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Joseon's Royal RAW novel - Chapter 287
287화 중국이 절망하다.
조선왕인 이연의 한 말을 주익균이 되뇌었다.
“백성이… 하늘이라고……?”
언젠가 들어봤었던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아주 오래 전에 들었었던 말이었다.
대명국의 재상이자 스승이었던 자가 했었던 말이었다.
‘황제는 백성을 하늘처럼 여겨야 됩니다. 그리고 백성도 황제를 하늘처럼 여겨야 됩니다. 그것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나라의 국위입니다.’
“…….”
장거정이 했었던 말이 오랜 기억 속에서 일어나면서 떠올랐다.
그 말을 다시 듣게 되리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신하들과 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백성을 하늘로…….”
“눈치를 본다고……?”
눈을 껌뻑이면서 이연을 바라보았고 이연이 그들에게 백성에 대해서 다시 알려줬다.
“정치를 조금만 못해도 온갖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내 탓도 아닌데 날이 가물어서 농사를 망치기라도 하면 내 탓이라고들 하지! 그리고 불법을 저지르는 놈을 그대로 두면 민란이 터져!”
“…….”
“그걸 막으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백성을 도구로 여기는 사람이 할 짓인가? 네놈은 도구 따위에게 눈치를 봐?!”
“……!”
“네놈은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부터 배워야 해!”
호통을 일으키면서 주익균에게 소리쳤다.
차분함이 유지되다가 기백이 폭풍처럼 일어나면서 주익균과 그의 신하들에게 전해지게 됐다.
정전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면서 그들의 가슴마저도 흔들리게 됐다.
‘이 자가…….’
‘트…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미사여구 따위가 없어서 현실적이다……!’
‘이 자가 정말로 일국의 주상이란 말인가……?!’
속으로 탄성을 일으키면서 감탄하게 됐다.
그동안 소문과 보고로만 들었었던 조선의 임금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었다.
그가 백성을 어떻게 여겼었는지를 깨닫게 됐고, 황제의 신하들과 환관들과 마찬가지로 조선의 백성인 군사들이 깨닫게 됐다.
군사들이 자신들을 상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다.
‘전하께서 우릴 눈치 보신다고…….’
‘하늘로 여기시니까! 그래서 우리에게 성심을 다하시는 거야! 그야말로 가감 없이 말씀해 주시는 거야!’
‘아아, 전하! 전하……!’
황진과 권율의 심장도 가쁘게 뛰었다.
그리고 이이 또한 상감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을 받았으니, 그의 작위적인 진심이 아니라 치장 없는 진심을 느끼게 됐다.
사람 냄새를 풍기는 상감에게 모든 충성을 바치고자 했다.
‘오래 전부터 전하는 저희들의 하늘이었사옵니다. 하온데, 전하께서 신들과 백성을 도리어 하늘로 여겨주셨으니, 신들의 목숨으로 보답해 드려도 모자랄 것이옵니다! 그저 전하께 충성을 바치겠사옵니다! 전하!’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당혹감에 빠진 주익균의 얼굴을 보게 됐다.
이연의 호통에 그가 놀라면서 덜덜 떨고 있었다.
다시 발악하듯이 상감의 논리에 빈틈을 찾아내면서 파고들려고 했다.
“그… 그렇게 해서, 위엄이 있을 거라고 보는가?!”
“뭔 소리야? 위엄이라니?”
“나라의 질서를 잡기 위해선 군주의 위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눈치를 보는 군주가 어떻게 감히……!”
주익균의 주장을 듣다가 이연이 팔을 벌리면서 이야기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떤 것 같아?”
“뭐… 뭐라고……?”
“위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네놈과, 아닌 나의 차이를 봐. 네놈의 명나라는 끝장나기 일보직전이야.”
주익균을 비웃으면서 이연이 현실을 깨우치게 했다.
그 말을 듣고 주익균의 몸이 덜덜 떨렸다.
치밀어 오르는 분기를 참을 수가 없어 눈물 글썽임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주먹을 쥐고서 벌벌 떨었고, 이내 소리를 일으키면서 이연과 조선에게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지금은 짐이 있는 곳을 점령하겠지만 조선이라고 무사할 줄 알아?! 네놈이 지껄였던 말들 때문에 조선도 결국 이 나라처럼……!”
그때, 한 사람이 나서서 주익균을 막았다.
“폐하! 그만하십시오……!”
“뭣… 뭐……?”
“이미 졌습니다! 발버둥 치시면 치실수록 황실의 명예만 무너집니다……!”
“뭐가 어쩌고 어째?!”
“황실을 지키기 위해서 지어낸 거짓말들이 화살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습니다!”
“……?!”
“백성을 위해서 이 나라가 세워졌었다는 역사만큼은 지키셔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명예도 먼지조차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졌습니다… 폐하…….”
왕가병이 주익균에게 소리쳤다.
