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171)
◈ 171화
스윽!
꽂혀 있던 핀을 전부 뽑았다.
그리고 옆에 있던 펜을 주워 꽂혀 있던 위치에 그대로 표시를 했다.
‘그랜드 몬스터 한 마리의 위치는 표시되어 있지 않기는 하지만 아마 도움이 될 거야.’
지금 당장 아니었지만 그랜드 킬러와 그랜드 몬스터의 정보는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도를 벽에서 떼어내고 그대로 그림자에 넣어 두었다.
‘위치랑 가야 할 방향은 전부 파악해 두었으니까 일단은…….’
“마하트 아직 다 읽지 못한 거지?”
[으음. 조금 더 걸릴 것 같군. 너무 예상외의 정보들이 많아 좀 정리가 필요하네.]“알겠어. 그럼 나는 잠시 치료 좀 하고 있겠어.”
[알겠네.]그의 대답을 듣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지금 향하는 방은 여러 의료 물품들이 있던 방이었다.
위치를 기억하고 있기에 어렵지 않게 찾아 그대로 들어갔다.
철컥! 철컥!
서랍과 여러 통을 뒤지며 붕대와 포션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챙긴 다음 거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스륵!
안대와 상의를 벗었다.
이어서 거울을 보니 피가 흘러 젖은 바지와 상반신 전체적으로 묻어 있는 피가 보였다.
물론 고래들의 피 때문에 머리나 그 외에도 다 젖어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베인 것이 아닌 마치 강하게 긁어낸 것 같은 거칠게 생긴 상처였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위험했군.’
잘린 팔과 상체를 공중에 띄우는 것으로 모자라 무기처럼 공격에 사용하다니 정말이지 다시 보고 싶지 않을 광경이었다.
‘일단 포션으로…….’
스윽!
주르륵!
“으음.”
아팠다.
차라지 날붙이로 베인 상처였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긁힌 것 같은 공격은 상처 부위 하나하나가 고통스러웠다.
“후우. 치료 마법을 받지 못하니 흉터가 남겠군.”
다친 직후 치료 마법이라면 보통 모든 상처가 사라진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 흉터가 된다면 그것은 마법으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생에 남게 된 깊은 상처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황녀를 지키며 생긴 거라니. 이번 생은 여러모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군.’
묘한 기분이었다.
운명이 있다면 나에게 장난이라도 치고 싶은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생각대로 될 계획은 없었다.
‘꼭 황녀를 멀쩡히 데리고 수도로 돌아간다.’
현재의 최종 목표.
그것을 다시 자각한다.
‘…일단 대충 된 것 같으니 일어날까.’
포션을 뿌려 미약하지만 상처가 회복이 되었다.
붕대를 감을까 했지만 씻지 못해 몸이 너무 더러웠다.
일단 먼저 씻어야 했다.
‘…그래도 황녀가 있으니까 옷을 입고 다른 욕실에서…….’
“아스토리안 호위? 여기에 있…….”
황녀가 내가 있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왔고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있던 옷으로 갈아입었는지 평범한 천 옷의 드레스 차림이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갑작스럽게 말이 멈춰 의아했다.
그렇기에 주변에 두었던 상의를 입으며 그대로 다가갔다.
“사, 상반신… 아니 상처가.”
살짝 얼굴에 홍조가 진해진 것처럼 보였다.
아무래도 방금 씻어 그 물의 열기가 남아 있던 것 같다.
“아. 이거 말씀이시군요. 괜찮습니다. 저도 씻고 붕대를 감아두면 며칠이면 대충 회복됩니다.”
“…저를 지키다 생긴 거죠? 제가 없었다면 상처가 생길 일도 아니, 이곳에 오는 일도 없었을 텐데…….”
‘하아. 또 왜 이래.’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과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자책이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
일단 둘 다 딱히 필요 없었다.
“제가……”
“네?”
“제가 책임질게요!”
‘…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도대체?’
“만약 상처가 흉해 아스토리안 호위가 그 여성에게 거절당하거나 한다면 제가……”
“아니 잠깐만 기다려 주시죠 황녀님.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겁니까?”
“깊은 흉터를 싫어하는 여자들이 많다고 했어요. 저, 저는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혹시나 언젠가 아스토리안 호위가 겨, 결혼 같은 것을 할 때 문제가 생기면 그건 저의 책임이니까…….”
“황녀님.”
“네?”
“그런 이야기를 누가 해줬습니까?”
도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황녀를 놀릴 생각이었던 게 분명했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그걸 그대로 믿은 황녀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걸 그대로 믿다니 이 정도로 물정에 어둡고 순수할지도 몰랐다.
