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164)
◈ 164화
[자네 무엇을 두려워하는 건가?]“…….”
마하트가 정확히 봤다.
그래 두려웠다.
나의 이 일그러진 마음이 두려웠다.
평소에도 자주 그래왔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심하기는 했다.
그걸 알아보았을 줄은 몰랐다.
“…그녀와 정이나 관계가 쌓이는 게 두렵다면 믿을 거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나에게 붙어서 수많은 일들을 지켜보며 여러 조언들을 해주는 그였다.
이 정도 이야기는 해도 괜찮을 것이다.
[정이 쌓이는 게 두렵다? 흠… 과연. 자네의 성격이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을 위해 뭐든 하는 성격이니까 말이야. 이해가 됐네. 황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그녀와 조금이라도 관계라도 쌓인다면… 언제가 적으로라도 만났을 때 최악의 상황이 될 테니까 말이야.]“잘 이해했네.”
그녀는 황제의 딸이다.
그리고 나는 황제의 적이다.
분명 언젠가 황녀도 적대할 수밖에 없는 때가 올 것이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이라도 느낀다면, 언제가 올 그때 그 감정이 나를 방해할 것이다.
그것은 피하고 싶었다.
[그래도 조금은 심하네. 그녀는 지금 왕국이라는 타국에 아는 사람 없이 혼자 온 상태네. 거기다가 목숨까지 노려진 데다가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 당하고, 눈감아 왔던 진실을 마주했지. 아마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면 진작 정신이라도 붕괴했을 걸세.]“그래서? 그걸 감안해서 친절하게 대해주라고? 내가 이 세계에서 가장 싫어하는 존재의 딸을?”
[자식에게는 죄가 없네.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그래 알고는 있지. 네 말이 맞아. 적당히 할…….”
“꺄악!”
“……!”
황녀의 목소리였다.
그것을 듣자마자 들고 있던 열매들도 내팽겨치고 빠르게 동굴의 안으로 들어갔다.
“황녀님!”
내가 느낀 것으로는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느끼지 못할 정도의 강자나 은신에 능한 존재가 나타난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강하게 들었다.
“…황녀님?”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동굴의 안에는 그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정작 소리를 지른 그녀는 엎드려 있었다.
어정쩡한 자세를 보았을 때 무언가에 놀라 그것과 멀어지려다가 넘어진 것 같았다.
“미, 미안해요. 머리 위로 뭐가 갑자기 떨어져서요. 괜히 놀라게 해… 아!”
엎드려 있던 상태에서 고개를 든 황녀는 안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맨 얼굴 상태의 그녀였다.
“보, 보시면 안 돼요!”
그녀는 놀라며 빠르게 손을 들어 스스로의 눈을 가렸다.
그렇지만 내가 대답이 없자 손을 살짝 내리며 쳐다보았다.
“…아스토리안 호위?”
대답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어째서 사람들이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밤하늘 같았다.
깊고 깊은 검은 눈동자는 알 수 없는 어딘가를 향해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또 수많은 별빛 같은 눈빛은 모든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간단히 말하면 평범한 사람에게는 근원적인 공포를 일으키는 듯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에게만은 다르게 보였다.
“아름… 답네요.”
전생에서 그것도 포탈이 생기기 전, 어릴 적 하늘을 올려다보며 보았던 별들이 가득했던 밤하늘.
지켜만 보아도 기분 좋았던 아름다웠던 그것이 떠올랐다.
추억에 젖어들 듯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이 나와 버리고 말았다.
“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방금 이야기는 실언이었습니다. 다시 나가 있을 테니 편하게 있어주십쇼.”
후웅!
순간 무슨 말을 했는지 자각해 버렸다.
강렬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빠르게 동굴의 밖을 향해 달려나갔다.
“…아름다워?”
동굴 안에 혼자 남은 황녀는 멍하니 달려나간 아스토리안을 바라보았다.
“내가?”
황녀로서 살며 칭찬과 아부들은 질리도록 들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안대를 쓰고 들은 말들이었다.
어떠한 것도 마음에 와닿지 못했다.
하지만 방금의 그는 안대를 벗은 나의 모습을 보고도 그렇게 이야기 해주었다.
