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143)
◈ 143화
드래곤과 인간.
미네르바는 그 두 가지가 섞인 존재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두 가지의 정체성을 가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너는 내가 보았을 때 용의 정체성과 인간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그건 전혀 좋은 상태가 아니란다.”
“그게 무슨 의미이시죠?”
“두 개의 정체성. 이것이 계속 유지 된다면 그것은 언젠가 너의 정신을 망가뜨리고 최악의 경우 폭주하게 만들 수도 있단다.”
“…….”
이제야 무슨 말씀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용의 힘을 해방했을 때 나타났던 평소와 다른 성격과 모습.
그것은 분명 용으로써의 자신, 이미 예전에 해방했어야 하는 자신, 그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분명했다.
“다른 종족이 섞인 하프들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란다. 하지만 너는 용의 힘을 특히나 늦게 각성해 그게 더 심하게 보이는구나.”
“…네. 제가 힘을 각성한 건 10살 때였어요.”
“역시 자아가 상당히 자리 잡은 상태에서 각성을 했구나.”
마리엘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내가 보았을 때 인간으로서의 네가 가진 자아는 상냥하고 주변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보였단다. 하지만 용의 본성과 자아는 자기중심적이며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에 집착을 가지고 있어. 아마 용의 힘을 사용할 때마다 그 차이가 너를 괴롭혔을 것 같구나.”
“…….”
정확했다.
첫 각성을 하고 자신의 행동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 후에 또다시 용의 힘을 쓰고 아스토에게 했던 행동을 부끄러워하면서 엄청나게 후회했다.
“이 상태를 지속할 수 없단다. 너는 선택을 해야 만한단다, 중심이 되는 본성을. 용으로서의 미네르바인지.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미네르바인지 말이다.”
“…두 가지가 섞일 수는 없는 건가요?”
“성격이 섞인다는 건 불가능하단다. 물론 정말 특이한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너의 두 성격은 정반대이잖니.”
말씀 그대로였다.
주변을 먼저 생각하는 성격과 자신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는 성격은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절대 섞일만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온전히 드래곤의 힘을 받아들이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인간으로서 힘을 통제할지 아니면 드래곤으로서 힘을 통제할지 말이야.”
“…선택을 한다면 어떻게 되나요?”
“아마 한쪽 자아가 약해지게 될 것이란다. 물론 완전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조금은 남아서 너의 성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게 된단다.”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싫은 느낌이었다.
꼭 또 다른 자기 자신을 없애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선택으로 네가 사용하게 되는 마법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란다.”
“영향이요?”
“오러 유저의 무기술이 성격이나 체질에 따라 발전하는 게 다르고 얻게 되는 구현화가 다르듯이 마법도 성격에 따라 조금의 변화가 있단다. 주로 사용하게 되는 마법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고 무엇보다 만들게 되는 고유 마법이 아주 달라질 수 있단다.”
고유 마법.
지금까지 사용했던 고유 마법은 피의 기억을 통해 익힌 역대 백룡왕 분들의 마법이었다.
아직 자신만의 고유 마법은 만들어 내지 못했다.
“고유 마법이 달라진다니…….”
더더욱 생각이 깊어지고 말았다.
지금 선택은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선택이 분명했다.
함부로는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내 머리 속에는 한가지 선택이 떠올랐다.
마리엘님에게 이야기한다면 분명 화내실 것 같아 무서웠지만 이것은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선택이었다.
“…마리엘님.”
“그래 생각해 봤니?”
“저는 선택할 수 없어요 마리엘님.”
“…음?”
“둘 다 저예요. 저는 그런 제가 사라지는 선택을 하지 않을 거예요.”
인간의 정체성을 포기한다면 평범하게 지냈던 일상들의 소중함이 사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용의 정체성을 포기한다면 아빠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구나.”
스윽!
마리엘은 품안으로 손을 넣었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사람의 얼굴을 전부 비출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인 은색의 손거울이었다.
“어쩔 수 없구나. 이런 방법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너는 내면을 한번 보고 올 필요가 있을 것 같구나.”