그가 눈물을 흘리면서 주익균에게 애원하자, 더 이상 주익균이 조선을 향해 저주를 놓을 수 없었다.
“빌어먹을…….”
신하와 환관들이 주저앉으면서 오열하게 됐다.
“폐하……!”
“…….”
모든 것이 끝났다.
더 이상 분노하는 것과 오만함을 가져도 의미 없는 일이었다.
스러지는 황실에 오욕만 가득 채울 뿐이었다.
그저 백성을 위해서 대명국이 세워졌었다는 것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제기랄…….”
용상 위에 주저앉은 주익균이 세상을 향해서 욕설을 뱉었다.
힘이 빠진 황제의 모습을 이연이 보고서 권율과 이이에게 명을 내렸다.
“포박해. 그리고 자진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막아야 할 거야. 경계를 철저히 해.”
“예! 전하!”
“좌상은 즉시 신시행에게 연락해.”
“명을 받들겠사옵나이다! 전하!”
함께 명을 받들면서 머릴 숙였다.
그리고 군사들에게 지시했으니, 용상 위의 황제와 그의 신하들과 환관들을 사로잡았다.
이이가 장교들을 통해서 파발마를 출발시켰다.
* * *
그로부터 이레가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말과 전선, 운선을 통해 형양의 반군에게 소식이 닿았다.
진린이 뭍에 올라 유정과 신시행에게 소식을 알려줬다.
“조선군이 북경을 쳤소!”
“저… 정말이오?”
“북경을 점령하고 10만 대군을 주둔시켰소! 황제와 대신들을 사로잡았다고 하니, 전란이 끝났소! 속히 만방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하오!”
먼저 소식을 들었던 진린이 두 사람에게 알려줬다.
소식을 듣게 된 유정과 신시행이 처음에는 멍한 모습을 보였다가 이내 그것이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유정이 부장인 마귀에게 소식을 알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주둔중인 군사들 사이에서 함성이 일어나게 됐다.
“황제가 사로잡혔다!”
“조선이 북경을 쳐서 완전히 끝내 버렸어!”
“꼴 좋다 폭군 놈!”
“우리가 이겼다! 와아아아!”
환호가 크게 일어났다.
— 만세! 만세! 만세!
— 조선이 우릴 도왔다! 조선국 만세!
반군을 돕는 것은 곧 백성을 구하는 일이었다.
이제 조선을 오랑캐로 보지 않았으니, 폭군을 상대로 함께 싸워준 혈맹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황실을 쓰러트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팔을 높이 올리면서 군사들이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 군사들을 유정과 진린, 신시행이 함께 보고 있었다.
그리고 부장과 장수들이 보았으니, 모든 이들이 기뻐하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차분한 시선으로 신시행이 볼 때에 진린이 곁에서 조선왕의 전언을 알려주게 됐다.
“혹시, 만날 생각은 있소?”
“누굴 말이오?”
“주익균을 말이오. 조선군이 사로잡아서 그놈을 투옥 시켰소.”
“…….”
“내가 봐서 놈을 죽이고 싶지만, 오직 대인에게만 조선의 임금이 허락했소.”
진린이 복수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조선이 도와줘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신시행에게 황제를 볼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줬다.
진린으로부터 전언을 듣게 된 신시행이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으니, 다시 며칠이 지나서 북경에 이르게 됐다.
어두운 옥사 안을 화롯불이 환히 밝히고 있었다.
권총과 칼로 무장한 군사들이 삼엄한 경계를 이루는 가운데, 권율이 신시행에게 주익균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줬다.
“여기요.”
“저분이, 황제 폐하이시오?”
“그렇소.”
“혹시 포박을 풀어줄 수는 없겠소?”
“불가하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재갈만 풀어줄 수 있소. 혀를 깨물어서 자진하려 한다면 막을 것이오.”
그래도 황제이기에 예우를 갖춘 상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황제를 조선군이 경계하며 그의 자진조차 막고자 했다.
때문에 권율과 경계병들이 보는 데서 불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탁자와 의자가 준비되자 투옥되어 있던 황제와 마주 앉게 됐다.
온몸이 묶인 황제에겐 오직 두 눈과 세 치 혀의 자유만 허락될 뿐이었다.
조선군 병사가 재갈을 입에서 떼자 마주 앉은 신시행을 주익균이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
그리고 분노를 참으면서 먼저 말을 걸었다.
“짐의 참담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 온 것인가……?”
“…….”
“아니면 짐으로부터 저주를 받기 위해서 온 것인가? 대체, 무슨 낯짝으로 친히 행차한 거지?”
이미 눈빛으로는 신시행의 모든 것을 저주하고 있었다.
배신감으로 치를 떠는 황제 앞에서 신시행이 피하지 않고 차분히 이야기했다.
“몇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뭘 말야?”
“황실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울 나라에 대해서 말입니다.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명조는 다했습니다.”
“…….”
