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163)
◈ 163화
고래.
전생의 나의 기억이 맞다면 이 동물은 분명 바다에서 사는 동물이었을 것이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며 바다를 자유롭게 수영하는 생명체 그 고래였다.
그런데 나의 시야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두 마리의 고래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어, 어째서 이곳에 고래가?”
“아까 본 그 혹등고래인가? 설마 그놈들이 내보낸 몬스터였나?”
하지만 주변 반응을 보니 고래가 날고 있어서 놀란 것이 아닌 이곳에 고래가 있어서 놀란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 고래는 바다 속에서 사는 생명체가 아닌 하늘을 나는 몬스터인 듯했다.
‘…제기랄 일단 벗어나야겠어.’
5m가 넘는 고래 두 마리는 점점 이곳을 향해 다가오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곧 땅에 부딪힌다는 것이고 주변으로 엄청난 충격이 퍼지게 될 것이다.
황녀를 위험하게 이곳에 둘 수 없었다.
‘황녀를 지켜야 해.’
그들의 목표가 황녀이고 전쟁이라면 절대로 넘겨줄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 그녀를 데리고 수도로 복귀해야만 했다.
덥썩!
반대 손으로 밑에 깔고 있던 라돈이라는 남성의 등 부분을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아돈이라는 남성이 있는 곳을 향해 강하게 던져버렸다.
후웅!
“어억!”
“라돈?!”
쾅!
촤아악!
라돈은 아돈이라는 남자에게 잡혀 안전하게 멈추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서 크게 멀어졌다.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어머!”
후웅!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자마자 빠르게 황녀에게 다가가 그대로 오른쪽 어깨에 올려버렸다.
이곳에서 빠르게 벗어나려면 이 자세가 가장 안정적이었다.
‘폭신.’
펑!
쾅!
제국의 인간들이 있는 곳에서 반대 방향을 향해 폭신을 사용하며 빠르게 달려나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이다.
“큭! 빨리 쫓아!”
소리를 들어보니 부관이라는 사람들에게 명령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소용없을 것이다.
나는 이미 그들에게서 상당히 멀어졌으니 말이다.
‘일단 숨을 만한 곳을 찾아야겠어.’
* * *
“고래들이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뭘 발견했죠?”
그랜드 킬러의 일원인 감마.
그녀는 후드를 쓴 채로 앉아 부하에게 보고를 듣고 있었다.
“건물의 일부로 보이는 잔해들과 세 명 정도의 마스터 경지의 인간들, 그리고 상급 오러 유저 경지 두 명과 민간인 한 명을 발견했습니다.”
“…소속이 특정될만한 것 입고 있지 않았나요?”
“예. 옷으로는 소속을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생각과는 다른 사람이었던 듯하네요. …뭐 결국 쓰러트리면 상관없으니 굳이 조사할 필요는 없겠죠…….”
무언가 생각이 깊어진 듯 보이는 감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 있는 책상에 다가가 그 위에 있던 열쇠를 들어 부하에게 건네주었다.
“제 무기를 가져와 주세요. 제가 직접 움직이겠어요.”
“…! 그렇지만 감마님! 감히 감마님이 이런 일로…….”
“델타가 이야기한 위협을 제거한 다음은 저희들이 긴 시간 동안 준비한 일을 시작해야 해요. 강한 몬스터들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어요. 제가 움직이는 게 손실도 적고 확실해요.”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부하는 빠르게 열쇠를 받으며 방을 나섰다.
* * *
“여기면 한동안은 못 찾겠지.”
[아마 그럴걸세. 그런데 자네 왜 도망친 건가? 그들 정도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았나?]황녀를 데리고 한참 도망친 끝에 동굴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본래라면 도망치지 않고 전부 쓰러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고래가 그것을 막아냈다.
고래가 떨어져서라기보다는 누군가가 일부러 고래를 떨어지게 만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것저것 이유는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다.
“감. 그냥 그곳에서 떨어져야 할 것 같다는 직감 때문에.”
[…가장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어떨 때는 가장 정확하다는 전사들의 감인가? 자네 정도의 수준의 감이라면 믿을만하겠지.]“그래 솔직히 나도 그냥 그곳에서 처리하고 싶기는 했지만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잖아. 이곳이 어딘지는 알아냈으니까.”
[그렇지. 사린 지역이라면 왕국의 지도에서 남쪽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니까 말이네.]왕국은 총 4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부른다.
남쪽은 사린, 동쪽은 이린, 북쪽은 노린, 서쪽은 웨린이며 이 4개의 지역이 중심에 겹쳐진 곳이 바로 수도가 있는 곳이다.