그렇게 마리엘의 들고 있는 거울로 미네르바를 비친 그 순간이었다.
우웅!
“윽!”
미네르바는 묘한 기운과 동시에 시야가 암전되는 것을 눈치챘다.
“마리엘님?!”
그녀는 마리엘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후 시야가 완전히 암전되었다.
‘시야가 가려진 건가? …아니야 그런 것 치고는 느낌이 달라.’
시야가 가려진 건 분명히 아니었다.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도 그 정도는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어?”
그때 어두웠던 시야가 밝혀지며 다시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는…….”
방금까지 있던 마리엘님의 저택 지하가 아니었다.
이곳은 과거 꿈에서 보았던 커다란 새하얀 드래곤이 있던 의문의 공간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여기에?”
—정신이 들었니 미네르바?
“마리엘님?”
그때 귓속으로 나긋한 마리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방금 사용한 아티팩트는 마인드 어비스. 스스로의 내면을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란다. 예전에 하프들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찾아냈단다.
아티팩트 마인드 어비스.
비춘 존재의 정신을 생명체마다 가지고 있는 내면의 세계로 보내며 그것을 거울을 통해 지켜볼 수 있게 해주는 아티팩트였다.
“어째서 이런 아티팩트를 사용하신 거죠?”
—네가 옳은 선택을 하길 원해서 그랬단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택은 없단다. 수많은 하프들을 보았고 네가 말한 선택과 비슷한 선택을 해서 좋은 결말을 맞이한 아이도 없었고 말이다.
마리엘님의 성격을 알게 되었다.
강한 신념을 가지신 분.
동시에 그 신념을 타인에게도 강요하는 분이셨다.
나긋한 목소리와 말투 덕분에 성격이 좋으신 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눈앞의 이분은 드래곤일 때의 자신과도 비견될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가지고 계셨다.
—그러니까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이길지 아니면 잡아먹힐지 선택해주렴.
“나타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우웅!
그때 마리엘의 이야기에 미네르바가 의문을 가진 순간 무언가가 울리는 소리가 주변으로 퍼졌다.
그 소리에 반응한 그녀는 빠르게 앞을 바라보았다.
후웅! 후웅!
새하얀 날개, 기다란 목과 튼튼해 보이는 팔다리와 몸.
전신이 새하얀 비늘로 덮여 있는 이 존재는 꿈을 꾸며 만났던 백룡.
미네르바 안의 용의 힘이 형상을 가지며 나타난 것이다.
“백룡…….”
어릴 적과 다르게 사슬에 구속되어 있지 않았다.
백룡의 힘을 대부분 다룰 수 있게 되어 그 구속이 사라진 듯했다.
쿠아아앙!
백룡이 미네르바를 보며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 울부짖음에는 감정이 느껴졌다.
분노였다.
‘어째서?’
눈앞의 백룡이 분노를 하고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눈앞에 백룡은 자신의 힘의 형상이었다.
그런 형상이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저것은 너란다. 아마 용의 힘을 해방했을 때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너.
“저게 나? …아.”
조금 전의 마리엘님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용으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자신은 인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눈앞의 용은 용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다.
눈앞의 자신은 분명 자기중심적이며 순수한 용에 가까운 존재.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방해되는 존재를 없애고 그것을 얻으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또 다른 자신을 버리는 것이라도 말이다.
“…죄송해요 마리엘님.”
—미네르바?
“저는 마리엘님의 생각대로 되고 싶지 않아요.”
우웅!
거대한 백룡의 앞에 떠 있는 미네르바의 몸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그 누구도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 * *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랑 가문 저택 안에 미네르바가 지내고 있는 방 안.
한창 그녀에게 있던 일을 듣던 아스토리안은 재촉하며 결과에 대해 묻고 있었다.
“어떻게 됐을 것 같아 아스토?”
“…….”
장난스러운 표정.
정말로 나이 때의 소녀가 지을만한 귀여운 표정이었다.
그리고 평소의 미네르바가 잘 짓지 않는 표정이기도 했다.
