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or's Second Sword RAW novel - Chapter (175)
◈ 175화
“괜찮으십니까 황녀님?”
“아 저는 괜찮아요. 아스토리안 호위는… 괜찮아 보이는군요.”
“문제없습니다.”
쓰러진 소년을 끌고 오며 황녀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다치거나 하진 않은 듯했다.
“그런데 그 소년은…….”
“흥미로운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데리고 왔습니다.”
“재능이요?”
“예. 대외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니 그냥 그렇게 알아두시면 됩니다. 그럼 저는 옆방에 들어가 있을 테니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불러주시겠습니까?”
“아, 알겠어요.”
경비병이나 기사를 찾아 나섰다가 탈옥했다는 괜한 오해라고 생기면 귀찮아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냥 부서진 감옥의 안에서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털썩!
끌고 온 소년을 그대로 옆에 있는 짚 위로 던져 버렸다.
생각보다 튼튼해 보이는 육체를 보니 얼마 있지 않아 일어날 것이다.
“으으.”
잠시 후 내 예상대로 소년이 일어났다.
몸을 일으켜 세워 주변을 둘러보더니 잠시 상황을 파악하고 나를 보며 놀랐다.
그리고 그를 어느 정도 진정시키고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누구한테 검을 휘두르는 법을 배웠어?”
나를 노렸던 이 소년의 검.
검술이랄 것도 없이 그냥 목숨을 노리고 휘두른 검.
하지만 그것에서 느꼈다.
모든 공격이 정확히 나의 급소를 노렸다.
이것은 단순히 노린다고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단련도 단련이지만 이것은 타고 나야 하는 것이었다.
내 감이 맞다면 이 소년은 분명 사람을, 생명을 죽이는 것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
“…배운 적 없어. 그냥 감으로 찌르거나 베면 될 것 같은 곳을 노리는 것뿐이야.”
“…나 원, 배운 적도 없는 건가. 하긴 배웠다면 이런 곳에 있지 않았겠지.”
“그래서 목적이 뭐냐고? 목적 말해준다고 했잖아.”
“그래, 건방진 자식아. 말해줘야지.”
소년을 잡아 이렇게 같은 감옥에 들어와 있는 이유?
간단하다.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물론 단순히 이야기뿐만은 아니었다.
그의 재능을 보고 그냥 경비병에게 넘길 수 없었다.
탐난다고 말한다면 애매하지만 이런 재능을 가진 그를 나의 편으로 만들고 싶었다.
“너 제국에 복수하고 싶지?”
“…그렇다고 한다면?”
“도와줄게 나하고 같이 가자.”
“싫어.”
매몰차다.
그래도 거절당할 것 정도는 당연히 예상했다.
“어째서지?”
“네가 누군 줄 알고? 그리고 뭘 믿고?”
당연한 말이었다.
나는 그를 오늘 처음 보았고, 그도 나를 오늘 처음 보았다.
신뢰와 확실한 이유를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난 제국사람 아니야. 제국에 원한을 가진 데미안 왕국 사람이야.”
“…그런데 왜 황녀를 지키는 거야?”
“전쟁을 막으려고. 그녀가 죽는다면 곧 데미안 왕국과 제국의 전면전쟁이 시작되니까.”
“제국에 복수를 한다면서, 말이 다르잖아. 복수한다면 전쟁이 일어나는 게 가장 빠른 방법…….”
“아니. 이걸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돼. 저 사람이 죽으면 그들에게 명분을 만들어주는 셈이니까. 다른 동맹 왕국이 개입하기 어려워져. 지금 데미안 왕국만의 힘으로 제국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
내가 누군지는 대충 말해주었다.
그럼 이제 내가 이 소년이 누군지 알아야 할 때였다.
그를 조금이라도 알아야 이야기를 더 진행시킬 수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너는 이름이 뭐지? 아까 정크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이름이 아니야. 그놈들이 나를 쓰레기장에서 발견해 그렇게 부르는 거야.”
“그렇군. 그럼 본명은 어떻게 되지?”
“…바나간드.”
그래도 조금 전보다는 경계심이 약해진 것 같았다.
이렇게 이름을 말해주는 것을 보니까 말이다.
