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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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소방(3)
양기철이 훌쩍 몸을 날려서 아들 옆으로 내려섰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사태를 파악한 그의 첫 감정은 놀람과 걱정이 아니라 분노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양기강이 힘겹게 눈을 떴다.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양기강이 말했다.
“아버지…… 저 새끼가…… 나를 죽이려고…….”
양기철은 아들을 두들겨 팬 상대가 나라는 것을 알고는 죽일 듯 노려보았다.
하지만 차마 나를 향해 곧장 달려들지는 못하고 자신의 수하를 닦달했다.
“사실이냐?”
“그게…….”
수하 사내가 우물쭈물 대답을 망설였다.
짝!
양기철이 사정없이 수하의 뺨을 때렸다.
“이 멍청한 새끼! 대양소방의 후계자가 이 지경이 되도록 뭐한 것이냐?”
그것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손찌검은 계속되었다.
짝! 짝! 짝! 짜악!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양기철은 수하를 때리는 것이 아니다. 나를 때리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시위하는 것이다. 다음 차례는 당신 아들이 될 수도 있다고.
얻어맞던 사내는 결국 혼절해서 쓰러졌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쓰러진 수하를 몇 차례나 짓밟은 후에야 아버지 쪽으로 돌아섰다.
“이 일을 어떻게 책임지시겠소?”
아버지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담담한 마음으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의기소침해 있지도, 그렇다고 당당하지도 않았다.
내 태도에서 무엇을 읽으신 것일까?
당장에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았는데, 아버지는 차분하셨다.
우선 서중에게 사정부터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서중이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차분하게 보고했다. 놈이 송희를 희롱하려 했고, 말리려던 광두에게 비인간적인 행위를 시킨 일, 내가 나서서 사과를 하면 넘어가 주겠다고 한 것 까지. 고맙게도 꼭 필요한 것들은 빠뜨리지 않았다.
보통의 아비라면 자식의 행동에 고개를 들지 못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양기철은 적반하장 소리를 질렀다.
“저깟 버러지 같은 하인과 시비 년 때문에 내 아들을 이렇게 때렸단 말이냐? 감히 내 아들을!”
앞으로 그에 관한 평가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 같다. 저 말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양기철이 서슬 퍼런 기세로 나를 위협했다.
“이번 일을 어떻게 책임질 작정이냐?”
정말 마음 같아선!
하지만 나는 주먹도 말도 아꼈다. 내가 그를 이길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키진 않지만 이번 일의 수습은 내가 사과를 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때 아버지가 생각지도 않은 말씀을 꺼내셨다.
“책임은 양방주 쪽이 져야 할 것 같은데.”
나는 물론이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 집중된 시선 속의 아버지는 평소의 그 차분하고 소극적인 분이 아니었다. 기도는 매서웠고 날카로웠다.
“지금 뭐라고 하셨소?”
“양공자가 주먹에 내력을 담는 것도 모자라 검까지 뽑아서 내 아들을 죽이려고 했소. 맨손인 상대에게 말이오. 이곳의 모두가 지켜봤으니 증인은 충분하리라 생각하는데.”
아버지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우리 쪽 무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양소방 쪽 무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켜본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우기거나 조작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준엄한 어조에 더욱 힘을 실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내 친히 중죄로 다스렸겠지만 양방주 얼굴을 봐서 이번 한 번만은 용서해 주겠소.”
“뭣이!”
“이번 일이 강호에 알려지면 양공자는 물론이고 귀방까지 크게 비웃음을 살 일이지 않겠소?”
양기철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금방이라도 분노가 폭발할 것 같았다. 당장 검을 뽑아들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상황.
“당신 지금 뭐하자는 거지?”
아버지가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러는 당신은 뭐하자는 것이냐?”
두 사람의 기세가 충돌했다. 아버지가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가 조금은 소심한 성격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차분한 성격에서 비롯된 착각이었다.
아버지는 무인이었다. 그것도 상남자 냄새가 풀풀 나는 거칠고 거친 상무인. 무공이 얼마나 강하냐의 문제 이전에 이건 무인의 기질 문제였다.
이제야 나는 알 수 있었다.
왜 서중이 아버지를 떠나지 않았는지. 그는 아버지의 진면목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충분히 충성을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양기철은 끝내 달려들지 못했다. 대신 가장 저급한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했다.
“당장 빌린 돈부터 갚으시오.”
“그러지.”