부관이라는 자는 이곳이 사린 지역이라고 했다.
정확한 위치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북쪽으로 가다 보면 분명 무언가가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처음 이곳에 도착해 들었던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렸던 곳 북쪽 방향이라는 것이지.]“전투를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모르는 거니까 말이야. 거기다가 황녀까지 무사히 데리고 움직여야 하니까.”
[꽤나 귀찮은 일에 휘말려 버렸군. 수도에 돌아가면 보상 좀 달라고 하세. 자네가 한 일 치고는 보상을 못 받는 느낌이네.]“하하. 그래 한번 이야기나 꺼내 보지 뭐.”
마하트의 이야기 대로였다.
이렇게 고생했는데 보상은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애초에 호위를 안 했다면 이런 일은… 아니 내가 아니었다면 아마 상황이 심각해졌겠지. 차라리 다행인가?’
어떻게든 돌아가기만 한다면 상황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다.
최소한 전쟁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황녀는…….’
살짝 고개를 돌려 황녀를 보니 아무 말도 없었다.
그저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인 채로 가만히 있었다.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봐도 괜찮겠지?’
내가 이야기했을 때는 부정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같은 제국의 인간이자 황제의 부하가 하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이것은 부정할 여지도 무엇도 없었다.
‘…정신만 망가지지만 않았으면 좋겠군.’
같은 왕국의 사람이었거나 친한 지인이었다면 곁으로 다가가 위로의 말이라도 꺼냈을 것이다.
하지만 황녀에게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것은 지금까지 사실에서 눈을 돌려온 그녀의 업보이니까 말이다.
‘마법이나 이상한 힘으로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게 아니라면 딱히 불쌍하지는 않아.’
꼬륵!
‘…배가 고프네.’
식사를 하고 꽤나 시간이 흘렀다.
슬슬 뭔가를 먹어야 했다.
마침 동굴의 바로 앞에 열매가 열린 나무가 있었다.
살아 있던 엘프인 마하트에게 물어본다면 분명 먹을 수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황녀님. 저는 저기 앞에 열매 좀 따서 오겠습니다.”
일단 예의상 황녀에게 간단한 보고를 해두었다.
괜히 여기서 이야기하지 않고 움직였다가 그녀의 정신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한 행동이었다.
“자, 잠깐만요.”
황녀의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잠시만 주변에 있어줄 수 있나요? 제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만요.”
“생각이 언제 정리되십니까?”
“그, 그건 알 수 없죠. 제 마음이 생각이 쉽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럼 저 배고프니 10분 안에 정리해 주시죠.”
“10분이요? 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무리예요!”
“그럼 지금 빠르게 다녀올 테니 기다려 주시죠.”
“윽. …그냥 조금만 옆에서 조용히 있어 주면 안 되는 건가요?”
“네. 배가 고픕니다.”
딱히 그녀를 배려해줄 생각도 없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배고픈 상태가 길게 유지되는 건 좋지않았다.
전생과 다르게 아직 성장기이고 싸움에 큰 방해가 된다.
물론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틸 수는 있지만 눈 앞에 먹을 것이 있는데 굳이 먹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왜 그렇게 사람이 매정하시죠? 힘들어서 도와달라는데 어째서…….”
“황녀님은 저의 적이십니다.”
“…….”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제국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황녀님이 어떤 분인지도 모르고요. 제 인생에 중요한 것은 강해지는 것과 저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들뿐입니다.”
너무 냉혹하게 말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황제의 딸이고 제국의 사람이었다.
분명 언젠가 적이 될 것이다.
그녀와 괜한 대화로 작은 정이라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중요하게 생각해 버린다면 나는 그것을 쉽게 끊어낼 수가 없다.
전생에서부터 애정을 갈구하던 나의 일그러져 버린 마음 때문에.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선택해 주십쇼.”
“…….”
황녀는 잠시 내가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유지하다가 그대로 다시 숙여버렸다.
그렇게 잠시 후 그냥 열매를 가지러 갈까 하던 차에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알겠어요 10분 안에 정리할 테니까 주변에 있어 줘요. 대신 간단하게 말 상대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10분 동안 이야기한다고 해도 별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해도 아마 시간이 부족해 중간에 끊길 것이다.
터벅! 터벅!
황녀의 주변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대로 땅에 앉았다.
“조금 멀지 않으신가요?”
“조금 더 가까이 가는 걸 원하십니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야기하셔도 괜찮습니다. 편하게 말이죠.”