그저 짧은 칭찬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살면서 들었던 말 중 가장 마음속에 와닿았다.
기뻤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고민들이 바보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어, 어? 뭐지 이 기분은?”
* * *
터벅! 터벅!
“뭐 찾았냐?”
“아니 아무것도 안 보여.”
임페리얼 나이츠의 부관인 두 사람은 아스토리안이 도망친 방향을 향해 걷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황녀와 그를 찾기 위해서였다.
“아오. 진짜로 얼마나 빨리 도망갔으면 아직도 아무것도 안 보여?”
“우리가 중간에 놓친 건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그럴 리는 없지. 그렇게 샅샅이 뒤졌고 일반인에 가까운 황녀님도 있는데 못 찾을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우웅!
““음?!””
그때 두 사람은 동시에 어떤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지금까지 걸어온 방향의 하늘 위였다.
콰앙!
“큭!”
“윽!”
두 사람이 소리가 난 것의 정체를 알아채기도 전에 그것은 그들의 앞에 착지했고 상당한 먼지를 일으켰다.
“이게 도대체 무슨…….”
푸욱!
“커억!”
남성 부관이 먼지를 날려버리려고 했지만, 그 전에 나타난 사람 형태의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것은 손을 내질러 그대로 남성의 심장을 꿰뚫었다.
“무슨?!”
바로 근처에 있던 여성 부관은 그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동료가 죽어버렸다.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덕분에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조차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
촤악!
직후 나타난 존재의 손이 휘둘러졌다.
심장이 뚫린 남성과는 다르게 여성은 그대로 목이 베어져 버렸다.
털썩!
그렇게 두 부관의 시체는 허무하게 땅 위로 쓰러져 버렸다.
“…….”
콰앙!
쓰러진 시체를 잠시 보던 그 존재는 다시 한번 도약을 하며 날아갔다.
그 방향은 정확히 아스토리안이 향했던 방향이었다.
* * *
“…….”
아삭!
“…….”
아삭!
열매를 따온 뒤 황녀에게 몇 개를 건네주고 멀리 떨어져 앉아 조용히 과일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황녀도 배가 고팠는지 나처럼 말을 하지 않고 열심히 열매를 먹고 있었다.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한 거지…….’
별다른 맛이 나지 않는 과일을 먹으며 조금 아까 전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부끄러웠다.
미네르바에게 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았다.
하루종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그녀는 적이고 어떠한 감정을 느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런 그녀를 향해 그런 칭찬을 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어쩌면 조금은 전생을 그리워하고 있는 건가 나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반가움이라는 감정도 느꼈다.
하지만 전생의 그리움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전생의 그때만으로 충분했다.
‘전생의 기억이 불편하다고 느낀 건 오랜만이네.’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고 그때의 기억 덕분에 더욱 기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기는 했다.
하지만 역시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 축복이자 저주였다.
평생 안고 가야 하며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떨쳐낼 수 없는 속박.
‘머릿속을 조금 정리해야겠어. 일단 황녀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대로 움직여야…….’
“저, 저기 아스토리안 호위?”
“…무슨 일이십니까?”
황녀의 목소리에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그게 말이죠…….”
다시 안대를 한 그녀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했다.
우물쭈물하며 곤란한 모습을 보니 말하기가 조금 곤란해 보이는 듯했다.
‘남자인 나에게 말하기 힘든 것인가?’
확실히 시간은 조금 흘렀고 사람이라면 하루에 몇 번은 해결해야 하는 일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래도 이건 좀 배려를 해줘야 할 것 같았다.
“편하게 다녀오셔도 됩니다.”
“네?”
“저는 돌아오실 때까지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않을 테니 안심하시고 다녀오시지요.”
“다녀오라는 게 무슨… 아! 그, 그게 아니에요!”
잘못 짚었나 보다.
우물쭈물해 보여 볼일이라도 보고 싶은 줄 알았는데 아닌 듯하다.
덕분에 황녀만 부끄럽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배려한다는 것이 그만.”
“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금 전에 제 눈을 봤잖아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나는 하고 싶지 않은데.’
물론 이해는 됐다.