“그래 바나간드. 내 이름은 너의 결정에 따라 알려줄지, 알려주지 않을지 결정하지.”
“뭐?”
“그래서 바나간드. 너는 왜 제국에 복수를 하고 싶은 거지?”
“내가 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데?”
“그야 너의 처우가 나에게 달려있으니까. 감옥으로 끌려가던가 아님 황녀를 노린 불경죄로 처형 되던가 말이야.”
두 가지 예를 들어주자 녀석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역시 아직 죽고 싶지는 않은 듯했다.
“…나는…….”
그렇게 그는 본인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바나간드 이 녀석은 본래 제국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과거에 제국의 어떤 강한 기사가 나타나 살고 있던 마을에 찾아왔다고 한다.
그 기사는 황제의 명령이라며 배신자 색출이라는 명목으로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고 했다.
다행히 가족들과 같이 도망쳤지만 국경을 몰래 넘던 와중 제국의 기사들에게 부모가 죽고 혼자 넘어왔다고 했다.
그렇게 떠돌던 중 지금 소속된 나란 용병단이라는 곳에 주워져 온갖 잡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곳의 생활은 만족스러워?”
“…아니. 최악이야. 나를 일회용 고기 미끼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 차라리 떠돌면서 하던 생활이 나을 정도야.”
“나를 따라오면 최소 그것보다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따라올 생각 있어?”
“…말했잖아. 당신을 뭘 믿고 따라가냐고?”
이것은 바꿔 말하면 믿을 수 있다면 따라갈 의향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가 있는 용병단이 쓰레기 같아서 다행이었다.
‘…생각해 보니. 딱히 믿으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없군.’
대단한 귀족적 지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귀족인 것도 아니다.
인맥이 좋기는 하지만 당장 납득시킬 수 있을 만한 것이 없다.
“못 믿겠다면… 약속은 어때?”
“약속?”
“너의 재능을 확실하게 단련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그러면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는 거야.”
“…나의 재능? 그게 무슨 말이야?”
“자각도 못하고 있었던 거야? 알려준 사람도 없었어?”
“그니까 무슨 말이냐고 묻고 있잖아?”
설마 자각조차 없을 줄은 몰랐다.
그 용병단이라는 곳이 무능해 몰랐거나 아님 일부러 알고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넌 생명체를 죽이는 재능을 타고 났어.”
“…뭐?”
“네가 본능적으로 단검으로 노린 곳들. 그곳은 전부 다 급소야.”
“거, 거짓말하지 마! 나한테 그런 재능이 있을 리가 없잖아!”
“있어. 내 눈에는 아주 잘 보였어.”
그런 재능을 어떻게 알고 어떻게 알아보냐고 묻는다면 직접 만났다.
전생에 말이다.
나의 목숨을 노리고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하게 만든 인간.
그 인간은 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생명체를 죽이고 생명체를 죽이는 것에 필요한 기술을 비상식적으로 빠르게 익힐 수 있는 재능.
그에게 몇 번이고 목숨이 노려지고 죽을 뻔한 내가 이것을 못 알아볼 리 없었다.
“…….”
“믿지 못한다면 나는 강요하지 않아. 너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고 나는 그걸 키워줄 수 있어.”
“…원하는 게 뭐야?”
이제야 좀 이야기가 통하는 것 같았다.
이 녀석의 머리는 그리 나빠 보이지도 않았고, 경계심이 많아 보였다.
그렇다면 어설프게 숨기는 건 좋지 않을 것이다.
목소리를 낮추어 황녀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충분히 준비를 마치면 황제를 죽일 거야.”
움찔!
“그것을 위한 나의 편이 필요해.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나를 따라오겠어?”
“…….”
공포.
그리고 난생처음 느껴보는 수준의 적의와 살의.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압도적인 공포에 바나간드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있는 용병단의 단장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적의를 내뿜지 못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인간은 예상보다 휠씬 강한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그의 변덕 때문에 자신이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 짐만 챙겨와도 괜찮을까요?”
가족을 잃은 뒤 죽는 것이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거대한 힘 앞에 그는 다시금 그것이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오겠다고?”
“네, 네. 따라갈게요.”
