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162)
◈ 162화
“윽! 머리가 아프군.”
제국에 원한을 가지고 황녀를 납치했던 오러 마스터 르안.
그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서고 있었다.
“그 사람이 준 물건의 효과대로 텔레포트는… 성공한 것 같군.”
창문 밖을 바라보며 기절하기 전과 전혀 다른 환경이라는 것을 눈치챈 그는 살짝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황녀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계획을 만들어준 존재의 생각대로 말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황녀는 어디에 있지? 그 호위는?”
황녀가 보이지 않자 르안은 빠르게 창문을 통해 나갔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정체불명의 몬스터가 나오고 사람이 살지 않는 위험한 곳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평화로워 보이는군.’
우오오옹!
“이 소리는?”
주변을 살펴보던 그는 의문의 소리에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 몬스터가 이런 곳에? 그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이 근처는 서식지가 아닐 텐데…….’
터벅! 터벅!
스릉!
“누구냐!”
그때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허리춤에서 검을 뽑은 그는 빠르게 그곳을 향해 겨누었다.
“정보의 전달이 늦었나 보군. 결국 이곳으로 이동을 한 것을 보니.”
발걸음 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전부 가린 의문의 남성이었다.
“누구냐고 묻고 있지 않나!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푹!
“커억!?”
“감히 황녀님을 죽이려고 한 놈이니까 죽여도 괜찮지 아돈?”
“이미 찔러 놓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냐, 라돈?”
르안은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의 등을 찌른 존재를 보았다.
그는 아돈이라 불린 남성과 비슷한 몸집에 똑같이 얼굴을 가린 남성 라돈이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너, 너희들은 대체…….”
“죽어.”
푹!
르안이 죽지 않고 버티자 라돈은 품에서 단검을 하나를 더 꺼내 찔러 버렸다.
“컥!”
털썩!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르안은 고통스러워하며 땅을 향해 쓰러졌다.
“주변 수색은 어떻게 했어 라돈?”
“당연히 부관들한테 전부 맡겼지. 황녀님은 이곳에 있을 것 같았거든.”
“아쉽게도 틀렸다. 저기 함께 이동한 건물 안을 슬쩍 봤는데 황녀님은 안 계셨다.”
“에에? 그럼 큰일 났는데 어떡해?”
“문제없을 거다. 황녀님은 혼자가 아니시니까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너도 눈이 있다면 바닥을 좀 자세히 봐라.”
“바닥?”
아돈의 이야기에 라돈은 바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발자국이 드문드문 보이고 있었다.
“발자국?”
“그래. 남성으로 보이는 발자국. 아마 황녀님을 이 발자국의 주인이 짊어지고 움직였겠지.”
“에? 그건 모르는 거잖아?”
“그럼 찍혀 있는 발자국의 깊이를 비교해봐.”
“깊이?”
라돈은 고개까지 숙여 발자국을 살펴보았다.
아돈의 이야기대로 왼발과 오른발의 발자국 깊이가 달랐다.
“오른발이 좀 더 깊네? 그럼 무게가 더 있었다는 거니까 무언가를 오른쪽 어깨에 올리고 있었다?”
“그렇지.”
“오오! 역시 눈썰미가 좋아, 아돈은.”
발자국을 확인한 그는 다시 일어섰고 그대로 아돈을 향해 다가갔다.
“머리가 좋은 거지. 아무튼 부관들은 계속 수색하게 두고 우리도 빨리 움직이자고. 이곳에는 우리가 예상 못한 그놈들이 있으니까.”
“그거 과거 제국이 남긴 그 잔재 같은 거 아니야?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로 위험한 거야?”
“넌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다. 그놈들은 육성장군님들이시나 상위 나이츠 분들이 움직여야 할 정도로 위험한 놈들이야.”
“남은 건 세 명밖에 없다면서 더럽게 오래 사네. 민페야 아주 민폐.”
“만든 건 제국이지만 말이야. …잡담은 이제 멈추고 움직이지.”
두 사람은 발자국을 확인하며 이어진 방향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그래 알았어. 황녀님을 데리고 몰래 제국으로 귀환하는 임무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 * *
“지, 지금 뭐라고 하신 거죠?”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황녀님.”
묶여 있는 황녀에게 그녀가 폭주하고 있었던 일들을 전부 설명해 주었다.
아쉽게도 그녀는 한 가지의 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면 기억을 못하는 척일 수도 있고 말이다.
“어딘가로 순간이동을 한 건 납득을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쳐요. 하지만 제가 하프 드래곤이라고요? 그것도 흑룡의?”
“제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소멸의 힘을 사용하셨습니다.”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부정.
믿기 힘든 사실을 들었을 때에 사람들이 하는 첫 번째 반응.
