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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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2)
조벽을 미행해서 무엇인가를 알아내고 싶었지만 놈은 무림맹에서 나오지 않았다.
총군사인 사마천이 있는 정의각은 무림맹의 내원에 있었다. 쉽게 잠입할 수 없는 곳이다. 지금의 내공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그의 돈줄이 무림맹 내부에 있을 리도 만무했고, 설령 있다 하더라도 하필 내가 잠입한 순간에 그것이 밝혀질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쉽게 밝혀질 것이었다면 천망회의 조사에서 나왔을 터, 놈의 돈줄은 아주 비밀스러운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차라리 삼영쪽을 파헤치기로 마음먹었다.
조벽이 사마천의 팔이라면, 삼영은 손가락과 같은 존재였다. 오랫동안 조벽의 일을 해왔으니 알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놈들이 이틀째 진탕 놀고 있는 하월루(夏月樓)에 잠입했다.
하월루는 스물다섯 개의 방을 갖추고, 기녀의 숫자만 오십 명에 달하는 중급 규모의 기루였다. 스물다섯 개의 방 중에서 삼영은 별채 쪽 네 번째 방에서 놀았다.
새벽까지 놀다가 기루에 마련되어 있는 객방에서 잠을 자고, 다시 저녁 늦게 나와서 술을 마시고 놀았다. 그야말로 기루에서 먹고 자면서 진탕 즐기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방 천장에 숨어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퀴퀴한 냄새에 기어 다니는 벌레들, 숨어 있는 자세는 더 없이 불편했으며 기척을 감추기 위해 한시도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이런 식의 감시는 정말이지 지난 전생을 통틀어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젊어서는 걸리는 것이 없었다. 나 하나 몸만 생각하면 되었으니, 악인들을 그냥 다 베어버렸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맹주가 된 이후에는 이런 고생을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다. 한 마디 말만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삶을 살았으니까.
그런 내가 놈들의 음담패설을 들으며 참고 있는 것은 당연히 백표 때문이었다. 그의 삶을 온전히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백표도 이렇게 나를 지켜줬을 것이다. 때론 천장에서, 때론 좁은 벽 뒤에서.
나는 고작 이틀째였다. 그는 평생을 이렇게 나를 지켜줬는데. 그러니 어찌 힘들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이곳에 숨어서 놈들을 관찰하면서 여러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털북숭이가 첫째인 일영, 덩치가 이영, 추물이 삼영이었다. 일영과 삼영은 검을 사용했고, 이영은 덩치에 어울리는 크기의 대부(大斧)를 사용했다.
놀랍게도 놈들은 온갖 말들을 다 했다.
처음 어울렸던 그 시절 이야기와, 어디서 누굴 겁탈하고 또 누굴 죽이고 다녔는지, 옆에 기녀가 있었음에도 그런 악행을 거침없이 말했다.
술기운도 있었겠지만, 감히 기녀들이 이런 말들을 함부로 누설하지 못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예전에 갈사량이 그런 말을 해줬다.
“우리 정의각은 외부의 이목 때문에 어렵지만, 일반 정보 단체는 기루에 세작을 많이 심습니다. 사내들은 술에 취하면 여자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싶어하지요. 그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기루는 언제나 가장 많
은 비밀이 누설되는 곳이 될 겁니다.”
나는 이들의 지난 악행들을 들으며 그 말이 사실임을 직접 느꼈다.
자정이 지났을 때, 드디어 내가 기다렸던 순간이 왔다.
“여긴 지루해서 더 못 놀겠소.”
여인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이영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맞은편에서 여인을 주무르고 있던 일영이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계집년 품에서 지루하단 말이 나오는 것을 보니, 너도 죽을 때가 됐나보다.”
“그래도 지루한 건 지루한 거고. 우리 거기나 갑시다.”
“어디?”
“아시면서.”
그러자 일영이 고개를 내저었다.
“됐어. 심심하면 그냥 술이나 더 쳐 먹고 자라.”
“그러지 말고 갑시다. 오랜만에 애들도 볼 겸.”
“형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나? 되도록 출입은 삼가라고.”
“우리 아니었으면 시작도 못한 곳인데, 출입을 삼가긴 개뿔. 갑시다.”
순간 나는 긴장했다. 형님이란 분명 조벽을 의미할 것이다. 조벽과 관련된 어떤 비밀스러운 곳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이 그때까지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있던 막내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 눈치였는데, 덩치가 인상을 구기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이 기루를 나섰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저잣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변두리 장원이었다. 마차조차 통과할 수 없을 작은 오솔길을 걸어 들어 가야하는 그곳은 어딘지 알고 가지 않으면 절대 찾을 수 없을 위치에 있었다.
야심한 밤이었음에도 문을 두드리자 곧바로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누구요?”
“우리다.”
안에서 대답이 없자 덩치가 문 사이 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귓구멍을 파버리기 전에 안 열어?”