양소방의 세력이 우리보다 훨씬 커진 것은 맞지만, 지금은 고작 이십 명을 데려온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버지와 붙어본 적이 없는 그였다. 아버지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니 감히 맞서 싸울 자신이 들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명분조차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손님 가신다.”
아버지의 냉정한 축객령(逐客令). 소금 뿌려라, 하는 표정이었다.
양기철이 씩씩거리며 아들과 수하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비로소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왜 그랬느냐?”
아버진 오늘 내게 보여준 감동에 정점을 찍었다. 일단 믿어주고, 나중에 이유를 묻는.
“놈이 우리 가족에게 모멸감을 주었습니다.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시켰지요.”
그러면서 광두와 송희를 쳐다보았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광두와 송희가 고개를 숙였다. 가족이란 말에 그들은 놀라고 당황한 표정이었다.
잠시 나와 광두를 번갈아 쳐다보던 아버지가 두 말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서대주는 잠시 들어오게.”
“네, 가주님.”
아마도 이번 일에 대한 대책을 세우려는 것이다.
내게는 칭찬도 질책도 하지 않았다. 뭐,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아버지를 따라 들어가던 서중이 힐끗 나를 돌아보았다. 질책보다는 호의에 가까운 눈빛.
서중뿐만이 아니었다. 검대 무인들은 물론이고 시비와 하인들 역시 나를 새삼스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벽리단의 아들로 환생한 후 그들과 처음으로 제대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특히 송희는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안기고 싶은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송희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낮춰 눈높이를 맞췄다.
“많이 놀랐느냐?”
“아뇨…… 네.”
“혹시라도 아까 그 놈이 다시 해코지할까 두려워 마라. 저깟 놈은 두려워할 가치도 없는 자다. 안심해라. 앞으로 내가, 그리고 여기 계신 본가의 오라버니들이 너를 지켜줄 테니까.”
송희가 검대 무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박봉에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그들은 충성심이 깊은 이들이었다. 다시 말해 선한 사람들이기도 하다는 뜻.
“감사해요, 도련님. 감사합니다, 아저씨들.”
결국 참았던 눈물이 뚝 떨어졌다. 시비로 살아오면서 이런 안도감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을 테니까.
송희는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내게 귓속말을 건네고 갔다.
“이젠 저도 도련님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모두 흩어지고 이제 광두와 둘만 남았다.
긴장과 함께 다리도 풀렸는지 광두가 털썩 주저앉았다.
“저 토할 것 같아요.”
“토하지 마. 네가 치워야 해.”
어이없어하는 광두를 보며 내가 씩 웃었다.
빤히 나를 쳐다보던 광두가 불쑥 물었다.
“도련님은 겁 안 나요?”
“겁이 왜 나?”
“양소방에서 쳐들어오기라도 하면요?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현재 산동제일은 양소방이라고요.”
“아까 그 양소방 무인들 표정 봤지? 자신의 주인을 혐오하고 있었어. 진심으로 충성을 바치는 자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 검대 사람들 봤지?”
“그래도 저들의 숫자는 우리보다 훨씬 많다고요.”
“싸움을 머릿수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전쟁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아.”
날 믿어도 될 것이 어디 하나둘이겠느냐마는 전쟁에 관한 부분은 믿어 의심치 않아도 될 부분이다. 평생을 싸움터에서 지낸 몸이니까.
“양방주처럼 정치적이고 계산이 빠른 자는 경솔하게 움직이지 않을 거다. 제 놈이 이길 확신이 있을 때 움직이겠지.”
“아들이 반병신이 되도록 맞았는데도요?”
“양기철은 아들의 상세를 제대로 살피지도 않았어. 그가 화가 났던 것은 아들이 다쳐서가 아니었어. 자신의 아들을 때려서지.”
“그게 그거 아닌가요?”
“다르지. 분노의 본질이 아주 다르다.”
놈은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자였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가서 쉬어라. 오늘 고생했다.”
돌아서려는데 광두가 나를 붙잡았다.
“도련님.”
“왜?”
녀석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아까 고마웠어요.”
떨림 속에 더 없이 깊은 진심이 느껴졌다.
“오냐, 평생 잊지 마라.”
“헐.”
녀석을 뒤로 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미 내 표정은 진지해져 있었다.
내 오랜 정치적 경험으로 볼 때 놈이 곧장 움직이지 않을 것은 확실했다. 확실한 복수의 방법을 찾거나, 제 손을 더럽히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 들겠지.
하지만 일단 움직이면 더없이 치사하고 잔인한 방식이 될 것이다.
그 전에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래, 이 문제까지만 해결하고 조용히 수련에 매진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