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151)
◈ 151화
다시 2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현재 아스토리안은 아카데미가 아닌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왕인 바우렌이 앉아 있는 알현실에 귀족들과 함께 서 있었다.
‘내가 여기에 서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귀찮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생각보다 분위기가 무거워 불편한 것은 있었다.
자신이 이곳에서 맡은 임무는 볼모로써 오게 되는 제국의 황녀를 보고 얼굴을 익혀두는 것이 첫 번째 임무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였다.
분명 제국에 깊은 원한이 있는 귀족이 있을 것이고 이 원한을 황녀를 이용해 풀려고 하는 인간이 있을 수도 있었다.
볼모로 온 황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제국은 죄를 묻지 않겠다고 했지만 왕국 입장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볼모를 다치게 만들고 복수의 도구로 삼는다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폐하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자신처럼 실력자를 중간중간 배치해 두었다.
‘솔직히 어머니 한 명만 둔다면 효과가 더 확실할 것 같기는 한데 말이야. 뭐 무언가 생각이 있으니까 이런 배치를 하신 거겠지.’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며 기다렸다.
끼익!
그때 알현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옷과 바지를 입은 메이벨 이었다.
“왔느냐 메이벨.”
“예 폐하.”
부모와 자식의 대화가 아닌 왕녀와 왕으로서의 대화였다.
아무래도 자리가 자리이다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준비는 다 되었느냐?”
“…네 폐하. 준비를 끝냈습니다.”
“그래. 알겠다. 곧 도착한다고 했으니 옆에서 서서 기다리고 있거라.”
“예.”
그렇게 메이벨은 폐하의 옆에 있는 1왕자의 왼편에 얌전히 섰다.
옆에서 이야기하던 귀족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몇 개월 동안은 메이벨은 왕녀와 함께 지내게 될 것이라 했다.
같은 성별에 비슷한 위치이기에 그런 선택을 했다는 그런 이야기들 외에도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한 것은 앞의 이야기뿐이었다.
‘과연 생각해 보니 그때 학교에 가지 못한다고 한 이유는 이거였나?’
가만히 기다리다가 디저트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확실히 왕비님의 곤란해하는 얼굴의 이유를 드디어 이해할 수가 있었다.
쿵! 쿵!
끼익!
“크샤르 제국 제 4황녀 크샤르 아인 아나트님께서 방금 도착하셨습니다!”
‘드디어 도착했나?’
병사로 보이는 사람이 문을 열며 큰소리로 외쳤다.
“들어오게 해라.”
“예! 폐하!”
‘어떻게 생겼을지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크샤르 제국의 황녀이자 황제의 유일한 딸.
과연 어떤 모습일지 상당히 궁금했다.
터벅! 터벅!
그렇게 크지 않은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발소리의 숫자는 늘어났고 그 소리의 주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철그럭! 철그럭!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갑옷을 입은 두 명의 기사였다.
아무래도 그녀를 호위하기 위해 온 기사들인 듯했다.
저벅! 저벅!
이어서 들어온 사람은 두 명의 여성이었다.
한 명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시녀인 듯했다.
그리고 알현실로 들어온 마지막 한 명의 여성.
그녀가 분명 황녀일 것이다.
‘…뭐야 저건?’
그리고 황녀의 모습을 본 순간 당혹스러웠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 드레스.
찰랑거리는 비단처럼 아름다운 짙은 검은색의 머리카락.
여기까지는 분명 평범이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보통 알고 있는 왕녀나 황녀의 모습일 것이다.
자신이 보고 당혹스러워 한 부분은 그녀의 얼굴에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안대를 쓰고 있었다.
자신처럼 고무로 되어 한쪽 눈을 가리는 안대가 아닌 긴 검은 천으로 두 개의 눈을 전부 가리는 형태의 안대였다.
‘…앞이 안 보이나? 아님 설마 나처럼 특수한 눈을 가진 건가?’
자신처럼 특수한 경우일 수 있기에 당혹감이나 이상하다는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하지만 주변에 서 있는 귀족들은 아닌 듯했다.
“저 안대는 뭐지?”
“눈이 없… 아니 다치기라도 했나?”
“나 이런 소문을 들었네.”
“무슨 소문?”
“황녀의 눈이 너무 무섭고 못생겨서 보기 싫은 황제가 가렸다는 소문.”