그제야 덩치 사내를 알아봤는지 곧바로 문이 열렸다.
“소식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꾸벅 인사를 하긴 했지만 사내는 그리 반기는 기색이 아니었다.
덩치사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 반으로 접혀본 적 없지? 이렇게 말고, 요렇게.”
그러면서 허리가 반대로 꺾이는 모습을 손으로 재현했다.
사내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그들을 안내했다.
“따라오십시오.”
“새끼, 진작 그럴 것이지.”
세 사람이 사내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평범했다. 어디에나 흔히 있을 그런 장원의 내부.
복도를 따라 걷다 방과 방 사이에 섰다. 사내가 반대쪽 벽에 걸려 있던 등잔을 조작하자, 벽이 열렸다.
일반적으로 비밀통로는 서재의 책장 뒤나, 침상 아래에 있기 마련인데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그곳을 통해 들어간 그곳에 커다란 대청이 있었다.
술상은 다섯, 손님들이 꽉 차 있었고 자리마다 여인들이 술시중을 들고 있었다.
기루 같기도 하면서 주점 같기도 했다. 보통 기루는 방마다 따로 술을 마신다면, 이곳은 주점처럼 아예 공개된 곳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다. 하지만 기루처럼 여인들이 시중을 들고 있었다.
보통의 기루와 다른 점이 있었다.
기녀들은 아주 어린 소녀들이란 점이었다. 이제 열 서너 살도 안 돼 보이는 소녀들이 술을 따르며 시중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내부를 둘러보며 삼영이 대화를 나눴다.
“장사 잘 되네. 우리 형님, 돈 많이 버시는구먼.”
일영의 말처럼 다섯 개의 탁자는 손님으로 꽉 차 있었다.
“자리를 더 늘리지 않네?”
“그게 인기의 비결이라지 않소? 너무 쉽게 올 수 있으면 금방 질린다고.”
“하여튼 우리 형님, 잔머리는 죽여주지.”
“쟤 많이 컸네. 그때 걔 맞지?”
“맞소. 언니 년이 깨는 바람에 결국 애미애비까지 싹 다 죽였잖소?”
“많이 컸네.”
“얘들이야 하루가 다르게 크니. 이 년아, 너무 크지 마라. 그럼 너 죽는다.”
세 사람이 동시에 킥킥거렸다.
이곳은 바로 조벽이 운영하는 비밀기루였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중원 곳곳에서 납치되어 온 아이들이었다.
손님들은 어린 여아를 품어서 회춘하고 싶은 늙은이들이었다.
조벽은 소수의 부자들만 모집해서, 보통 기루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비싼 값을 받았다. 하지만 언제나 이곳은 빈자리가 없었다.
처음 이곳을 열 때, 이들 삼영이 소녀들을 납치해 왔던 것이다.
비밀유지를 위해 이곳을 지키는 칼잡이도 앞서 대문을 열어준 사내까지 셋이 전부였다.
“자리가 하나 비었기를 바랐는데.”
이영이 입맛을 다셨고 다른 두 사람도 비슷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가자. 계집들 젖가슴이나 더 주무르자. 어차피 돈도 다 떨어져서 내일부터 슬슬 일해야 할 테니까.”
“이 싱싱한 것들 보다가 그것들 보면 기분 팍 잡칠 텐데.”
“미친 놈!”
그때 한 옆 무대로 앞서 대문을 열어준 사내가 어린 여자애를 데리고 올라왔다. 이제 열두세 살 쯤 되어 보이는 아주 귀여운 아이였다.
“자, 오래 기다렸습니다. 오늘 처음 온 아이입니다. 당연히 사내를 경험하지 않은 아이입니다.”
늙은이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욕정을 삼켰다.
아이는 두려움에 떨었다. 자신을 향한 그 욕망 가득한 시선이 벌써부터 자신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자, 오백 냥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이가 처음 오면 이렇게 경매를 했다.
다섯 늙은이들이 값을 올리기 시작했다. 손을 한 번 들 때마다 백 냥씩 올라갔다.
순식간에 천 냥이 넘었고, 다시 이천 냥을 넘었다.
중간 중간 사내는 늙은이들을 유혹할 말을 던졌다.
“이 살결 보십시오. 설원의 눈보다 더 깨끗한 피부입니다.”
자꾸 올라가던 돈은 칠천오백 냥에서 멈췄다. 단 하룻밤의 대가치고는 엄청난 액수였다.
“셋을 셀 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결정입니다.”
더는 사람이 나올 것 같지 않자 늙은이가 헤벌쭉 웃었다.
“하나, 둘…….”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나직한 한 마디.
“일억 냥.”
모두들 깜짝 놀라 목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곳에 내가 서 있었다.
“저 아이가 어찌 일억 냥만 하겠나?”
내가 아이를 사려고 했던 늙은이를 보며 차갑게 물었다.
“칠천 오백 냥이면 네 손녀를 팔 거냐?”
