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147)
◈ 147화
터벅! 터벅!
호위의 이름과 외모는 성을 오고 가다가 언젠가 마주칠 수 있다고 생각해 루치아를 통해 미리 알아 두었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가 없어졌다.
도망갈 수도 없는 상황에 지금 그녀가 왕비님과 함께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메이벨? 아는 아이들이니?”
“아 네 어머니. 네르 칼가인 학교에서 함께 잠시 같이 지냈던… 친구들이에요.”
“어머! 그렇구나.”
스윽!
“반가워요 우리 데미안 왕국의 자랑스러운 학생들.”
“마,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왕비님!”
“처, 처음 뵙겠습니다 왕비님!”
“…….”
순간 머릿속으로 온갖 방법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의 정체가 최대한 들키지 않게 이야기 할 방법을 말이다.
“…데미안 왕국의 자랑이신 마레 왕비님을 뵙습니다.”
솔직히 방법이라는 건 별거 없었다.
평소와는 다르다고 느껴질 정도로 목소리를 깔고 딱 왕비님까지만 들릴 정도로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멀쩡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던 아르라는 호위뿐이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것이었다.
“모두 예의가 정말 바르군요. …음?”
그때 왕비님이 자신의 얼굴과 제니온을 보며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순간 왜 그런지 생각해 보다가 이내 이유를 눈치챘다.
“…혹시 아카데미 교관과 후보생?”
“네 맞습니다 왕비님. 교관인 아스토리안입니다.”
“후보생 카빌레아 제니온입니다!”
“역시! 얼굴이 익숙하다 했더니 맞았군요.”
애초에 아카데미에서 일하도록 제안을 받을 때 왕비님도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인 상황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왕비님?”
“아르 처음 보죠? 아카데미 프로젝트의 교관으로 임명된 아스토리안이에요.”
“…! 정말로 어린 친구였군요.”
아카데미의 교관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잡혀 있다면 임페리얼 나이츠를 죽이고 사라진 사람과 연관하여 인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분명 뒤에 있는 아르라는 여성이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애초에 어린 것으로 놀라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런 걱정은 애초에 필요 없던 것 같기도 했다.
15살의 소년이 그랜드 마스터라는 상상은 그녀로써는 불가능해 보였으니 말이다.
“어머니? 아카데미 교관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한 달 동안 성안에 갇혀 있다시피 지내서 모르는 게 당연하겠구나. 그러니까…….”
왕비님은 메이벨을 향해 설명 해주기 시작했고 그것을 가만히 들어보았다.
아무래도 그녀와 1왕자는 약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성안에서 갇힌 듯이 지내며 밖으로 나오지 못한 듯 보였다.
학교도 그렇고 아직 스파이가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 확실한 안전을 위해 그런 조치를 내린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여러 소식들에 어두운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들이 더 이상 네르 칼가인 학교에 가지 않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카데미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아스토리안이 그 교관이 되고 제니온도 후보생이 되다니… 미네르바? 설마 너도?”
“아, 네. 저는 다른 사정이 있어서 휴학 중이에요.”
“…….”
메이벨은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나마 친하게 지냈던 3명이 휴학을 했다는 것은 지금 학교로 돌아간다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제일 흥미가 생겼던 사람이 학교에 없다면 분명 학교에 다니는 즐거움은 상당히 반감될 것이다.
그런 생각이 그녀의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럼 학교에 복귀해도…….”
“메이벨.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무래도 당장 학교에 복귀는 어려울 것 같단다.”
“네? 어째서, 어째서이죠 어머니?”
“그건…….”
왕비님은 우리들을 슬쩍 흘겨보았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할만한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
살짝 궁금하기는 했지만 굳이 알아낼 생각은 없었다.
“성안에 돌아가서 하자꾸나. 우리는 이곳에 기분전환 겸 디저트를 먹으로 온 것이니까.”
“…알겠습니다 어머니.”
그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이야기가 상당히 신경 쓰이는 듯했다.
“그럼… 음 뭐라고 불러야 할까? 사적인 자리이니 친구들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왕비님께서 편하신 대로 불러주신다면 저희들도 편할 것 같습니다.”
“좋아요. 그럼 메이벨의 친구들 이렇게 만나게 됐으니 같이 앉아 디저트를 먹도록 하죠.”
* * *
불편함.
딱히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다.
불편하다는 것은 보통 기분이 나쁜 것으로 이어지고 곧 컨디션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금 왕비님의 앞에 앉아 있는 상황이 딱 그랬다.
높으신 자리에 있는 분을 신경 쓰며 대답하고 행동을 똑바로 해야 했다.
거기다가 이야기는 별로 영양가 없는 시답지 않은 것들 뿐이었다.