신시행이 새로운 나라의 창건을 알렸다.
그 말을 듣게 된 주익균의 눈동자와 심기가 심히 요동치게 됐다.
하지만 이미 자신이 사로잡힌 상태에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여겼다.
입꼬리를 올리면서 헛웃음을 일으켰고 진지하게 신시행에게 물었다.
“궁금하긴 하군. 어떤 나라가 세워질지 말야. 그래서 짐의 황실을 대신하는 새로운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오랑캐 따위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조선의 신하국이 되는 것인가?”
새로이 세워지는 나라를 비웃으면서 주익균이 물었다.
그의 물음에 신시행이 흔들리지 않고 이야기했다.
“비판의 자유를 품어낸 나라가 될 것입니다.”
“비판의 자유라고?”
“새로운 나라는 중화나 오랑캐를 뜻하는 화이를 쓰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한나라의 후손인 만큼 그때의 영토로 돌릴 겁니다. 주변 나라나 이웃을 낮잡아 보지 않고 거짓된 논리로 우리 스스로를 높이지 않을 겁니다.”
“…….”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반드시 비판할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심지어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라도 말입니다. 백성들이 지지하는 지도자에게 임기 제한을 두고 전권을 위임할 것입니다.”
신시행의 이야기를 듣고 주익균이 가만히 있다가 웃음을 일으켰다.
“크하하하! 하하하!”
크게 웃음을 일으키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으니, 더욱 신시행을 비웃게 됐다.
“그러니까, 나라를 다스리는데 군주를 두지 않겠다? 백성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한다고?”
“예. 폐하.”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백성이 어리석은데 선정을 베풀 수 있는 지도자를 어떻게?”
“그래서 백성들을 가르칠 것입니다.”
“뭐?”
“거짓을 섞지 않고 지혜와 지식을 가르쳐서 말입니다. 그리고 예와 배려로 백성을 위한 진정한 대국을 세울 겁니다.”
신시행의 설명을 듣고 주익균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따위 계획은 대체 누가 세운 거지? 설마하니 조선왕이 네놈에게 가르쳐 준 것은 아니겠지?”
“…….”
“중원의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뻔히 보이는군! 지혜와 지식을 배웠다는 백성 놈들이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주장하면서 대혼돈이 벌어질 건데, 나라가 온전히 지켜지리라고 보는 것인가?”
미래를 예상하면서 주익균이 신시행을 가르쳤다.
그 말에 신시행이 다시 차분하게 말했다.
“그것 또한 비판의 자유로 조정될 것입니다.”
“…….”
“논쟁으로 보다 나은 이론과 정책들을 찾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최선은 분명합니다. 본래 사람이 완벽하지 않고 하늘에서 나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폭력을 배제하고 논쟁을 끝까지 벌이면 그때의 최선이 드러납니다.”
신시행의 대답을 듣고 주익균의 비웃음이 지워지게 됐다.
그리고 눈을 감고서 생각한 후에 다시 웃었다.
“그대로 된다면 조선왕이 가장 싫어하겠군. 지금의 조선왕이 아니라, 후대 왕들이 말야. 이연이야 백성들이 욕해도 용납하겠지만, 과연 나와 같이 오만한 놈이 나왔을 때 자유로운 비판을 용납하겠어?”
“…….”
“결국 네놈이 세운 나라가 강해지고 조선은 쇠락하게 될 거야. 뭐 그 정도라면, 나도 만족할 수 있겠군. 크큭.”
조선의 쇠락과 멸망을 예상하면서 웃음 지었다.
본인의 멸망은 막을 수 없지만 100년 후에 있을 일을 기대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 주익균을 보면서 신시행이 차분하게 가르침을 전했다.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뭐라고?”
“폐하께서 생각하시는 것을 조선의 군주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우리 후손들이 조선과 동등해질 순 있어도 조선의 후손을 앞서는 일 따위는 없을 겁니다. 100년이 지나 조선의 왕실은 상징이 될 것입니다.”
처음에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었고, 군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였다.
하지만 이연이 전혀 새로운 미래를 알고 있었다.
신시행을 통해 주익균이 100년 후의 세상을 알게 됐다.
“조선은 입헌군주제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군주와 비판의 자유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조선왕은 백성과 후손을 위한 미래를 원합니다.”
어떤 미래가 펼쳐지더라도 이연이 실패하는 일은 없었다.
“으아아아! 아아아아!”
옥사에서 한없는 절규가 울려 퍼졌다.
주익균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탄식했으니, 그가 예상할 수 있는 모든 미래에 조선이 멸망하는 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미래가 되어도 조선의 후손은 존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풍요와 영광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깊은 좌절과 절망을 안고서 몇 달을 보내게 됐다.
다시 풍요의 계절이 찾아왔을 때, 중원이라 불리웠던 세상이 변화하게 됐다.
황제였었던 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게 됐다.
형장 위에 주익균이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