아무래도 나의 설명이 부족한 듯했다.
“자, 잘못 본 거겠죠. 제가 마법을 사용할 줄도 알고 재능이 있다고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드래곤이라니… 말도 안 돼요!”
“…지금 마나를 한번 느껴보시겠습니까?”
“…마나를 느껴보라고요?”
미네르바는 용의 힘을 각성하고 자신의 안에 엄청난 양의 마나를 받아들였다.
거기다가 주변에 있는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더욱 자세히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분명 황녀도 비슷하게 가능할 것이다.
“으음.”
“어떠십니까?”
황녀는 고개를 살짝 들며 무언가 느끼는 듯한 뉘앙스의 모습을 보였다.
눈도 보이지 않고 묶여 있으니 뭔가 이상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 어떻게 된 거죠? 왜 전보다 마나가 조금 더 잘 느껴지죠?”
“…제가 방금 이유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그냥 제가 감이 좋아진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귀찮은 사람 같으니라고.”
“네? 뭐라고 하셨죠?”
“뭘 더 원하시냐고 여쭤봤습니다.”
이미 반말까지 하면서 역정까지 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또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녀가 나의 말을 잘 따라 주는 것이 중요했다.
“…제가 소멸의 힘을 사용했다고 했죠? 이걸 풀어주세요. 그걸 한번 사용해 볼게요. 제가 만약 그 드래곤의 힘이라는 걸 각성했다면 사용할 수 있겠죠.”
“…….”
풀어주는 건 문제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왠지 황녀가 그 힘을 사용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미네르바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 힘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고, 피의 기억으로 더욱 잘 사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황녀의 모습을 본다면 왠지 어중간하게 각성을 한 것 같았다.
마치 내가 공간안을 하나만 각성한 것처럼 말이다.
지금 여기서 안 된다고 한다면 그녀는 분명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의심할 것이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밧줄을 푸는 것처럼 그림자로 만든 구속을 풀어냈다.
“후~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양손을 잡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전형적인 집중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으음…….”
“황녀님?”
“딱히 모르겠어요.”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그녀는 완벽하게 각성을 한 것이 아닌 게 분명했다.
“…정말 제대로 보신 것 맞나요? 전 그저 평범한 인간이에요.”
“평범한 인간은 감정이 격해진다고 정신을 잃고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폭주를 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본인의 태생에 무언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
“…….”
어떻게 하면 그녀가 납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결론이 나왔다.
‘굳이 납득을 시킬 필요가 있을까?’
지금 중요한 건 그녀가 나의 이야기에 잘 따라 함께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녀가 용이라는 것을 납득시키고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럼 그냥 힘으로라도 데리고 가야 할까? …아니 그렇게 되면 나만 피곤해져.’
괜히 힘으로 끌고 가다가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소멸의 힘이라도 사용한다면 힘들어지는 것은 나였다.
애초에 필요한 것은 그녀가 나와 함께 잘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믿지 못하실 것 같으면 이제 됐습니다.”
“네?”
“이렇게 이야기해도 믿지 못하신다면 됐습니다. 애초에 편한 대로만 믿으시는 것 같네요.”
“…그게 무슨 말이죠?”
‘아.’
실수했다.
적당히 말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그녀가 폭주하기 전의 상황에 연장선이 되어 버린다.
“제가 편한 대로만 믿는다니 그런 말을…….”
“황녀님 일단 진정하시… 음?”
그때였다.
주변에서 누군가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도 두 명의 인기척이 말이다.
덥썩!
“아스토리안 호위?”
황녀는 무언가 당황스러워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두 개의 돌을 주워 그 인기척이 느껴지는 두 곳을 향해 강하게 던졌다.
후웅! 후웅!
퉁! 퉁!
직후 돌이 무언가에 맞고 튕겨져나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느낀 인기척의 주인들이 돌을 튕겨낸 것이 분명했다.
“누구냐.”
빠르게 도망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것은 인간의 기운이었다.
거기다가 지금은 정보가 필요했다.
적이든 아니든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해 무언가를 알아내야 했다.
스윽!
곧 나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공격을 막아낸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은 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는 남성이었고, 한 명은 창을 등에 맨 여성이었다.
“너희들은…….”
털썩!
“……?”
하지만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둘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각도를 보았을 때 분명 대상은 내가 아니었다.
““황녀님을 뵙습니다.””
‘제기랄 하필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제국 쪽의 인간이라고?’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 했던 생각과 다르게 이곳이 제국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아니면 이 모든 일이 제국의 계획이었다는 가능성도 말이다.
“다, 당신들은 누구시죠?”
“저희들은 임페리얼 나이츠의 부관들입니다, 황녀님.”
“황녀님을 찾아내 안전하게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고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저를 보호한다고요?”