주기적으로 이곳에 디저트를 먹으러 온다는 이야기나 평범한 일상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그것만 해도 불편한데 이 가게의 주변으로 여러 기운들이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왕비님과 메이벨의 호위인 듯했다.
어째서 호위인지 눈치챘냐면 그 기운 중에는 메이벨의 호위였던 네르하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런 불편함이 가득한 이곳에서 1시간이라는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아르 돌아갈 준비를 하죠.”
“알겠습니다, 왕비님.”
시간이 꽤 흐른 것을 눈치챈 왕비님이 호위를 내보내며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길었던 불편함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메이벨 너는 어떻게 할 거니?”
“네? 어머니 무슨 말씀이시죠?”
“나는 이대로 돌아가 봐야 하지만 너는 아니잖니? 앞으로 한동안은 또 성 밖으로 나오지 못할 테니 조금 더 밖에 있다고 들어오는 게 좋을 것 같아 물어보는 것이란다.”
“…….”
잠시 고민하던 메이벨은 이내 생각을 끝낸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그렇다면 조금만 이따가 돌아가 볼게요, 어머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고마움을 느낀 듯이 보였다.
뭔가 학교에서 보던 모습과 묘한 갭이 느껴져 어색했다.
“그렇게 하렴. 호위들을 절반 정도 두고 갈 테니 너무 늦게만 돌아오지 마렴.”
“네 알겠어요.”
“친구들도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앞으로도 왕국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주기를 바래요.”
그렇게 왕비님은 살짝 손을 들어 자신들을 향해 인사를 가볍게 해주고 가게를 나갔다.
가게에 남은 것은 자신과 제니온, 미네르바와 메이벨 그리고 절반으로 줄어든 호위였다.
‘낌새를 보면 들키지는 않았나.’
괜찮다고 생각해도 혹시라는 불안감이 있어 이야기할 때 호위를 계속 신경 쓰며 대화했다.
그것 때문에 더 불편했던 점도 있었지만 눈치채지 못했다면 상관은 없었다.
“하아~”
왕비님이 나간 직후 메이벨은 바른 자세에서 몸에 힘이 빠진 것 같은 편한 자세가 되었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앞이라고 왕녀의 모습을 보여주냐고 노력한 것이 힘든 듯했다.
“이제 어머니 안 계시니까 너희들 말 편하게 해.”
“음… 그래 알았어. 메이벨아 자세가 불량하구나.”
“…편하게 하랬지 언제 높은 사람처럼 말하라고 했어?”
“하하하!”
역시 제니온이었다.
제니온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과 대비되게 분위기를 정말 잘 풀어주며 이야기한다.
“…뭔가 미안하네. 너희들은 편하게 쉬려고 왔는데 마침 나랑 어머니가 오는 바람에 괜히 방해한 것 같은 느낌이야.”
“방해한 건 맞지만 미안한 건 적당히 해도 돼!”
“…넌 안 미안해 제니온.”
“와~ 왕녀님이 귀족 차별한다. 평민 우대 적당히 해라~”
“시답지 않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아마 하루 종일도 저럴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보였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효율적인 걸 하고 싶었다.
“메이벨 혹시 그때 침입 했던 제국의 인간들은 전부 처형 됐어?”
아카데미가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시기에 처형을 한다는 소식이 퍼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소식은 성안에서 처형을 끝냈다는 소식뿐이었다.
일부러 처형했다고 해놓고 가두어 놓은 뒤 정보를 알아내고 있는 중일 수도 있었다.
루치아에게 부탁하면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정도로 무리하게 알아내고 싶은 정보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침 왕녀이며 성안에서 지내는 그녀에게 물은 것이다.
정말로 그들이 죽은 것이 맞는지 말이다.
“…그래. 너도 엄연히 피해자이니까 궁금하겠지.”
메이벨은 아스토리안이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친구를 위험하게 만든 그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라 생각해 이렇게 말한 것이다.
“처형은 이루어졌어.”
“…설마 전부 죽은 건 아닌 거야?”
“한 명… 아니 그 빼고는 전부 사형당했어. 학교에 침입했던 이들과 수도에서 테러를 일으킨 이들 그리고… 내 둘째 오빠까지 말이야.”
“……!”
잠시 잊고 있었다.
이번 일을 일으킨 범인 중에는 분명 메이벨의 오빠도 있었다.
망나니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가족이었다.
그 부분을 잊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이 살짝 후회스러웠다.
“미안해. 내가 잠시 잊고 있었어.”
“아니야. 그 망할 오빠는 죽을만 했어. 나랑 첫째 오빠뿐만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까지 죽이려고 했으니까.”
받아들인 것 같은 모습이지만 사라지지 않는 씁쓸함이 있었다.