“에이 코와 입이 저렇게 이쁘게 생겼는데 눈이 좀 못나다고 못생겨질까?”
안대의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그것에 대한 이야기로 알현실은 살짝 소란스러운 분위기 되어버렸다.
‘…신경도 쓰지 않는 건가?’
이런 분위기에도 황녀는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그저 폐하가 있는 옥좌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렇게 잠시 후 그녀는 옥좌의 앞에 도착하였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데미안 왕국의 존경받은 데미안 마르 바우렌 폐하. 처음 뵙겠습니다. 크샤르 제국의 4황녀 크샤르 아인 아나트 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도 만나게 되어 영광일세. 일단 일어서게나.”
“예 폐하.”
‘…목소리가 생각보다 아름다워. 뭔가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느낌이군. 세이렌의 성대라도 이식한 건가?’
태어나서 처음 듣는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하루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마성의 목소리 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자신만이 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목소리가 굉장히 아름답군.”
“매일 듣고 싶을 정도야.”
“이봐 조용히 해 황녀의 목소리가 안 들리잖아.”
아까랑 반응이 너무 달라 사람이 한번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저런 목소리로 사람을 홀리려고 한다면 정말로 세이렌처럼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제국의 의중을 모르니까 별생각이 다 드는군.’
확실한 것이 없을 때 하는 너무 많은 상상은 필요한 것을 예상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생각을 정리하고 황녀가 있는 곳을 향해 다시 집중했다.
“일단 간단한 이야기하기 전에 확인을 하고 싶네. 황녀는 어떤 신분으로, 어째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알고 있나?”
“예 알고 있습니다 바우렌 왕이시어. 저는 크샤르 제국의 볼모로써 이곳에 온 것이며 온 이유는… 제국에서 병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일어난 일의 책임을 지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죠.”
“관리를 하지 못했다라…….”
폐하의 심기가 살짝 불편해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황제의 명령으로 일으킨 일을 병사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하고 있으니 자신 같아도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폐하는 화를 내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식에게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군 알겠네. 그럼 지금부터는 간단한 소개를 해주겠네. 여기 옆에 앉아 있는 여성은 나의 아내이자 왕비인 마레이네.”
“만나서 반갑네요 4황녀 아나트.”
“만나서 영광입니다 마레 왕비님.”
“그리고 이쪽은 나의… 자식인 1왕자 카이벨과 3왕녀 메이벨이네.”
소개를 하는 폐하의 목소리에서 작은 씁쓸함이 느껴졌다.
1과 3사이에 공백이 특히 그것을 더 느끼게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1왕자님 그리고 3왕녀님.”
“…네 처음 뵙겠습니다 4황녀님.”
“처음 뵙겠습니다.”
인사하는 왕자와 왕녀에게서는 약하지만 적대감이 조금 느껴졌다.
역시 부족한 경험 때문인지 감정의 조절이 서툰 듯했다.
“카이벨, 메이벨.”
“아. 죄, 죄송합니다 폐하.”
“죄송합니다 폐하.”
폐하가 두 사람을 작게 부르자 정신을 차리고 이내 빠르게 사과를 했다.
“아 미안하네. 아이들이 아직 어려 감정의 조절이 서투르네 이해해주게.”
“아닙니다 폐하. 저도 아직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서툽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맙군. 그럼 소개는 끝이 났으니 정식적으로 선포하겠네.”
스윽!
폐하는 옥좌에서 일어났고 황녀를 한번 본 뒤에 그대로 앞을 넓게 보았다.
“나 데미안 왕국의 왕 데미안 마르 바우렌은 크샤르 제국의 4황녀 크샤르 아인 아나트를 볼모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그녀를 향해 어떠한 범죄와 해를 끼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으며 그녀를 손님으로서 대우할 것을 선포한다.”
형식적인 선포.
제국의 제안을 생각한다면 굳이 할 필요는 선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선포를 했다는 것은 절대로 제국의 생각대로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감사합니다 바우렌 왕이시여. 덕분에 제국이 아닌 이곳에서 좀 더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여 준다면 다행이군. 그렇다면 이렇게 선언했으니 4황녀가 이곳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사람을 붙여 주겠네.”
“도움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그럼 앞으로 나오게.”