“그, 그게 저의 중요한 친구예요. 어릴 적부터 함께해온.”
“속으셨습니다.”
“네에?”
“상처가 있다고 싫다고 하다니, 충분히 그런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별로 없습니다, 그런 사람.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상처 있다고 싫어하거나 그러지도 않습니다.”
“그, 그럴 수가…….”
아무래도 상당히 용기를 내면서 했던 말이었나보다.
저렇게 얼굴을 토마토마냥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고개가 살짝살짝 위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공중에 무언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습관인가?’
“미안해요! 나는 정말 그런 줄 알고!”
황녀가 우물쭈물 하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무언가 예전의 일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용의 힘을 각성하기 전의 미네르바도 저런 모습이었지. 순수하고 당황해 우물쭈물거릴 때 말이야. 정말 귀여웠는데 말이야.’
“…하하.”
“아스토리안 호위?”
“하하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째서 웃음이 나왔을까?
예전의 생각이 나서?
아님 황녀의 행동이 웃겨서?
‘그냥 정신이 지쳐서 웃음이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웃으니 기분이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웃은 것 같았다.
“아 죄송합니다. 당황하시는 게 재밌어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 저는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아무튼 아까 이야기하시던 건데 책임을 지고 싶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네 그랬죠.”
“그럼 약속을 하나 부탁드리겠습니다.”
황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눈이 있는 안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제가 검을 사용했다는 것과 눈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네? 어, 어째서죠?”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그냥 그렇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솔직히 거절해도 할말은 없었다.
애초에 나는 그녀에게 명령을 하거나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이렇게 그녀의 인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스토리안 호위는 목숨을 걸고 저를 지켜주었어요. 그런 사람의 부탁을 저는 꼭 들어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일단은 다행이었다.
이것으로 제국에 내가 검을 사용한다는 사실과 이 눈에 대한 것이 당장에는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뭐 물론 무조건으로 믿을 수 없기는 했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을 본다면 실수로 이야기하거나 쉽게 이야기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저는 이제 씻으러 가보겠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싶어서 말이죠.”
“아 네. 알겠어요.”
할 이야기는 더 이상 없었다.
이제 슬슬 쉬고 싶었다.
“…아 황녀님.”
“네?”
“안대를 벗는 것이 편하시다면 벗고 계셔도 괜찮습니다.”
“…….”
기분이 좋아서일까?
아니 어쩌면 내가 그녀의 눈동자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배려인척 그런 말을 넌지시 남기며 방을 나섰다.
* * *
다음날 새벽이 되었다.
본래는 육체에 좀 더 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확한 수도의 상황도 모르는데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최소한의 휴식은 취했다.
이제 움직여야 할 때이다.
“준비되셨습니까?”
“…네.”
이동을 위해 내게 안겨있는 그녀의 표정은 누가 봐도 졸려 보였다.
몇 시간밖에 잠들지 못했을 테니 졸린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두 눈도 똑바로 떠주세요.”
“…네.”
참고로 그녀는 안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아마 어제 내가 한 이야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일어나서도 지금까지 하지 않고 있을 줄은 몰랐다.
‘…우리 왕국 왕녀라면 지금 시각이라면 일어나서 검술 연습하고 있을 텐데. 제국의 황녀는 잠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하는군.’
같이 학교를 다니며 보았던 왕녀와 참 비교가 많이 되었다.
어쩔 수 없었다.
움직이다 보면 분명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릴 것이다.
‘그럼 가볼까?’
나오기 전 지도를 한 번 더 보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인해 두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남긴 일지 같은 것은 아직 확인도 못했다.
생각보다 마하트가 그것을 오래 읽었다.
아무래도 여러 충격적인 정보가 많은 것 같았다.
후웅!
쾅!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며 그대로 계단을 밟고 뛰어올랐다.
쾅! 쾅! 쾅!
그렇게 몇 번 계단을 밟고 올라 다시 지상에 도달했다.
‘어디 보자 달이 저쪽 방향에 있는 것을 보면 북서쪽은… 저쪽이군.’
완전히 지기 직전의 달을 보고 방향을 파악했다.
목표로 삼은 것은 이곳에서 북서쪽의 방향에 있는 아란이라는 이름의 도시이다.
이 지도가 100년이 넘은 게 아니라면 분명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가볼까.’
콰앙!
달렸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늘을 보니 점점 해가 뜨기 시작했다.
‘몇 시간은 달린 것 같군.’
“아, 아스토리안 호위…….”
“무슨 일이…….”
고개를 내려 황녀를 보았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직감했다.
‘토한다.’
콰가각!
빠르게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좋은 선택이 아니었는 듯했다.
