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160)
◈ 160화
철그럭! 철그럭!
‘갑옷소리… 아무래도 병사들이 왔나 보군.’
왕국의 병력들이 왔다면 더 이상 황녀가 납치되거나 메이벨이 위험해지는 일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아무래도 왕국에서 병력들이 온 것 같습니다. 이제 안심하시고 내려가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아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그럼 아스토리안도 함께 내려가죠.”
“저는 저자를 데리고 가겠습니다. 황녀님과 함께 내려가 주시죠 왕녀님.”
혹시나 기절한 그가 깨어날 수도 있었다.
괜히 도망가게 된다면 귀찮아질 것이 보이기에 직접 데려가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았다.
“…알겠어요. 그럼 먼저 내려갈게요 아스토리안.”
그렇게 아이를 들어 안은 메이벨은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그럼 가볼까…….’
기절한 남성을 향해 다가가 손을 뻗었다.
“저기.”
“음?”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황녀였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메이벨과 내려가지 않고 멀뚱히 서 있었다.
“황녀님? 왜 내려가지 않고 이곳에 계십니까?”
“아… 그게 잠시 묻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요.”
“이야기 말입니까?”
너무 뜬금없었다.
이런 일이 일어난 지금 상황에 무슨 이야기를 묻고 싶은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았다.
“그게 말이죠. 아까 저 남자랑 했던 이야기가 있잖아요. 황제 폐하랑 관련된 이야기요.”
‘황제? …아아 그 이야기인가?’
아마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황녀가 죽어도 황제가 슬퍼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분명 신경 쓰일만한 이야기였다.
그녀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불쾌할만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고개를 숙이며 거짓말을 한 것이라 사과를 했을 것이다.
평소라면 말이다.
“황제 폐하께서 슬퍼하시지 않을 거라니 저 남자를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거짓말이었죠?”
“…….”
“또 고통스러운 일이 있었다니 그건 폐하의 탓이 아니잖아요?”
왜 그런 이야기를 지금 상황에 물었을까?
조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녀는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호위가 다치고 본인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던 상황을 분명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얼마나 철부지에 현실을 모르는 거야?’
본인의 아버지 때문에 피해를 입었고 여러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모른다는 수준을 넘어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일어났던 일이 황제의 탓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화가 났다.
평소라면 화를 참고 웃으며 그냥 넘어 갈 수 있었을 테지만 이번에는 불가능했다.
지금 그렇게 행동한다면 어린 시절 미네르바와 받았던 고통을 부정하는 것만 같았다.
“왜 현실을 받아들이시지 않는 겁니까?”
“…네?”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 황녀님의 아버지 황제폐하가 일으킨 일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고통받은 것을요.”
“그, 그게 무슨 이야기예요? 아! 최근 일었던 일이요? 그건 폐하께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잘못은 맞기는 하지만 폐하의 탓은 아니에요!”
“…그만해주세요 황녀님.”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다.
이렇게 면전에 이야기했음에도 그녀는 부정했다.
그렇다면 아무리 이야기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제가 실언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어차피 제국의 인간이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본인이 좋을 대로 생각하고 해석할 것이다.
“이제 그만 내려가……”
“아니요 계속 이야기 해주세요.”
“황녀님.”
“만약 폐하께 불만이 있고 오해가 있다면 제가 풀어드릴게요. 분명 아스토리안 호위가 몰라서 그래요.”
“황녀님.”
“폐하는 생각보다 좋은 분이세요. 몇 년 전부터 모습이 조금 변하신 것 같기는 하지만 조금만 기다린다면…….”
“황녀님!”
개소리.
전부 개소리다.
황제가 그녀의 눈을 가린 건지 아니면 스스로 가린 건지 모르겠다.
그녀의 안에서 황제는 상냥한 것이 당연한 인간이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오히려 구역질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두세요. 그 이야기는 아무도 믿지 않아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아스토리안 호위야말로 어디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어서…….”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야!”
“……!”
‘아 제기랄.’
결국 참지 못했다.
괜히 이야기했다.
애초에 그냥 거짓말이라 하고 넘어갔으면 됐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렇게 된 이상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다.
“황제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희생되었어. 영토전쟁도 일어났고 이번에 임페리얼 나이츠의 습격도 일어났어. 알려지지 않은 일도 더 있겠지! 당신은 눈을 돌리고 그걸 부정하고 있어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일들을!”
“아, 아니에요. 폐하는…….”
“너희 황제는 최악의 인간이야. 그 때문에 나와 내 친구, 내 지인도 죽을 뻔했어! 그가 내린 명령 때문에!”
“그, 그렇지 않아요! 오해일 거예요!”
“저기! 저 남자를 봐!”
기절해 있는 남성을 가리켰다.
그리고 곧 그녀의 시야가 남성을 향해 움직였다.
“저 남자가 황제가 모든 일을 주도한다는 증거야. 저 오러 마스터 경지의 남자가 바보로 보여? 아무것도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여? 저 사람의 분노가 그저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
“…….”
“네가 믿는 황제는 과거부터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어. 믿든 말든 그건 알아서 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더 이상 없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로 그녀가 당장 생각을 바꾼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긴 시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왔을 테니 말이다.
“호위를 자르든 폐하나 왕비님께 알리든 마음대로 해. 난 더 이상 너를 호위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그냥 호위대상도 아니고 황녀를 향해 온갖 말을 내뱉었다.
다시 호위로의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성에서 자신에게 대단한 처벌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 제기랄. 괜히 감정이 격해져서.’
순간의 감정 조절이 잘되지 않았다.