눈을 보면 사람들이 두려워했다고 했지만 나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당연했다.
“…죄송하지만 그 이야기는……”
타닥!
“아스토리안 호위?”
무언가 동굴의 근처에 나타났다.
인기척과 기운.
분명 사람이었다.
빠르게 일어나 자세를 취하며 경계를 시작했다.
“황녀님 잠시 조용히.”
끄덕!
나의 심각한 모습을 보고 그녀도 무슨 상황인지 눈치챈 듯했다.
그런 그녀를 뒤로 하며 동굴의 입구 근처로 다가가 주변을 탐색해 보았다.
‘그 임페리얼 나이츠들이군.’
나와 황녀의 앞에 나타났던 두 명의 임페리얼 나이츠가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우리들을 찾고 있었던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빠르게 처리해도 되겠어.’
근처에 부관으로 보이던 사람도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둘밖에 없다는 의미이며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황녀는 안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들키지 않을 거야. 그럼 잠깐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슬쩍 황녀를 한번 흘겨보았다.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인지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모습을 보니 문제는 없겠어.’
조용히 있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니 딱히 큰 걱정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마음 편히 움직일 때가 왔다.
‘그럼 먼저 왼쪽의 남자를…….’
흠칫!
“뭐야 이건?”
순간적으로 놀라 나도 모르게 입으로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그 소리를 두 명의 임페리얼 나이츠가 들어버렸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나에게서 우선순위가 밀려났다.
정확히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아스토리안? 무슨 일인가?]“괴물…….”
[괴물?]“괴물 하나가 곧 도착할 거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콰앙!
[이게 무슨?!]마하트가 되물으려던 순간 내가 느꼈던 강력한 기운이 이곳에 도착했다.
“콜록! 콜록! 이게 뭐야? 아돈 어딨어?”
임페리얼 나이츠 한 명이 충격과 일어난 먼지에 동료를 찾으며 큰소리로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을 것이다.
거대한 기운이 이곳에 착지하는 순간 그 동료의 기운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후웅!
동료를 부른 그가 곧 먼지를 걷어냈다.
그리고 곧 나도 상황을 정확히 알 수가 있었다.
“아, 아돈!”
“라, 라돈…….”
아돈이라는 자의 동료 라돈은 가슴이 뚫린 채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내가 느꼈던 강대한 기운의 주인이 서 있었다.
‘거대하고 날카로운 검은 갑옷. 거기다가 강대한 오러의 기운. 제기랄, 이 느낌은 아무리 봐도 그랜드 마스터 급이잖아.’
검은색 계열에 은색이 칠해진 듯한 예사롭지 않은 느낌의 갑옷.
정확하게 그자가 그랜드 마스터가 맞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러 마스터를 간단히 쓰러트리고 내뿜는 강렬한 기운은 분명 그랜드 마스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 저 괴물은?’
“으아! 이 망할 자식이 라돈을!”
동료가 당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는 단검을 뽑으며 갑옷 입은 자를 향해 구현화도 사용하지 않고 뛰어들었다.
분명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덥썩!
갑옷 입은 자는 어렵지 않게 다가오던 그의 목을 잡아챘다.
“커억!”
쾅! 쾅!
목을 잡힌 그는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잡고 있는 팔을 공격했다.
단검으로 찌르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아무런 충격도 주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사, 살려…….”
뿌둑!
직후 목이 잡혔던 그는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하고 그대로 목이 꺾이며 사망해 버렸다.
털썩!
처음 쓰러트린 남성을 향해 그를 던져버린 갑옷을 입은 자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 시선은 내가 있는 곳을 향해 고정되었다.
‘그래, 내가 느꼈는데 저자가 내 기운을 못 느낄 일은 없겠지.’
잠시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얼추 그 준비를 끝내고 황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밖을 보는 것도, 나와서도 안 됩니다. 이곳에서 절대로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네? 그치만……”
“그렇게 해주세요 황녀님.”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지금부터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절대로 장담할 수 없었고 눈앞에 나타난 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그냥 얌전히 있어 주는 것이 나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나의 진심이 통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렇게 황녀를 뒤로 하며 동굴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곳에 나타난 갑옷을 입은 자의 앞으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