자 하고도 오십이 년, 이갑자 내공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이제 드디어 사초식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년 이 맘 때쯤이면 이 갑자에 도달하게 될 것이고 그때는 오초식까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온 몸이 짜릿했다.
정말이지 인형상자에서 이곳의 위치를 발견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대단한 기연을 얻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선학비술.
만독불침지체.
일갑자의 내공.
내가 얻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이 동굴을 얻은 것이다. 그냥 쉬고 싶을 때, 이곳에 와서 쉴 수 있는 것이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완벽한 도피처가 되기도 할 것이다.
백골이 된 고인을 비동내부에 볕이 잘 드는 곳에 묻어주었다.
“부디 극락왕생하셨기를.”
그가 별다른 말없이 많은 것을 남겨두었듯이 나 역시 그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여주면 되리라.
“하하하하.”
날아갈 듯 기쁜 웃음을 지으며 동굴 밖으로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