그녀의 행동은 너무나도 답답했다.
전생을 기억하기에 꽤나 어른스럽다고, 아니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일단 이 남자나 데리고 나가자.’
괜히 계속 이곳에서 어색하게 있을 수 없었다.
자신이 나간다면 분명 황녀도 이어서 나올 것이다.
덥썩!
바닥에 널브러진 남자를 그대로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계단이 있는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쳐.>“음?”
무언가 소리가 들린 듯했다.
인간의 언어였지만 인간이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 소리로 말이다.
[도망쳐!>흠짓!
쾅!
남성을 어깨에 올린 채로 바닥을 박차며 뒤로 크게 물러났다.
알 수 없는 목소리도 목소리였지만 무언가가 느껴졌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알 수 없는 느낌.
특별한 힘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살고 싶다면 황녀의 근처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직감이었다.
‘뭐지? 도대체 왜?’
의문이 가득 찼다.
위험할 것이 없는 이 공간에서 왜 그런 것을 느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황녀는 뭘 하고 있지?’
주변을 살펴보다가 문뜩 황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생각에 빠진 듯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았다.
“왜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뭐?”
“황제 폐하께서 그럴 리가 없잖아요.”
‘상태가 이상해.’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와 조금씩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이건…….”
여러 강한 기운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오러, 마나, 그리고 몬스터들이 내뿜는 특유의 기운.
하지만 이것은 그들과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가 내뿜는 강한 기운이었다.
“이건 드래곤의 기운이잖아.”
하프 드래곤인 미네르바에게서 느꼈던 기운.
그것이 눈앞의 황녀에게서도 느껴지고 있었다.
* * *
“그래. 데미안 왕국에 있는 황녀의 소식이 들어왔나?”
“예 폐하.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황제, 칼세이야는 무릎을 꿇고 있는 신하 한 명과 이야기를 하며 옥좌에 앉아 있었다.
“그런가… 알겠다. 그럼 귀족으로 살고 있는 그자에게서 소식은?”
“사람을 써서 오늘 납치를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군. 그럼 드디어 시작되겠어.”
“…외람되오나 폐하.”
“무슨 일인가?”
“어째서 황녀님을 납치시키라는 명령을 내리신 겁니까?”
신하인 그는 궁금했다.
황녀를 볼모로 보내고 스파이로 과거부터 잠입해 있는 귀족에게 이해할 수 없는 내린 것을 말이다.
“명분을 위해서다.”
“…명분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그 아이는 그 명분을 위한 도화선이 되어줄 것이다.”
“설마 황녀님을 희생시키시려는 겁니까?”
“희생?”
“아! 죄, 죄송합니다. 실언을 했습니다.”
아무리 볼모로 보냈다고 해도 황녀는 황녀, 황제의 딸이다.
희생이라는 단어는 함부로 내뱉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황녀는 희생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 아이가 죽을 일도 없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폐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는 멀쩡히 살아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곧 이 세계에서 그 아이에게 손을 댈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말이야.”
* * *
‘황녀가 하프 드래곤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황녀가 하프 드래곤이라니.
그것은 황제가 어떤 드래곤과 관계를 가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황녀는 황제가 데리고 왔다고…….’
아까 전 호위인 세아란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것을 떠올리니 확실히 황제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이해가 됐다.
“취소해요. 지금까지 했던 말들 전부 착각이라고 말해요.”
‘잠깐 반응이 이상해. …설마 본인이 드래곤이라는 것도 강한 기운을 내뿜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거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였다.
일단 이야기를 잘해야 했다.
그때의 미네르바도 격해진 감정으로 힘이 각성했다고 했다.
황녀가 어떤 드래곤의 힘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이런 곳에서 힘이 폭주한다면 주변의 모두가 위험했다.
“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런 감정 실리지 않는 말을 듣자고 이야기한 게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일단 진정하시고 이야기를…….”
우웅!
휘익!
어깨에 메고 있던 남성을 내려두고 손을 뻗으며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또다시 느껴진 알 수 없는 느낌에 다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뭐야 이건? 나는 뭘 느끼고 있는 거지?’
그녀의 주변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당황해하던 중 그녀의 발밑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은 평평한 형태가 아니었다.
싸울 때 강하게 밟아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강한 기운에 형태가 변한 건가? 아니면 눌린 것? …달라. 이건 파인 거야. 정확히는 파이고 있어 무언가에.’
나무로 된 바닥이 파였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잔해가 보여야 했다.
하지만 잔해 같은 것은 없었다, 마치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사라져? …설마…….’
드래곤들 중 사라지는 것과 관련된 힘을 가진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딱 하나 부합하는 것이 있었다.
‘소멸의 힘을 가진 흑룡. …황녀는 흑룡의 힘을 가진 건가?!’
소멸의 힘.
힘과 물질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하는 힘.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그녀는 그 힘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말도 안 돼. 이미 힘을 사용하고 있다고?’
믿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의 주변에는 어떠한 흐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소멸의 힘은 흐름을 보는 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힘이 존재한다고? 아니 애초에 힘이 맞는 건가?’
모든 힘에는 흐름이 존재한다.
하지만 소멸시키는 힘은 그런 자신의 그런 전제를 부숴버렸다.
처음이었다.
어떻게 대항해야 할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마하트.”
[아스토리안 그녀를 죽여야 하네.]“뭐?”
도움이라도 받을 생각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지만 그가 제시한 방법은 최후의 방법이었다.
[자네의 실력의 문제가 아니네. 만약 여기서 저 소멸의 힘이 주변으로 퍼지기라도 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