폐하의 손짓에 메이벨이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황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앞으로 메이벨 왕녀가 자네와 함께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나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알려줄 것일세. 그러니 적응이 될 때까지 그녀에게 전부 이야기하면 된다네.”
“배려 감사합니다 폐하.”
‘…과연 그런 거였나?’
제국의 생각대로 되지 않겠다는 선포.
그리고 메이벨을 붙여주며 한 이야기.
그것을 듣자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분명 폐하는 메이벨을 통해 황녀가 무슨 목적이 있는지 또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녀의 행동을 통해 전부 알아낼 생각인 것 같았다.
그녀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황녀를 이곳으로 보낸 제국의 계획과 관련이 있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메이벨이 맡은 일은 생각보다 중책일 것이다.
‘힘들겠네.’
살짝 동정심이 들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제국에 인간의 옆에 붙어 정보를 알아내며 관계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했다.
전투를 좋아하는 그녀의 성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나트 황녀님.”
“저도 잘 부탁드려요 메이벨 왕녀님.”
그렇게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향해 살짝 고개 숙여 인사했다.
대충 상황을 보니 이제 이 형식적인 행사도 곧 끝이 날 것 같았다.
분위기를 보고 주변을 살펴보아도 황녀를 공격할 것으로 보이는 귀족은 없었다.
지금부터는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해도 괜찮아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마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지 않았소?”
“예 폐하. 이들의 호위와 관련해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그게 무엇이오?”
“메이벨이 함께 있는 기간 동안에 호위를 한 명 붙여두고 싶습니다. 그들과 비슷한 또래이면서 강한 호위를.”
“음? 그런 사람이… 아 한 명 있었군.”
“예 폐하. 지금 생각한 그 사람, 아스토리안 교관에게 말이죠.”
‘뭐? 나?’
갑작스러운 언급에 당혹스러웠다.
성에 호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넘쳐날 텐데 왜 하필 자신이 언급되었을까?
메이벨과 친분이 있어서?
아니면 비슷한 또래이기에?
무엇이 되었든 자신은 어울리지 않았다.
중요한 임무를 가진 메이벨의 옆에 있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하기 싫다는 게 제일 맞는 말인가?’
말 그대로였다.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스스로의 단련과 후보생들의 상태를 봐주는 것이다.
“아스토리안 교관 앞으로 나와 보겠나?”
폐하께서 직접 부르셨다.
일단은 싫어도 앞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았다.
뭔가 이런 임무를 맡은 것부터 느낌이 좋지 않더니 결국 이런 상황이 되었다.
터벅! 터벅!
쿵!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옥좌의 앞까지 다가간 다음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폐하의 일어서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일어서며 고개를 들었다.
“아스토리안 교관 우리들은 자네에게 황녀와 왕녀의 호위를 맡기고 싶네. 옆에 황녀와 함께 제국에서 온 호위도 있지만 다른 나라의 사람이기에 아마 문제가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 판단했네. 그렇기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자네가 옆에 있어 주었으면 하네.”
어째서 저입니까?
왜 저입니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같은 온갖 부정의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오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제국의 사람들의 앞이기도 했으며 귀족들의 앞이기도 했다.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도 해서도 안 됐다.
그건 왕국의 체면을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자신을 추천한 왕비님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으신 것일지도 몰랐다.
“목숨을 바쳐 호위 임무를 맡도록 하겠습니다 폐하.”
높은 사람과 친해지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제국의 인물이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제국과 관련이 있는 존재와는 친해지고 싶지도 딱히 근처에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이런 대답을 하는 것이 살짝은 고통스러웠다.
“음! 역시 믿음직하군. 그럼 잘 부탁하겠네.”
“잘 부탁하겠어요 아스토리안 교관. 교관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이야기는 해두었으니까요.”
‘…이야기를 해두었다?’
왕비님의 이야기에 의문이 생겼다.
마치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다고 말하는 듯한 이야기였다.
무언가 굉장한 불길함이 느껴졌다.
“자 그럼 멀리서 온 황녀를 계속 세워둘 수 없으니 이제 그만 지내게 될 곳으로 안내해주도록 하지. 메이벨 왕녀?”
“예 알겠습니다. 폐하.”
그렇게 자신의 생각이 깊어지기 전, 볼모가 왕을 알현하는 행사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