‘도저히 모르겠어.’
방금 전까지 내면의 세계인가 마음속 세계인가 하는 곳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결과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거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기에 저런 표정을 지으며 얼버무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상당히 궁금하기는 했다.
하지만 미네르바가 그런 마음이라면 자신이 할 일은 그저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자신보다는 언제나 그녀의 마음이었다.
무엇보다 누가 이겼다고 하여도 아니 분명 미네르바가 원하는 대로 되었을 것이다.
원하는 선택을 한다.
그녀는 그것을 위해 강해져 왔고 분명히 해냈을 것이다.
“글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미네르바가 이곳에, 내 앞에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것이란 건 알겠어.”
“그으래?”
“응 그래.”
뭔가 묘하게 기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선택이 맞은 것 같아 다행인 듯했다.
“그러면 한 달 동안 그 마리엘님에게 가서 마법 단련을 받은 거야?”
“응! 티말라님에게 기초를 배운 거라면 마리엘님에게는 심화 과정 정도? 열심히 배우고 이해했어!”
“그럼 더 강해졌어?”
“아스토의 상상 이상으로!”
상상 이상.
자신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말하는 모습은 상당히 귀여웠다.
그리고 동시에 대련을 해보고 싶었다.
얼마나 강해졌을지 얼마나 더 마법을 잘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인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잠깐의 휴가였고 할 일은 아직 더 있었다.
오늘 할 일은 미네르바가 잘 지내고 있는지 보고 무슨 일을 하면서 지냈는지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알고 싶었다.
자신이 없는 기간 동안 무슨 일을 하면서 지냈는지 그녀의 일상이 말이다.
‘…지키고 싶은 사람을 향해서 보통 이런 감정이나 생각을 가지나?’
그러다 문뜩 그녀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는 모습이 집착하는 듯이 보였다.
미네르바는 중요한 존재이고 지켜야 하는 대상이며 소중한 사람이다.
이런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아니야. 보통은 이렇게까지 알고 싶어하지 않을 거야. 제니온도 나에게 비슷한 존재이지만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건 아니잖아.’
그렇다면 미네르바가 특별한 것이다.
자신에게 있어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의 마음속에 아주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하, 하하. 만나면 알 수 있을 것 같더니. 진짜였나?’
만나지 못함으로써 떨어져 있음으로써 알 것 같았다.
자신의 마음을 말이다.
분명 과거에 했던 생각과 전생의 기억이 이런 감정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게 방해한 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당히 자각할 수 있었다.
‘나는 미네르바를 좋아해. 그게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을 때일까?
아님 같이 수련하며 지내온 때일까?
그런 걸 떠올리려고 해보아도 크게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말할 수는 없겠지.’
언젠가 이 마음을 이야기해야 할때가 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마음을 드러낸다면 분명 자신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선언한 사람을 향해 한 행동을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소중한 사람이 연관이 된다면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과 연관이 된다면 아마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이 마음을 숨기고 감정을 죽여야 했다.
그녀가 확실하게 안전한 세상이 될 때까지는 말이다.
“아스토?”
“아, 미안.”
아무래도 너무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녀가 걱정할 수도 있으니 빨리 적당한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소개해준다고 했는데 그건 무슨 말이었어?”
“그거? 그랑 가문에 있는 분들한테 아스토를 소개해주려고. 노리아 할머니도 그렇고 마리아도 칭찬을 엄청해서 아마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처음 만났을 때를 보면 궁금해하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던데 말이야.’
정문을 넘어가며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면 분명 궁금한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시험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럼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내려가자! 가서 저택에 있는 분들 소개시켜줄게.”
“…….”
솔직히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저 미네르바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아리네아만 만난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 하는 듯한 표정을 보니 그럴 수 없었다.
아무래도 자신을 그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럼 가볼까?”
“응!”
기왕 이렇게 됐으니 그들과 안면이라도 트여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왕국에서 가장 건드리면 안 되는 가문 1위 그랑 가문.
과연 처음에 만난 이들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은 어떨지 궁금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