“우웩!”
멈추는 충격으로 복부에 충격이 가해졌는지 그녀는 그대로 땅을 보며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본거지에서 먹었던 식사가 전부 나와 버린 것 같았다.
“죄, 죄송해요. 이런 경험 자체가 처음이… 우웩!”
‘…진짜 딱히 알고 싶지 않던 황녀의 여러 모습을 다 보는군.’
그렇게 그녀를 잠시 내려준 다음 등을 두드려 주며 진정시켰다.
잠시 후 일어선 그녀의 표정은 확실히 괜찮아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아요. 그보다 미안해요. 이런 추태를 보여서.”
“멀미는 황녀님 잘못이 아닙니다.”
“…진짜로 이런 모습 보이기 싫었는데…….”
“그럼 괜찮아지셨으니 이제 다시 출발해도 괜찮겠습니까?”
“…….”
대답이 없었다.
확실히 그런 고통을 다시 겪는 건 싫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방법이 없다.
“…! 아, 아스토리안 호위 저기 봐요!”
갑작스레 황녀는 놀라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말이 있었다.
그것도 고삐가 있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말 주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거나 아니면 주인에게서 도망친 말인 것 같았다.
“잘 되었군요.”
“맞아요. 잘 되었어요. 이제 저 말들을 타고……”
“마을이나 도시가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조금만 더 빨리 움직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아뇨 저 말들을 타고 가야죠.”
“황녀님 말 타실 줄 아십니까?”
“…그게 탈 줄은 모르지만 아스토리안 호위가 같이 타서 도와준다면…….”
“우연이군요, 저도 탈 줄 모릅니다.”
“네?”
“그리고 무엇보다 말보다는 제가 훨씬 더 빠릅니다.”
“스, 승부욕 불태우시는 건 아니죠?”
절대로 말을 향해 승부욕을 불태우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그랜드 마스터가 움직이는 것이 더 빠른 건 당연했다.
“그럼 다시 움직이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기다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근처에 사람이 사는 곳이 확실하게 있다면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콰앙!
그렇게 황녀를 들어 안고 빠르게 다시 움직였다.
* * *
약 두 시간.
대충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도착했습니다.”
도시였다.
경비병들이 서 있고 여러 사람들이 있는 이곳은 분명 도시였다.
“우웩!”
“…….”
툭툭!
나무에 기대로 토를 하고 있는 황녀의 등 쳐주었다.
“으으. 결국 먹은 게 다 나온 것 같아요.”
“그래도 도시에는 빠르게 도착했습니다.”
“빨리 평범하게 걷고 싶어요.”
아무래도 더 이상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역시 사람이란 적응의 생명체라더니 맞는 말이다.
‘절반뿐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저… 이제 괜찮아졌어요.”
“다행입니다.”
얼굴을 보니 괜찮아 보였다.
그럼 이제 빨리 도시로 들어가 봐야 했다.
“아. 황녀님.”
“네? 왜 그러시죠?”
“안대 말입니다. 이제는 하셔야 합니다.”
“아…….”
아쉽지만 그녀의 별빛 같은 눈동자는 가려야 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 눈동자를 보고 공포를 느낀다.
심지어 마하트조차 꺼림칙하다고 했다.
“그렇죠.”
황녀도 아쉬운 표정이었다.
아무리 안대를 오래 착용했다고 하지만 분명 불편한 것은 당연하다.
비슷한 안대를 하는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 말이다.
스윽!
“…됐어요. 이제 가시죠.”
황녀가 다시 안대를 착용했다.
그것을 확인하고 그녀와 함께 도시의 정문 앞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검문을 하고 있었다.
‘뭐지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다행히 나의 신원을 증명해 주는 패를 그림자 안에 넣어두었었다.
하지만 문제는 황녀였다.
그녀에 대해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해 둬야 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정문 앞에 도착한 우리를 본 경비병은 그대로 우리 두 사람을 불렀다.
일단 이야기에 따라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검문이라니 무슨 일이 있습니까?”
“아… 그게 말이죠. 수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봐요. 황녀가 데미안 왕국의 호위와 함께 무슨 텔레포트를 이용한 납치를 당했다고 해서요. 그래서 그런 일을 일으킨 범인이 도망가거나 숨어들지 않게 검문을 확실히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어요.”
“소식이 빨라서 다행이군요.”
다행이었다.
정말로 다행이었다.
소식이 이 정도로 빠르다면 반대로 가는 소식도 분명 빠를 것이다.
“다행이라고요? 그게 무슨 말인지?”
“그거 저희입니다.”
“네?”
“방금 이야기의 황녀랑 호위가 저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