말에서 여러 가지 수상함이 느껴졌다.
중간에 끼어들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 수상함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제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고 그런 명령을 받은 거죠?”
“그것이…….”
남자 쪽 부관이 슬쩍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있는 곳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듯했다.
“제 뒤에 있는 남자는 신경 쓰지 말고 빨리 이야기하세요! 어떻게 제가 있는 이곳은 어디고 어떻게 여기 있는 걸 알고 있었던 건가요!”
“…이곳은 데미안 왕국, 사린 지역입니다. 황녀님이 이곳으로 오는 것이 황제 폐하의 계획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폐하의 계획이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죠?”
“폐하께서는 황녀님을 제국으로 귀환시키실 계획이셨습니다. 그것을 위해 데미안 왕국의 사람들을 이용한 것입니다. 황녀님이 실종됐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렇다면 인질을 잡은 것도 제 호위가 검에 찔린 것도 전부 폐하의 계획이었던 건가요?”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황녀님.”
‘제기랄 망할 황제 같으니라고.’
설마설마했는데 이번 일의 흑막에도 황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황녀를 납치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정보를 얻고 황녀를 납치하려고 한 것인지 말이다.
납치범들은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마치 성의 내부에서 정보라도 얻은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왜죠? 어째서 폐하는 그런 명령을 하신 거죠?”
“당연히 황녀님이 걱정되어…….”
“거짓말하지 마세요. 저를 똑바로 보면서 이야기하세요.”
방금 남성 부관이 이야기할 때 슬쩍 시선을 돌리며 이야기했다.
내가 봐도 방금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다.
“…그것은…….”
“전쟁을 위해서입니다, 황녀님.”
“……!!!”
그때 이곳에 누군가가 또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눈을 제외한 얼굴 전부를 가린 의문의 남성 한 명이었다.
‘…아니 한 명이 아니군.”
“임페리얼 나이츠 32기사 아이트 아돈입니다 황녀님. 그리고…….”
후웅!
누군가가 나의 뒤로 소리도 없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기운으로 보았을 때 저기 서 있는 임페리얼 나이츠와 동급의 기운이었다.
‘생각대로 둘 수 없지.’
아무리 봐도 나의 등을 찌르고 황녀를 데려가려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상대가 공격할 생각이라면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다.
타닥!
등 뒤로 기운이 근접한 순간 머리가 아래로 가도록 몸을 크게 돌리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시야에는 단검을 내지르는 모습의 남성이 보였다.
덥썩!
‘폭신.’
직후 팔을 내밀어 남성의 머리를 잡았고 그대로 발밑으로 폭신을 사용했다.
퍼엉!
콰앙!
“큭!”
위에서 누르는 힘에 의해 머리가 눌린 남성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타닥!
이어서 손을 떼지 않은 채로 다리를 밑으로 가게 만들며 착지했다.
그리고 주변을 보았다.
모두가 놀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 저는 31기사 아이트 라돈입니다 황녀님.”
이마가 땅에 박힌 채로 라돈이라 소개한 그는 황녀를 향해 인사를 했다.
정말이지 기운도 좋았다.
“이, 이게 지금 무슨 일이죠?”
“저를 찌르려 했고 정당하게 대응했습니다.”
“찌, 찌르려고 했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제국은 왕국에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그런 건 본인들한테 물어보시죠 황녀님.”
“…….”
정말이지 이제 슬슬 현실을 자각해 주었으면 했다.
언제까지 저런 온실 속 화초 같은 행동으로 나를 답답하게 할 건지.
“아돈이라고 했죠?”
“네 맞습니다 황녀님.”
“지금 누구의 명령으로 움직이고 계신 거죠?”
“…? 황제 폐하이십니다 황녀님.”
아돈이라는 남성의 표정은 의아하다는 것 같았다.
마치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제국의 사람들이 폭주해 다른 왕국에 피해를 주었다는 소식들은요?”
“아마 대부분 폐하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가 실패한 이들입니다.”
“…그럼 저를 볼모로 보낸 이유는요?”
“처음 말씀드린 대로 전쟁을 위해서입니다. 대륙을 정복하기 위한 전쟁. 그것을 위한 명분입니다.”
“…아아 폐하 도대체 왜…….”
황녀가 드디어 눈감아 왔던 사실들을 조금은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았다.
거기다가 다행인 것은 아까 전과는 다르게 드래곤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상황이 애매하게 됐어. 일단 이 녀석들을 먼저 제압하고…….’
우오옹!
““……!””
그때 뭔가 익숙한 느낌이면서도 처음 듣는 듯한 생명체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내 고개를 올리니 그 생명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고래라고?”
검은 고래.
그것이 이들이 있는 곳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