최악의 범죄를 일으킨 가족.
그리고 그 가족이 목숨을 노렸다는 것과 사형을 당했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섣불리 더 이상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런 것들을 전부 이해할 수는 있어 씁쓸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이런 결정을 어머니가 가장 먼저 내렸다는 건 믿기지가 않아.”
“왕비님께서?”
“응. 왕국을 위해서 냉혹하게 판단하실 때가 있어. 언제나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는 하시지만… 가끔 그런 부분이 무서워. 나도 실수하거나 누군가에게 잘못 모함이라도 당하면 그렇게 될까 봐.”
“…….”
아까 전 이야기할 때 그런 면이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정도로 감정의 조절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무래도 왕비님이나 관련된 사람들 앞에서는 행동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메이벨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방금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것은 그냥 안타깝다는 감정과 조심해야 될 정보를 알았다는 정도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우리들을 좋게 봐주는 건 고맙지만 해줄 수 있는 건 힘내라는 말밖에 없었다.
누가 듣는다면 냉혈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와 지낸 것은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아직 자신이 신경 쓸 소중한 사람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내가 옹호해 줄게!”
“제니온?”
메이벨의 이야기에 먼저 입을 연 것은 제니온이었다.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살짝 진지한 듯한 느낌이었다.
“왕국과 척을 질 수는 없으니까 너를 몰래 도망가게 만들고 모함이라는 걸 밝혀 줄게. 어때? 이 정도면 그런 일이 일어나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겠지?”
“그런 일이 있으면 나도 도와줄게. 같이 지낸 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그래도 친구니까.”
“…….”
사람 좋은 녀석들.
두 사람의 보면 언제나 이런 생각이 든다.
자신은 절대로 저럴 수 없다고 말이다.
소중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 외에는 저런 말도 행동도 해줄 수 없다.
아마 그건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나도 도와줄게.”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 말이다.
“…풉. 하하하!”
그때 놀란 표정을 짓던 메이벨이 어느새 웃기 시작했다.
“아 미안해. 내가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했나 봐.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는데 말이야. 아마 성안에만 있어서 부정적인 생각이 강해졌나 봐. 내가 한 이야기는 신경 쓰지마. 그것보다 너희 쉬려고 나왔잖아? 나는 방해 될 테니 그만 가볼게.”
그녀는 이곳에 있으면 자신이 방해된다고 생각한 듯 빠르게 떠나려고 했다.
덥썩!
“어?”
하지만 그것을 제니온이 빠르게 움직여 그녀의 손을 잡아 멈추었다.
“뭘 방해된다고 하는 건지. 온김에 같이 쉬다 들어가자. 오랜만에 나왔다면서?”
“그렇지만…….”
“응. 우리랑 같이 쉬다가 들어가자 메이벨. 아마 한동안 또 못 만나게 될 것 같아.”
“…….”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았다.
지금 그녀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표정이었다.
제니온과 미네르바의 친절함에 감동받은 것은 덤으로 말이다.
‘…뭐 일국의 왕녀님이니. 친하게 지내면 제일 좋은 인물 중 한 명이기는 하지.’
나는 그녀가 그냥 돌아가게 두고 세 명이서 있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그녀와 함께 지내야 할 것 같았다.
“그래. 고마워.”
메이벨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미소 중 가장 편해 보이고 부드러운 미소였다.
* * *
“아르 그 아이들은 어떤 것 같나요?”
“…좋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왕비님.”
마레와 아르가 있는 돌아가는 마차의 안.
그곳에서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군요. 다른 점은요?”
“흠… 꽤나 장래성이 느껴지는 분위기라는 것 외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아르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그대로 창밖을 보았고 곧 생각에 빠진 듯한 모습이 되었다.
‘그 목소리는 분명 같은 사람의 목소리였어. 아까 전의 아스토리안 교관과 그때의 아르에게 이야기하던 그 목소리는 말이야.’
임페리얼 나이츠에게 쫓기며 아르의 구현화 안에 들어가 있던 마레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결코 정신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소리 정도는 전부 들을 수 있었고 그때 들렸던 모든 목소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성안에서 봤을 때는 소리가 울리고 멀어서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근처에 앉아 이야기하게 되니 알겠어. 분명 같은 사람이야. 하지만 만약 내 짐작이 맞다면… 그는 정체가 뭐지?’
다른 사람이 변장한 것은 아니었다.
같이 아카데미에 있는 부모가 자식을 못 알아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15살의 소년이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했다는 대륙 역사상 존재한 적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니 아직 확신이 필요해. 정말 나의 생각이 맞는지에 대한 증거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스토리안과 왕비 마레 스스로의 소중한 것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두 존재.
아마 그들은 절대로 만나서는 안 되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