“…미안해요. 제가 이런 상황을 겪은 적이 없어서요. 어떻게 머릿속을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받아들이셔야죠, 사실들을.”
말 그대로다.
지금까지 눈감아 왔던 사실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가든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황녀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받아들인다. …그러고 보니 폐하께서 하신 명령 때문에 위험했다고 했죠. 무슨 일을 당하신 거였나요?”
“…꼭 이야기해야 하는 겁니까?”
솔직히 그때 있었던 일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현 인생 중 가장 굴욕적이면서도 후회스러운 순간이 그때였다.
삶을 포기했던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는 않았다.
“웬만하면 해주세요. 당신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면 이 어지러운 마음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아요.”
정말이지 남들에게 떠받들어져 살아와 그런지 배려심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 상태의 내가 남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았다.
황제의 딸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조금은 그와 같게 보고 이야기하며 상대했다.
배려심이 없는 건 똑같았다.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나와 미네르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군.’
지금 나의 이야기로 황녀의 상태가 나아진다면 이동을 하는데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때를 떠올리니 내 마음도 조금 어지러워졌다.
이야기를 한다면 나아질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본의 아니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약 5년 전쯤의 일이었습니다.”
황녀에게 그때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당연하게도 미네르바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저 소중한 친구라고만 표현했다.
이야기를 하며 그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임페리얼 나이츠가 미네르바를 노려 나를 납치한 뒤 협박하고 운 좋게 도망갔지만 실패했지. 그리고 결국 그 나이츠와 싸웠고 패배해 가슴을 찔렸고 말이야.’
“하지만 운이 좋게도 저는 즉사하지 않았고 저와 제 친구를 구하러 온 분들에 의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
“어째서 제가 그렇게 싫어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미안해요.”
‘…뭘 사과하는 거지?’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그저 오해라면서 제 생각만 하면서 이야기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아무래도 그녀는 폭주하기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 같았다.
그녀는 황제와는 조금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것 같으니까 말이다.
“정말로… 미안해요.”
“…음?”
사과를 하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양손으로 스스로의 얼굴을 가렸다.
순간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곧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작은 눈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녀님?”
“폐하께서 그런 짓을…….”
설마 눈물까지 흘리며 슬퍼할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그녀는 제국이 한 행동, 아버지인 황제가 한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듯했다.
‘하아. 그렇다고 울 것까지야.’
이럴 생각으로 이야기한 게 아니었다.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진 것은 아니지만 계속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스윽!
“닦으시죠.”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나의 소매를 잡으며 손에 있는 손수건을 가져갔다.
그리고 소매를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놔주시죠 황녀님.”
“잠깐만요. 아주 잠깐만…….”
“…….”
정신적으로 힘들 때 무언가에 매달리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조금 진정시키기 위해 나의 소매를 강하게 잡으며 이겨내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지금 억지로 떼어낸다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편하신 대로 하시죠.”
어차피 아직 약속한 10분은 지나지 않았다.
차라리 말하지 않고 이렇게 가만히 있어 준다면 그것이 더 편했다.
“…….”
“…….”
그렇게 황녀가 나의 소매를 잡고 10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다.
“…고마워요.”
황녀는 나의 소매를 놓아주었다.
이제 열매를 따러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덕분에 괜찮아졌어요. 열매를 따오신다고 했죠? 그럼 조금만 천천히 돌아와 주실 수 있을까요?”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안대가 젖어서 잠시 벗고 싶어서요. 괜찮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천천히 돌아올 테니 편하게 계셔도 됩니다.”
그 정도야 딱히 문제없었다.
주변을 경계하는 겸 잠시 밖에서 시간을 때워도 괜찮을 것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동굴의 밖을 향해 나갔다.
터벅! 터벅!
슬슬 해가 지기 시작했고 작은 별들이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전생에서의 밤하늘과 다르게 이곳의 밤하늘은 별이 극단적으로 적었다.
툭!
바로 근처에 보이는 열매가 열린 나무를 발견하고 다가가 먼저 하나를 수확했다.
“마하트 정보.”
[나는 백과사전이 아니네만 한번 확인해 보겠네. …음! 먹어도 되는 거네. 대신 단맛은 기대하지 말게.]“수분이랑 허기만 채우면 문제없어.”
[그렇다면 문제없을 것이네. …아스토리안.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황녀에게 조금 매몰찬 거 아닌가?]“내가 제국을 싫어하는 건 너도 알고 있지 않나?”
[그건 그렇지만…….]“하고 싶은 말을 해.”
[그게… 자네는 황녀와 이야기하며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