‘갑자기 왜 존댓말이야?’
갑작스럽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인지 의아했다.
하지만 따라와 준다면 더 이상 별다른 이야기는 필요 없을 것이다.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 다행이네. 너무 위험한 재능이라 일상생활만 가능하도록 힘줄만 건드려 둘까 생각도 했는데 그럴 필요는 없겠어.’
무슨 말을 해도 따라오지 않겠다면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냥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의 재능은 만약 악의가 가득한 존재의 손에 넘어간다면 큰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그 재능을 활용하지 못하게 만들까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어져 다행이었다.
“짐을 챙긴다고 했지?”
“네.”
“챙겨서 자작의 저택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어. 수도에서 사람이 올 때까지 나는 지금 당장 떠나지는 못하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여기서 나가. 아마 곧 여기로 사람이 몰릴 것 같으니까. 들키지 않을 자신 있지?”
“네!”
“그래 움직여.”
타다닥!
녀석은 빠르게 부서진 철창을 지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도망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 보이지는 않았다.
어째서인지 그 녀석은 나에게 공포를 느꼈다.
깊은 공포가 판단을 흐리기는 하지만 적당한 공포는 각인이 되어준다.
벗어날 수 없다는 각인 말이다.
“그럼… 다시 기다리는 시간이 되겠어.”
* * *
“정말 죄송합니다.”
기사와 병사들과 함께 나타난 마하 자작은 나와 황녀를 향해 고개를 숙여 사죄하고 있었다.
진짜로 이렇게 사과할 줄은 몰랐다.
“의문의 폭발로 병사들이 그쪽으로 몰리는 틈에 괴한들이 습격한 것 같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스토리안 호위가 지켜주어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요.”
“저도 괜찮습니다. 강한 놈들이 없어서 별 감흥도 없었으니까요.”
‘감흥이 없다?’
마하 자작은 살짝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는 이들을 보았다.
병사들이 그들의 마스크를 벗기며 그들의 얼굴이 보였고, 그녀는 그들이 누구인지 눈치챘다.
‘나란 용병단.’
최근에 도시에 들어왔던 이들.
그녀의 기억 속에 그들은 최소 중급 오러 유저로 이루어진 집단이라고 했다.
그런 자들에게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것으로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아스토리안이 정말로 오러 마스터라는 것을 말이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러분이 다른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위치를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이렇게 됐네.’
감옥에 있는 황녀를 노리고 용병단까지 사용했다.
분명 또다시 황녀를 노릴 것이 분명했다.
그런 판단으로 그녀는 우리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분명했다.
‘용병단이라면 그럴만하지.’
용병단은 전투를 생업으로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들에게 있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누군과와 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더 심할 것이고 말이다.
“그래서 어디로 이동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저의 저택으로 두 분을 모시겠습니다.”
* * *
‘일단 이거랑, 이거랑…….’
용병단이 잠시 지내는 거처에 도착한 바나간드는 제국에서 도망칠 때 가지고 왔던 짐을 챙기고 있었다.
사진이나 팔찌 같은 대부분 가벼운 물건들이었다.
‘그래 일단 이 정도면…….’
“이봐 정크.”
“……!”
그때 들려오는 남성의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뭐하고 있는 거야?”
나란 용병단의 단장 나라란이었다.
그는 한쪽 팔을 뒤로 한 채 천천히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 단장…….”
“너 짐 챙기는 거야? 도망치려고?”
“아, 아니 그게 아니야 그냥…….”
“아니기는. 그래 너도 그만둘 때가 되었지.”
“단장?”
“그렇다면 말이야. 그전에 한 가지 일만 더 해줘야겠어.”
“일? 단장 무슨 일을…….”
퍼억!
“윽!”
털썩!
갑작스럽게 머리를 가격당한 그는 그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
“잘 기절했군.”
덥썩!
철그럭!
다가온 나라란은 바나간드에게 다가가 그의 목에 쇠로 된 무언가를 채웠다.
“자 그럼 마지막 임무다 정크. 목에 폭탄이 달렸다고 살려달라며 신나게 외쳐라 그리고 황녀와 함께 떠나라 아주 화려하게 말이야.”