늙은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상대가 강호인인 것을 보고 차마 욕을 하진 못하고 무대 위 사내를 돌아보았다.
무대에 있던 사내가 눈짓을 보내자 한 옆에 서 있던 검을 찬 사내 둘이 달려들었다.
날아드는 검을 가볍게 피하며 손날로 사내의 목을 쳤다.
꽈직!
목뼈가 부러지며 그대로 꼬꾸라졌다.
다른 사내는 그대로 엎어치기로 바닥에 매다 꽂았다.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사내의 척추가 부서졌다.
순식간에 두 사내를 제압하자 무대 위의 사내가 삼영을 쳐다보았다.
삼영이 훌쩍 몸을 날려서 내 앞에 내려섰다.
이영이 나머지 둘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상하게 오늘 오고 싶더라니. 우리가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소?”
그때 일영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조심……!”
조심하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 발길질이 이영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놈이 머리를 돌리는 순간 내가 쇄도했던 것이다.
뻑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속에서 뭔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났다.
육중한 몸이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나는 한 번 더 도약해서 녀석의 머리통을 무릎으로 내리찍었다.
꽝!
두개골이 가루가 되어 부서졌다. 놈의 몸이 한두 차례 꿈틀거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허리에 차고 있던 커다란 도끼는 한 번 뽑아보지도 못했다.
시체를 내려다보며 내가 나직이 말했다.
“적이 앞에 있는데 어딜 돌아보나?”
그를 처치한 수법은 선학비술이었다.
일영과 삼영은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리 기습이었다지만 강철 같이 단단한 외공을 자랑하던 이영을 단 두 수만에 죽여 버린 것은 그들에겐 충격이었다.
일영과 삼영이 서로 눈짓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합공하자는 신호가 끝나자마자 두 사람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들 역시 선학비술로 상대했다.
날아드는 검을 피하며 몸을 비틀며 놈에게 돌진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움직임이었기에 내 어깨는 정확히 일영의 어깨를 강타했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주르륵 밀린 그가 다시 반격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공격 대신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아악!”
방금 전 그 공격으로 어깨가 박살난 것이다.
덜렁거리는 팔로 어정쩡한 공격을 다시 하려던 그때, 내가 그의 목을 휘감았다.
우드드득.
그의 목이 직각으로 꺾이며 그대로 즉사했다.
일영을 공격하면서도 내 시선은 삼영을 향하고 있었다.
“살려줘! 그냥 가겠다!”
겁에 질린 삼영이 검을 내던진 채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문을 향해 내달렸다.
내가 바닥에 떨어진 놈의 검을 발로 찼다.
쉬이잉! 푸우욱!
날아간 검이 삼영의 등을 관통했다. 허공에다 두 손을 허우적거리더니 이내 앞으로 쓰러졌다.
무대 위에서 아이를 경매하던 놈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까 처음 삼영과의 싸움이 시작될 때,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일부러 보냈다.
놈이 가야만 오늘 꼭 죽여야 할 놈을 데리고 올 테니까.
나는 조벽을 기다리면서 그곳에 있던 늙은이들을 두들겨 팼다.
퍽! 퍽! 퍽! 퍽!
이가 부러지고 팔다리가 부러졌다. 늙은이들이 죽는다고 비명을 질렀다.
“제발 살려주게!”
이 늙고 추한 자들은 아무도 죽여 달란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살고 싶어했다.
“좋아, 너희 소원대로 살려주지.”
퍽! 퍽! 퍽!
모질게 그들을 두들겨 팼다. 반병신으로 만들었지만 죽이진 않았다. 죽을 때가 다 된 늙은이들을 죽여서 뭐하겠는가?
이곳에서 저지른 일을 세상에 밝혀지게 할 것이다. 그들의 가족들에게 밝혀지고, 골병이 든 채 뇌옥에 갇혀서 여생을 보내게 할 것이다. 이가 다 부러져 미음만 먹어야 할 것이고,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 신세
가 되게 할 것이다. 끝내 치욕스럽고 고통스럽게 죽게 만들 것이다.
소녀들이 한 옆에 모여서 한편으론 통쾌하고, 다른 한편으론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이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엄마 보고 싶지?”
내 말에 아이들의 눈에 일제히 눈물이 고였다.
“집에 보내주마.”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며 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하구나.
이곳에서의 겪은 일은 아이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가 될 것이다. 세상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할 때 끌려온 아이들, 아이들의 세상은 이곳이었다.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내가 이 모든 일들을 보여주는 이유는 이것이었다. 어차피 잊을 수 없다면, 놈들이 벌을 받던 이 통쾌한 순간도 잊지 말라고.
이것이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 길이라 믿었다. 그래서 다 보여줄 생각이다.
끼이익.
그때 문이 열렸다. 아마도 조벽이 도착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똑똑히 봐라. 이제부터 저 문이 열리고 일어나는 모든 일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